Switch Mode

EP.40

       바뀐 이혜정의 모습을 보고 멍한 표정을 지은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혜정 언니 도대체….”

         

       심지어는 그 쾌활한 박유정도 웃음을 잃은 채 믿을 수 없다는 눈을 했다.

         

       그런데 그도 그럴 것이….

         

       “지난 10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언니…, 몸이….”

         

       통통한 편에 속했던 이혜정의 몸이 그야말로 반쪽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야…, 저기 봐.”

         

       “헐…, 저 언니 살 갑자기 왜 이렇게 살 빠졌어?”

         

       이 얼마나 극적인 변화를 보인 건지 이혜정과 친분이 없는 다른 참가자들도 지나면서 기함을 할 정도였다.

         

       이런 시선들이 부담스러웠는지 이혜정이 쑥스러워하며 나와 박유정에게 물었다.

         

       “왜…, 혹시…, 이상해?”

         

       “아뇨, 아뇨. 전혀요!”

         

       “완전 예뻐요, 언니.”

         

       지금 내가 한 말은 빈말이 아닌 진심이었다.

         

       원래도 이혜정은 미인상이었다. 하지만 살이 빠진 지금은 그 외모가 더 물이 오른 느낌이랄까.

         

       게다가….

         

       ‘…어떻게 가슴만 안 빠졌지? 신기하네.’

         

       살이 빠진 와중에 이혜정의 장점은 퇴색되지 않은 채였다.

         

       이에 원래도 베이비 페이스였던 그녀는 그야말로 베이글녀의 표본이라 불러도 손색없을 정도였다.

         

       나는 갑작스레 급변한 그녀의 모습에 감탄하다가 순간 무언가를 깨닫곤 그녀에게 물었다.

         

       “…그런데 언니. 어떻게 10일 만에 살을 이렇게 뺐어요?”

         

       “…….”

         

       내 물음에 이혜정은 잠시 주저하다 대답했다.

         

       “…음, 운동을 많이 했어. 양 조금 줄이고 운동량을 배로 늘리니 하루가 다르게 살이 빠지더라고.”

         

       “…….”

         

       “…….”

         

       그녀의 말에 나와 박유정이 침묵했다.

         

       같은 아이돌 연습생인 우리는 살이 그렇게 쉽게 빠지는 것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작 식사량을 줄이고 운동량을 늘린 것만으로 저렇게 살을 뺄 수 있다면 이 세상에 뚱뚱한 사람은 없으리라.

         

       혹시….

         

       “저 언니…, 혹시….”

         

       “…음?”

         

       “…….”

         

       나는 그녀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려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뭐야, 싱겁긴.”

         

       그녀가 살을 뺀 이유를 나는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애가 좀 뚱뚱한 게 마음에 안 들었나 봐.’

          

       ‘뚱뚱? 걔가?’

         

       ‘야, 나머지 A 등급 네 명에 걔 같이 둬 봐. 애가 완전 부해서 그림이 안 살더만. 시청자들이 그런 거에 더 예민한 거 몰라? 괜히 걔 때문에 다른 A 등급 참가자들 질 낮아 보이면 어떡해.’

         

       이혜정은 뚱뚱해 보인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A 등급에서 B 등급으로 강등된데다 제작진의 눈길에서 벗어났다.

         

       그런 그녀에게 어떤 방식으로 살을 뺐냐고 다그칠 필요는 없다고…, 그때의 나는 생각했다.

         

       “저희 어서 들어가요. 그리고…, 이번 주도 화이팅하죠.”

         

       “그래…!”

         

       그렇게 나는 애써 입가에 미소를 짓는 이혜정 그리고 박유정과 함께 사이좋게 숙소 안으로 들어갔다.

         

         

         

         

       **

         

         

         

         

       숙소로 가 짐을 푼 후 단체 트레이닝 복으로 갈아입고 우리는 바로 세트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세트장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엥?”

         

       이제는 익숙하게 느껴지는 무수한 카메라들과…, 웬 키오스크들이었다.

         

       지잉-.

         

       아직 모든 참가자들이 모인 것도 아닌데 카메라는 벌써부터 돌아가고 있었다.

