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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2

       그렇게 유 설 팀의 무대가 끝이 나고.

         

       “와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악-!!”

         

       “미쳤다-!!!”

         

       “유 설-!!”

         

       “앵 콜-!!!”

         

       관객석에서는 어마어마한 함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대기실에 있던 우리가 다 주눅이 들 정도였다.

         

       “…….”

         

       “…….”

         

       우리 팀도 유 설을 응원하는 압도적인 함성에 입을 다물자 지금까지 화면을 지켜보고 있던 서유진이 입을 열었다.

         

       “다들 짜증나게 왜 그래요? 저희도 저만큼 함성 컸어요. 관객들이 다 좋아했다구요! 근데 왜 이렇게 울상인 거예요! 짜증나! 이러다 될 일도 안 되겠어!”

         

       그리 말하는 서유진의 말투는 참 싸가지 없었다. 요 며칠 새 그래도 애가 조금 예의 바라졌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나보다.

         

       하지만….

         

       “…그래, 맞는 말이야.”

         

       서유진이 지금 틀린 말 한 건 아니었다.

         

       “우리도 충분히 잘했어. 길고 짧은 건 한 번 대봐야 아는 거 아니야? 그러니 다들 침울하게 있지 말자. 그리고….”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팀원들을 다독이다가….

         

       “꺄아아아아악-!!”

         

       “유 설-!!!!!”

         

       “……2등도 잘한 거야. 너무 기죽지 말자….”

         

       다시 한번 파도처럼 덮쳐진 관객들의 환호에 급 쭈굴해졌다.

         

       “아오-! 예린 언니! 그런 소리 하지 말라니까요?”

         

       “하지만 질 것 같은데 어떡해….”

         

       “이런 사람을 센터라고! 이 씨!”

         

       서유진이 쭈굴한 내 모습에 씩씩대는 사이 다음 무대가 시작되었다.

         

       마지막 무대는 A 등급이었던 나한나가 속한 팀으로 유 설 팀과 마찬가지로 걸크러시가 돋보이는 무대를 선보였는데….

         

       “흐음….”

         

       “잘하긴 했는데 좀….”

         

       확실히 유 설 팀이 너무 잘해서 그런지 조금 아쉬운 면이 있었다.

         

       그렇게 나한나 팀을 마지막으로 모든 팀 경연 무대가 끝이 나고.

         

       메인MC인 한시우가 다시 마이크를 잡았다.

         

       “이것으로 팀 경연의 모든 무대가 끝이 났습니다!”

         

       “아아아아-!”

         

       몇 시간이 넘는 경연에 지칠 법도 한데 관객들은 아쉽다는 듯 탄성을 내질렀다.

         

       그런 관객들을 보고 웃으며 한시우가 진행을 이었다.

         

       “여러분의 반응을 보니 오늘 무대들이 얼마나 즐거웠는지 알 수 있겠군요. 자, 그러면 이제 그 결과를 열어 볼 차례입니다.”

         

       팟!

         

       한시우의 손짓과 함께 무대 위 모니터의 화면이 커졌다.

         

       60.

         

       59.

         

       ….

         

       화면 속에서는 1분 카운트다운이 진행되고 있었다.

         

       “현재 남은 1분 동안 관객 여러분은 마지막으로 어느 팀이 가장 잘했는지 투표할 수 있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은 자유롭게 변경 가능하니 고심 끝에 선택해주십시오!”

         

       47.

         

       46.

         

       ….

         

       그 사이에도 시간은 지나가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다른 화면 속에서는 대기실 속 우리의 모습을 열심히 찍어 주었다는 걸까.

         

       안 그래도 첫 번째 순서여서 불리했던 우리는 손가락 하나를 흔들며 우리에게 투표해 달라고 열심히 어필했다.

         

       3.

         

       2.

         

       1.

         

       그렇게 카운트 다운이 끝나고.

         

       “자, 이것으로 더 이상 선택을 바꾸실 수 없습니다!”

