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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0

       “……누구, 어?”

         

       당연하겠지만 하예린은 갑자기 연습실 안으로 들어온 나한나를 보고 흠칫했다.

         

       “한나야…, 왜….”

         

       “…언니, 뭐 하세요?”

         

       “아…, 뭐 그냥….”

         

       스윽-.

         

       나한나가 묻자 하예린은 뒤늦게 태블릿 pc를 등 뒤로 숨겼다.

         

       하지만 이미 그녀가 <매지컬 러브☆>의 뮤비를 돌려보고 있다는 것을 봤던 나한나는 하예린에게 말했다.

         

       “사실 밖에서 뭐하고 계시는지 다 봤어요. 스트로베리 필터 뮤비 보고 있었죠?”

         

       “아…, 응.”

         

       “왜요? 혹시 편곡 아이디어라도 떠오를까봐?”

         

       “…….”

         

       답을 않는 걸 보니 역시 맞는 듯했다.

         

       나한나가 캐묻자 하예린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답했다.

         

       “……1차 팀 경연 때도 지금이랑 비슷한 상황이었는데 뮤비 돌려보다가 해답이 나왔었거든. 혹시 이번에도 그러지 않을까 해서…, 뮤비 좀 보고 있었어.”

         

       “…….”

         

       저번 나아아 방송을 봤기에 1차 팀 경연 고등어 샌드위치 팀의 무대를 전체적으로 이끈 게 하예린이란 것을 나한나도 알고 있었다.

         

       ‘<Where is my first love!>를 너드 컨셉으로 갈 생각을 했던 건 예린 언니의 생각이었지.’

         

       근데 그게 뮤비를 돌려 보다가 떠올린 아이디어였나.

         

       ‘운이 좋았군.’

         

       하예린의 실력을 폄훼하고 싶지는 않지만 사실 그건 운이 좋았던 이유가 커 보였다.

         

       그리고…, 그 행운이 두 번 연속으로 찾아올 확률은 낮았다.

         

       ‘백날 뮤비를 들여다보고 있다 해도 뭐가 나오지는 않겠지.’

         

       효율을 중시하는 나한나 입장에서 지금 하예린의 행동은 참으로 비효율적으로 보였다.

         

       이미 지금 진행도 그대로 가기로 결정도 났으니 차라리 방에 돌아가 잠을 자고 체력을 비축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일 터.

         

       이에 나한나는 하예린을 향해 무어라 말을 하려다가….

         

       ‘됐다. 내 주제에 무슨 훈수냐.’

         

       그냥 고개를 젓고 입을 다물었다.

         

       “한나야, 너는 근데 왜 다시 연습실로 돌아온 거야? 혹시 연습을 더….”

         

       “아뇨, 그건 아니고. 안대를 두고 온 것 같아서요.”

         

       나한나는 그리 대답하고 연습실에 온 목적인 안대를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했다.

         

       다행히 안대는 탁자 위에 잘 올려놔져 있었다.

         

       “아, 여기 있네요. 찾았으니 이만 가 볼게요.”

         

       “…그래, 잘 가.”

         

       “…언니는 언제 가시게요?”

         

       “아…, 나는….”

         

       하예린이 뒷머리를 조금 긁으며 답했다.

         

       “뮤비 조금만 더 보다가 가게. 너 먼저 들어가.”

         

       “…….”

         

       나한나는 하예린이 말하는 조금이 당연히 조금이 아닐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뭐…, 그래도 이게 그녀 알 바는 아니었으니까.

         

       나한나는 하예린이 알아서 할 거라 생각하고 등을 돌렸다.

         

       “…예, 먼저 들어갈게요.”

         

       “엉.”

         

       그러나….

         

       뚝.

         

       ‘…아.’

         

       등을 돌리고 한 발을 떼기도 전에 그녀는 누군가 생각이 나서 멈춰설 수 밖에 없었다.

