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50

       하지만 나아아 제작진은 인간의 마음을 가지고 노는 악마들이었다.

         

       바로 고등어 샌드위치 팀이 무대를 시작하기 직전 광고를 넣어 버린 것이다.

         

       “아오 씨발~ 진짜 광고 타이밍 좆같네…!”

         

       “왜 여기서 광고를 쳐 넣는 거야.”

         

       마치 억겁과도 같이 느껴지는 1분.

         

       그 1분 동안 중대원들은 하예린 극성 광신도 유창선 병장의 눈치를 보며 한 마디씩 꺼냈다.

         

       “근데 아까 제목 보니까 <Where is my first love!>던데 그거 테일로즈 노래 아닙니까?”

         

       “아니 테일로즈 노래면 귀여운 옷이나 입지 왜….”

         

       그때 아예 눈치가 박살난 분대장 중 한 명이 하하 웃으며 말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저희도 유 설이나 빠는 건 어떻습니까? 솔직히 하예린보다 더 나은 것 같기도하고…, 옆 중대 군악대에서도 유 설을 더….”

         

       물론….

         

       “…….”

         

       “……죄송합니다.”

         

       금방이라도 목을 찌를 듯한 유창선 병장의 살벌한 눈빛에 진압되었지만 말이다.

         

       하예린 대신 유 설을 빨자는 말에 유창선 병장이 목소리를 깔고 입을 열었다.

         

       “유 설? 너는 지금 그 애새끼 같은 년을 빨자는 거냐?”

         

       “…아니, 그게 아니라 군악대에서도….”

         

       “군악대 그 늙은이들이 뭘 알아! 그 늙은이들 트럼펫 불고 바이올린이나 당길 줄 알지 아이돌에 대해서 뭘 아냐고!”

         

       “…….”

         

       군악대 중에서는 전직 아이돌 연습생들도 많았다.

         

       되도 않는 억까였지만 유창선 병장은 기를 쓰고 그들을 깎아내리며 여론을 통제했다.

         

       “그냥 다들 닥치고 믿음으로 지켜봐. 이번에도 예린이가 확실하게 보여 줄 테니까.”

         

       그렇게 유창선 병장의 말을 끝으로 광고가 끝나고 무대가 다시 시작되었다.

         

       하지만 전과 다른 것이 있었다.

         

       “음?”

         

       “앉아 있네?”

         

       광고 시작 전에는 서 있었던 고등어 샌드위치 팀원들이 이번에는 무대 위 설치 되어 있는 책상과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책상과 의자는….

         

       “저거 학교 책상이네.”

         

       “아, 맞는 것 같습니다.”

         

       여느 학교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목제 책상과 의자였다.

         

       고등어 샌드위치 팀원들은 옆모습이 보이게 일렬로 앉아 분홍색 커버로 된 책을 읽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옷도 교복이네.”

         

       “컨셉이 여고생인가 봅니다.”

         

       “뭔가 스토리가 있는 것 같기도하고…, 살짝 뮤지컬 같습니다.”

         

       그렇게 무대를 시작하고 한참이 지나도 고등어 샌드위치 팀원들은 책상에 앉아 책을 읽을 뿐이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턱.

         

       가장 가운데의 하예린이 돌연 읽던 책을 덮었다.

         

       그리고 그 옆에 준비되어 있던 펜을 들고 책 커버에 무언가를 슥슥 적기 시작했다.

         

       “뭐지? 뭐라 적는 거지?”

         

       “안 보여.”

         

       중대원들의 애탄 마음에 답이라도 해주는 듯 카메라는 그대로 줌 되어 하예린이 책 커버에 적은 문구를 비췄다.

         

       [내 첫사랑은 어디 있을까?]

         

       [나도…, 사랑을 해 보고 싶다.]

         

       파앗-!

         

       동시에 하예린의 얼굴샷으로 변환되는 화면.

         

       “……!”

         

       “……!”

         

       당연히 그럴 리 없지만 순간 중대원들은 하예린이 그들을 쳐다 봤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렇게 한 번 중대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채 암전된 무대.

