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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3

       SAV 서유진의 안하무인이라는 특성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녀의 인생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녀는 자식이 오랫동안 없었던 집안의 늦둥이로 태어났다.

         

       평생 둘이서만 살 줄 알았던 부부에게 중년의 마지막 선물처럼 아이가 태어났으니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갈 수밖에.

         

       거기에 서유진은 집안도 풍족했다.

         

       아빠는 잘 나가는 중견기업 대표에 엄마는 은퇴한 음악교수.

         

       서유진은 부모의 사랑을 받으며 하고 싶은 건 뭐든지 할 수 있었고 하기 싫은 것은 안 하면 그만이었다.

         

       공부는 하기 싫어서 안 했다.

         

       음악은 어릴 때부터 엄마의 영향을 받아 흥미가 있었다.

         

       외모가 뛰어나고 집에 돈도 많아서 주변에 사람이 많았다.

         

       그런 그녀의 음악성과 외모를 보고 일찍이 SAV에서 그녀를 영입했다.

         

       국내 3대 기획사 중 하나인 SAV에 들어가니 그녀의 어깨는 더 올라갔다.

         

       자신이 원하는 모든 걸 할 수 있었던 그녀는 아이돌이라는 꿈도 생겼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SAV에서는 이미 2년 전 걸그룹을 하나 낸 바람에 지금 당장 데뷔를 할 수는 없다는 것.

         

       이에 SAV는 연습생인 서유진을 나아아에 내보냈다.

         

       여기서 경험과 인지도를 쌓으면 나중에 SAV에서 다시 데뷔할 때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테니까.

         

       서유진도 그런 회사의 의도를 알았기에 나아아에서 최대한 자신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어느 곳을 가도 가장 눈에 띄는 그녀였기에.

         

       어느 곳에서도 무엇이든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그녀였기에.

         

       서유진은 나아아에서도 자신이 가장 눈에 띄는 참가자이고 자신이 원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유 설과 하예린.

         

       그 두 사람은 자신이 봐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빛나는 사람들이었으니까.

         

       외모로 보나 노래, 춤으로 보나.

         

       서유진은 두 사람을 보고 그녀의 인생 17년 만에 우월감 대신 추한 질투심을 느껴야 했다.

         

       그렇게 그녀 인생의 변곡점이라 부를 만한 나아아 1주차가 지나고.

         

       그녀는 집으로 돌아와 다짐했다.

         

       2주차 때부터는 유 설과 하예린을 뛰어넘어 가장 큰 활약을 보인 참가자가 되겠노라고.

         

       ‘그러려면 뭐든지 열심히 해야겠지.’

         

       서유진이 리더와 센터를 동시에 하겠다고 한 것도 그런 의미에서였다.

         

       리더와 센터를 동시에 성공적으로 수행하면 시청자들의 눈에 띄게 될 테니까.

         

       하고 싶은 것은 늘 뭐든지 했던 그녀였기에 다른 이들의 자리를 뺏는다는 죄의식도 없었다.

         

       그렇다.

         

       서유진의 욕심 가득한 행동에는 악의나 치밀한 계략같은 것은 없었던 것이다.

         

       단지 유 설과 하예린을 뛰어 넘고 싶다는 열정이었을 뿐.

         

       물론….

         

       그 열정의 방향과 방식이 매우 잘못되었지만 말이다.

         

         

         

         

       **

         

         

       

       

       

       

       “…….”

         

       “…….”

         

       꽤나 어이없는 상황에 말문이 막혔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랬다가는…, 저 미꾸라지 서리더가 센터까지 채갈 테니까.

         

       나는 우선 마음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그녀를 천천히 설득하기 시작했다.

         

       “유진아, 너는 이미 리더잖아. 그런데 센터까지 하겠다고? 너한테 너무 힘든 일일 거야. 부담도 심하고.”

         

       “다른 오디션 프로 보니까 리더랑 센터랑 겸하는 경우도 많더라구요. 부담감도 괜찮아요. 저 잘할 수 있어요.”

         

       하지만 서유진은 괜찮다는 듯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모습을 보고서 나는 심하게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네가 잘하고 못하고 문제가 아니라고 이 씨….’

         

       지금 서유진의 모습은 그저 떼쓰는 어린아이나 다름없었다.

         

       이런 그녀를 어떻게 설득하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아 나는 벙찔 수밖에 없었다.

         

       그때였다.

         

       “…저기.”

         

       우리의 대화를 지켜보고 있던 이혜정이 조심스레 손을 들고 말했다.

         

       “역시 센터는 가장 중앙에서 자리를 잡는 역할인데다 댄스 브레이크에서도 중심이 되니 춤을 잘 추는 사람이 하는 게 좋을 것 같아.”

