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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3

       “참가자 여러분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2주차 촬영은 이걸로 마치겠습니다! 자, 박수!”

         

       짝, 짝, 짝, 짝.

         

       관객들이 모두 떠난 세트장.

         

       모든 참가자들이 모인 것과 동시에 메인pd 신pd가 2주차 촬영의 종료를 선언했다.

         

       “다음 나아아 3주차 촬영은 이번이랑 똑같이 방송 다음 날 토요일에 진행될 예정입니다. 다들 방송 잘 챙겨 보시고요~. 일주일간 푹 쉬세요!”

         

       “수고하셨….”

         

       그렇게 단체로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마무리되려는 순간이었다.

         

       “아, 맞다.”

         

       순간 잊었던 게 떠올랐다는 듯 신pd가 다시 마이크를 잡고 웃으며 말했다.

         

       “3주차 촬영은 순위발표식부터 시작인 거 다들 아시죠? 순위발표식에서 탈락이 확정된 분들은 바로 떠나셔야 되는 거 아시죠?”

         

       “…….”

         

       “하하, 본인 탈락이 거의 확실하다 하는 분들은 괜히 번거롭게 짐 챙겨 오지 마세요!”

         

       …저 인간은 정녕 사이코패스인 걸까?

         

       분위기 망치려고 저딴 소리한 거면 인정이다.

         

       “…….”

         

       “…….”

         

       실제로 그가 한 말에 많은 참가자들이 그대로 사색이 되었으니까.

         

       툭.

         

       이미 자신의 탈락을 예상했는지 고개를 푹 숙이는 이들도 있었다.

         

       “아이고~ 내가 괜한 소리를 했나? 물론 자기 탈락할 것 같다고 방송 펑크내고 그러시면 안 됩니다~ 그러면 계약서에 따라 법적 절차 들어갈 거예요!”

         

       “…….”

         

       “말이 길었네요! 이제 진짜 끝입니다! 모두 안녕히 가세요!”

         

       그 말이 끝나고 나서야 신pd 지옥의 주둥아리가 닫히고 우리는 세트장을 떠날 수 있었다.

         

       나는 우선 일주일간 같이 고생한 고등어 샌드위치 팀과 인사를 나눴다.

         

       우리 팀은 1위이기 때문에 아무런 탈락자도 없다.

         

       덕분에 훈훈한 분위기에서 헤어질 수 있었다.

         

       “언니들-! 일주일 동안 너무 고생했어요!”

         

       “언니들 그리고 동생들이랑 같이 팀 해서 너무 영광이었어요!”

         

       “저희 다음에도 같이 팀 해요!”

         

       박유정과 다른 팀원들은 그렇게 해맑게 인사하고 세트장을 나섰다.

         

       “…다들 고생했어. 그러면 나도….”

         

       이혜정도 우리에게 인사를 한 후 밖으로 나가려 했지만….

         

       탁.

         

       “……?”

         

       그녀는 내가 잠시 붙잡고 이야기를 나눴다.

         

       “언니.”

         

       “…으응.”

         

       “제가 무슨 말하려는지 알겠죠?”

         

       만지작.

         

       나는 눈치를 주듯 손목 뼈가 훤히 드러나는 그녀의 손목을 만졌다.

         

       “…….”

         

       “식사…. 잘하셔야 돼요. 계속 이러면 큰일 날 수도 있다잖아요.”

         

       그녀가 쓰러진 후로는 내가 그녀의 식사를 관리 감독하며 억지로 식사량을 조금씩 늘렸다.

         

       하지만 세트장 밖에서 까지 내가 일일이 감시할 수 없으니 이렇게 경고할 수밖에.

         

       “언니. 그때 제가 했던 말 기억하죠?”

         

       팀 경연 전날.

         

       나아아 2회가 끝나고 화장실에서 그녀에게 했던 말.

         

       ‘우리 같이…, 같은 아이돌 그룹으로…, 나아아에서 꼭 데뷔해요.’

         

       나중에 꼭 같이 데뷔하자는 그 말.