         

       그리고 다시 불이 켜졌을 땐.

         

       [꺄아아악-!]

         

       [와아아아아-!]

         

       팬들의 함성과 함께 책상과 의자는 모두 치워진 채로 본무대가 시작되었다.

         

       ♪♬♩-!

         

       통통 튀는 박자와 함께 설렘 가득 시작되는 인트로.

         

       하지만 원곡과 다른 것이 있다면…, 바로 밝은 분위기가 원곡에 비해 덜 하다는 것.

         

       물론 그렇다고 무대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똑같은 삶, 똑같은 학교.

         

       -재미는 없지만 따분해.

         

       -세상은 지루하고 곁에는 아무도 없어.

         

         

       조금은 소심한 동작들과 소심한 표정.

         

       그 작지만 확실한 행동들은 중대원들의 마음을 왠지 모르게 애태웠다.

         

       “저 학교 다닐 때도 저런 애들 있었는데 말입니다.”

         

       “나도.”

         

       “막 맨날 구석 자리에서 책만 읽고.”

         

       다른 아이들과 어울리지 않고 혼자만의 세상에 빠져드는 조금은 음침한 아이들.

         

       물론 그들의 학창 시절 속 그녀들은 저렇게 예쁘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고등어 샌드위치 팀의 코디와 무대는 중대원들의 학창 시절을 연상케 하는데 충분했다.

          

       특히 하예린.

         

         

       -세상을 책으로 배워.

         

       -사랑도.

         

       -사랑은 뭘까.

         

         

       누구보다 화려한 외모를 가졌음에도…, 어떻게 하예린은 저 음침한 모습이 저리도 잘 어울리는 걸까.

         

       마치 방금 만화를 찢고 나온 음침 오타쿠 미소녀의 모습을 한 하예린에 중대원들은 자기도 모르게 배시시 미소를 지었다.

         

       물론 하예린만 컨셉에 어울리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을 한다는데

         

       -내 첫사랑은 어디 있을까.

         

       -그건 누구일까.

         

         

         “쟤도 예쁘네 이름 뭐였지?”

         

       “박유정…, 이었던 것 같습니다.”

         

       “와…, 저는 그 옆에 서유진이 너무 예쁜 것 같습니다. 뭔가 귀여우면서…, 막…. 어후.”

         

       이어지는 이혜정의 브릿지에서도 중대원들은 감탄했다.

         

         

       -Where is my first love-!!

         

         

       “와 씨 노래 개 잘 불러. 쟤는 누구냐?”

         

       “쟤, 걔입니다. 그 K스타 7등까지 했던 이혜정 있지 않습니까?”

         

       “아, 쟤가 걔야? 미친 개이뻐졌네.”

         

       “…개귀엽다. 그리고 몸매가 와 씨….”

         

         

       -그건 혹시 널까.

         

       -두근두근.

         

       -너를 볼 때 느끼는 이 감정

         

       -이건 사랑일까.

         

         

       브릿지가 끝나고 나온 후렴.

         

       여기서 단체로 부끄럽고 애가 타는 표정으로 군무가 이어지자 중대원들이 까무러쳤다.

         

       “아오…, 막 깨물어 주고 싶습니다.”

         

       “예린이 눈독 들이지 마라, 죽여 버린다.”

         

       “와…, 저런 찐따미도 좀 꼴리네.”

         

       그렇게 대단한 충격은 없어도 보는 눈 즐겁게 무대가 진행되던 그때였다.

         

         

       -이게 사랑….

         

       -아….

         

       -그래, 이게 사랑.

         

       -내 첫사랑.

         

         

       파앗-.

         

       “엇.”

         

       “뭐야, 시발 갑자기.”

         

       뭔가 여운이 느껴지는 대사와 함께 노래가 2절에 돌입하기 직전 무대가 암전되었다.

         

       처음 중대원들은 TV가 꺼졌나 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뭐야…?]

         

       [웅성웅성.]

         

       무대를 라이브로 보고 있던 화면 속 관객들도 갑작스런 암전에 당황했는지 웅성댔다.

