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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9

       나는 이지우가 보여 준 화면을 도저히 믿을 수 없어 목소리를 떨며 물었다.

         

       “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예요…? 6시간 만에 인급동…. 이게 말이 돼요…?”

         

       “쌤도 처음에는 안 믿겼는데…, 이거 봐봐.”

         

       이지우가 보여 준 화면에는 한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글이 있었다.

         

       [제목 : 그래서 지금 개인 직캠 조회수 1등 ㄴㄱ?]

         

       [작성자 : 예린수호]

         

       [어제 방송 때부터 유 설 팬들 결과 불복한다 유 설이 1등이다 지랄을 하더만 결국 유튜브 개인직캠 조회수 1등 하예린이죠~ 응~ 순위발표식 1등도 백퍼 예린이고 결국 나아아 우승도 예린이야~ 아 ㅋㅋ 어제 12시부터 여초 커뮤에서 유튜브 스밍하는 법 배운 후에 예린이 무대 직캠 무한 스밍 돌리기 하는 중이다 ㅋㅋ 뚫을 수 있으면 뚫어 보던가]

         

       스밍 돌리기.

         

       설마하니 내가 데뷔를 한 것도 아니고 음반을 낸 것도 아닌 일개 연습생에 불과한데 벌써 스밍을 돌린다는 사람이 나올 줄이야.

         

       심지어는….

         

       “…여기 남초 커뮤 아니에요?”

         

       “맞아.”

         

       …여자 팬이 아닌 남자 팬이 말이다.

         

       원래 이렇게 스밍 돌리면서 극성으로 응원하는 것은 여자 팬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데 이 글은 아무리 봐도 남자가 올린 것처럼 보인다.

         

       “여기 말고 여초 커뮤도 엄청 난리야. 예린이 네 팬들이랑 유 설 걔 팬덤이랑 밤새 엄청 싸웠다고! 봐봐, 유 설 얘도 유튜브 직캠 조회수 엄청 높아.”

         

       원래 상반된 생각을 가진 둘이 사활을 걸고 싸우면 양측 모두 피해를 보기 일쑤인데 나와 유 설의 경우는 달랐다.

         

       팬들의 자존심 싸움이 유튜브 개인 직캠으로 이어져서 우리 둘 모두 조회수에서 큰 수혜를 입은 것이었다.

         

       물론….

         

       [나의 아이돌 아카데미아 1차 팀 경연 (Thank you very much) – JJ엔터테인먼트 유 설(단독직캠)]

         

       [조회수 : 498,154회 – 6시간 전]

         

       [인기 급상승 동영상 3위]

         

       …둘 중 누가 굳이 승자냐고 따지면 나긴 했다.

         

       내 개인 직캠 조회수는 57만 유 설의 개인 직캠 조회수는 49만이었으니 말이다.

         

       “예린아…, 쌤 새벽에 깜짝 놀라서 잠도 못 잤어. 나 내 주변 사람 중에 너튜브 인급동한 사람 처음 봐…!”

         

       “…….”

         

       …당연히 나도 처음이다.

         

       이에 너무나도 얼떨떨한 나머지 무슨 반응을 해야 할지 몰라 굳어 있으니 이지우가 내 손을 꼭 쥐며 말했다.

         

       “…예린아, 혹시 나아아 우승하면 우승 소감에서 쌤 이름 말해주면 안 돼?”

         

       “푸핫.”

         

       반쯤 농담으로 말한 거겠지만 이지우의 표정은 조금 진지했다.

         

       그런 그녀의 표정…, 그리고 내 개인 직캠 조회수를 보며 나도 그게 우승은 꿈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내 눈에 어떤 게시물의 제목이 보였다.

         

       [어차피 우승은 하예린]

         

       아직 중반도 진행되지 않은 프로그램.

         

       하지만 이미 승리를 선언하기라도 한 그 오만한 게시물에는 어마어마한 추천수와 댓글이 있었다.

