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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6

       그렇게 내가 강제로 하리더센터로 전직하고….

         

       “…네, 그러면 제가 투표에 따라 우리 팀 리더이자 센터 하겠습니다. 모두들 잘 부탁드립니다.”

         

       “와아아아-!”

         

       “그러면 먼저 곡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나는 빠르게 진행을 이어 나갔다.

         

       곡 난이도가 난이도 인지라 많은 의논과 연습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음역대가 너무 높아서 원곡 그대로 따라가기엔 힘들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들 해요?”

         

       “…….”

         

       이 망할 것들은 내가 의견을 물어보면 아무 말도 안 했다.

         

       “…일단 음을 좀 낮추는데 다들 동의하시나요?”

         

       “네-!!”

         

       그냥 내가 동의를 구할 때만 한 목소리가 되어 답을 하는데 그야말로 유치원생이 아닐 수 없었다.

         

       “…혹시 편곡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 있나요?”

         

       “…….”

         

       “후우…, 그러면 일단 음만 낮추고 원곡 분위기를 그대로 따라가는 식으로 안무부터 따보죠.”

         

       “네-!!”

         

       그렇게 어찌저찌 우리 1팀은 2차 팀경연을 향해 순항을 시작했다.

         

       삐그덕 삐그덕 벌써부터 느낌이 좋지 않은 소리가 들리긴 했지만….

         

       빠르게 리더와 센터도 정하고 곡 컨셉도 정했다.

         

       아무튼 순항이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

         

         

         

         

       그래도 다행히 안무를 따는데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바로 나한나의 춤에 관한 능력이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나한나의 춤 스탯은 나에 비해 떨어졌지만 역시 스탯은 보이는 수치가 끝이 아니었다.

         

       “…한나야, 너는 몇 살 때부터 춤을 췄던 거야?”

         

       “…예? 음…,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부터 췄었는데 정확히 기억은 안 나요.”

         

       바로 몸에 남아 있는 경험과 감각.

         

       “예린 언니. 모르셨어요? 한나네 친언니들도 엄청 유명한 댄서들이잖아요.”

         

       “…그래?”

         

       “네, 한나가 가족들끼리 찍은 쇼츠들 엄청 유명한데.”

         

       거기에 몸에 흐르는 타고난 피까지.

         

       나한나는 정말 타고난 춤꾼이었고 우리는 덕분에 안무를 빠르게 딸 수 있었다.

         

       ‘다른 팀원들 수준도 생각보다 나쁘지 않아.’

         

       심지어 다른 팀원들도 순위에 비해 스탯도 나쁘지 않았고 무엇보다 괜히 군소리하는 서유진같은 인물이 없었다.

         

       나는 의외로 우리 1팀의 2차 팀 경연이 순조롭게 끝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때까지는 말이다.

         

       “자, 이제 안무도 다 땄으니까 남은 건 연습뿐이네.”

         

       “그러네요.”

         

       “그러면 지금부터 열심히 연습해볼까.”

         

       “네, 내일부터 열심히 하시죠.”

         

       “……어?”

         

       “……음?”

         

       …방금 내가 잘못 들었나?

         

       뭔가 대화의 핀트가 안 맞았던 것 같아 나는 나한나에게 물었다.

         

       “…한나야, 방금 뭐라고 했어?”

         

       “내일부터 열심히 하자고 말했는데요?”

         

       “…내일부터?”

         

       나는 나한나의 말이 끝나자마자 시계를 보았다.

         

       현재 시간은 오후 11시 41분이었다.

         

       물론 늦은 밤이긴 했지만….

         

       “아직 12시도 안 됐는데?”

         

       나아아의 시간은 바깥과 다르게 흐른다.

         

       지금은 나아아에서 잘 시간이 아니라 연습으로 불타올라야 하는 시간대였다.

         

       하지만….

         

       “…하암. 제가 원래 지금은 무조건 자야 되는 시간이어서요.”

         

       …나한나의 시간도 나와 다르게 흘렀나보다.

         

       “지금 안 자면 제가 효율이 안 좋아서 제대로 몸을 못 움직여요. 아직 다른 팀들은 안무도 못 짠 팀도 많을걸요? 진도도 빨리 뺐는데 오늘은 일찍 들어가서 쉬죠. …안 될까요?”

         

       “…….”

         

       나는 내게 동의를 구하는 나한나의 모습에 순간 멍할 수 밖에 없었다.

         

       ‘…아직 12시도 안 됐는데 자러 가자고?’

         

       나는 그동안 최종 등급 평가와 1차 팀 경연을 거치며 12시 이전에 잠들었던 적이 없었다.

         

       새벽 1, 2시는 기본 3, 4시는 선택.

         

       조금 무리하면 5시까지도.

         

       ‘…난 지금 전혀 졸리지 않는데.’

         

       오히려 에너지가 넘쳐서 펄펄 뛴다. 앞으로 3, 4시간은 거뜬하게 연습을 이어 나갈 수 있을 듯했다.