         

       그리고 다시 무대에 불이 켜졌을 때.

         

       파앗!

         

       [……!]

         

       “……!!”

         

       화면 속 관객들도…, 중대원들도… 아무말도 못 하고 숨을 들이켰다.

         

       무대 위 멤버들의 무대의상이 전과 180도 다르게 바뀌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촌스럽게 묶여져 있던 머리는 치렁치렁 풀어져 있고, 안경은 집어던진데다, 답답한 긴 치마는 어디다고 허벅지가 드러나는 조금은 과감한 짧은 치마가 입혀져 있다.

         

       특히 가장 가운데에 선 하예린이 마지막으로 머리를 풀고 안경을 집어던지는 모습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아르테미스의 목욕 장면을 훔쳐본 악타이온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

         

       “…….”

         

       중대원들은 눈앞에 황홀한 광경에 얼어붙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중생들을 귀엽게 보기라도 한듯 여신이 자비를 베풀었다.

         

       씨익-.

         

       “…어?”

         

       …웃는다.

         

       나아아에서 한 번도 웃는 모습을 보여 준 적 없었던 얼음공주 하예린이.

         

       쩌적-.

         

       사랑의 힘으로 저주를 깬 것처럼 헤실헤실….

         

       너무나도 행복하게 장난꾸러기의 웃음같은 익살스러움까지 갖춘 채 웃으면서…

         

         

       -내 첫사랑.

         

       -그건, 너.

         

         

       화면 밖 중대원들을 가리킨다.

         

       아.

         

       유창선 병장은 그 순간 잠에서 깨어났다.

         

       “야! 이제 일어나!”

         

       “어…?”

         

       “야! 유창선! 집 안 가? 일어나, 새끼야. 종례까지 다 끝났어!”

         

       “…지, 집? 뭐, 뭔 소리야. 나 아직 군생활 72일….”

         

       “뭐라는 거야, 정신 차려, 이 새끼야. 꿈꿨어?”

         

       “꿈…?”

         

       친구의 말에 고등학생 유창선은 침을 닦으며 주위를 돌아보았다.

         

       이곳은 학교였다.

         

       주변에서는 청소 당번들이 교실을 쓸고 있었고…, 다른 반 친구들은 왁자지껄 웃으며 가방을 챙겨 교실을 나가고 있었다.

         

       “아…, 맞아 여기는 학교고 나는 고등학생이지…. 나 꿈 꾼거 맞나보다. 그것도 아주 좆같은 꿈….”

         

       “무슨 꿈이었는데?”

         

       “있어, 시발…. 고추들만 수십, 수백 명 모인 곳에서 1년 6개월 동안 갇혀 산 꿈.”

         

       “아니 뭐 교도소에 들어간 꿈이라도 꾼 거냐?”

         

       친구는 혀를 차며 유창선의 어깨를 몇 번 치고는 가방을 챙겼다.

         

       “쯧쯧, 애가 제정신이 아니네. 야, 나 오늘 급한 약속 있어서 먼저 간다. 다음 주에 보자.”

         

       “…그래.”

         

       유창선은 친구를 먼저 보내고 조금 자리에 앉아 멍을 때리다 일어났다.

         

       “후아아암…, 어후…, 그런 좆같은 꿈도 꾸고…, 많이 피곤했나보다. 오늘은 새벽에 축구 안 봐야지.”

         

       그리고 그도 가방을 챙겨 교실 문을 나서려던 그때였다.

         

       툭툭.

         

       “저, 저기…!”

         

       “음…?”

         

       지금까지 그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그가 교문을 나서자마자 누군가가 기다렸다는 듯 말을 걸었다.

         

       ‘얘 우리 반 여자앤데…, 이름이 뭐였더라….’

         

       얼굴을 다 가리는 덥수룩한 앞머리에 얼굴 크기의 반을 차지하는 거대한 동글뱅이 안경. 보는 이도 답답하게 만드는 촌스럽고 깝갑한 옷차림까지.

         

       이름은 모르지만 그에게 말을 건 여자애는 그와 같은 반이었다.

