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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3

       “여러분들은 앞으로 많은 종목의 경기를 하게 될 겁니다! 그리고 3위 안에 들면….”

         

       찰랑-.

         

       제작진으로부터 무언가를 건네받은 한시우가 공중에 높게 들며 말했다.

         

       “이 금, 은, 동메달을 받게 될 겁니다. 금메달은 3점 은메달은 2점 동메달은 1점. 메달 점수에 따른 순위마다 곡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다르니 열심히 하셔야겠죠?”

         

       금, 은, 동메달이라고 해도 당연히 실제 금, 은, 동은 아니었다.

         

       단순히 제작진들이 급조해서 만든 토큰일 뿐.

         

       이를 인지한 대부분의 참가자들도 금, 은, 동메달 그 자체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금, 은, 동메달이 주는 곡 선정권에 눈을 불태웠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누구보다 금메달을 갖고 싶어 집착하는 이가 있었으니….

         

       ‘금메달…! 갖고 싶다…!!’

         

       …바로 서유진이었다.

         

       늘 1등을 하고 싶어서 안달복달인 그녀였다.

         

       TV 속 올림픽에 나오는 선수들을 보며 자기도 금메달을 갖고 싶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금메달은 단순히 집에 돈이 많다고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에 그녀는…, 나아아 체육대회 메달을 보고 곡 선정보다도 저 금메달이 꼭 갖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소 애새끼 같은 생각이라 보여질 수 있긴 하지만 그녀는 실제로 애새끼가 맞았다.

         

       “자, 그러면 각자 잘하는 종목을 하나씩 말해볼까요? 효율적으로 인원 분배를 해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으니…. 그러면 먼저 팔씨름은 누가 나가 볼까요? 혹시 팔 힘….”

         

       “저요! 제가 팔씨름 나갈게요! 저 팔 힘 엄청 좋아요! 나머지도! 저 운동 엄청 잘해요! 제가 다 나갈게요!”

         

       실제로 그녀는 또래에 비해 운동 능력도 출중했다. 체력이 좀 딸리는 게 흠이었지만…, 남들보다 달리기도 빨랐고 힘도 좋았고 감각도 뛰어나서 학교 다닐 적 단거리 육상 영재라 불렸으니 말이다.

         

       아마 그녀는 아이돌이 되지 않았다면 운동선수가 되었으리라.

         

       ‘앞으로 저 금메달은 다 내 꺼다…!’

         

       서유진은 그렇게 생각하며 출사표를 던지고 의지를 불태웠다.

         

       그리고 팔씨름 1차전….

         

       퍽-!

         

       “끄앙!”

         

       “하예린 연습생, 승!”

         

       …놀랍게도 0.5초 만에 탈락하는 기염을 보였다.

         

       “앗…, 미안해, 유진아. 힘 조절 좀 더 할걸.”

         

       “쳇!”

         

       서유진은 미안해하는 하예린을 노려보며 혀를 찼다.

         

       ‘재수 없는 사람…!’

         

       손등이 붉어질 정도로 강하게 힘을 밀어 넣어 놓고 힘 조절은 무슨…!

         

       그 이후로도 하예린은 다른 참가자들을 압도하며 가뿐하게 팔 씨름 종목에서 금메달을 차지했다.

         

       서유진은 그 모습을 보며 씁쓸하게 다음을 기약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었어…. 예린 언니는 나보다 키가 훨씬 더 크잖아? …비겁하게 피지컬 차이로 승부를 보니 내가 질 수 밖에.’

         

       그래도 서유진은 다음 종목을 보고 자신의 금메달을 예감했다.

         

       [50m 달리기]

         

       ‘저거는 나도 자신 있지.’

         

       그녀는 중학생 때 무려 50m 8초라는 대기록을 가지고 반 여자애들 중 1등을 했었다.

         

       그녀는 이것만큼은 금메달을 딸 자신이 있었다.

         

       ‘어디 보자…, 다른 팀에서는…, …1팀에서는 또 저 언니가 나오네?’

         

       1팀에서 또다시 하예린이 출전하자 서유진이 눈을 부라렸다.

         

       방금 전 팔씨름의 치욕을 갚아줄 절호의 기회였다.

         

       ‘흥! 저 꺾다리가 달려 봤자 얼마나 잘 달리겠어?’

         

       나아아 참가자들 중 압도적으로 긴 다리를 가진 하예린이었다.

         

       이에 서유진은 다람쥐처럼 재빠른 다리를 가진 자신이 하예린을 쉽게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결과는….

