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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8

       한시우는 드물게 화난 표정을 지으며 속사포로 말을 시작했다.

         

       “확실히 3일이라는 시간이 곡을 완벽한 상태로 준비하기에 짧은 시간이라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컨셉을 짜고 안무를 따는데는 충분한 시간이죠.”

         

       “…….”

         

       “그런데 지금 2팀의 무대 진행도는 처참합니다. 곡 컨셉을 못 정한 것은 당연하거니와 파트 분배도 잘 안 된 것 같은데…. 혹시 지난 3일간 논 겁니까?”

         

       한시우는 그렇게 연습생들의 자존심을 바닥까지 끌어내리는 독설을 이었다.

         

       그리고….

         

       “아니면 혹시 팀원들끼리 싸우기라도 한 겁니까?”

         

       “…그게 아니라!”

         

       독설이 끝날 새를 보이지 않자 2팀의 리더이자 센터인 서유진이 나섰다.

         

       “…저는 잘해 보려고 했는데 팀원들이 제 말도 안 따르고…, 자꾸 이상한 소리만 해서…!”

         

       그리 말하는 서유진의 표정은 정말로 억울해 보였다.

         

       하지만….

         

       ‘아이고.’

         

       이 상황에서 팀원들을 욕하며 자신을 변호하는 서유진의 모습이 좋게 보일 리 없었다.

         

       “서유진 참가자.”

         

       “…네.”

         

       “서유진 참가자는 2팀의 리더죠. 리더가 할 일이 바로 팀원들을 아우르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끄는 겁니다. 지금 서유진 참가자의 모습은 리더로서 실격이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이익.”

         

       한시우의 말이 분했는지 서유진이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눈동자에는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

         

       스윽-.

         

       고개를 젖히는 것이 억지로 눈물을 참으려 하는 것 같았다.

         

       그 모습이 어떻게 보면 딱하게도 보였지만…, 겨우 이걸로 입을 멈출 한시우가 아니었다.

         

       “…애초에 계급 분배가 조금 잘못되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서유진 참가자. 왜 서유진 참가자가 리더와 센터를 독식하고 있죠?”

         

       “저는 둘 다 맡아도 잘할 수 있…!”

         

       “유 설 참가자.”

         

       “……!”

         

       한시우는 대놓고 서유진의 말을 끊고 유 설을 향해 물었다.

         

       “원래 그런 스타일이 아니셨던 것 같은데 오늘따라 유난히 소극적이십니다.”

         

       “…….”

         

       “리더와 센터 두 계급 중 하나도 맞지 않은 것도 그렇고…, 혹시 무슨 문제 있으십니까?”

         

       지잉-.

         

       한시우의 말에 연습실 내 모든 인물들의 시선과 카메라가 유 설 쪽으로 향했다.

         

       이에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갑작스러운 관심에 당황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럴 유 설이 아니었다.

         

       유 설은 태연하게 힘없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

         

       다소곳한 자세로 한시우의 질문에 답하는 유 설의 모습은…, 마치 떨어지기 전 한 떨기 꽃처럼 처연했다.

         

       “제가 이번 주…,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없었습니다.”

         

       “몸이…, 안 좋았다고요?”

         

       웅성웅성.

         

       “그러고 보니….”

         

       “살도 좀 빠진 것 같고….”

         

       유 설의 대답에 참가자들과 제작진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그녀의 말을 듣고 다시 보니…, 정말 유 설의 모습이 아파 보였던 것이다.

         

       ‘…진짠가?’

         

       이는 상태창을 볼 수 있는 나도 헷갈릴 정도였다.

         

       아무리 [흑화]특성이 있는데다 유 설의 연기력 스탯이 높다고 해도…, 지금 그녀의 모습은 꾸며낸 것처럼 보이지 않았으니까.

         

       “몸이…, 정확히 어디가 안 좋으신 겁니까?”

         

       유 설의 답에 당황한 것은 한시우도 마찬가지였는지 그가 질책하던 표정을 지우고 걱정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이에 유 설이 최대한 괜찮게 보이려고 노력하는 듯한 얼굴로 답했다.

         

       “그냥…, 가벼운 몸살입니다.”

         

       물론 그리 말한다고 몸 상태가 가벼워 보인 것은 아니었다.

         

       “…….”

         

       한시우의 표정은 점점 걱정에서 아까 자신이 한 소리 했던 것에 대해 미안함을 느끼는 것처럼 변했다.

         

       ‘그러고 보니 이 사람은 혜정 언니가 쓰러졌을 때도 제일 먼저 병원에 와 줬었지.’

          

       독설가긴 해도…, 참가자를 걱정하는 마음은 진심인 건가.

         

       “…건강관리도 아이돌로서 기본소양입니다. 몸조리…, 잘 하시죠.”

         

       “……네,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시우 프로듀서 님.”

         

       그렇게 한시우의 츤데레같은 걱정과 유 설의 싱그러운 미소로 분위기가 조금 훈훈해지려던 그 순간이었다.