         

       맨날 음침하게 구석에서 책만 보던 여자애이기에 유창선도 그녀의 목소리를 들어 보는 건 처음이었다.

         

       이에 그는 조금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답했다.

         

       “왜? 무슨 일인데?”

         

       “그, 그게….”

         

       그러자 여자애가 용기를 쥐어짠 듯 붉어진 얼굴과 함께 소리쳤다.

         

       “그, 그…, 내일 토요일인데 같이 영화 보지 않을래?”

         

       “…뭐? 영화?”

         

       “여, 여기. 이거 집에서 읽어 봐…!”

         

       파앗-!

         

       “어? 야! 야…!”

         

       그리고는 그의 손에 알 수 없는 봉투를 쥐여 주고는 빠른 속도로 달아났다.

         

       “나 참…, 갑자기 뭐야?”

         

       찌익-.

         

       집에 가서 읽어 보라는 그녀의 말은 무시한 채 유창선은 바로 봉투를 찢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지금까지 쭉 너를 지켜봤어. 이제는 용기를 내서 고백해보려 해. 내일 아침 10시. 영화관 앞에서 내 마음을 답해줘.]

         

       “와 씨…, 허허, 이건 뭐냐 시발.”

         

       …정말 상상도 못 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갑자기 영화 보자길래 설마 했는데 이거 러브레터였어?

         

       아니 일본 순정만화도 아니고 요즘 누가 이렇게 고백한단 말인가.

         

       “진짜 살다 보니 별일이 다 있네.”

         

       유창선은 봉투를 대충 주머니에 구겨 넣고는 와하하 웃으며 집으로 향했다.

         

       그래도 학교에서 체면이 있지.

         

       반에서 친구도 없는 저런 아싸 여자애랑 영화 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하지만….

         

       “스읍…, 그냥 나가만 볼까?”

         

       집에 돌아가 잠자리에 누울 때쯤 유창선은 고민되기 시작했다.

         

       최근 연애 못한지 너무 오래되기도 했고…, 무엇보다….

         

       ‘저번에 얼핏 봤을 때 본판은 그래도 조금 괜찮았던 것 같은데.’

         

       아직도 이름이 기억 안 나는 그녀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안경 벗고 잘 꾸미고 화장까지 하면 괜찮을지도?’

       

       그렇게 그는 밤새 잠도 못 자고 고민하다가….

         

       “에휴, 이게 뭐하는 짓이냐 참….”

         

       결국 약속시간에 영화관으로 나갔다.

         

       ‘나도 영화 안 본지 오래 됐으니까 그냥 깔끔하게 영화 한 편만 같이 보고 고백은 거절하는 거야.’

         

       유창선이 그리 생각하며 주머니에 손을 넣고 그녀를 기다렸다.

         

       그때였다.

         

       “차, 창선아!”

         

       그를 부르는 목소리에 뒤를 도니….

         

       “아…, 빨리빨리 좀 다…, ……어?”

         

       “미, 미안해, 오래 기다렸어?”

         

       …단언컨대 살면서 본 것 중 가장 예쁜 미소녀가 그를 부르고 있었다.

         

       이에 그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누, 누, 누, 누구세요…?”

         

       “왜 그래…, 장난치지 마. 나야.”

         

       “…너? 설마…, 네가 걔라고…?”

         

       본판이 괜찮다고는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떻게 안경 벗고 머리 풀고 조금 꾸민 것만으로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단 말인가.

         

       “어, 언니가 내가 오랜만에 나간다니까 조금 꾸며 줘서….”

         

       “…….”

         

       “…어때? 이상해?”

         

       “아니.”

         

       그도 모르게 그의 입에서 단호한 답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의 단호한 대답에….

         

       “…다행이다.”

         

       배시시-.

         

       늘 소심하고 음침하던 그녀가…, 처음으로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

         

       아.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도저히 마주 웃지 않을 수 없는 그런 미소를.

         

       “저…, 그러면 창선아. 영화관 들어가기 전에 할 말이 있는데….”

         

       “…….”

         

       두근.

         

       세상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있나?

         

       이런 애가 나랑 영화를 보러 간다고?