         

       그 누군가는 다름 아닌 나한나의 친언니들이었다.

         

       미련하게 우물을 파는 하예린의 모습에서…, 나한나는 자신의 친언니들의 과거가 떠올랐다.

         

       나한나의 친언니들은 꽤나 유명세가 있는 프로 댄서들이다.

         

       외주가 들어오면 아이돌 안무도 짜주고…, 세계를 돌며 댄스 페스티벌도 참가하고…, 숏츠도 찍고…, 가끔 톱스타들 백업 댄서도 하며 잘 나간다.

         

       하지만 언니들의 꿈은 처음부터 단순한 댄서가 아니었다.

         

       아이돌.

         

       언니들은 아이돌이 되고 싶어 했다.

         

       나한나는 언니들이 초등학생 때부터 아이돌이 되기 위해 얼마나 미련하게 연습했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큰 언니는 아예 데뷔에 실패하고 작은 언니는 3군 급으로 데뷔했다가 소리 소문 없이 잊혀졌다.

         

       나한나는 그때 언니들이 얼마나 슬퍼했는지도 기억하고 있다.

         

       좌절감, 불행은 노력과 기대에 정비례한다는 사실도 그때 알게 되었다.

         

       그녀가 잠이 많아진 것도…,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잠을 자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무 생각 하지 않아도 되니까.

         

       아무튼….

         

       지금 나한나는 하예린을 보고 언니들이 떠올라 입을 열지 않을 수 없었다.

         

       “…언니.”

         

       “응? 한나야, 안 가?”

         

       “그냥 같이 돌아가시죠.”

         

       “…뭐?”

         

       물론 하예린은 그녀의 언니들과 다르다.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데뷔를 한 이후에도 성공할 확률이 높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나한나는 한번 터진 입을 멈추기 어려웠다.

         

       “…어차피 그거 보고 있는다고 답 안 나와요.”

         

       “…….”

         

       “…그냥 같이 가서 잠이나 자죠. 그게 더 나을 것 같은데.”

         

       “뭐…, 그럴 수도 있지만 보다 보면….”

         

       “그렇게 쓸데없는 노력 계속하면 실망만 커진다니까요?”

         

       “…어?”

         

       그래서였을까.

         

       “안 되는 건 줄 알면 빨리 포기하는 법도 알아야죠. 그렇게 쓸데없는 짓 할 바에는 잠이나 자는 게 낫지.”

         

       나한나는 자기도 모르게 조금 강한 워딩이 나오고 말았다.

         

       “…….”

         

       나한나가 처음으로 격분한 감정을 드러내자 하예린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놀란 것은 나한나도 마찬가지였다.

         

       ‘…아차.’

         

       나한나는 순간 실책을 깨닫고 자신의 입을 막은 채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지이잉-.

         

       …역시 연습실 구석에 방치형 카메라는 그들의 모습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아, 망했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한나 특유의 나른한 분위기를 좋아한다지만…, 사실 대중들이 아이돌 프로를 보면서 보고 싶어 하는 것은 희망을 잃지 않는 연습생의 밝은 모습이다.

         

       그런데 카메라 앞에서 대놓고 염세적인 말을 해 버렸다.

         

       그것도…, 개인 투표 1위인 하예린에게 화내는 듯한 모양새로.

         

       ‘나락…, …까지는 아니어도 방송 나가면 이미지 타격 좀 있겠는데.’

         

       나한나는 순간 감정 조절을 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짜증 그리고 꼬여 버린 상황에 대한 막막함에….

         

       “아, 모르겠다.”

         

       …그대로 연습실 바닥에 드러누워 버렸다.

         

       머리가 복잡할 때 이렇게 바닥에 누우면 그래도 몸은 편해서 한결 나아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러한 나한나의 특성을 모르는 하예린은 그녀를 미친년보듯 보았다.

         

       “…한나야, 뭐 해? 갑자기 왜….”