         

       “아아아아-!”

         

       투표가 마감되었다.

         

       “후우….”

         

       투표가 마감되자 나는 왠지 모르게 그동안 참았던 숨을 내쉴 수 있었다.

         

       이제는 모든 것이 정해졌다. 남은 것은 발표만 있을 뿐.

         

       “…모두 수고했어.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한번 말하는데….”

         

       “…….”

         

       “…2등도 잘한 거야.”

         

       “그 말 그만하라고!”

         

       서유진의 하악질에도 나는 꿋꿋이 말을 이었다.

         

       “…그래, 2등이 아니라 3등도 잘한 거야. 우리가 첫 번째 순서라 불리한 것도 있고 또….”

         

       “아으!”

         

       원래 나는 이렇게 네거티브한 사람이 아니었는데….

         

       왜 이렇게 부정적인 생각이 드는 걸까.

         

       그리고 뭐…, 사실 이번 1차 경연은 팀 순위가 높다고 베네핏이 있는 것도 아니라 굳이 1등을 안 해도 되긴 했다.

         

       ‘하위 6팀만 아니면 페널티도 없으니까….’

         

       나는 결과가 어떻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심정으로 한시우의 진행을 기다렸다.

         

       “자, 그러면 안정권 팀의 순위부터 발표하겠습니다.”

         

       한시우는 일부러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중위권부터 발표했다.

         

       “…4위 팀은 바로 훈제연어 샌드위치 팀입니다!”

         

       “꺄아아아-!”

         

       자기가 응원하는 팀이 안정권에 들어가자 팬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하위권이 발표될 때는….

         

       “마지막으로 페널티를 받을 팀은…, 게살마요 샌드위치 팀입니다.”

         

       “아아….”

         

       “안 돼애애…!”

         

       마치 누구 죽은 것처럼 절규했다.

         

       “흐윽….”

         

       “흑….”

         

       자기 팀이 하위 6팀 안에 걸리자 눈물을 흘리는 참가자들도 속출했다.

         

       대부분 낮은 등급의 참가자들이었다.

         

       다음 주 순위발표식에 저들은 높은 확률로 떨어질 테니 서러울 수밖에.

         

       그렇게 한 차례 초상집 분위기가 지나고…, 남은 것은 세 팀이었다.

         

       우리 팀, 유 설 팀, 그리고 나한나 팀.

         

       무대 위 모니터에서는 각 팀의 대기실 속 참가자들의 얼굴을 찍으며 긴장감을 고조했다.

         

       “자, 그러면 3위 팀부터 발표하겠습니다. 3위 팀은….”

         

       나는 솔직히 어느 팀이 3위를 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임팩트로 보면 나한나 팀일 확률이 높으려나….’

         

       그리고 결과는….

         

       “아보카도 샌드위치 팀입니다-!”

         

       “아아아아악-!”

         

       “와아아아아아-!”

         

       예상대로 나한나 팀이었다.

         

       3위인 것이 발표되자마자 무대 위 화면에는 나한나의 얼굴이 담겼다.

         

       아무래도 제작진들은 나한나가 순위에 실망하는 장면을 찍길 원했나보다.

         

       하지만….

         

       꾸벅.

         

       그녀는 결과에 아무런 생각도 없는지 그냥 고개를 한 번 숙일 뿐이었다.

         

       …지금 보면 쟤도 참 대단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오직 자고 싶다는 감정만 가득 차 있을 뿐이었다.

         

       ‘…뭐 나한나 팬들은 저 모습을 매력 포인트로 생각하니까.’

         

       아무튼 그렇게 3위 팀까지 발표를 마치고 남은 것은 두 팀이었다.

         

       “…….”

         

       “…….”

         

       이쯤 되니 역시 1위에 대한 기대감이 생겨났는지 팀원들이 입을 다물고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다만 나는 아니었다.

         

       ‘지금 생각해도 유 설 팀 무대가 너무 좋았어.’