         

       “와-!! 하예린 연습생 6초 89…!! 1등-!!”

         

       …또다시 패배였다.

         

       하예린 금메달 서유진 은메달.

         

       “…….”

         

       서유진은 믿을 수 없는 결과를 보고 실의에 빠졌다.

         

       ‘우, 우연일 거야….’

         

       물론 이까짓 결과 하나에 좌절에 빠질 명랑소녀 서유진이 아니긴 했다.

         

       그녀는 재빨리 패배의 아픔을 딛고 다음 종목에 출전했다.

         

       그리고….

         

       [100m 달리기]

         

       하예린 금메달 서유진 은메달

         

       “예, 예린 양…! 100m 12초 63 나왔는데…, 호, 혹시 전에 육상 선수 준비했었어요?”

         

       “네? 아뇨…, 그건 아닌데…, 하하.”

         

       서유진은 이번에도 자신의 손에 쥐어진 은메달을 보며 또다시 다음 종목을 기약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다음 종목.

         

       [철봉 오래 매달리기]

         

       하예린 금메달 서유진 은메달

         

       [닭싸움]

         

       하예린 금메달 서유진 은메달

         

       [스피드 스태킹]

         

       하예린 금메달 서유진 은메달

         

       [멀리뛰기]

         

       하예린 금메달 서유진 은메달

         

       “으읏…! 으으읏…!!”

         

       심지어 멀리뛰기에서는 하예린이 2등인 서유진보다 1m를 더 뛰며 압도적인 결과를 내버렸다.

         

       “…이익, 이이익.”

         

       이에 서유진은 또다시 자신의 목에 걸려지는 은메달을 보며 이렇게 소리칠 수 밖에 없었다.

         

       “저 언니는 왜 이렇게 운동을 잘하는 거야!”

         

       안 그래도 미웠던 하예린이 더 미워졌다.

         

       더, 더, 더!

         

         

         

         

         

       **

       

         

         

         

         

       “와아아아아-!! 언니 대박-!!!”

         

       “마지막 경기도 금메달이에요? 미쳤다-!!!”

         

       “아…, 하하.”

         

       그래도 좋은 점이 체육대회가 친목 도모에 정말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어색해 미칠 지경이었던 우리 팀은 분위기를 끌어 올린데다….

         

       [1등 1팀 금8 은1 동3]

         

       [2등 2팀 금2 은9 동4]

         

       …압도적인 격차로 1등을 차지할 수 있었다.

         

       참고로 우리 팀 금메달 8개는 모두 내가 딴 것이다.

         

       다른 종목은 시간이 겹쳐 내가 미처 참가하지 못하는 바람에 나머지 팀원들이 참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금메달 8개면 압도적이지.’

         

       원래부터 내가 다시 태어난 하예린의 몸은 운동에 기가 막힌 재능이 있었다.

         

       거기에 더해 그동안의 알바 경력으로 단련된 근육과 체육이 더해지니 지금의 나는 거의 운동기계라 해도 무방했다.

         

       ‘몇 년 동안 알바한 보람이 드디어 있네.’

         

       그동안 뼈 빠지게 알바해도 알바비로 생활비에 부모님 유흥비로 나가는 바람에 보람이 없었는데 드디어 그동안의 알바 경력이 자랑스러워졌다.

         

       이에 내가 기쁜 마음으로 내가 딴 금메달들을 바라보는 그때였다.

         

       째릿.

         

       ‘…이 살기는?’

         

       어쩐지 익숙한 감각에 내가 고개를 돌려보니….

         

       치렁치렁.

         

       …그곳에는 은메달 8개를 목에 매달고 나를 노려보는 서유진이 있었다.

         

       ‘…아이고야.’

         

       옆에서 지켜본 결과 서유진도 꽤 운동 신경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니 나를 피해 다른 종목으로 갔다면 금메달이 충분히 가능했겠지만….

         

       ‘그러게 왜 날 따라왔어.’

         

       뚝심 있게 내가 고르는 종목마다 따라오는 바람에 은메달만 8개를 가지게 되었다.

         

       째릿, 째릿, 째릿-!!

         

       그게 분했는지 자꾸 나를 째려본다.

         

       예전이었다면 저 모습을 보고 그냥 무시했겠지만 이제는 제법 익숙해졌기 때문일까.

         

       만지작.

         

       “……!”

         

       나는 일부러 서유진이 보는 앞에서 내가 딴 금메달을 만지작거렸다.

         

       “이익…! 이이익…!”

         

       이에 서유진이 나를 째려보는 걸 더해 이까지 갈기 시작했다.