         

       “…모르겠어요.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취침 예정 시간이 지나서 뇌가 어떻게 되버린 건가…. 아…, 안 되겠다.”

         

       나한나는 그대로 아까 챙긴 안대를 쓰고 자세를 편안히 했다.

         

       “…언니. 저 잠깐 5분만 눈 좀 감고 있을게요. 혹시 5분 뒤에 제가 자고 있으면 좀 깨워주세요.”

         

       “그, 그래.”

         

       “저 신경 쓰지 마시고 뮤비 보던 거 보셔도 돼요.”

         

       “아…, 응.”

         

       나한나의 말에 하예린이 다시 뮤비를 틀었다.

         

       다만, 소리가 점점 줄어들더니 결국에는 무음이 되었다.

         

       안대를 쓰고 누운 나한나를 배려한 듯했다.

         

       “…….”

         

       “…….”

         

       그렇게 침묵 속에서 몇 분이 지나고….

         

       “근데 한나야.”

         

       “……예.”

         

       하예린이 조심스레 물었다.

         

       “아까 그 소리는 뭐야. 쓸데없는 노력하면 실망만 커진다느니 어땠냐느니…, 혹시 예전에 무슨 일 있었던 거야?”

         

       “…….”

         

       하예린의 질문에 이번에는 나한나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제 얘기는 아니고 언니들 얘기요.”

         

       …아무래도 피곤해서 제정신이 아니었나보다.

         

       평소였다면 하예린을 언니들과 겹쳐 보는 일도…, 남의 일에 간섭하는 일도….

         

       이 상황에서도 언니들 일을 이야기하지도 않았을 텐데….

         

       나한나는 카메라 앞인 것도 잊고 하예린에게 술술 불어 버렸다.

         

       정신이 몽롱한 것이…, 잠에 취한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됐었어요.”

         

       “…그랬구나.”

         

       그래도 말하고 나니 마음이 홀가분해진 느낌이 든 나한나는 그대로 안대를 벗었다.

         

       진정도 됐겠다 이제 방으로 돌아가서 잘 생각이었다.

         

       ‘방금…, 카메라에 찍힌 건…, 아 모르겠다 일단 돌아가서 자고 내일 생각하자.’

         

       나한나는 그리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그때였다.

         

       “한나는…, 겁쟁이였구나.”

         

       “…예?”

         

       자리에서 일어난 나한나는 하예린의 영문 모를 말에 잠시 멈칫했다가….

         

       “한나 너는 너희 언니들처럼 실패할까봐 시도도 안 하고 노력도 안 하는 겁쟁이였어.”

         

       “…뭐라고요?”

         

       하예린의 다음 말에 정색했다.

         

       자신보고 겁쟁이라고 하는 건 상관없었다.

         

       그런데 언니들이 실패했다니?

         

       순간 분노를 참지 못한 나한나가 언성을 높이고 말했다.

         

       “저희 언니가 실패했다뇨? 저희 언니는 실패하지 않았어요. 무슨 소리세요.”

         

       비록 처음 꿈꾸던 아이돌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녀의 언니들은 지금 댄서로서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

         

       이를 나한나가 따지듯 묻자 하예린이 싱긋 웃으며 답했다.

         

       “그래, 나도 알아. 한나 네 언니분들 정말 대단한 사람이더라.”

         

       “맞아요, 근데 왜…!”

         

       “근데 한나 너는 왜 너희 언니들이 한 노력이 헛된 노력이라고 한 거야?”

         

       “……!”

         

       스윽-.

         

       순간 나한나가 벙찌자 하예린이 나한나의 머리에 손을 올리고 슥슥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헛된 노력이란 건 없어. 너희 언니가 지금 댄서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것도 그때의 노력 때문이지. 혹시 한나야, 너희 언니들이 그때 아이돌 연습생 생활을 길게 한 것을 후회했었어?”

         

       “…….”

         

       도리도리.