       “예린아, 오늘 촬영 순위발표식부터 시작이지?”

         

       “…네, 맞아요.”

         

       “이게 의미 없는 통계일 수 있는데…, 지금까지 Nnet에서 주관한 모든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1차 순위발표식에서 1등한 사람이 우승했대.”

         

       “…….”

         

       “물론 그냥 미신이겠지만…, 오늘 꼭 화이팅해…!”

         

       이지우의 응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유 설을 뛰어 넘고 나아아에서 우승하기로 마음을 먹은 나였다.

         

       그리고 오늘 순위발표식….

         

       너튜브 개인 직캠 조회수 때문인지…, 아주 느낌이 좋았다.

         

         

         

         

         

       **

         

         

         

         

       -응~ 어차피 하예린 우승이야 모르면 아닥해

         

       -ㅋㅋㅋ 유 설 좋아하는 애는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네

         

       -아 ㅋㅋ 그래서 유 설 직캠 조회수 몇이냐고 ㅋㅋ

         

         

       “에휴…, 병신들 이걸 꼭 직접 말로 해 줘야 아나. 누가 봐도 유 설보다 우리 예린이가 훨씬 더 나은데….”

         

       그 시각.

         

       이제 막 아침이 되고 햇빛이 드는 자취방에서…, 닉네임 ‘예린수호’가 한 명의 유 설 팬과 키보드 배틀을 마쳤다.

         

       승자는 바로 ‘예린수호’.

         

       연습 기간이 한 달인 하예린이 개인 직캠 1위 팀 경연 1위를 한 것을 몇 시간째 앵무새처럼 반복해서 말하니 상대가 기가 딸려 먼저 도망친 것이다.

         

       “나처럼 간절하게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네, 븅신.”

         

       예린수호는 키배에서 이긴 것에 만족감을 느끼며 옆에 듀얼 모니터로 재생되고 있던 하예린 <Where is my first love!> 개인 직캠 영상으로 눈을 돌렸다.

         

       지금 이 모니터에서 그녀의 개인 직캠 영상은 어젯밤에 영상 올라오자마자 스밍을 돌렸으니 대충 수백 번쯤 재생되고 있었다.

         

       밤을 새며 하예린 개인 직캠 영상을 본 지 몇 시간째.

         

       예린수호는 영상을 하도 봐서 하예린의 동작과 손짓 하나하나까지 모두 외울 정도였지만….

         

       “진짜…, 너무 예쁘다….”

         

       …하예린의 얼굴은 정말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았다.

         

       현재 대학을 휴학 중인 그는 원래 애니와 게임에만 몰두했지 아이돌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나아아 1화 등급 평가에서 하예린이 <24시간이 부족해>를 선보인 이후 거짓말처럼 그녀에게 홀리게 되었다.

         

       도대체 얼마나 빠져든 건지 하예린이 <Where is my first love!>를 할 때는 마치 그녀가 그에게 고백을 하는 듯한 착각과 망상이 들 정도였다.

         

       과몰입인 것을 안다.

         

       만나지도 못할 아이돌에게 이 정도 시간을 쏟다니…, 이것이 얼마나 쓸데없고 생산성 없는 일인지 안다.

         

       하지만….

         

       “너무 예뻐서…, 눈을 감아도 생각나는 걸 어떡해….”

         

       예린수호는 하예린을 보게 된 것을 절대로 후회하지 않았다.

         

       스윽-.

         

       그는 화면 속 하예린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리다가 멍한 눈으로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실제로…, 만날 수 있기도 하잖아….”

         

       하예린은 애니나 게임 속 캐릭터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다.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이면…, 못 만날 것도 없지 않나.

         

       “나아아가 언제 끝나지…? 예린이 데뷔는 언제이려나….”

         

       하예린이 걸그룹으로 데뷔를 하면 팬사인회나 콘서트 등을 통하여 그녀를 실제로 만날 수 있을 터.

