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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47

       내가 태블릿 pc를 켜서 팀원들에게 보여 준 것은 바로 <Where is my first love!>의 뮤직 비디오였다.

         

       “음…?”

         

       “뮤비네요…?”

         

       “근데 이건 갑자기 왜….”

         

       “한 번 봐봐.”

         

       어제 내가 수백 번 돌려 봤던 <Where is my first love!>의 뮤직 비디오.

         

       그중에서도 내가 팀원들에게 보여 준 것은….

         

       “여기. 내가 이번 무대에서 중점적으로 삼고 싶은 컨셉은 이거야.”

         

       뮤직비디오의 첫 부분.

         

       아직 사랑에 관심 없는 소녀가 꾸미지 않고 친구들과 어울리지도 않은 채 혼자 책에 파묻혀 있는 모습이었다.

         

       “네? 이거요?”

         

       “아…, 그러면 언니가 너드(Nerd)쪽으로 가자는 게 그 너드였구나…. 진짜 너드….”

         

       “그래, 처음 무대 컨셉을 소심하고 음침한 미소녀로 가는 거야. 그러면 굳이 분위기를 위해 처음부터 웃을 필요 없지.”

         

       “흐음….”

         

       팀원들의 반응은 당연히 부정적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뮤비 속 내가 집은 소녀의 모습은 커다란 안경, 더부룩한 앞머리, 발목까지 오는 긴 치마 등 어딜 봐도 아이돌 같은 모습이 아니었으니까.

         

       이런 분위기를 파악한 박유정이 먼저 내게 말했다.

         

       “그…, 언니. 언니 말은 알겠는데 이렇게 되면 관객들이 싫어하지 않을까요? 사람들은 분명 사랑스러운 소녀의 모습을 더 원할 텐데….”

         

       “사랑스러운 컨셉으로 가면 분명히 중간 이상은 가겠지. 하지만 너무 뻔하지 않아?”

         

       테일로즈

         

       <Where is my first love!>

         

       사랑스러운 미소녀.

         

       이 셋은 너무나도 뻔하고 확고해서 관객들은 곡 제목을 듣는 순간 우리가 어떤 무대를 보일지 십중팔구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이거를 너드로 트는 거야. 음침한 미소녀는 분명히 수요가 있어. 이것을 우리가 잘 소화해내기만 하면 분명히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을 거야.”

         

       내가 확고하게 말하자 이번에는 서유진이 우물쭈물 손을 들었다.

         

       그녀는 여전히 기는 죽어 있는 상태였지만 꼭 할 말이 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요…. 우리가 이걸 소화할 수 있을까요? 아니, 나머지 사람들은 그렇다 치고….”

         

       스윽-.

         

       서유진이 내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언니 얼굴을 보고 누가 감히 너드라고 생각할까요?”

         

       그녀의 말에 내가 고개를 돌려 거울 속 내 얼굴을 보았다.

         

       고양이 눈매와 갸름한 턱. 완벽한 이목구비까지.

         

       지금 모습만 보고 나를 음침 미소녀라 생각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건 괜찮아. 코디랑 연기로 해결할 수 있어.”

         

       “…네?”

         

       코디는 그렇다 치고 연기라는 말에 팀원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나는 정말 자신이 있었다.

         

       ‘이건 연기가 아니니까.’

         

       이번 생의 나는 조용히 살고 싶어도 외모 때문에 주변에서 가만히 놔두지 않았지만 저번 생의 나는 고아인데다 소심해서 주변에 아무도 없었다.

         

       전생에서 고등학교 시절 나는 늘 혼자서 독서실에 파묻히곤 했다.

         

       <Where is my first love!> 뮤직 비디오 속 소녀가 사랑을 찾기 전 모습처럼.

         

       그러니 이건 연기가 아니다.

         

       단순히 기억일 뿐.

         

       이번에도 내가 자신 있다는 표정을 짓자 주변에서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아직 걸리는 게 있는지 또다시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

         

       “저…, 예린아.”

         

       그녀는 나보다 한 살 많은 C등급의 팀원이었다.

         

       “네가 이렇게 자신 있어 하는 모습은 처음이라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너드, 음침 미소녀 너무 이런 컨셉으로만 가면 분위기가 처질 수도 있지 않을까?”

         

       이것도 예리한 지적이었다.

         

       경연에서는 아무래도 밝은 분위기의 곡이 관객들의 투표와 호응을 유도할 수 있어서 유리하다.

         

       그러니 너무 너드로만 가면 분위기가 다운돼서 아무리 무대를 잘 치러도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다.

         

       물론….

         

       “그것도 생각해 둔 게 있어요.”

         

       이에 대한 해결책도 있었다.

         

       “다들 한 번 가까이 오시겠어요?”

         

       내 손짓에 팀원들이 순순히 가운데로 모였다.

         

       나는 가까이 온 그들에게 내가 생각한 것을 이러쿵 저러쿵 속삭였다.