         

       객관적으로 봤을 때 우리가 2등을 할 확률이 높아 보였기에 나는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화면을 지켜보았다.

         

       “자, 이제 1, 2위 팀의 발표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과연 고등어 샌드위치 팀과 베지 샌드위치 팀 중 어느 팀이 1위의 영광을 차지할까요?”

         

       한시우는 마지막 발표를 앞두고 시간을 더 끌고 싶었는지 바로 결과 발표를 잇지 않았다.

         

       “물론 이번 1차 팀 경연의 순위는 아무런 베네핏도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 아주 재미있는 통계가 있습니다.”

         

       한시우는 씨익 웃으면서 자료화면 같은 것을 띄었다.

         

       “…저건.”

         

       그것을 본 우리 팀원들은 모두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지금까지 Nnet에서 주관한 아이돌 오디션 프로에서 모든 우승자는 1차 팀 경연에서 1위를 한 팀 소속이었다는 것입니다.”

         

       “……!”

         

       “물론 단순 재미로만 보는 통계지만…, 상당히 흥미롭지 않나요?”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나.

         

       흥미로운 것을 넘어서 신경까지 무척 쓰이게 한다.

         

       스윽-.

         

       방금 한시우의 말에 2등이어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나도 의자를 바짝 땡겨 앉았다.

         

       “지금까지는 제가 각 팀별 득표수를 이야기 해주지 않았었죠.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귀띔을 드리자면….”

         

       “…….”

         

       “1위와 2위 팀의 득표수 차는 단 4표입니다.”

         

       “……!”

         

       생각보다도 근소한 차이에 나는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다른 팀원들의 표정도 덩달아 굳었다.

         

       그리고 모니터를 통해 보이는 반대편 대기실의 유 설도….

         

       “아…, 제발….”

         

       손깍지를 쥐며 몸을 떨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애처로운지 꼭 1등을 시켜 주고 싶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저거 연기군.’

         

       이제 조금 오래 봐서 그런가 나는 지금 유 설의 모습이 연기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유 설은 자기 팀이 1등이라고 생각하고 있나 보다.

         

       이에 나는 저런 그녀의 표정이 부디 깨졌으면 좋겠다며 생각하고 말았다.

         

       “자, 이제 그러면 진짜로 1위 순위를 발표하겠습니다!”

         

       두구두구두구두구.

         

       다소 촌스럽긴 하지만 저거만큼 긴장감을 돋우는 브금은 또 없었다.

         

       “…….”

         

       “…….”

         

       그렇게 우리 팀, 유 설 팀. 그리고 다른 팀들은 물론 관객들의 시선까지 한시우의 입 모양에 집중되고…!

         

       “영광의 1위 팀은 바로…!”

         

       ‘제발….’

         

       …1등하고 싶다.

         

       어느새 나도 두 손을 꽉 쥐고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순간 결과가 발표되었다.

         

       “축하드립니다! 고등어 샌드위치 팀입니다!”

         

       “……!”

         

       우리 팀의 이름이 호명되자 팀원들이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와아아아악-!”

         

       유일하게 소리를 지른 것은 나였다. 나는 지금까지 보인 적 없던 괴상한 리액션과 함께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푸핫-!”

         

       그런 나를 보고 팀원들이 웃다가 이내 가운데에 모여 서로 껴안았다.

         

       “와아아아아아-!”

         

       “1등이다-!!!”

         

       그렇게 나아아 1차 팀경연은 내가 속한 고등어 샌드위치 팀이 4표차로 극적 승리하게 되었다.

         

         

         

         

       **

       

         

         

         

       고등어 샌드위치 팀이 1위를 한 것은 관객들 입장에서도 충격이라 순간 1초 정도 소강상태가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와아아아악-!”

         

       하예린의 괴상한 비명소리와 함께 깨졌다.

         

       “아하하하하-!”

         

       “아~ 귀여워-!!”