         

       하지만 나와 달리 나한나는 정말 졸린 듯 안 그래도 평소 잠겨 있던 눈이 더욱더 잠겨 있었다.

         

       …당장 자러 보내주지 않으면 쓰러질 것처럼.

         

       “…그래, 피곤하면 자러 가.”

         

       “넵, 수고하셨어요.”

         

       이에 내가 돌아가는걸 허락하자 나한나가 냉금 고개를 숙였다.

         

       나한나가 빠졌기에 합을 맞추는 의미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다른 팀원들에게 이리 말했다.

         

       “다른 사람들도…, 쉬고 싶은 사람 있으면 쉬죠.”

         

       “…….”

         

       그랬더니 다들 눈치를 보다가….

         

       “그러면 저도….”

         

       “확실히 저희가 안무는 빨리 땄으니까요…!”

         

       “한 명이 없으면 어차피 연습의 의미가 없잖아요?”

         

       “내일부터 저희 정말 열심히 해요!”

         

       우르르르-.

         

       그대로 나한나를 따라 숙소로 돌아가 버렸다.

         

       “하아….”

         

       정신을 차렸을 때 연습실에는 나밖에 없었다.

         

       나는 혼자 연습실에 덩그러니 앉아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리더란게 참으로 쉬운 게 아니네.’

         

       만약 1차 팀 경연 때 리더였던 서유진이 지금 1팀의 리더였다면 어떻게 말했을까.

         

       아마도….

         

       ‘지금 그 실력에 잠을 자러 가겠다고요? 다들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에요?! 영원히 자고 싶은 거 아니면 얼른 와서 합 맞춰욧!’

         

       말은 싸가지 없게 해도 시원하게 팀원들을 통제했겠지.

         

       “아…, 그렇게 생각하니 저번 팀원들이 참 그립네.”

         

       지금 생각해 보면 1차 팀 경연 때 내 팀운이 무척 좋았다.

         

       1차 팀 경연 때 팀원이라면 지금 곡 <매디컬 러브☆>도 문제없이 소화할 수 있었으리라.

         

       ‘유진이가 리더하고 내가 센터하고 혜정 언니가 메보하고 유정이가 전체적으로 중심을 잡아주면…, 딱인데.’

         

       이렇게 연습실에 혼자 있으니 저번 팀원들 생각이 더욱 간절하게 났다.

         

       나는 그렇게 저번 팀원들 생각하면서 잠시 멍하니 있다가 혼자서 안무 연습을 2시간 정도 더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

         

         

         

         

       밤새 고등어 샌드위치 팀원들이 생각나기도 해서 다음날 아침은 박유정, 이혜정과 함께 했다.

         

       서유진 생각도 나서 서유진의 방문을 두드리기도 했지만….

         

       ‘언니가 있는 1팀이랑 제가 있는 2팀이랑 경쟁 상대인 거 몰라요? 언니랑 저랑 적이라고요! 적! 적이랑 어떻게 밥 먹어요? 훠이! 나가요!’

         

       1팀과 2팀이 경쟁상대라는 이유로 문전박대 당하고 내쫓겼다.

         

       그렇게 해서 오랜만에 모인 우리 셋은 아침 식사를 하며 각자 팀 이야기를 시작했다.

         

       “헐~ 그래서 12시도 안 됐는데 다 돌아갔다고요?”

         

       “…응.”

         

       내가 어제 겪었던 일을 말하자 박유정과 이혜정이 자기 일처럼 격분했다.

         

       “리더가 연습하자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야 되는 건데 그걸 자러 갔다고요?! 완전 개념 없네!”

         

       “어제 첫날이라 그런가 대부분 팀들 적어도 1시까지는 연습했던 것 같은데…, 12시도 전에 돌아간 건 좀 그렇다.”

         

       특히 늘 해맑던 박유정은 드물게 흥분하며 말을 이었다.

         

       “언니! 그런 나쁜 애들은 초장 박살로 언니가 잡아놔야 해요!”

         

       “초장에 박살내라고…? 내가?”

         

       “네! 리더인 언니가 지금 팀원들을 잡아 놔야 나중에 팀원들이 언니 말을 듣죠!”

         

       “근데 어떻게?”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묻자 박유정이 답답해하며 속성 강의를 시작했다.

         

       “예린 언니, 언니는 언니의 외모를 너무 사용하지 못 하는 경향이 있어요.”

         

       “…내 외모를 사용해?”

         

       “네, 이렇게 말하긴 뭐하지만 언니가 안은 순둥이여도 외모는 거의 염라대왕이잖아요.”

         

       염라대왕…, 이라는 표현이 적합한지 잘 모르겠긴 하지만 확실히 내 외모가 무서워 보이는 편이긴 했다.

         

       “그러니까 무서운 표정을 지어서 애들한테 겁을 주는 거예요. 언니 말 잘 따르게.”