         

       “아, 아무리 그래도!”

         

       “……!”

         

       두 사람의 대화를 그냥 지켜볼 수만은 없었는지 서유진이 나서서 소리쳤다.

         

       “설 언니는 아프다는 핑계로 회의에도 건성으로 참가하고…! 연습도 못 따라오고…! 덕분에 팀 분위기만 망치고 무대 진행도 안 됐다고요…! 아픈 건 안 된 일이지만 사실 저희 팀이 지지부진한건 설 언니의 책임이 커요!”

         

       “……!”

         

       서유진의 돌발 발언에 연습실 분위기가 얼어 붙었다.

         

       서유진이 지금 하는 말은 모두 사실일 수 있었다.

         

       팀의 주축이 되는 팀원 한 명이 아프다는 이유로 제대로 팀 작업에 참석하지 못하고 분위기를 흐린다면….

         

       안 그래도 어려운 무대 난이도가 훨씬 더 올라가겠지.

         

       하지만….

         

       ‘유진아, 입 닥쳐…!’

         

       지금 이 상황에서…, 이 분위기에서…, 심지어 카메라 앞에서 할 말은 아니었다.

         

       게다가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곳에 다수의 제작진들이 포진해 있다는 것이었다.

         

       지금 상황이 그들의 입장에서 얼마나 탐나는 재료일까.

         

       스윽-.

         

       나는 무의식적으로 신PD 쪽으로 곁눈질했다.

         

       그는 형용할 수 없는 심각한 표정으로…, 지금 상황을 눈에 담고 있었다.

         

       평소 웃상이었던 그가 정색을 하고 상황을 지켜보자…, 눈치가 빠른 참가자들과 제작진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를 눈치챈 것은….

         

       “…서유진 참가자. 일단 진정하세요.”

         

       한시우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지금 조금 흥분한 것 같으니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시지요.”

         

       한시우는 지금의 상황을 더 키우기 싫어하는 듯 보였다.

         

       만약 지금보다 일이 조금이라도 더 커지면…, 그리고 그것이 카메라를 타고 고스란히 방송에 나가면….

         

       서유진은 분명히 지금까지와는 다른 여론의 몰매를 맞을 테니까.

         

       한시우는 서유진에게 그런 가혹한 상황을 선사하고 싶지 않은 듯 보였다.

         

       “저는 너무 억울해서…!”

         

       “알겠으니 그만.”

         

       하지만 이미 고삐를 놓은 서유진이 그렁그렁한 눈동자로 말을 멈추려 하지 않자 한시우가 칼같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

         

       “…지금은 그만 말하시죠.”

         

       “…….”

         

       “…2팀은 제가 내일 따로 중간 점검을 한 번 더 진행하겠습니다. 그러니 오늘은 이만 물러나고…, 중간 점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두 팀 모두 수고하셨습니다.”

         

       한시우는 그렇게 갑작스레 중간 점검의 종료를 선언했다.

         

       이에 서유진도 흥분을 가라앉히고 2팀과 함께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제작진 쪽에서는….

         

       “아니, 시우 씨 왜 여기서 끊으시지…?”

         

       “분위기 좋았는데….”

         

       한시우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동요가 일어났다.

         

       그때까지 신PD는 지금의 상황을 그저 묵묵히 지켜볼 뿐이었다.

         

       “…….”

         

       “…….”

         

       이에 한시우를 제외한 다른 트레이너들과 카메라맨들은 신PD의 눈치를 보다가….

         

       끄덕.

         

       “수고하셨습니다.”

         

       스윽-, 슥.

         

       신PD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나고 카메라를 내렸다.

         

       ‘휴…….’

         

       그 모습을 보고 나는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서 신PD가 상황을 더 키우기를 원했다면 억지로라도 촬영을 강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신PD가 그리하는 대신 촬영을 끊을 걸 보니….

         

       ‘그냥 넘어갈 생각인가 보네….’

         

       방송각과 시청률을 위해 서유진을 나락 보낼 생각은 없는 듯했다.

         

       ‘유진이의 소속이 SAV라서 그런가….’

         

       확실히 방송국의 입장에서 SAV 같은 대형 기획사 소속을 건드리는 건 부담감이 있을 터.

         

       지금 제작진들 쪽에서 이 상황을 그냥 넘어간 것도 그러한 이유가 클 것이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큰일 날 뻔했어.’

         

       방금 전 서유진이 큰 고비에 빠질 뻔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심지어 아직도 줄타기 중이라고 봐야 되고.’

         

       그리고 오늘같은 위험은 2차 팀 경연이 끝나는 날까지 사라지지 않으리라.

         

       그런데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서유진은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는 듯한 표정이었다.

         

       ‘한 마디…, 해 줘야겠네.’

         

       이번 중간 점검에서 우리 1팀은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그리고 서유진은 우리의 상대인 2팀의 리더이자 센터다.

         

       여기서 아무런 충고도 없이 자멸하게 두는 것이 팀적으로는 더욱 이득인 판단일 터.

