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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7

       분명히 서유진의 성격상 그녀 스스로 먼저 리더와 센터를 하겠다고 말했을 것이다.

         

       그녀는 1차 팀 경연 때도 그리했으니까.

         

       ‘그런데 그걸 다른 팀원들이 받아들였다고? 유 설이 있는데?’

         

       쉽게 그 그림이 떠오르지 않아 나는 두 사람에게 물었다.

         

       “…2팀에는 유진이 뿐만 아니라 설 언니도 있잖아. 그 언니도 허락한 일이야?”

         

       “음…,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요? 유진이가 리더랑 센터 동시에 하는 건 공식적으로 정해진 것 같던데.”

         

       “우리도 정확한 사정은 모르겠어.”

         

       하지만 두 사람은 역시 다른 팀이라 그런가 서유진이 리더와 센터를 맡게 된 정확한 사유까지는 모르는 듯했다.

         

       ‘괜찮…, 으려나….’

         

       우리 1팀이 색깔에 맞지 않는 곡인 <매지컬 러브☆>로 난항을 겪는 것처럼 2팀도 분명 어려운 곡 난이도에 순조롭지만은 않을 터.

         

       그렇다면 리더와 센터를 동시에 맡고 있는 서유진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 분명했다.

         

       이에 나는 잠시 서유진을 향한 걱정을 하다가….

         

       ‘나도 참…, 무슨 생각이냐. 내 코가 석잔데 다른 팀…, 심지어 우리가 상대해야 될 팀 걱정을 왜 해?’

         

       이것이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걸 깨닫고 고개를 저었다.

         

       어제까지 해서 안무는 다 땄고 오늘부터 죽도록 연습 시작이었다.

         

       우리 팀의 리더이자 센터로서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이 분명 많을 터.

         

       나는 다른 팀 걱정은 집어치우고 앞으로 나와 우리 팀 걱정이나 하기로 생각하며 아침 식사를 마쳤다.

         

         

         

         

         

       **

         

         

         

         

       한 번 노선이 정해지고 연습에 돌입하면 시간은 빠르게 흐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빠르게 흘러 어느덧 2차 팀 경연을 시작한지 3일 차가 되고….

         

       “자, 오늘은 중간 점검의 날입니다. 각자 팀은 미리 공지된 연습실에서 대기해 주십시오!”

         

       …드디어 중간 점검의 날이 찾아왔다.

         

       1차 팀 경연 때와 바뀐 것이 있다면 원래 4일 차 진행하던 중간 점검을 하루 빨리 한다는 것.

         

       연습 시간 하루의 차이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크다.

         

       2차 팀 경연이 시작된지 3일밖에 안 된 지금. 많은 팀들이 중간 점검에 보일 퀄리티를 마련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컸다.

         

       ‘아무래도 제작진들이 그런 자극적인 장면을 노리고 하루 땡긴 거겠지.’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점은 우리 1팀은 컨셉을 빠르게 정하고 안무를 빠르게 딴 덕분에 욕먹지 않을 정도의 무대 수준까지는 끌어 올렸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야말로 욕먹지 않을 만한 수준이지…, 잘한 건 아니야….’

         

       나는 지금 우리 1팀의 무대가 결코 대단한 정도는 아니라고 확신했다.

         

       우리 무대를 보면 볼수록 마음에서 우러 나오는 찜찜함을 지울 수 없달까.

         

       연습을 하면 할수록 마치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 그리 생각하는 건 다른 팀원도 마찬가지일 터.

         

       ‘오늘…, 중간점검에서 혼날 게 분명해.’

         

       그렇게 나를 비롯한 우리 1팀은 긴장하며 중간점검을 할 트레이너가 올 때를 기다렸다.

         

       ‘제발 한시우만 오지 마라.’

         

       한시우는 타고난 독설가니까. 나는 제발 그가 오지 않기만을 빌었다.

         

       끼익-.

         

       그렇게 내 기도와 함께 연습실 문이 열리고….

         

       “…음?”

         

       “…엥?”

         

       문을 연 상대의 얼굴을 보고 우리 1팀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문을 열고 연습실 안으로 들어온 건 다름 아닌…, 서유진과 유 설을 비롯한 우리의 상대 팀인 2팀이었으니까.