         

       “네, 저 춤 잘 춰요.”

         

       “하지만….”

         

       이혜정은 착한 사람이었다.

         

       소심한 사람이고 남에게 싫은 말을 잘 못했다.

         

       그렇지만….

         

       “유진이 너보다 예린이가 춤을 더 잘 추잖아.”

         

       그녀는 나아아 외에도 다른 오디션 프로에서 7위까지 올라갔던 고단수이기도 했다.

         

       물론 그게 5년 전…, 지금은 22살인 그녀가 17살 때 일이긴 하지만 아직 그녀에게 그때의 승부사 기질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예린이가 춤을 더 잘 추는데 리더를 맡고 있는 네가 굳이 센터까지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

         

       “그건…….”

         

       이혜정이 논리정연하게 심지어는 악의도 없이 그렇게 얘기하니 서유진의 말문이 막혔다.

         

       그 분위기를 타 이혜정이 내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예린이 너는 어때?”

         

       “…저요?”

         

       “그래, 나는 예린이 네가 센터를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

         

       여기서도 못 받아먹으면 등신이다.

         

       나는 이혜정의 물음에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하고 싶기도하고 잘할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이익.”

         

       내가 센터 출마 의지를 드러내자 서유진이 견제라도 하듯 나를 노려보았다.

         

       물론 나도 거기에 물러서지 않았다.

         

       “…….”

         

       “…흣.”

         

       나는 평소와 별다름없는 눈으로 서유진과 마주했다. 이에 밀렸다 생각했는지 서유진이 눈을 조금 깔았다.

         

       그렇게 나와 서유진이 서로 양보를 하지 않고 센터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자 나선 것은 박유정이었다.

         

       “그러면 투표를 하는 건 어때요?”

         

       “투표?”

         

       “네, 저는 솔직히 예린 언니랑 유진이 둘 다 센터에 잘 어울릴 것 같아요. 그러니 투표를 통해 정하는 거죠.”

         

       투표라…, 내게는 나쁠 게 없었다.

         

       찬성이라는 의미로 고개를 끄덕이며 서유진 쪽을 보니….

         

       “저도 좋아요!”

         

       서유진도 자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러면 말 나온 김에 지금 당장 해볼까요? 먼저 유진이가 센터하는 게 낫다는 쪽 손들어 주세요.”

         

       그렇게 박유정의 진행 하에 투표는 곧바로 시작되었다.

         

       서유진은 자신의 이름이 불리자마자 곧바로 손을 들었다.

         

       그런데….

         

       “…….”

         

       “…….”

         

       그녀 외에 손을 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서유진이 배신감 가득한 눈으로 다른 팀원들을 보는 것도 잠시…, 박유정이 바로 진행을 이었다.

         

       “그러면 이번에는 예린 언니가 센터 하는 게 좋다는 쪽 손들어 주세요.”

         

       스윽.

         

       슥.

         

       내 이름이 불리자마자 나머지 팀원들이 기다렸다는 듯 손을 들었다.

         

       “…크읏.”

         

       서유진은 나머지 팀원들이 모두 나를 뽑은 것을 보고는 패배감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제 1차 서분탕의 난은 그렇게 민주주의로 진압되고…, 나는 고대하던 센터를 맡을 수 있게 되었다.

         

         

         

         

       **

         

         

         

         

       물의를 빚을 뻔했던 리더와 센터 선정을 어쨌든 성공적으로 마무리 짓고 우리는 곧바로 곡 회의를 진행했다.

         

       서리더는 그래도 예상외로 리더 일에 소홀하지는 않았다.

         

       “자, 다 정해졌으면 시간 없으니 편곡 방향부터 정하죠. <Where is my first love!>는 워낙 잘 뽑힌 곡이기도하고 컨셉도 나아아랑 잘 맞는 것 같으니 원곡 느낌을 최대한 살리는 쪽으로 가는걸로 할게요.”

         

       …독재자 느낌이 조금 있기는 했지만 그녀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다.

         

       “좋은 것 같아.”

         

       “나도.”

         

       조금의 편곡이나 변화를 줘도 되긴 하지만 괜히 잘못 건드렸다가 마이너스만 될 수도 있으니까.

         

       원곡 그대로 가자는 서유진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 그러면 안무부터 딸까요?”

         

       서유진은 곧바로 제작진들에게 지급받은 태블릿 화면을 켰다.

         

       안에는 <Where is my first love!>의 원래 안무 영상이 담겨 있었다. 우리는 우선 그것을 재생하여 다 같이 보았다.

         

       ♪♬♩-!

         

       “흐음….”