         

       “제가 그때 했던 말은 거짓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데뷔를 하려면 일단 몸이 건강해야죠.”

         

       “…….”

         

       “꼭 예전의 언니로 돌아오는 거예요? 알았죠?”

         

       피식.

         

       예전의 푸짐한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는지 이혜정이 작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겠어.”

         

       “…일주일 동안 고생 많이 하셨어요, 언니.”

         

       “예린이, 너도.”

         

       그 말을 끝으로 이혜정은 나를 한 번 슥 안아주고는 짐을 챙겨 밖으로 나섰다.

         

       “예린아, 그럼 나도 가 볼게. 다음 주에 보자.”

         

       “예, 안녕히 가세요, 언니!”

         

       이혜정의 뒷모습이 사라질 때까지 손을 흔들어 준 후…, 나는 핸드폰을 켰다.

         

       “사장님이 오늘도 오셨으려나….”

         

       혹시나 마중 나왔을 강형만에게 연락을 해보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스윽-.

         

       “……?”

         

       그런 내 옷소매를 잡아당기는 누군가가 있었다.

         

       “…유진아? 안 갔었니?”

         

       “…….”

         

       바로 서유진이었다.

         

       그녀는 내 옷소매를 잡은 채 어딘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

         

       도대체 뭘 이렇게 보나 싶어 그녀의 시선 끝을 따라가 보니….

         

       ‘……유정이?’

         

       캐리어를 차에 싣는 박유정의 모습이 멀리 보였다.

         

       아무래도 앞에 있는 남녀는 박유정의 부모님들인지 세 사람은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대로 차를 타고 떠났다.

         

       부우웅-.

         

       “휴우….”

         

       박유정이 완전히 떠나자마자 서유진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째릿.

         

       …예전에 늘 그러하던 것처럼 나를 째려보기 시작했다.

         

       “흥!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같은 팀을 했지만 다음에는 얄짤없어요! 다음에는 제가 언니를 처참하게 무너뜨릴 거예요!”

         

       “…….”

         

       …이건 뭐 지킬 앤 하이드도 아니고.

         

       요 며칠 괜찮다고 갑자기 또 왜 이런담….

         

       ‘…기분 탓인가. 유정이가 사라지자마자 다시 앙칼져졌네.’

         

       나는 혹시 하는 생각으로 서유진에게 물었다.

         

       “…유진아, 혹시 유정이랑 무슨 일 있었어?”

         

       “……왜, 왜, 왜, 왜요…?! 유, 유, 유정 언니가 뭐라고 했어요? 제, 제가 예의 없대요?”

         

       …그랬더니 앙칼진 고양이 같던 애가 서서유유진진이 되어 버렸다.

         

       “아니, 그냥 유정이 가자마자 네가 원래의 너로 변한 것 같아서.”

         

       “흐, 흥! 알 거 없잖아욧!”

         

       풋.

         

       새침하게 고개를 돌리는 그녀의 모습에 내가 웃음을 터트렸다.

         

       이런 서유진의 모습을 보고도 웃을 수 있는 이유는 그녀가 나쁜 아이가 아니란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왜 웃고 그래요! 짜증 나!”

         

       …아니, 정정하겠다.

         

       서유진은 나쁜 아이가 맞다.

         

       그래도….

         

       그녀는 말을 막하고 싸가지 없고 눈치도 밥 말아 먹었을지언정…, 교활하지는 않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와 이야기할 때면 눈치 볼 필요가 없어서 피로도가 적었다.

         

       아이돌 연습생으로서 그녀의 능력치도 높았기 때문에…, 지금 생각해 보면 그녀와 팀을 같이한 것도 상당히 운이 좋은 일이었다.

         

       이에 나는….

         

       스윽-.

         

       “뭐, 뭐예요!”

         

       “그냥…. 고생했다고, 유진아.”

         

       헤어지기 전 그녀도 한 번 안아주었다.

         

       “이익…, 언니! 제가 방금 한 말이 거짓말인 것 같아요? 저 다음 주차부터는 언니 이길 거예요! 언니를 완전히 무너뜨려 버릴 거라니까요?”