         

       하지만…, 저번 1차 팀 경연에서 같은 팀을 하며 정이 쌓여서 그런가.

         

       나는 지금의 서유진을 가만둘 수 없었다.

         

       이에….

         

       “유진.”

         

       “…?”

         

       “…잠깐 얘기 좀 하자.”

         

       나는 중간 점검이 끝나고 자신의 연습실로 돌아가는 서유진을 붙잡았다.

         

         

         

         

       **

         

         

         

       “…어디로 가는 거예요?”

         

       “화장실로 가려고.”

         

       “……!!”

         

       화장실이라 말하자 여태 억울하고 분통난 표정만 짓던 서유진이 크게 움찔했다.

         

       “화, 화, 화장실은 왜….”

         

       “거기가 카메라가 없어서. 왜?”

         

       “시, 싫어요…! 갑자기 뭔지는 모르겠는데 여기서 이야기해요…!”

         

       “……?”

         

       …옛날에 뭐 화장실에 끌려가서 맞은 적이라도 있나?

         

       ‘에이, 누가 서유진한테 그랬겠어.’

         

       그래도 서유진이 화장실에서 얘기하는걸 꺼려하는 분위기여서 나는 발걸음을 멈췄다.

         

       ‘아무도 없으니 괜찮나….’

         

       이곳은 연습실에서 좀 떨어진 복도다.

         

       나는 근처에 아무도 없는걸 확인하고 서유진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유진아, 너 오늘 큰일 날 뻔했어.”

         

       “…예?”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카메라 앞에서 그렇게 얘기한 거야.”

         

       “하!”

         

       서유진의 안위를 생각해서 꺼낸 말이건만…, 나를 향한 서유진의 표정이 구겨졌다.

         

       “언니도 저 가르치려고 하는 거예요?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요! 제가 오늘 했던 말중에 거짓말은 하나도 없는데!”

         

       그리 말하며 서유진은 억울하다는 듯 언성을 높였다.

         

       “나는 열심히 하려고 했는데! 유 설 그 사람은 아프다고 회의 참여도 제대로 못 하고! 팀원들은 리더인 나는 무시하고 맨날 유 설 그 사람 걱정만 하고! 안 그래도 곡 난이도 높아서 머리 아픈데! 진행은 안 되고! 개판도 그런 개판이 없다고요!”

         

       서유진의 말대로라면 확실히 상황이 막막하긴 해 보였다.

         

       열심히 해 보려 했는데 팀원들이 잘 안 따라주면 답답하고 억울하기도 할 테고.

         

       하지만….

         

       “…그래도 오늘 네 방식은 잘못됐어. 다른 사람들…, 특히 앞으로 방송을 볼 대중들은 그런 속사정을 정확히는 모르잖아.”

         

       오늘 중간 점검에서 서유진의 모습은 그 모든 걸 감안하더라도 너무 과격했다. 시청자들이 돌팔매를 던질 명분이 충분할 정도로.

         

       “그러니까 앞으로 억울한 일 있어도 카메라 앞에서는 조금 진정하고….”

         

       “그거는 제 잘못이 아니라 사정 모르는 대중들 잘못이잖아요!”

         

       “하아….”

         

       나는 좋게 좋게 타이르려다가 서유진이 빼액 소리 지르자 나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너무나도 자기중심적인 그녀의 태도를 곱씹다가….

         

       ‘이건 뭐…, 애새끼랑 얘기하는 것 같….’

         

       아.

         

       ‘…애가 맞나.’

         

       그녀의 나이가 아직 17살 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고 멈칫했다.

         

       아직 고등학교 교복을 입은 지 한 달밖에 안 된…, 사실상 중학생에 더 가까운데다 사춘기도 진행 중일 확률이 높다.

         

       사회생활도 당연히 안 해 봤고…, 무엇보다 안하무인이라는 특성이 있을 정도로 자기 만의 세상에서 오냐오냐 자랐다.

         

       나는 그런 서유진을 조금 이해하는 동시에….

         

       ‘내가 무슨 말을 해도 안 듣겠군.’

         

       …말이나 설명 따위로는 당장 그녀를 바꿀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원래 이런 경우에는 조금 거칠더라도 엄한 훈육으로 가르쳐야 하는데….

         

       ‘여기 나아아에 그럴 만한 사람도 없고….’

         

       …어쩔 수 없나.

         

       지금 서유진의 상태는 핸들이 고장난 8톤 트럭이나 다름없다.

         

       “…유진아, 앞으로 더 얘기 안 할게. 대신 오늘 내가 한 이야기 최대한 새겨들어봐.”

         

       “됐어요! 제가 알아서 할 거예요!”

         

       “너…, 나중에 울고불고 후회해도 그때는 늦는다.”

         

       “웃겨, 울긴 누가 운다고! 할 말 끝났죠? 그러면 저 갈게요! 흥!”

         

       이에 나는 눈앞의 금쪽이가…, 최대한 덜 상처받는 쪽에서 일이 마무리되길 바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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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화는 12시간 뒤에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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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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