         

       예린수호는 남은 방송일자와 데뷔 준비 기간 등등을 계산하다가….

         

       “아…,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구나….”

         

       그녀를 만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다는 것을 깨닫고 절망했다.

         

       “하루빨리…, 실제로 보고 싶은데….”

         

       스밍하느라 잠을 자지 못해 쌓인 피로감, 하예린을 향한 그의 열망. 그리고….

         

       “…….”

         

       천마신공이 만든 부작용으로 인해 영상 속 하예린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는 조금씩 까매져갔다.

         

       “………예린이 학교가 어디라 했더라.”

         

       물론 그는 스스로를 아주 건강한 팬문화를 준수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 갑자기 하예린의 학교가 어디인지 궁금해진 것은 단순한 팬심에서 기인한 호기심이었다.

         

       타닥, 탁.

         

       “……분명 어디서 목격담을 봤던 것 같은데.”

         

       그렇게 예린수호는 충혈된 눈으로 커뮤니티를 뒤지며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찾아 나갔다.

         

       현재 시각은 아침.

         

       하지만 해가 중천에 뜨고 저물고 다시 밤이 찾아올 때까지도….

         

       타닥, 타닥.

         

       키보드와 마우스를 움직이는 그의 손과 화면을 샅샅이 살피는 그의 눈은 멈출 줄을 몰랐다.

         

         

         

         

       **

       

         

         

       

       

       나아아 3주차를 위해 다시 찾은 세트장.

         

       텅.

         

       “오늘도 데려다 주셔서 감사해요, 사장님.”

         

       나는 이제는 아주 익숙하게 강형만의 차를 탄 채 세트장에 도착했다.

         

       강형만은 평소처럼 무표정하지만 다정한 태도로 나를 이곳에 데려다 주었다.

         

       하지만….

         

       “…예린아.”

         

       …마지막 순간 나를 향해 어렵게 입을 뗐다.

         

       그런 그의 표정을 보고 의아한 내가 고개를 갸웃했다.

         

       “왜요, 사장님? 무슨 할 말 있으세요?”

         

       “…네 아빠 엄마가 자꾸 네 소재를 묻더구나.”

         

       “…….”

         

       강형만이 한숨을 한 번 쉬고 말을 이었다.

         

       “계속 전화를 걸고 회사에 직접 찾아오기까지 하는데…, 그냥 내쫓을까 싶다가도 네 부모인걸 생각하니 쉽지 않더구나.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

         

       강형만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돌리며 고민도 않고 답했다.

         

       “…그냥 내쫓으세요.”

         

       부모를 생각하니 상대가 강형만임에도 목소리가 쌀쌀맞게 나왔다.

         

       “아빠 엄마가 바뀌지 않는 이상 다시는 얼굴도 안 볼 거예요. …물론 그 사람들이 쉽게 바뀔 리 없지만 말이에요.”

         

       “…그래.”

         

       다소 예의 없게 느껴질 수도 있을 정도로 단호한 내 대답에도 강형만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스윽-.

         

       “네 말대로 하마.”

         

       나를 무조건적으로 믿는다는 듯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이지우 트레이너한테 들었다. 오늘 아주 중요한 날이라고.”

         

       “…네, 처음으로 순위 발표를 하는 날이거든요.”

         

       “그래, 그동안 잘해왔으니 분명 좋은 결과 있을 거다.”

         

       강형만의 고저 없는 담담한 목소리가 나를 조금 편안하게 해주었다.

         

       “…중요한 일 앞두고 괜히 심란한 이야기 꺼내서 미안하다. 네 부모한테는 내가 대신 말 전해주마.”

         

       “네, 감사해요. 사장님. 그러면 이만 가 볼게요.”

         

       스윽-.

         

       내가 고개를 숙이니 강형만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운전을 해서 나를 여기까지 데려다준 상구 오빠는 내게 짐을 건네며 작게 소리쳤다.

         

       “…하예린, 화이팅.”