         

       “……왜 1팀이 여기 있어요?”

         

       그런데 당황한 것은 우리만이 아니었나보다.

         

       2팀의 리더인 서유진이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물으니 1팀의 리더인 내가 대답했다.

         

       “그건…,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인데…? 여기는 우리 1팀 연습실인걸? 왜 2팀이 여기를….”

         

       “저희는…, 제작진님들이 여기로 오라 해서 왔는데요?”

         

       “…뭐?”

         

       제작진들이 갑자기 이런 사소한 실수를 할 리 없었다.

         

       그렇게 우리 1팀과 2팀이 잠시 어색한 대치 상태를 가지던 그때였다.

         

       “어이쿠, 왜 다들 여기 서 있으세요? 얼른 안으로 들어가시죠.”

         

       “…한시우 님.”

         

       제발 한시우만 오지 말라는 내 바람과 달리 역시나 우리의 중간점검을 맡은 트레이너는 한시우였다.

         

       그는 입구에 선 2팀 인원을 안으로 밀며 연습실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로….

         

       “얘들아, 안녕!”

         

       “어후, 북적북적하네!”

         

       …한시우 이외에도 두 명의 트레이너가 더 등장했다.

         

       “…어? 쌤들이 왜….”

         

       우리 1팀과 2팀이 고개를 갸웃하자 한시우가 설명을 해주었다.

         

       “아, 이번 중간점검에는 총 3명의 트레이너가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말을 잇는 그의 입가에는 작은 미소가 걸려 있었다.

         

       “아무래도 이번 2차 팀 경연이 팀 매치인 만큼 중간점검도 두 팀 함께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

         

       이것 참….

         

       ‘본 경연 들어가기 전부터 양쪽 팀에 이렇게 신경전을 거나.’

         

       한시우의 말에 1팀과 2팀은 벌써부터 경쟁이 시작했다는 걸 깨닫고 표정을 굳혔다. 분위기가 무거워지는 건 삽시간이었다.

         

       그리고 이에 기름을 부은 것은….

         

       “늦어서 죄송합니다~ 저 좀 들어갈게요~”

         

       “……!!”

         

       …바로 뒤늦게 등장한 나아아 메인PD 신PD의 존재였다.

         

       신PD는 현장에 참여하는 나아아 제작진 중 가장 높은 지위의 인물이다.

         

       그런 그가 고작해야 중간점검에 참관했다는 것에서 나아아 제작진들이 우리 1팀과 2팀의 경쟁 구도에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아이고~ 제가 괜히 흐름을 끊었네요. 시우 씨! 저 신경 쓰지 말고 촬영 이어 해주세요!”

         

       “네, 그러면….”

         

       역시나 나아아 안에서는 한시우보다 신PD가 한 수 위인 걸까.

         

       신PD의 말에 한시우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러면 지금부터 1팀과 2팀의 중간점검을 시작하겠습니다.”

         

       중간점검의 시작을 선언했다.

         

       나아아 현재 순위 1, 2, 3, 4등이 모두 포함된…, 그야말로 미리보는 파이널이라 봐도 무방한 중간점검의 시작이었다.

         

         

         

         

       **

       

         

         

         

       “중간점검이니까 부담은 갖지 마시고…, 우선 1팀부터 시작하겠습니다.”

         

       부담 갖지 말라고 하긴 했지만 트레이너가 3명이나 있는 데다 평소보다 제작진들도 훨씬 많았다.

         

       나를 비롯한 우리 1팀은 보다 긴장된 태도로 앞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

         

       물론….

         

       “하암….”

         

       나한나는 제외였다.

         

       그녀는 잠이 많고 무감한게 단순한 컨셉은 아니었는지 이런 중요한 자리에서도 평소처럼 졸린 눈을 하고 있었다.

         

       정말 어마어마한 부동심이었다.

         

       ‘그래도 얘 얼굴을 보니 긴장이 조금 풀리는 것 같기도….’

         

       지금 우리의 무대 수준은 완벽하지 않다. 오히려 떨어진다면 떨어지는 정도다.

         

       그러니 혼날 거면 빨리 혼나자는 생각하며 나는 억지로 긴장을 풀었다.