         

       “그래, 그건 그거고. 이번 주는 나랑 같은 팀이었잖아. 수고했어.”

         

       “으읏!”

         

       서유진은 내가 말이 안 통한다고 생각했는지 포옹에서 벗어난 후 삼류악당같은 대사와 함께 세트장을 떠났다.

         

       “오늘 일을 후회하게 만들 거예요! 진짜 다음에 만나면 가만 안 둬요!”

         

       “그래, 잘 가.”

         

       나는 떠나는 서유진에게도 공평하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아직 순위 발표 전이긴 하지만…, 나아아 참가자들 중 인기도 부동의 원탑은 나와 유 설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굳이 3위를 뽑으라면 바로 서유진.

         

       논란이 터지거나 그런 것만 아니면 서유진도 데뷔를 할 확률이 높다.

         

       ‘애가 싸가지가 없긴 하지만 귀엽지.’

         

       그녀와 같이 데뷔를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유진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강형만에게 전화를 하기 전 나는 마지막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혹시 유 설이 있으면 인사나 할까 했던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도 그녀는 보이지 않았다.

         

       ‘벌써 갔나? 아…, 그래, 뭐. 있다고 해도 안부 인사할 분위기는 아니겠지.’

         

       그녀 팀은 2등. 내 팀은 1등.

         

       괜히 그녀에게 다가가 인사했다간 티배깅이나 비틱질로 느껴질 수도 있었다.

         

       이에 나는 그녀에게 인사를 하지 않고 집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런데….

         

       뚜르르-.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

         

       강형만에게 전화를 해도 그가 받지를 않았다.

         

       ‘혹시 오늘은 안 오셨나?’

         

       하긴 촬영 끝날 때마다 경기도까지 나를 데리러 오는 것은 상당히 귀찮은 일일 터.

         

       강형만이 안 왔다고 생각하고 집으로 돌아갈 버스를 알아 보던 그때였다.

         

       “…예린아.”

         

       “…어? 상구 오빠.”

         

       세트장 출구 쪽 주차장에는 익숙한 검은 세단이 세워져 있었다.

         

       항상 운전기사를 자처하는 상구 오빠는 차 앞에서 나를 보고 손을 흔들며 반겨 주었다.

         

       하지만….

         

       “어? 상구 오빠. 사장님은요?”

         

       “…….”

         

       평소에 강형만과 상구 오빠는 세트 메뉴처럼 꼭 둘이 함께였는데 오늘은 상구 오빠 혼자 뿐이었다.

         

       이에 내가 고개를 갸웃하며 물으니….

         

       “아…, 그, 그게…. 사장님은 일이 있으셔서….”

         

       “……?”

         

       “어, 얼른 타. 내가 데려다줄게.”

         

       상구 오빠가 무언가 숨기는 거라도 있는 듯 내 시선을 피했다.

         

       ‘……뭐지.’

         

       나는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조수석에 올라탔다.

         

       “…….”

         

       “…….”

         

       원래 상구 오빠가 과묵한 성격이라 집에 돌아가는 차 안은 상당히 조용했다.

         

       그런데.

         

       “예, 예린아.”

         

       “…?”

         

       “…혹시 가고 싶은 곳 없니? 내가 데려다주마.”

         

       “……?”

         

       지금껏 이런 적이 없던 상구 오빠가 내게 먼저 말을 걸었다. 심지어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말하란다.

         

       “…아뇨,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가고 싶은 곳이 어디 있겠어요.”

         

       “…그러면 한강이라도 가지 않을래? 내가 라면이라도 사줄까?”

         

       “…….”

         

       원래 말수가 적은 사람이 자꾸 어디를 가자고 하니 나는 수상한 낌새를 놓을 수 없었다.

         

       ‘왜 자꾸 나를 어디로 데려가려는 걸까. 사장님은 왜 안 왔고. 설마…?’

         

       나는 혹시 하는 심정으로 상구 오빠한테 물었다.