         

       “무서운 표정으로 겁을 주라는 거지? 무서운 표정 짓는 거에는 내가 일가견이 있긴 해. 한 번 봐볼래?”

         

       그동안 하예린의 몸으로 19년간 살면서 나는 무서운 표정 짓는 거에는 능통했다.

         

       그냥 안 그래도 무표정한 얼굴을 더욱 무표정하게 하면 된다.

         

       거기에 이렇게 입꼬리를 내리고…, 미간을 살짝 좁히면.

         

       “봐봐, 어때? 무서워 보여?”

         

       “오우….”

         

       박유정이 내 얼굴을 보고 입틀막을 하며 내게 말했다.

         

       “언니…, 혹시 그 표정 그대로 저 좀 따라서 말해 보실래요? ‘너희 지금 제정신이야?’”

         

       “너희 지금 제정신이야?”

         

       “아…, 진짜 안 되겠다.”

         

       “아…, 진짜 안 되겠다.”

         

       “무릎 꿇어.”

         

       “무릎 꿇어.”

         

       “이 돼지들아, 그 상태로 기어 와서 내 발이나 핥아.”

         

       “이 돼지들아, 그 상태로 기어…, …유정아? 대사가 좀 이상한 것 같은데?”

         

       “푸하하-! 장난이었어요, 장난!”

         

       유정이는 뭐가 그리 웃긴지 그 상태로 한참 웃고는 말을 이었다.

         

       “근데 언니. 방금 전 언니 표정이 확실히 무섭기는 했어요. 언니랑 별로 안 친한 사람이 방금 언니 표정 보면 엄청 쫄 걸요?”

         

       “…그래?”

         

       “넵, 제가 은근히 이런 기싸움 경험이 많거든요? 언니 방금처럼 무서운 표정 짓고 목소리 대충 깐 다음에 화난 척하면 알아서들 언니 밑으로 길 거예요.”

         

       “유정이 네가 기싸움 경험이 많다고? 후후, 그 말이 더 웃기네.”

         

       골드 리트리버 상에 맨날 해맑은데다 착하기까지 한 박유정이 잘도 그런 경험이 많겠다.

         

       박유정의 허세가 웃겼지만 그래도 동시에 힘이 났다.

         

       이에 나는 박유정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고마움을 표했다.

         

       “아무튼 고마워, 유정아. 다음에도 어제 같은 일 있으면 네가 말한 대로 해볼게.”

         

       “넹, 헤헤.”

         

       그렇게 우리는 한 번 웃은 후 다음 대화 주제로 넘어갔다.

         

       이혜정이 깨작깨작 밥을 넘기며 내게 물었다.

         

       “근데 예린아, 리더랑 센터 동시에 하려면 확실히 힘들긴 하겠네.”

         

       “아무래도 그렇죠. 책임이 너무 막중한 느낌이라….”

         

       “리더랑 센터랑 같이 하면 보통 그렇지. 근데 신기하네…. 이번 경연은 리더랑 센터를 동시에 하는 팀이 두 팀이나 있으니 말이야.”

         

       “…음? 다른 팀에서도 리더랑 센터를 동시에 하는 사람이 있어요?”

         

       그때까지 나는 그냥 다른 팀에도 리더랑 센터를 동시에 하는 곳이 있구나 생각하며 태연하게 숟가락을 들었다.

         

       리더랑 센터를 동시에 하는 것이 드물기는 해도 아예 없는 일은 아니니까.

         

       그런데….

         

       “어? 예린아, 몰랐어?”

         

       “언니, 모르셨어요?”

         

       그런 나를 보는 이혜정과 박유정의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왜요? 누가 리더랑 센터를 동시에 하는데 그래요?”

         

       “너희 옆 팀! 2팀에서도 리더랑 센터랑 같이 하잖아!”

         

       “…2팀이요? …아, 유 설 언니도 리더랑 센터를 같이 하는구나.”

         

       2팀이라는 말을 듣고 나는 멈칫했다가 납득했다.

         

       유 설이라면 리더랑 센터를 동시에 할 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리고….

         

       “아니? 2팀 리더 설이가 아니라….”

         

       “…?”

         

       “유진이잖아!”

         

       “…예?”

         

       상상치도 못한 2팀의 리더이자 센터의 정체를 듣고 나는 그만 숟가락을 놓치고 말았다.

         

       “…방금 뭐라고.”

         

       “유진이가 2팀에서 리더랑 센터 동시에 한대. 어제 굉장히 시끌벅적했는데 연습하느라 못 들었나 보구나.”

         

       “…유진이가. 그러니까….”

         

       유 설을 제치고 리더랑 센터를 동시에 한다고…?

         

       나는 서유진의 실력을 인정한다.

         

       서유진은 싸가지가 없을지언정 실력이 부족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런 서유진도 유 설의 실력에 비하면 한참 떨어진다.

         

       ‘…그런데 유 설을 놔두고 유진이가 리더와 센터를 동시에 한다고?’

       

       …….

       

       …왜?

       

       이는 아무리 나라도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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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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