         

       “그러면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내가 제작진에게 큐 사인을 보내는 것과 인트로가 흘러나왔다.

         

       ♬♬♬♩-!

         

       <매지컬 러브☆>의 인트로.

         

       여느 여자 아이돌 곡들과는 느낌이 다른 테크노 팝 특유의 독특한 통통 튀는 박자가 귀에 담긴다.

         

       하지만 원래 <매지컬 러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음역대가 원곡 보다 낮은 바람에 경쾌한 느낌이 조금 덜 하다는 것.

         

         

       -어느 날 운명처럼 만난 너

         

       -마치 마법처럼

         

       -사르르-!

         

         

       센터인 내가 도입부를 부르는 것으로 무대는 시작되었다.

         

       그래도 그동안 놀고 먹기만 한 건 아닌 우리는 특별한 실수 없이 척척 안무를 이어 나갔다.

         

       하지만….

         

       “…….”

         

       “…….”

         

       우리 무대를 보는 트레이너들의 표정에서 별다른 반응이 느껴지지 않았다.

         

       ‘젠장….’

         

       아직 중간점검인 것을 감안해도 트레이너들의 눈동자에서 무대를 향한 흥미가 하나도 담겨 있지 않다.

         

       마치 지루한 무언가를 보는 듯한 느낌이랄까.

         

       ‘어쩔 수 없나.’

         

       이번에는 아끼고 본 경연 때만 쓰려고 했건만…, 이대로 가면 안 좋은 평가만을 받을게 분명해 보였다.

         

       이에 나는 바로 천마신공 1차 스킬 천마환혹을 준비했다가….

         

       ‘지금.’

         

       내 단독 댄스 브레이크 때에 맞춰 사용하였다.

         

       그런데….

         

       [천마신공 1차 스킬 천마환혹을 시전합니다!]

         

       [시전에 실패했습니다!]

         

       ‘……어?’

         

       나는 천마환혹을 사용하는 순간 처음 보는 상태창 알림을 마주해야 했다.

         

       ‘시전을 실패하다니…?’

         

       곧바로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올랐지만 멍하게 있을 시간은 없었다.

         

       지금도 중간 점검 무대는 진행 중이기에 나는 당황한 기색을 최대한으로 줄인 채 무대를 이어 나갔다.

         

       “이상…, 입니다.”

         

       “…….”

         

       “…….”

         

       그렇게 무대를 마치고…, 연습실 안에는 잠시 정적이 흘렀다.

         

       먼저 마이크를 든 것은 한시우였다.

         

       “흠…, 잘 봤습니다. 짧은 시간이었는데 안무도 짜임새있게 잘 짰고…, 전반적으로 봤을 때 무난한 무대였습니다. 그런데….”

         

       “…….”

         

       “무난…, 하기만 하다는 게 제일 큰 단점이랄까요. 이 무대는 처음부터 무난하기 위해 짜여진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매지컬 러브☆>는 절대 무난한 분위기의 곡이 아닙니다. 스트로베리 필터 특유의 색깔이 섞여 있는…, 아주 개성적이고 통통 튀는 곡이죠.”

         

       한시우는 천천히 우리 무대의 아쉬운 점을 꺼내 놓았다. 우리는 그의 말을 그저 묵묵히 지켜 들었다.

         

       “1팀이라면 충분히 이 곡을 자신들만의 개성으로 채울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했군요. 화려한 색채가 장점인 그림을 무채색만으로 다시 그려낸 듯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스윽-.

         

       한시우가 나를 보며 말했다.

         

       “…무대를 하는 장본인들이 스스로 무대를 즐기지 못한다면 관객들이 어떻게 즐거워하겠습니까. 이 무대를 선보이는 여러분들의 모습에서…, 무대를 향한 애정이 전혀 느껴지지 않아 아쉬웠습니다.”

         

       “…….”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왜 천마환혹이 시전 실패 되었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확실히…, 이번 무대를 준비하면서 나는 전혀 즐겁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천마신공 1차스킬 천마환혹은 내 감정을 매개로 시전된다.

         

       ‘애초에 극대화할 감정이 부족해서 시전을 실패한 거군….’

