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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2

       1등이라 그런 건지는 몰라도 나는 1팀 가장 위에 이름이 있었다.

         

       그런데 내 바로 밑에 있는 이름이….

         

       [1팀]

         

       [하예린(1위)]

         

       [나한나(4위)]

         

       “……에?”

         

       물론 내가 나한나랑 안 친한 건 맞다.

         

       최종 등급 평가 때 같은 A 등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제대로 된 말 한 마디 못 섞어 보았다.

         

       그런데 문제는….

         

       ‘1등이랑 4등이랑 같은 팀에 둔다고?’

         

       ‘친해지길 바래’ 컨셉에 따른다면 나와 나한나가 같은 팀을 해도 무방하지만…, 그래도 1등이랑 4등을 같은 팀에 두는 건 문제가 있지 않는가.

         

       물론….

         

       [31등.]

         

       [39등.]

         

       [48등.]

         

       [63등]

         

       [81등]

         

       부랴부랴 밸런스를 맞추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나머지 5명 팀원의 순위가 무척 낮긴 했지만….

         

       ‘그래도 최상위 참가자가 둘이나 있는 팀이 유리하지.’

         

       그걸 감안 해도 우리 팀이 다른 팀들에 비해 훨씬 좋아 보였다.

         

       근데 이게 우리 팀만 그런 게 아니었다.

         

       “…헐.”

         

       나는 우리 1팀 옆의 2팀 라인업을 보고 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2팀]

         

       [유 설(2위)]

         

       [서유진(3위)]

         

       “…미친.”

         

       …저기는 무려 유 설과 서유진이 붙어 있다.

         

       그렇게 명단이 나온 지 30초쯤 흐르고….

         

       “…뭐야, 이게.”

         

       “밸런스가 안 맞잖아…!”

         

       “왜 1등이랑 4등이 같은 팀에…!”

         

       “심지어 옆 팀은 2,3등이 붙어 있어….”

         

       당연히 참가자들 사이에서는 불만이 피어올랐다.

         

       ‘뭐…, 나는 지금 팀이 마음에 들지만….’

         

       다른 팀들 입장에서는 1,2,3,4등이 모두 포함되어 있는 1팀과 2팀이 천재지변처럼 느껴질 터.

         

       계약상 그리고 권위상으로도 제작진에게 항의할 수 없는 입장인 참가자들임에도…, 생존 문제가 직결돼서 그런가 참가자들의 분위기는 빠르게 거칠어졌다.

         

       “아니, 이건 좀 진짜….”

         

       “너무 대놓고 밀어 주니까 짜증나네.”

         

       그렇게 참가자들이 대놓고 불만을 표출하던 그때였다.

         

       이런 목소리들을 감지했는지 한시우가 진정하라는 듯 참가자들에게 손짓하며 말을 이었다.

         

       “하하, 물론 지금의 팀이 모두를 만족시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8팀의 밸런스가 고르게 있는 것 같지도 않고요! 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

         

       지금 한시우의 말은 제작진들의 실책을 인정하는 거나 다름없는 말이었다.

         

       이에 나는 고개를 잠시 갸웃했다가…, 한시우의 다음 말에 굳어 버리고 말았다.

         

       “이번 나아아 2차 팀 경연은 1대1 팀 매치니까요! 1팀은 2팀! 3팀은 4팀! 이렇게 각 팀은 자신 팀의 바로 옆에 있는 팀과 붙게 될 겁니다!”

         

       “……!”

         

       그러니까 지금 그의 말은….

         

       나, 그리고 나한나가 속한 1팀과….

         

       [2팀]

         

       [유 설(2위)]

         

       [서유진(3위)]

         

       …유 설, 서유진이 포함되어 있는 2팀이 1대1 팀 매치를 한다는 거 아닌가.

         

       ‘……젠장.’

         

       이번 2차 팀 경연은 좀 편안하게 갈 수 있나 했는데…, 역시 제작진들이 그렇게 둘 리 없었다.

         

       아무리 봐도 우리 팀 보다 상대 팀 라인업이 더 괜찮아 보인다.

         

       서유진.

         

       그녀는 안하무인에 매번 툴툴대고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굳이 꺼내며 팀 분위기를 망치는데 일가견이 있긴 하지만…, 꽁으로 개인 투표에서 3위를 한 게 아니다.

         

       그녀의 무대 구성과 수행 능력은 저번에 같이 팀을 했기에 능히 알고 있었다.

         

       그리고 유 설.