         

       “이거….”

         

       안무 영상을 보는 우리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생각보다 안 어려운데?”

         

       <Where is my first love!>의 원래 안무가 그다지 어렵지 않기 때문이었다.

         

       굳이 따지면 나아아 테마곡인 <We are dreaming idol!>과 비슷한 난이도랄까.

         

       “흠….”

         

       리더인 서유진은 안무 영상이 끝나자 잠시 골똘히 생각하더니 입을 열었다.

         

       “제가 볼 땐 안무도 그대로 따라가도 될 것 같은데…, 혹시 창작하고 싶으세요?”

         

       서유진이 그리 말하며 바라본 것은 나였다.

         

       이에 나는 당연하게도….

         

       “아니.”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내가 스탯을 올려 춤 실력을 강제로 높이긴 했지만 그렇다고 창작 능력까지 덩달아 오른 것은 아니니까.

         

       내가 안무 창작 욕심이 없다는 뜻을 강력하게 피력하자 서유진도 고개를 끄덕이고 다음으로 나아갔다.

         

       “그러면 파트 분배부터 시작하죠.”

         

       그 후로 우리 팀은 순풍이라도 만난 것처럼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

         

         

         

         

       1차 팀 경연은 처음 팀과 곡 선정을 하고 나서 일주일 후 즉 8일째 이뤄진다.

         

       그리고…, 4일째에 중간평가를 한 번 치른다.

         

       진행도가 어떤지 프로듀서와 트레이너들에게 확인받는 과정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대부분의 연습생들이 4일 만에 무대를 마스터할 수는 없기에 중간평가에서 많이 깨진다.

         

       하지만….

         

       “후우…, 됐어요…!”

         

       우리 팀은 중간평가 3일째 밤에 모든 퍼포먼스 숙지를 마쳤다.

         

       이는 우리 팀이 꽤나 높은 등급의 참가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다….

         

       ‘언니들-! 거기 동작 안 맞잖아요! 다시 해요!’

         

       ‘아니, 이게 어려워요? 이게? 이게?’

         

       서유진이 뒤처지는 낮은 등급의 팀원들을 미친 듯이 닦달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물론 나이가 제일 적은 서유진의 구박에 그들이 서러워하는 듯한 느낌은 있었지만….

         

       당장 무대가 급한 와중에 그녀에게 항의하거나 서러운 감정을 표출하는 이는 없었다.

         

       “자! 이제 다 같이 모여서 한 번 확인해 봐요!”

         

       우리는 그동안 연습하면서 이를 태블릿 pc로 찍어서 영상으로 확인해 보곤 했다.

         

       이번에도 합을 맞추며 영상을 찍은 우리는 이를 한 번 확인해 보기로 했다.

         

       ♪♬♩-!

         

       영상이 시작되자 모두들 진지한 눈이 된 채로 혹여 놓친 부분은 없는지 실수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기 시작했다.

         

       특히 서유진은 혹여 낮은 등급 팀원들의 안무 중 꼬투리 잡을 게 있는지 집요하게 확인했다.

         

       그리고….

         

       “오케이, 된 것 같아요.”

         

       영상이 끝난 후 그녀의 입에서 오케이 사인이 나왔다.

         

       “이 정도면 중간평가에서 책 잡히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와아-!”

         

       “후우-!”

         

       그녀가 그림 말하자 낮은 등급의 팀원들이 쓰러지듯 바닥에 누웠다.

         

       서유진은 영상을 다시 한번 돌려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는 박유정도 마찬가지였다.

         

       “보통 등급 평가에서 안무 숙지도 제대로 못 해서 혼나는 경우는 파다한데 저희는 그러지는 않겠네요.”

         

       그리고는 해맑게 웃으며 내 쪽을 바라보았다.

         

       “저희 내일 칭찬 받겠어요. 어쩌면 1차 팀경연에서 1등할 수도 있….”

         

       하지만….

         

       “……언니?”

         

       “…….”

         

       나는 우리의 안무 영상을 보고 마냥 웃지 못했다.

         

       이는 원래 A등급이었던 이혜정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나와 같은 부분을 보고 있었던 건지 나를 향해 우려의 목소리로 물었다.

         

       “예린아…, 이거….”

         

       “일단은…, 그대로 가죠. 지금 당장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니까.”

         

       “……그래.”

         

       그리고는 나를 믿는다는 듯 내 어깨를 툭툭 쳐주었다.

         

       아무래도 내일….

         

       마냥 순조로운 중간평가가 될 것 같지는 않으리란 예감이 들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제가 오늘 밤 약속이 있어서 12시간 뒤에 올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일단 열심히 노력해보긴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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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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