         

       “우선 처음에만…, 그다음 댄스브레이크랑 2절부터는…, 반전처럼 이렇게…, 어때요?”

         

       “……!”

         

       내 설명을 들은 팀원들은 무언가 깨달은 사람들처럼 눈을 번뜩였다.

         

       그리고는 생각에 빠진 듯 잠시 침묵하더니 곧 대답이 튀어나왔다.

         

       “괜찮을 것 같은데요?”

         

       가장 먼저 대답한 것은 박유정이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 주장에 힘을 실어 주었다.

         

       “물론 전보다 난이도가 올라가긴 하지만 잘만 하면 좋은 무대가 될 것 같아요.”

         

       박유정이 그리 말하자 다른 팀원들도 동의했다.

         

       “확실히 재밌을 것 같네.”

         

       “예린 언니, 아이디어 좋은 것 같은데요?”

         

       “나도 찬성.”

         

       그리고 마지막으로….

         

       “할 만할 것 같긴 해요.”

         

       서유진도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케이, 그러면 이걸로 가는걸로.”

         

       그렇게 우리 고등어 샌드위치 팀의 경연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다.

         

         

         

         

       **

         

         

         

         

       한시우가 두 번째 중간평가를 보기 위해 오기로 한 시간은 점심을 먹고 난 후 오후였다.

         

       이에 우리는 점심도 거르고 연습을 이어 나갔다.

         

       안무와 노래는 이미 숙지했지만 무대 구성이 바뀐 만큼 동선이나 다른 것들을 다시 정해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자, 2절 센터는 누가 할래?”

         

       …새로운 센터 한 명도 정해야 했다.

         

       무대 1절의 컨셉을 너드로 정했으니 1절 센터는 소심한 표정을 연기하면 될 뿐 밝은 미소를 보일 필요는 없다.

         

       이에 내가 1절의 센터를 맡아도 문제가 없었지만…, 2절은 달랐다.

         

       이에 내가 2절에서 센터를 할 이를 새로이 뽑으려 하니….

         

       “…예?”

         

       “그게 무슨….”

         

       다른 팀원들이 당황했다.

         

       “언니가 끝까지 센터하는 게 낫지 않겠어요?”

         

       “그랬으면 좋겠는데…, 알잖아. 우리 계획대로라면 마지막에 한 번 밝게 웃을 필요가 있는데 내가 거기서 웃을 자신이 없어.”

         

       내 말에 박유정이 직접 그린 듯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언니, 웃는 게 근데 그렇게 안 돼요? 이렇게 한 번만 웃으면 되는데?”

         

       즉흥적으로 지은 박유정의 미소는 정말 너무나도 행복해 보일 정도였다.

         

       “…응, 나는 안 돼.”

         

       나는 연기력 스탯이 18이고 박유정의 연기력은 93이니까.

         

       내가 그녀의 표정 연기를 못 따라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후우…, 언니가 그리 말하면 어쩔 수 없죠. 그러면 2절의 센터는 누가 할까요?”

         

       “…….”

         

       박유정이 화두를 꺼내자 모두들 침묵했다.

         

       나도 속으로 누구를 2절 센터로 할지 생각했다.

         

       후보는 총 2명이었다. 바로 박유정과 서유진.

         

       일단 박유정.

         

       그녀는 표정 연기가 뛰어나서 밝은 미소와 함께 분위기를 단박에 끌어 올릴 수 있다.

         

       그리고 서유진.

         

       그녀는 춤과 노래 모두 준수한 스탯을 가지고 있고 표정 연기를 하는데 적합하기에 그녀 역시….

         

       …….

         

       …어?

         

       나는 박유정과 서유진의 스탯을 재면서 누가 센터로 적합한지 고민하다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서유진의 연기력 스탯.

         

       [연기력 : 1]

         

       18인 나보다도 훨씬 더 처참한 그녀의 스탯이 눈에 띈다.

         

       이 정도면 아무리 간단한 연기라도 불가능한 수준이다.

         

       그런데 서유진은 어떻게 안무 연습을 할 때 그렇게 표정 연기를 할 수 있었지…?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그녀에게 물었다.

         

       “유진아!”

         

       “…네, 네?”

         

       “너는 어떻게 스탯이 1이면서…, 아니, 어떻게 무대에서 그렇게 표정 연기를 잘할 수 있는 거야? 혹시 무슨 비결이라도 있어?”

         

       내 갑작스런 질문에 서유진이 얼떨떨해하다가 말했다.

         

       “비결…, 그런 거 없는데…, 요.”

         

       “…음? 그러면….”

         

       그리고 그녀의 대답은….

         

       “그냥…, 무대하면 즐거우니까…. 그래서 웃는 거죠.”

         

       “…뭐?”

         

       …상당히 충격적이었다.

         

       ‘연기가 아니라 그냥 즐거워서 웃는 거라고…?’

         

       그래…, 확실히 진심으로 즐겁다면 굳이 웃는 연기를 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나는 무대가 즐겁지 않았다는 건가?

         

       ‘그건 아닌데….’