         

       지금까지 차갑고 도도한 이미지만 보였던 하예린이 캐릭터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니 관객들 입장에서 색다르고 귀여웠던 것이다.

         

       그렇게 관객석에서 한바탕 웃음소리가 지나가고 1등 팀인 고등어 샌드위치 팀을 향한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와아아아아아-!!”

         

       “너무 잘했어-!!”

         

       “하예린 사랑해-!!!”

         

       치열했던 경쟁에서 극적인 승리였던 만큼 대부분의 관객들이 응원의 목소리를 내었다.

         

       물론 불복하는 극성팬들도 있긴 했다.

         

       “아니, 이걸 진다고? 말도 안 돼!”

         

       유 설 팀을 찍었던 한 여자 관객은 유 설 팀이 아니라 하예린 팀이 1위를 한 것에 분통을 터트리며 옆에 같이 온 친구에게 물었다.

         

       “야, 너도 설이 팀 찍었지? 분위기가 다 우리 설이 팀 찍은 느낌이었는데 왜 저쪽 팀이 1등이야?”

         

       “으음…, 나는 고등어 샌드위치 팀 찍었는데….”

         

       “뭐?”

         

       친구의 배신에 여자 관객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아니! 너 여기 데리고 온 것도 나고! 너도 설이 좋아한다며! 이번 설이 무대 걸크러시도 지렸는데 왜! 왜 안 뽑은 거야!”

         

       “지, 진정해….”

         

       물론 그녀는 유 설을 좋아하고 이번 유 설의 무대를 보며 유 설을 뽑겠다고 마음먹었었다.

         

       하지만….

         

       꾸욱.

         

       마지막 순간 유 설 팀이 아닌 하예린 팀으로 바꿨다.

         

       유 설 팀의 퍼포먼스와 구성이 좋긴 했지만…, 하예린 팀의 무대가 더 기억에 남았기 때문이었다.

         

       ‘멋졌지….’

         

       소심한 그녀이기에 누구보다 당당하게 빛나는 아이돌을 좋아했다.

         

       그리고 오늘 하예린 팀의 무대.

         

       소심했던 소녀가 사랑을 배우고 재탄생하는 <Where is my first love!>는,

         

       마치 하예린이 그녀에게.

         

       너도 할 수 있다고.

         

       너도 나처럼 될 수 있다고.

         

       그렇게 귀에 속삭여주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이에 그녀는 하예린의 팀을 찍지 않을 수 없었다.

         

       방금 무대를 통해 하예린을…, 동경해 버리기 시작했으니까.

         

       아마 여기 있는 관객들 대부분이 자신과 비슷한 이유로 하예린 팀을 선택했다고 그녀는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 예린이 팀이 이길 수 있었겠지.’

         

       어느새 그녀의 마음속에서 하예린의 호칭이 우리 예린이로 바뀐 것도 모르고 유 설 극성팬인 그녀의 친구는 시무룩하게 입을 열었다.

         

       “아…, 짜증나…. 괜히 한시우가 결과 발표 전에 이상한 소리해서…, 이러다 진짜 하예린이 나아아 우승해 버리면 어떡해…. 우리 설이가 2등하고….”

         

       “그…, 2등도 잘한 거야.”

         

       “지금 누구 놀리니?”

         

       그녀는 배신자를 한 번 노려보고는 무대 위 화면에 나오는 유 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유 설은 2등도 좋다는 듯 미소를 짓고 있지만 왠지 모르게 씁쓸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아이고…, 우리 설이도 많이 슬프겠지? 오늘 무대 진짜 찢었는데….”

         

       나아아 참가자들 중 가장 독보적인 실력을 보인 것은 단연 유 설이었다.

         

       이는 하예린 팬덤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유 설이 압도적인 실력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묘하게 밀리는 모습을 보이니….

         

       “…우리가 설이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없으려나?”

         

       유 설 팬덤의 불만은 조금씩 쌓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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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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