         

       “…혹시 저희 집에 무슨 일 있어요? 저희 엄마 아빠가 무슨 사고라도…?”

         

       “……!”

         

       상구 오빠는 거짓말을 못 한다. 아무래도 정답인 듯했다.

         

       “그, 그게….”

         

       “…무슨 일인데요? 아, 됐어요. 제가 직접 확인해 볼테니 얼른 집으로 가요.”

         

       “형님이 1시간 정도 시간을 끌라고 했는데….”

         

       “얼른!”

         

       “윽….”

         

       내 닦달에 상구 오빠는 결국 원래 경로대로 우리 집에 데려다 주었다.

         

       나는 차가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내려 우리 집으로 향했다.

         

       그리고….

         

       “당신들이 지금 제정신이야-!!”

         

       “…!”

         

       집에 들어가기 전부터 동네에 울려 퍼지는 강형만의 고함에 흠칫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무슨.’

         

       강형만이 사채업자긴 해도 지금까지 우리 가족을 대할 때 한 번도 험했던 적은 없었다.

         

       소리를 지른 적도 없거니와 때린 적도 당연히 없고 애초에 감정을 표출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런 사장님이 화났다고…?’

         

       나는 더 끌 것도 없이 달려가 집문을 열었고, 이에 내가 마주친 광경은….

         

       “정말 인생 종치고 싶어서 작정이라도 한…! …엇, 예린아.”

         

       눈매를 매섭게 뜬 채 마치 야차같은 표정을 짓는 강형만과….

         

       “예, 예린아! 흐아앙-!”

         

       “히, 히끅! 예린아아아아-!”

         

       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아빠 엄마의 모습이었다.

         

         

         

         

       **

         

         

         

       어느 한 대학병원.

         

       “어머, 설아. 오늘까지 촬영이라고 하지 않았어?”

         

       “네, 맞아요. 끝나자마자 온 거예요. 엄마는요?”

         

       “피곤할 텐데 오늘은 쉬지…. 어머님은 방금 잠깐 깨셨다가 지금 진정제 맞고 주무셔.”

         

       “아, 넵. 그러면 자는 얼굴만 보고 가야겠네요.”

         

       이제는 집보다 익숙한 병원에서 옆집 언니보다 익숙한 간호사와 인사하고 이제는 자기 방보다 익숙한 병실로 발을 들이려던 그때였다.

         

       “저, 근데 설아.”

         

       “…네?”

         

       “그…, 치료비 말이야. 다음 달 말까지는 수납해 줘야 할 것 같은데….”

         

       “…….”

         

       모든 것이 익숙해졌는데 왜 매번 내는 치료비는 익숙하지 않은걸까.

         

       “…역시 힘들지? 너무 걱정하지 마. 언니가 어떻게든 끌….”

         

       “아니에요! 치료비…, 다음 달 말까지 꼭 준비할게요.”

         

       “정말? 그래, 그러면 천천히 내~ 기다리고 있을게!”

         

       “넵!”

         

       가진 건 쥐뿔도 없으면서 자존심은 남아 있어서 간호사의 동정을 거부했다.

         

       그리고 병실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

         

       유 설은 마치 가면을 벗듯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워 내렸다.

         

       ‘하루 종일 억지로 웃었으니까….’

         

       …여기서는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며.

         

       툭.

         

       유 설은 들고 온 짐을 내려놓고 누운 엄마 병상 옆에 앉았다.

         

       “살이 더 빠졌네….”

         

       안 그래도 수척했던 엄마의 팔은 이제 너무 가늘어서 마치 쇠꼬챙이를 연상케했다.

         

       유 설은 그런 엄마의 손을 잡고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엄마, 나 오늘 오랜만에 팬들 앞에서 무대했는데…, 2등했어, 2등. 거의 확실한 데뷔권이야.”

         

       “…….”

         

       “나 유 설이 드디어 9년 연습 끝에 데뷔를 하는 거야. 데뷔라고 데뷔. 사람들한테 나를…, …….”

         

       “…….”

         

       “…푸훗.”