         

       나는 무대를 하면서 분명히 즐거웠다.

         

       몸을 움직이고 노래를 부르고 땀을 흘리고….

         

       이 모든 것들은 내게 행복감을 주었으니까.

         

       내가 고민하며 끙끙 앓으니 박유정도 내게 충고를 하듯 말을 건넸다.

         

       “맞아요, 언니! 연기의 기본은 진심에서 시작하는 거예요!”

         

       연기의 기본은 진심에서 시작하는 거라…. 그래, 맞다.

         

       내가 너드 연기에 자신 있는 것도 내가 그 경험이 기억에 남아 있기 때문이었지.

         

       “웃는 게 어려우면 웃을 만한 일이나 사람들을 한 번 떠올려 보는 건 어때요?”

         

       “웃을 만한 일이나 사람…?”

         

       “음…, 예를 들어 부모님?”

         

       “부모님….”

         

       나는 박유정의 말에 곧바로 우리 부모를 떠올려 보았다.

         

       음….

         

       “…으으윽.”

         

       으윽…, 주화입마가….

         

       “어, 언니!”

         

       “…어, 그래. 유정아. 나 방금 혹시 웃었니?”

         

       “아, 아뇨.”

         

       박유정이 고개를 젓자 다른 팀원들이 사색이 된 표정으로 말했다.

         

       “어, 엄청 무서운 표정 지었어요.”

         

       “이완용이 눈앞에 있다면 이런 표정을 지으려나…, 싶을 정도였어요.”

         

       “…….”

         

       …역시 우리 부모는 안 되겠다.

         

       스윽-.

         

       이에 나는 눈을 감고 다른 사람들을 떠올려 보았다.

         

       이혜정, 박유정, 이지우, 강수현, 상구 오빠.

         

       그리고….

         

       ‘사장님.’

         

       나를 아끼고 나를 위해주는 사람들.

         

       나는 그 사람들을 떠올리며 그 사람들과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때였다.

         

       “…어어?!”

         

       “언니-! 방금 웃었어요! 더 해 봐요!”

         

       “…더? 알았어.”

         

       이번에 나는 사람이 아니라 즐거웠던 일을 떠올려 보기로 했다.

         

       강형만이 내게 처음으로 식구라고 했던 날.

         

       이지우와 강수현에게 처음으로 트레이닝을 배운 순간.

         

       나아아 등급평가에서 심사진들에게 극찬을 받은 일.

         

       그리고….

         

       나아아 1화가 방영되고 나를 부르짖던 수많은 대중들의 목소리.

         

       두근.

         

       다시 생각해도 가슴 뛰는 일이었다.

         

       그리고….

         

       ‘즐거워.’

         

       즐거운 일이었다.

         

       나는 그렇게 여운을 느끼며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

         

       “…….”

         

       눈을 떴을 땐 주위 팀원들이 조금 멍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왜? 또 무서운 표정 지었어?”

         

       “…아뇨, 그게 아니라….”

         

       박유정이 멍한 얼굴에 입꼬리를 점점 올리더니 이내 엄지까지 들어 올리며 말했다.

         

       “언니! 방금 웃는 모습 엄청 예뻤어요! 무대에서도 그렇게만 하면 완전 대박일 것 같은데?!”

         

       “…그래?”

         

       그때였다.

         

       [스킬 개방 조건을 충족하셨습니다-!]

         

       [고유 스킬 천마신공(天魔神功)이 개방됩니다.]

         

       ……뭐?

         

       [스킬 : 천마신공(天魔神功) – 무(武)의 시대는 갔습니다. 그렇다고 당신의 시대가 간 것은 아닙니다. 당신은 무공(武功) 뿐만 아니라 괴이(怪異)와 술법(術法)을 다루는데도 일가견이 있으니까요. 부디 천마신공(天魔神功)을 대성하여 천하를 그대 이름 밑에 두십시오!]

         

       …타이틀만 천마인 줄 알았는데 나는 천마신공까지 사용 가능하게 되었다.

         

       ‘…이제 뭐 그러면 하늘이라도 가를 수 있나?’

         

       나는 천마신공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기 위해 스킬창을 한 번 더 눌렀다.

         

       그랬더니 새로운 창이 떠올랐다.

         

       [천마신공 1차 스킬 : 천마환혹(天魔幻惑) – 당신의 감정을 극대화하여 타인의 감정을 지배할 수 있습니다. (1일 1회 사용 가능)]

         

       천마환혹(天魔幻惑).

         

       내 감정을 극대화하여 타인의 감정을 지배하다니….

         

       설명이 애매하긴 하지만 대충 뜻은 이해할 수 있었다.

         

       “…언니? 왜 갑자기 그렇게 멍한 표정을 지으세요?”

         

       “…유정아.”

         

       이것만 있으면….

         

       “1절, 2절 센터 다…, 내가 서도 될 것 같은데…?”

         

       …2절 센터까지 내가 서는 것도 꿈은 아니었다.

         

       아니.

         

       내가 반드시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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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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