         

       내가 이번 순위 발표식에서 1위를 했다고는 하지만 당연하게도 아직까지는 그녀가 나보다 실력 면에서 한 수 위다.

         

       게다가….

         

       ‘잠긴 해제된 특성….’

         

       흑화.

         

       안 그래도 사기캐였던 유 설에 사기 특성이 하나 더 더해졌다.

         

       ‘이번 2차 팀 경연은 그냥 넘겨야 하나…?’

         

       아무리 봐도 우리 팀이 유 설과 서유진이 있는 2팀을 이길 가능성은 적어 보였다.

         

       이에 나는…, 이제 막 2차 팀 경연에 첫발을 뗐음에도 남몰래 한숨을 내쉴 수 밖에 없었다.

         

         

         

         

         

       **

         

         

         

         

       “자, 그러면 지금부터 같은 팀원들끼리 모여주십시오! 5분간 친목의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제작진이 뽑은 팀 선정을 마치고 우리는 같은 팀끼리 서로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나는 여기서 나아아 제작진들의 능력이 얼마나 출중한지 또다시 알 수 있었다.

         

       “…….”

         

       “…….”

         

       “…….”

         

       어색하다.

         

       ‘친해지길 바래.’라는 컨셉에 걸맞게 우리 팀 분위기는 정말 미친듯이 어색했다.

         

       원래 나도 찐따에 먼저 말을 걸지 않는 스타일이긴 했지만….

         

       “저….”

         

       도저히 이 분위기를 견딜 수가 없어서 먼저 서두를 꺼냈다.

         

       그랬더니….

         

       “…네, 네-!”

         

       “말씀하세요, 예린 님!”

         

       “경청하겠습니다-!”

         

       …나머지 팀원들이 화들짝 놀라 내 말에 반응했다.

         

       ‘무슨 폭군 여왕의 시녀들이냐고….’

         

       나는 그제서야 우리 팀 분위기가 왜 이렇게 어색한지 눈치챌 수 있었다.

         

       바로 나 때문이었다.

         

       내가 나머지 팀원들에 비해 순위가 너무 높으니까…. 저들이 기가 죽은 것이다.

         

       “센터 하실 거죠? 아니면 리더도?”

         

       “저희는 무조건 예린 님의 의견에 따를 게요!”

         

       …어쩌면 그냥 쭉 입 닫고 있다가 내가 운전하는 버스에 편승하려는 것일 수도.

         

       이에 나는 머리가 아파져 오는 것을 느끼다가….

         

       ‘근데 이 팀에 버스 기사는 나뿐만이 아니잖아.’

         

       또 다른 버스 기사인 나한나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런데….

         

       “하아암….”

         

       “…….”

         

       “…졸려.”

         

       그녀는 팀 경연 따위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하품을 하고 있었다.

         

       스윽-.

         

       슥-.

         

       나한나는 자기들을 이끌어 주지 않을 거란 사실을 알았는지 팀원들이 눈동자를 빛내며 오로지 나만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하아….”

         

       덕분에 대학도 다녀본 적도 없는 나는 조별 과제 조장이 된다는 게 무슨 느낌인지 알 수 있었다.

         

       아무래도 이번 팀 경연에서 센터는 포기해야겠다.

         

       아직 계급 선정을 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미리 내가 리더 계급이라 생각하고 진행을 이었다.

         

       “그, 그러면 저희 먼저 서로 자기소개라도 먼저 할까요? 저는 형제기획에서 온 하예린이라고 해요.”

         

       “아, 넵! 저는….”

         

       그나마 다행인 건 팀원들이 내가 이끄는대로 잘 협조를 해준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자, 다음 자기소개 해주세요.”

         

       “…….”

         

       “저기….”

         

       “……아, 제 차례인가요.”

         

       나한나 차례에서 끝이 났다.

         

       “음…, 저는…. 예….”

         

       그냥 이름만 말하면 되는 건데 나한나는 졸린 눈을 여러 번 끔뻑이며 뜸을 들였다.

         

       정말 치명적인 답답함이었다.

         

       “……나한나입니다.”

         

       시발.

         

       그렇게 단답할 거면 대체 왜 시간을 끄는 건데.

         

       “와, 와아….”

         

       “바, 반가워요….”

         

       분위기를 창낸 나한나 덕분에 팀 분위기는 더욱 쳐졌다.

         

       “…….”

         

       “…….”

         

       박유정이 정말 사무치게 그리운 순간이었다.