         

       “나 말이야…. 예전부터 너를 쭉 좋아해 왔어.”

         

       두근, 두근.

         

       거대한 안경과 촌스러운 머리로 미모를 숨기고 있던 미소녀가 나를 좋아한다고?

         

       “호, 혹시 괜찮다면…, 내 첫 남자친구가 되어 주지 않을래…?”

         

       두근, 두근, 두근.

         

       그것도 첫사랑.

         

       이 미소녀의 첫 남자친구가 바로 나라고?

         

       두근두근두근두근두근.

         

       유창선은 지금 터질 듯한 자신의 심장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사랑에 눈뜨고 미소녀로 변신한 그녀.

         

       그녀의 첫 웃음과…, 첫 고백.

         

       이것은 그야말로 평생동안…, 그가 두 눈을 감을 때까지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예린아.”

         

       유창선은 지금에 이르러서야 눈앞 미소녀의 이름을 떠올렸다.

         

       “…하예린.”

         

       잊어서는 안 될…, 지금 그의 영혼에 각인된 그 이름.

         

       “…네, 네가 정말로 나를….”

         

       그리고 그가 지금 상황을 믿을 수 없어 다시 한번 입을 연 그때.

         

       “히.”

         

       하예린이 장난꾸러기 같은 미소를 한 번 지으며 손을 뻗었다.

         

         

       -그래, 너야

         

       -바로 내 첫사랑.

         

         

       “아….”

         

       그리고 유창선 병장이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땐 화면 속 하예린이 엔딩 포즈를 잡고 있었다.

         

       “……….”

         

       중간 때부터 대충 눈치채고 있긴 했지만 역시 방금 전 그것은 환상이었다.

         

       절대 이뤄질 수 없는 환상.

         

       그렇다고 행복하지 않았냐고?

         

       …아니. 그건 아니다.

         

       환상이지만 행복했다.

         

       …도저히 잊을 수 없을 정도로.

         

       “와…, 진짜 하예린 개지렸다. 유창선 병장님? 그러지 않습…. …어?!”

         

       후임 한 명이 유창선 병장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의 얼굴을 보고 놀랐다.

         

       “피, 피!”

         

       “유창선 병장님! 지금 코피나고 있습니다!”

         

       바로 그의 코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왜 갑자기 코피를….”

         

       “휴지! 누가 휴지 좀 가져와 봐!”

         

       “…괜찮으니 다들 소란 피우지 말고 모여봐.”

         

       “…예? 아, 예. 야, 다들 모여 봐!”

         

       유창선 병장이 이마를 부여잡으며 그리 명하니 생활관 인원 전부가 그의 앞으로 모였다.

         

       유창선 병장은 모인 중대원들 앞에서 화면 속 고등어 샌드위치 팀을 가리키며 말했다.

         

       “…지금 당장 쟤네 팀에 투표해.”

         

       “아, 유창선 병장님. 팀 경연은 직관하러 간 관객들만 투표할 수 있어서 저희가 못합니다.”

         

       “그래? 그러면….”

         

       유창선 병장이 후임의 말에 눈을 희번덕거리며 말을 이었다.

         

       “다음 주 나아아 방송이 순위 발표식이지? 다들 열심히 투표해서 예린이 무조건 1등 하게 만들어라.”

         

       “…….”

         

       “혹시라도 예린이가 아니라 유 설이나 다른 애가 투표수 1등 하면 내가 너희 족친다. 알아들어?”

         

       …중대원이라 해봤자 고작 수십 명인데 이걸로 유의미한 투표수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후임들은 유창선 병장의 명령에 조금 어이없었지만 불만의 말을 절대 꺼낼 수 없었다.

         

       그의 눈동자에 담긴 감정이…, 단순한 팬의 것이 아닌 무언가를 향한 맹목적인 믿음과 광기로 가득 차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그날부터 경비중대는 매일 폰을 받으면 하예린에게 투표를 하는 것이 하나의 일과가 되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마루나루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ㅎㅎ 이게 몇 번째인지 모르겠습니다 열심히 글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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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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