         

       천마환혹 시전 실패 이유를 알고 나니 뭔가 더 씁쓸해지는 기분이었다.

         

       이거 어쩌면…, 본 경연에서도 천마환혹을 사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예감도 들었다.

         

       “확실히 원곡보다 음역대를 낮추니 원곡의 발랄한 느낌이 안 사네요.”

         

       “전체적으로 괜찮긴 했지만…, 고추장을 안 넣은 비빔밥 느낌이 좀 났어요.”

         

       한시우에 이어 나머지 두 심사위원들도 조금 아쉬웠다는 평을 내리며 우리 1팀의 중간점검은 끝이 났다.

         

       원래 중간점검에서 칭찬 듣기가 어려운 것을 감안하더라고…, 다소 아쉬운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중간점검이 끝난 우리 1팀이 자리로 돌아가고….

         

       “자, 이제 2팀 나와 주세요.”

         

       2팀의 중간점검 차례가 왔다.

         

       “2팀의 곡은 스물두 번째 밤의 <검은 백조>였죠? 이것 참 기대가 되네요.”

         

       그리 말하는 한시우의 표정에는 정말로 설핏 기대감이 실려 있었다.

         

       ‘한시우가 스물두 번째 밤 멤버들이랑 아주 각별하지. 그래서 더 그런가 보네.’

         

       한시우는 전 직장 동료인 스물두 번째 밤 멤버들과 친하다는 사실을 방송에서 거리낌없이 말하곤 했었다.

         

       <검은 백조>가 스물두 번째 밤의 인기 히트곡이기도하고….

         

       2팀의 멤버도 멤버인지라 아무래도 기대감이 들었나보다.

         

       ‘소화하기 쉬운 곡은 아닌데 어떻게 했으려나….’

         

       나도 관심을 갖고 2팀을 지켜보았다.

         

       유 설이 아닌 서유진이 리더이자 센터인 2팀이라…. 과연 내용물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다.

         

       ♪♪♩-!

         

       그렇게 인트로가 흐르며 2팀의 무대가 시작하고….

         

       ‘……어?’

         

       …나는 곧바로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있었다.

         

       “……?”

         

       “……음?”

         

       이상함을 느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는지 우리 1팀의 다른 팀원들도 갸우뚱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제작진들까지 눈동자를 휘둥그레 뜨며 무대를 볼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그 정도로….

         

       ‘…이게 무슨?’

         

       …2팀의 무대는 엉망이었다.

         

       파트 분배가 잘 안 된 건지 마치 더블링을 하듯 오디오가 겹치는데다 동선도 불규칙하다.

         

       대부분의 팀원들이 안무도 미숙지한 걸로 보이고….

         

       ‘…도대체 뭘 보여주려는 거야.’

         

       원곡의 분위기를 따르지도 그렇다고 재해석하지도 못한 애매한 스탠스로 곡이 이어졌다.

         

       “…….”

         

       “…….”

         

       한시우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가운 눈으로 무대를 보았고 나머지 트레이너들은 리액션을 참을 수 없었는지 각각 입을 틀어 막거나 화난 눈초리를 지었다.

         

       여기에 화룡점정을 찍은 것은….

         

       “저….”

         

       “…….”

         

       “저, 저희가 준비한 무대는 여기까지입니다….”

         

       “……!”

         

       1절이 미처 끝나지도 않았는데 무대 중단을 선언한 서유진의 모습이었다.

         

       평소 늘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던 그녀였지만….

         

       “…….”

         

       부끄러운 듯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지금 서유진의 얼굴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었다.

         

       그렇게 2팀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우물쭈물하는 사이 음악이 끊기고….

         

       ♪♪♩-!

         

       뚝.

         

       “하아….”

         

       한시우가 깊은 한숨과 함께 마이크를 들었다.

         

       평소 한시우는 독설가지만 동시에 이성적인 사람이었다.

         

       지금까지 그는 독설을 하면서 한 번도 감정적인 모습을 보이거나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마이크를 들고 한참 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겨우 말을 꺼내는 지금 그의 얼굴은….

         

       “…지금 이게 뭡니까?”

         

       …누가 봐도 화난 것을 알 정도로 상당히 찌그러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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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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