         

       ‘아니…, 유정이 아니어도 좋으니 차라리 유진이라도….’

         

       이런 내가 정말 믿기지 않지만 나는 이 순간 정말 서유진이 그리웠다.

         

       나한나와 서유진을 바꿀 수 있다면 고민도 없이 바꾸리라.

         

       그렇게 나는 이 숨 막히는 분위기에서 최대한 빨리 5분이 지나기를 기도했다.

         

       “…….”

         

       “…….”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한시우는 다음 진행을 잇지 않았다.

         

       ‘망할….’

         

       더 이상 아무 말도 안 했다가는 그냥 팀이 폭파할 것 같아서 나는 울며 겨자 먹기로 입을 열었다.

         

       “저기 혹시 다들 혈액형은 어떻게 돼요?”

         

       “저, 저는 B형이요!”

         

       “저는 O형…!”

         

       아차차…, 근데 MBTI로 물어 본다는 게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미 뱉은 말은 주워 담을 수 없었고….

         

       “저, 저는 A형….”

         

       “…와, 소심하시겠다. 하하….”

         

       평균 나이 18세인 우리는 때아닌 혈액형 이야기로 시간을 때우게 되었다.

         

       정말 지옥의 시간이었다.

         

         

         

         

         

       **

       

         

         

         

         

       “자! 이제 시간이 끝났습니다. 여러분 모두 친목을 잘 다지셨나요?”

         

       친목은 개뿔.

         

       내 멘탈만 다져졌다.

         

       이 팀에서 제대로 된 무대를 선보일 수 있을지 생각이 들 만큼.

         

       “그러면 지금부터 곡 선정 시간을 갖겠습니다!”

         

       “……!”

         

       이에 나는 곡 선정이라는 말에 더 집중을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

         

       이미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2팀을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곡 선정에서도 좋은 곡을 골라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야 했다.

         

       “아마 모든 분들이 어떤 방식으로 곡을 선정하게 될 지 궁금해하시겠지요! 그리고 곡 선정은…!”

         

       “…….”

         

       “이곳에서 자리를 옮긴 다음 진행토록 하겠습니다!”

         

       “……에?”

         

       자리를 옮겨? 어디로?

         

       처음 있는 일에 나는 물론이고 다른 참가자들도 당황했다.

         

       “자, 모두 여기로 오시면 됩니다-!”

         

       그래도 일단 우리는 한시우의 말과 제작진의 안내에 따라 세트장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두 팀씩 여기 버스에 타시면 됩니다!”

         

       “아니, 심지어 버스까지 타…?”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나는 떨떠름한 마음을 품으며 버스를 탑승하고 제작진들이 데리고 가는 곳으로 갔다.

         

       그들이 우리를 내린 곳은 경기도 외곽의….

         

       “…경기장?”

         

       …한 육상 경기장이었다.

         

       아이돌과는 어울리지 장소에 모두가 고개를 갸웃하는 찰나….

         

       “…엇. 저거.”

         

       누군가의 손짓과 함께 우리는 마치 급조하여 만든 듯한 한 현수막을 발견하였다.

         

       [두근두근 나아아 1차 체육대회]

         

       “…설마?”

         

       “설마 맞습니다!”

         

       모두가 현실을 부정하는 사이 한시우가 등장하였다.

         

       그는 언제 옷을 갈아입었는지 체육복에 선글라스 거기에 선캡까지…, 전형적인 체육 교사의 룩을 입고 있었다.

         

       “친목을 도모하는데 체육대회보다 좋은 행사가 있을까요? 모두 박수와 함께 맞아 주십시오! 나아아 제 1차 체육대회입니다!”

         

       “…와아.”

         

       “…오늘 썬크림 많이 안 발랐는데.”

         

       아무래도 다 여자애들이라 그런지 체육대회라는 말에 얼굴을 썩혔다.

         

       하지만….

         

       “2차 팀 경연 곡 선정 게임은 바로 체육대회입니다-!”

         

       “……!”

         

       역시나 이것은 단순한 체육대회가 아니었다.

         

       “여러분들은 이번 체육대회 성적을 통해 원하는 곡을 선정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주시지요!”

         

       “…….”

         

       체육대회 성적에 따라 곡 선정 기회가 주어진다는 말에 아까 싫증은 거짓이었다는 듯 참가자들이 눈동자가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슨 이런 횡재가…?’

         

       …나는 그 어떤 참가자들보다 눈을 빛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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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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