         

       “고마워요, 상구 오빠.”

         

       나를 매번 데려다주는 강형만과 상구 오빠는 늘 내게 큰 힘이 되어 주었다.

         

       어쩌면 두 사람 덕분에 내가 나아아에서 큰 문제없이 활약하고 있는 걸 수도.

         

       나는 이번에도 두 사람의 기를 충전 받은 채 당당하게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먼저 향한 곳은 숙소였다. 가져온 짐을 먼저 풀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그때….

         

       “예린 양-!”

         

       “……?”

         

       숙소로 향하는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작가님?”

         

       얼굴만 아는 나아아 작가 한 명이 나를 애타게 부르고 있었다.

         

       그녀는 헥헥거리며 내게 다가와 내 손목을 붙잡고 말했다.

         

       “아이고…, 뒷모습 보고 긴가민가했는데 예린 양 맞았네…. 헉헉…, 시간 없는데 지금 어디 가세요.”

         

       “…아, 숙소에 짐을 놓으러요. 근데 시간이 없다뇨? 아직 집합시간까지는 여유 있게 남았는데….”

         

       실제로 나는 다른 참가자들에 비해 꽤 빨리 도착한 채였다.

         

       그런데 시간이 없다니?

         

       의문이 들었지만 작가는 상황 설명을 해주지 않고 나를 데려갔다.

         

       “일단 시간 없으니 나중에 이야기해드릴게요. 일단 오세요.”

         

       “…어어.”

         

       그녀가 나를 데려간 곳은 한 대기실이었다.

         

       그리고 그곳엔 두 명의 스타일리스트가 대기하고 있었다.

         

       나아아 작가는 나를 스타일리스트들 앞에 내려놓고 나서야 대략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오늘 1차 순위 발표식이잖아요. 중요한 행산데 조금이라도 더 예쁘게 나가야죠. 하하, 물론 예린 양은 코디같은 거 따로 안 해도 예쁘긴 하지만.”

         

       촬영 들어가기 전에 코디를 맡기는 건 원래 있는 일이기에 나는 납득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근데 왜 저만 따로 대기실에서 코디 받는 거예요? 다른 참가자들은….”

         

       나만 따로 대기실에서 무려 두 명의 스타일리스트들을 배정 받다니…, 특별 대우 받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것이 의아하여 물으니 작가가 웃으며 답했다.

         

       “에이~ ‘나머지 애들’이랑 예린 양은 다르죠~”

         

       “…….”

         

       “예린 양은 오늘의 주인공 중 한 명인걸요. 그러면 저는 가볼 테니 코디 다 끝날 때쯤 데리러 올게요~”

         

       나머지 애들과 나는 다르다.

         

       나는 오늘의 주인공 중 한 명이다.

         

       작가의 말이 참으로 의미심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그렇게 얌전히 스타일리스트들의 풀 세팅을 받고 제작진들의 안내에 따라 세트장으로 향했다.

         

       그런 내가 세트장에 첫발을 들이고 마주한 것은….

         

       “…오랜만이네.”

         

       바로 첫 촬영 자리 선정 코너 때 사용했었던…, 1위부터 100위까지 자리가 나뉘어져 있는 거대 피라미드 좌석이었다.

         

       좌석 앞에는 수십 명의 참가자들이 나아아 공식 유니폼을 입고 대기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자, 이제 마지막 참가자 들어오고 있으니 곧 촬영 시작할게요~”

         

       마지막 참가자라는 말에 내가 뒤를 돌았을 때 마주한 것은….

         

       “…….”

         

       “…….”

         

       …바로 나처럼 풀세팅한 채로 제작진과 함께 세트장에 들어서는 유 설의 모습이었다.

         

       우리는 서로 눈을 마주치자마자 직감했다.

         

       우리 둘 중 1위와 2위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예린 양은 오늘의 주인공 중 한 명인걸요.’

         

       우리 둘의 차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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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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