         

       “푸흣!”

         

       1차 팀 경연에서 같은 팀을 하느라 그래도 제법 친밀도가 쌓였나보다.

         

       서유진의 저 모습이 귀엽게 보일 정도니 말이다.

         

       그렇게 나와 서유진이 오묘한 기싸움(?)을 하던 그때였다.

         

       “자, 이것으로 체육대회를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즐거우셨는지요-!”

         

       “예에-!”

         

       순위 결과와 상관없이 체육대회가 나름 즐거웠는지 참가자들 사이에서 밝은 대답이 터져 나왔다.

         

       “그러면 지금부터 순위에 따른 보상을 가르쳐 드려야겠죠! 먼저 이번 체육대회에서 1, 2, 3등을 차지한 1팀, 2팀 그리고 7팀에게는 원하는 곡을 선정할 수 있는 기회를 드립니다!”

         

       “와아아아-!”

         

       “그리고 나머지 5팀은 아쉽지만…, 예, 1차 팀 경연에서 사용했던 사이버 돌림판을 이용하여 랜덤으로 곡을 결정하게 될 겁니다.”

         

       “아아….”

         

       됐다.

         

       원하는 곡 선정의 기회라는 말을 듣자마자 나는 옆에 있던 나한나에게 속삭였다.

         

       “한나야, 우리 곡 어떤 거 할까. 생각해 둔 거 있어?”

         

       “…으음, 귀찮아서 생각 안 하긴 했는데…, 뭐……, 대충 걸크러시 쪽으로 하면 되지 않을까요….”

         

       나한나는 졸린 눈으로 귀찮다는 식으로 답하긴 했지만….

         

       ‘걸크러시라…, 좋지….’

         

       나도 그녀의 의견에 동의했다.

         

       우리 팀은 나와 나한나 포함해서 노래보다는 댄스에 중점이 있으니까.

         

       댄스 퍼포먼스가 두드러지는 곡을 선택해서 원곡의 분위기를 따라간다면 준수한 결과를 낼 수 있으리라.

         

       그렇게 나는 걸크러시 컨셉이 두드러지는 댄스곡 중 무슨 곡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했다.

         

       그러던 그때였다.

         

       “자, 그러면 곡 선정 기회가 무슨 방식인지 알려드리겠습니다! 나와주세요!”

         

       “…엥?”

         

       …아니, 곡 선정이 그냥 곡 선정이지 방식이 왜 필요하지?

         

       의문을 가질 즈음 제작진들이 운동장에 무언가를 낑낑대며 가져와서 설치했다.

         

       그곳은 글씨가 빼곡하게 써져 있는 과녁이었다.

         

       그리고 옆에 다른 제작진이 가져오는 저것은….

         

       ‘…양궁활?’

         

       저걸 왜…, 설마…?

         

       “설마 편하게 원하는 곡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셨나요? 그러면 오산입니다. 곡을 선정할 수 있는 기회! 그것은 바로 양궁을 통해 결정됩니다!”

         

       “…….”

         

       지금 보니 과녁에 써져 있는 빼곡한 글씨들은 최근 아이돌 그룹 명곡들이었다.

         

       그것도 중앙 쪽으로 가면 갈수록 우리가 원하는 곡들의 빈도가 많았다.

         

       “지금부터 1,2,3위 팀에서 한 명씩 나와서 도전하십시오! 기회는 한 번! 과녁에서 원하는 곡을 고르신다음 화살로 맞히기만 하면 됩니다. 어때요, 간단하죠?”

         

       …간단하긴 개뿔.

         

       우리가 저걸 할 수 있었으면 국가대표를 했지.

         

       스윽-.

         

       “저기….”

         

       그때 마찬가지로 곡 선정권이 있는 2팀에서 유 설이 손을 들고 물었다.

         

       “혹시 저희가 아예 과녁을 맞히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 거죠?”

         

       “만약 맞히지 못한다면….”

         

       한시우가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제작진 쪽을 슥 바라보았다.

         

       이에 제작진이 스케치북을 통하여 한시우에게 지령을 내려 주었다.

         

       한시우가 제작진의 뜻을 전해 받고 씨익 웃으며 답했다.

         

       “기회가 박탈되어 다른 팀들처럼 사이버 돌림판을 통해 곡을 선정하게 됩니다.”

         

       “…….”

         

       나는 그 순간 이 체육대회가 그저 분량을 채우기 위한 술수임을 깨달았다.

         

       동시에….

         

       ‘망할 제작진 놈들….’

         

       화살로 나아아 제작진들의 미간을 맞히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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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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