         

       유 설은 답이 없는 엄마 앞에서 신나는 척 이야기를 하다가 쓴웃음을 지었다.

         

       데뷔.

         

       그 두 글자를 위해 지금까지 얼마나 달려왔던가.

         

       JJ 9년 차 연습생인 유 설에게는 지금까지 총 두 번의 데뷔 기회가 있었다.

         

       첫 번째는 16살.

         

       오늘 하예린이 선보인 노래 <Where is my first love!>의 주인인 테일로즈.

         

       원래 유 설은 테일로즈의 막내 자리로 데뷔가 예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아빠가 갑자기 쓰러져 연습생 일에 도저히 집중할 수 없었다.

         

       그래서 무산되었다.

         

       두 번째는 19살.

         

       JJ의 간판 아이돌 스트로우본 다섯 자리 중 한 자리가 유 설의 것으로 내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때는 엄마가 쓰러졌다.

         

       …무산되었다.

         

       그리고 21살인 지금.

         

       나의 아이돌 아카데미아.

         

       이것이 그녀의 마지막 기회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JJ는 향후 몇 년간 걸그룹을 낼 계획이 없으니까.

         

       JJ는 연습생 유 설과 재계약 의사가 없으니까.

         

       그런 JJ가 엄마의 치료비를 내준다는 헛된 희망을 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엄마 치료비 제때 내려면…, 꼭 우승해야겠지.”

         

       나아아 우승 상금 1억.

         

       그것이 유 설이 가장 빠르게 벌 수 있는 최대의 돈이었다.

         

       우승을 하지 못하면…, 정산을 받을 때까지 또 한 세월이 걸릴 게 분명했다.

         

       또 우승만으로 멈추면 안 된다.

         

       나아아에서 데뷔한 그룹을 통해 최고의 아이돌로 발돋움해야 했다.

         

       그래야….

         

       …그래야 아빠 엄마를 원망하지 않을 테니까.

         

       …그래야 아빠 엄마를 인생의 장애물이라 생각하지 않게 될 테니까.

         

       …그래야 왜 엄마 아빠가 하필 그때 쓰러졌을까 하는 생각을 멈추게 될 테니까.

         

       스윽-.

         

       유 설은 습관처럼 눈가를 손등으로 닦아냈다.

         

       하지만….

         

       “…….”

         

       그녀의 손등에는 아무것도 묻어나지 않았다.

         

       사람은 원래 늘 변하니까. 그녀도 닳고 닳아 버린 것이다.

         

       16살. 누구보다 빛나는 아이돌을 동경하던 아이는 아빠와 함께 사라졌다.

         

       19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던 소녀는 엄마와 함께 쓰러졌다.

         

       21살. 이제 남은 것은 벼려지고 벼려진 날카로운 독기 하나뿐.

         

       “…그래, 엄마 내가 꼭 우승할게.”

         

       지금도 유 설 그녀의 우승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걸로 안주해서는 안 됐다.

         

       2등 팀이여서 괜찮다고? 오늘 무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으니 괜찮지 않냐고?

         

       아니.

         

       기회란 것은 잡힐 듯하면 도망간다는 사실을 이미 두 차례나 겪어봐서 알지 않는가.

         

       지금까지 너무 안일했다.

         

       오늘 팀 경연에서 2등을 한 것.

         

       상당히 실망스러운 결과였다.

         

       우승을 원한다면 더욱더 완전무결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연습이 부족하다면 지금 보다 더 열심히.

         

       마음가짐이 잘못되었다면 지금 보다 더 독하게.

         

       어떻게 해서든 본인의 이미지를 잘 포장해야 하고.

         

       수당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 이미지를 깎아내야 했다.

         

       ‘다음부터 오늘같은 일은 없어.’

         

       어두운 병실 안에서 그녀의 두 눈동자가 불타올랐다.

         

       아마 하예린이 이 자리에 있었다면 이것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동기화 중….]

         

       [유 설의 잠긴 특성이 해제되었습니다!]

         

       바로 그녀의 잠긴 특성이 해제되는 모습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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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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