         

       우리는 이에 조금 긴장한 채로 제작진들의 안내에 따라 키오스크 앞으로 향했다.

         

       키오스크는 다름 아닌 샌드위치 키오스크였다.

         

       [다음 중 1개를 선택해주세요!]

         

       [에그듬뿍 샌드위치, 남은 수량 : 7]

         

       [햄 에그 샌드위치, 남은 수량 : 10]

         

       [베이컨 에그 샌드위치, 남은 수량 : 8]

         

       [참치마요 샌드위치, 남은 수량 :8]

       .

       .

       .

       .

         

       그것은 대략 10종을 넘어가는 샌드위치들의 종류였다.

         

       “…샌드위치?”

         

       이를 보고 나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게 갑자기 웬 샌드위치…?

         

       내가 갑작스런 샌드위치의 등장에 키오스크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제작진 한 명이 웃으며 말해 주었다.

         

       “참가자들 아침 대용으로 드리는 거니 마음 편히 골라주세요!”

         

       지잉-.

         

       …아니, 마음 편히 고르라면서 카메라는 왜 돌리는 거야.

         

       그리고 그제서야 무언가를 눈치챘는지 박유정이 내 옆구리를 툭툭 치며 속삭였다.

         

       “언니! 이거 그거네요! ppl! 간접광고!”

         

       “광고…? 아….”

         

       그러고 보니….

         

       [으라차차 샌드위치]

         

       촬영임에도 샌드위치 회사 로고가 너무 대놓고 드러나 있다.

         

       ‘이 회사가 나아아 광고준가 보네.’

         

       그래서 ppl 때문에 카메라도 돌리고 있는 거고.

         

       나도 그제서야 안심하고 마음 편히 키오스크 속 샌드위치 메뉴들을 둘러보았다.

         

       마침 아침 식사를 안 해서 ppl 샌드위치로 즐겁게 배를 채울 생각이었다.

         

       “언니! 언니는 뭐 드실 거예요? 와! 다 맛있겠다!”

         

       샌드위치가 ppl이란 걸 알자마자 박유정이 괜히 오버하며 소리쳤다.

         

       아무래도 과도한 리액션으로 카메라에 한 컷이라도 더 받을 생각인 듯했다.

         

       “저는 결정장애라서요! 언니가 고르는 거 같이 먹을래요!”

         

       “음…, 그러면….”

         

       나는 그때 진지하게 무슨 샌드위치를 먹을 지 고민했다.

         

       그리고 그런 내 눈에….

         

       “…어? 이거….”

         

       굉장히 이색적인 샌드위치 하나가 눈에 띄었다.

         

       “유정아, 이거 어때?”

         

       “……예?”

         

       [고등어 샌드위치, 남은 수량 : 10]

         

       “고등어 샌드위치. 이거 어떤 맛인지 궁금한데?”

         

       “…….”

         

       내 선택에 박유정이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카메라 눈치를 보며 속삭였다.

         

       “…언니! 아무리 방송 때문이라고 해도….”

         

       “…엥, 방송 때문 아닌데?”

         

       “…네? 그러면….”

         

       “진짜 고등어 샌드위치가 맛있어 보여서….”

         

       “………?”

         

       그 순간 나를 보는 박유정의 눈은 마치 외계인을 바라보는 듯한 눈과 같았다.

         

       “…진심으로요?”

         

       “어.”

         

       궁금하지 않은가?

         

       짭조름한 고등어가 고소한 빵 싱그러운 야채들과 만나 무슨 시너지를 낼지.

         

       ‘음…, 생각하니 침 고이네. 맛있겠다.’

         

       하지만 박유정은 그리 생각하지 않았는지 곧바로 사상검증을 시작했다.

         

       “…언니 혹시 민트초코 좋아하세요?”

         

       “아이스크림 맨날 그거만 먹는데?”

         

       “…혹시 파인애플 피자….”

         

       “완전 좋아하지.”

         

       “…제일 좋아하는 라면은….”

         

       “순둥순둥 라면 순한 맛.”

         

       “으으윽….”

         

       아무래도 나는 박유정의 사상검증에 통과하지 못했나보다.