         

       하예린의 질문에 나한나가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언니들은 아이돌을 포기하고 슬퍼하긴 했지만 아이돌 생활을 후회한 적은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야. 한나 네 말대로 편곡 없이…, 효율적으로 연습하고 무난한 무대를 선보이는 게 나은 선택일 수도 있어. 하지만….”

         

       “…….”

         

       “나는 후회 없는 무대를 하고 싶어. 만약 지금 당장의 노력을 통해 더 나은 무대를 보일 수 있다면 전혀 후회하지 않을 거야. 그런데 말이야. 그러려면….”

         

       스륵-.

         

       나한나의 머리를 쓰다듬던 하예린의 손이 점점 내려가더니 나한나의 뺨을 감쌌다.

         

       “한나 네 도움이 필요해. 혹시 한나야…. 언니를 도와주지 않을래?”

         

       “…….”

         

       “우리 같이 열심히 노력해서 후회 없는 무대를 만들어 보자.”

         

       …왜일까.

         

       나한나는 그때 또다시 하예린의 얼굴에서 친언니들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너무나도 맑고…, 너무나도 당당해서.

         

       도저히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동경하지 않을 수 없는 그 얼굴들이 말이다.

         

       그래서일까.

         

       끄덕.

         

       “……네.”

         

       원래의 나한나였다면 헛된 노력이었다고 치부할 일에…, 나한나는 돕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도 모르게 벌어진 일이었다.

         

         

         

         

         

       **

       

         

         

         

       끄덕.

         

       “……네.”

         

       나를 도와주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는 나한나를 보며….

         

       ‘……이게 되네?’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를 설명하려면 몇 분 전 상황으로 돌아가야 한다.

         

       모든 팀원들이 각자 숙소로 돌아가고…, 나는 연습실에 혼자 남아 <매지컬 러브☆> 뮤비를 돌려 보았다.

         

       혹시 1차 팀 경연 때처럼 뮤비를 보다가 아이디어가 떠오를까 해서였다.

         

       물론 연습실에 혼자 남아 뮤비를 반복 재생하는 내 심정은 그리 좋지 못했다.

         

       “아…, 뭔가 떠오를 것도 같은데….”

         

       조금만 더 시간을 쏟으면 좋은 아이디어로 무대를 꾸밀 수 있을 것 같은데 너무 빨리 무대를 포기해버린 팀원들이 심통나서였다.

         

       특히 나한나.

         

       젊은 애가 뭐 이리 포기가 빠른지….

         

       “하아…, 머리 아파. 조금 쉴까.”

         

       나는 나한나에 대해 생각하다가 머리가 아파 잠시 고개를 젖혔다.

         

       그리고….

         

       [00 : 37]

         

       자정이 지난 시계가 보였다.

         

       벌써 또 하루가 지났다는 걸 상기함과 동시에 나는 천마환혹에 대해 떠올렸다.

         

       아까 시전 실패했던 천마신공 1차 스킬 천마환혹.

         

       천마환혹의 쿨타임은 1일이다.

         

       ‘그러면 그게 24시간 지나면 사용할 수 있는 건가 아니면 하루가 바뀌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건가?’

         

       그렇게 내가 천마환혹의 쿨타임에 대해 고민하던 그때….

         

       [천마신공 1차 스킬 천마환혹을 시전합니다!]

         

       “……?”

         

       떠올리는 것만으로 갑자기 천마환혹이 시전되고….

         

       끼익-.

         

       “……누구, 어?”

         

       상상치도 못한 나한나가 연습실 문을 열고 등장했다.

         

       ‘……설마?’

         

       이거 지금 천마환혹 제대로 시전된 건가?

         

       일상생활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거 였어?

         

       “한나야…, 왜….”

         

       “…언니, 뭐 하세요?”

         

       “아…, 뭐 그냥….”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나는 왠지 천마환혹이 제대로 걸려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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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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