         

       그녀는 나를 보며 처음으로 경멸의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역시 범부인 저는 천재의 입맛까지 따라갈 순 없겠네요.”

         

       “흠…, 그 정돈가?”

         

       “그 정도예요!”

         

       “그래도 고등어 샌드위치는 맛있을 것 같지 않아? 생각해 봐, 회사에서 맛없는 제품을 만들어서 광고까지 내보내겠어?”

         

       “음….”

         

       박유정이 내 말에 고민이라는 듯 턱을 괴다가 이내 굳은 눈동자로 대답했다.

         

       “확실히 일리가 있네요. 그러면 저도 고등어 샌드위치로 먹어 볼게요.”

         

       “좋아.”

         

       새로운 사람에게 내 입맛을 전도하는 것은 생각보다 기분 좋은 일이었다.

         

       이에 나는 이혜정 쪽으로도 고개를 돌렸다가….

         

       “언니, 언니는 무슨 샌드위치…, 아.”

         

       그녀를 보고 잠시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원래 우리 중 아니 나아아에서 먹는 걸 가장 좋아하는 이는 이혜정이었다.

         

       그런 게 그런 그녀가 수많은 종류의 샌드위치를 앞에 두고도 아무런 말도 꺼내지 않았던 것이다.

         

       평소였으면 무슨 샌드위치 먹을지 신나게 떠들었을 텐데.

         

       이런 내 생각을 눈치챘는지 이혜정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키오스크 앞으로 다가갔다.

         

       “나도 너희랑 같은 거 먹을게. 고등어 샌드위치? 무슨 맛인지 궁금한데?”

         

       “…네.”

         

       그렇게 우리는 ppl로 제공된 샌드위치. 그중에서도 고등어 샌드위치 3개를 선택하고 안으로 들어갔다.

         

         

         

         

       **

         

         

         

       세트장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기다리니 다른 참가자들도 속속들이 도착했다.

         

       그리고 고등어 샌드위치는….

         

       “…이거 생각보다 맛있네요?”

         

       “그치? 먹길 잘했지?”

         

       생각보다 더 괜찮았다.

         

       처음에는 의심하던 박유정도 끝내 하나를 다 먹었으니 말이다.

         

       당연히 나도 하나를 다 먹었다.

         

       그리고 이혜정은….

         

       “…언니. 샌드위치 한 입도 안 드셨네요?”

         

       “…응, 지금 속이 좀 안 좋아서.”

         

       고등어 샌드위치를 단 한 입도 먹지 않았다.

         

       역시 그녀는 식사량을 극도로 조절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단기간에 이리 살을 뺀 거면 그 방법밖에 없으니까.

         

       ‘무리만 안 했으면 좋겠는데….’

         

       밖에서는 살을 빼기 위해 식사량을 줄였다고 해도 나아아 안에서는 그러면 안 된다.

         

       나아아의 고된 스케줄은 칼로리 소모가 엄청 나니까.

         

       이에 나는 이혜정을 걱정스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웅성웅성-.

         

       갑자기 입구 쪽이 소란스러워 그쪽을 쳐다 보니….

         

       “안녕하세요!”

         

       유 설이 도착해 있었다.

         

       “언니!”

         

       “언니, 방송 너무 잘 봤어요. 그때는 잘 들어갔….”

         

       유 설이 도착하자 많은 참가자들이 그녀에게 달려가 반겼다.

         

       아무래도 미래 데뷔가 거의 확실한 그녀에게 잘 보여서 떡고물이라도 얻고 싶었나보다.

         

       물론….

         

       “예린 언니. 샌드위치 뭐 드세요?”

         

       “예린 언니, 어제 방송에서 언니 진짜 예뻤어요.”

         

       …내 주변에도 떡고물을 바라던 애들은 많았다.

         

       첫주차 때 친해진 박유정과 이혜정 외 다른 참가자들이 갑자기 친한 척하며 내게 다가온 것이다.

         

       너무 속이 빤히 보여서 나는 그런 접근들을 일일이 다 선을 그었다.

         

       그리고 그 순간….

         

       “…….”

         

       샌드위치를 받고 길을 지나던 유설과 눈이 마주쳤다.

         

       우리 둘이 눈을 마주치자 주변도 조용해졌다. 아무래도 첫 방송을 기점으로 우리의 라이벌 관계는 공식적으로 자리 잡은 듯했다.

         

       “안녕? 예린아?”

         

       “…네, 안녕하세요.”

         

       먼저 유 설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인사하자 나도 마주 인사했다.

         

       “방송 잘 봤어. 우리 이번 주도 열심히 하자.”

         

       “…네.”

         

       지금은 저렇게 순수하게 웃고 있어도 카메라만 꺼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엄동설한이 되겠지.

         

       지잉-.

         

       카메라가 잘 돌아가고 있는 걸 곁눈질로 확인한 유 설이 내 어깨를 한 번 쓰다듬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럼 이만.”

         

       나는 돌아가는 뒷모습의 그녀를 보고 문득 그녀는 무슨 샌드위치를 골랐는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나는 이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

         

       그녀가 자리에 앉는 순간…, 기다렸다는 것처럼 무대에 한시우가 나왔으니까.

         

       아무래도 유 설이 마지막 도착이었나보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이렇게 10일 만에 다시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와아아아-!”

         

       한시우를 반기는 함성소리가 어째 1주차 때보다 작았다.

         

       이제는 그가 냉혈한이라는 걸 모르는 이가 없기 때문이었다.

         

       “이번 2주차부터 여러분은 팀을 나눠 경연을 하고…, 이를 라이브 무대를 통해 관객들에게 선보일 것입니다.”

         

       “…….”

         

       그의 말에 모두 긴장하며 침을 삼켰다.

         

       사실상 나아아의 본 게임은 팀 경연부터니까.

         

       시청자들도 이를 잘 알기 때문에 관심도가 더욱 집중될 것이고 우리의 개인 무대 직캠 영상도 앞으로 너튜브에서 수도 없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니 팀이 잘 뽑혀야 하는데….’

         

       “아마 팀이 잘 뽑혀야 한다고 다들 생각하고 있으시겠죠.”

         

       한시우는 우리 마음을 읽고는 다 안다는 듯 웃었다.

         

       그리고는….

         

       “…여러분은 아이돌이 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다소 의미심장한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아이돌이 되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니.

         

       떠오르는 것은 많았다.

         

       외모, 가창력, 춤 등등.

         

       하지만 한시우의 입에서 나온 것은 꽤 의외인 것이었다.

         

       “바로 운입니다, 운.”

         

       “…운?”

         

       실력으로 아이돌 중 탑을 찍은 사람이 가장 중요한 게 운이라고 하다니.

         

       “운이 없다면 아무리 실력이 좋아도 데뷔할 수 없고 운이 좋다면 아무리 실력이 나빠도 데뷔할 수 있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1차 팀 경연은 여러분의 운이 어떤지 알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한시우는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1차 팀 경연의 모든 요소. 즉, 팀 멤버, 곡 선정, 무대 순서는 모두 여러분의 운으로 정하게 될 테니까요.”

         

       “……에?!”

         

       그의 말에 분위기가 시끄러워졌다.

         

       하지만 아직 더 큰 것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여러분의 팀은 이미 정해졌습니다. 그걸 여러분들도 알고 있지요.”

         

       “……뭐?”

         

       “아니 그게 무슨….”

         

       이미 팀이 정해졌다니.

         

       모든 참가자들이 당황하며 술렁이기 시작했다.

         

       “…팀이 정해졌다고?”

         

       당황한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세트장에 막 도착한 참인데 팀이 정해져 있다니.

         

       혹시 제작진이 미리 제비뽑기라도 해 놓은 건가?

         

       아니, 근데 분명히 한시우는 우리가 이미 팀을 알고 있다고 했다.

         

       갑자기 알쏭달쏭 퀴즈 같은 한시우의 말에 내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그때….

         

       “……어.”

         

       내 손에…, 아직 쓰레기통을 찾지 못해 버리지 못한 쓰레기가 눈에 띄었다.

         

       [으라차차 샌드위치 – 고등어 샌드위치]

         

       바로….

         

       고등어 샌드위치 포장지가.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고등어 샌드위치를 일본에서 실제로 먹어 봤는데 맛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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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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