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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0

       [22 : 00]

         

       띵.

         

       “아…, 시간 됐다.”

         

       오후 10시가 되자 익숙한 프로그램 브금과 함께 나아아 5화가 시작을 알렸다.

         

       이를 내가 긴장하며 보니 이지우가 걱정하지 말라는 듯 내게 말했다.

         

       “예린아, 너무 걱정 마. 그 동생 소속이 SAV라며?”

         

       “…네, 맞아요. SAV.”

         

       “SAV가 얼마나 철두철미하고 큰 회산데. 그 동생이 아무리 실수한 게 있어도 알아서 회사가 나서서 방송국이랑 쇼부쳤을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조금 욕먹고 끝이겠지.”

         

       “…그러, 겠죠?”

         

       “그래, 그러니까 너무 걱정 마.”

         

       이지우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분명히 그날 서유진의 행보가 조금 과하긴 했다지만…, 설마 그렇게 큰일이 있겠는가.

         

       나는 이지우의 말에 마음을 조금 진정시키고 방송을 시청하기로 했다.

         

         

         

         

         

       **

         

         

         

         

         

       나아아 2차 팀 경연이 끝난 그 날, 방송국.

         

       우웅-.

         

       “…….”

         

       “…….”

         

       회의실 안에서는 나아아 5화 편집 방향성 회의가 열리고 있었다.

         

       우우웅-.

         

       하지만 그 누구도 섣불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

         

       회의실 가장 상석을 차지한 신PD가 드물게도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고민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웅-.

         

       우우웅-.

         

       회의실의 적막을 채우는 것은 오직 핸드폰의 진동 소리뿐.

         

       우웅-.

         

       “저…, 선배님.”

         

       결국 밀려드는 전화를 보다 못한 작가 중 한 명이 눈을 감고 있는 신PD에게 조심히 말했다.

         

       “제 폰이랑 선배님 폰으로 계속 전화가 오고 있습니다.”

         

       후배 작가의 말에 신PD가 눈을 감고 나지막이 물었다.

         

       “…어딘데?”

         

       “SAV입니다.”

         

       “하.”

         

       나아아 5화 촬영이 끝난 후부터 지금까지 SAV는 계속해서 나아아 제작진들에게 로비를 시도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아마 방금 전 촬영에서 대형 사고를 친 SAV 연습생 서유진을 커버하기 위함이리라.

         

       SAV에서 단순히 이슈몰이용으로 내보낸 연습생이라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실장급 인사가 인맥을 동원해서 공을 들이는 걸 보니….

         

       “정 실장, 그 여자가 서유진 그 애를 꽤 아끼나 보네.”

         

       SAV에서는 다음 대 걸그룹에 서유진을 꼭 포함시키려 하는 듯했다.

         

       “…선배님. 이제 선택하셔야 합니다.”

         

       “…….”

         

       “웬만하면 이번 일 그냥 덮으시는 거 어떠신지요? 물론 이슈화하면 시청률은 뛰겠지만 SAV랑 사이가 무척 껄끄러워질 겁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그냥 이번 화도 조용히 가는 게….”

         

       “…….”

         

       후배 작가의 말은 이성적으로 봤을 때 옳은 선택이었다.

         

       목이 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실 수는 없는 법.

         

       다른 소속사면 모르겠는데 이번 상대는 무려 SAV다.

         

       만약 이번 일로 SAV의 심기가 뒤틀려서 SAV 출신 연예인 방송 출연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이건 단순히 나아아 팀만의 문제가 아닌 방송국 전체의 문제가 될 게 뻔했다.

         

       이에 신PD는 최후의 최후까지 고민하다가….

         

       “…그래.”

         

       …이내 결정을 내렸다.

         

       “…서유진. ‘밀어’ 주자.”

         

       “……!!”

         

       신PD의 대답을 들은 제작진들이 흠칫했다.

         

       신PD와 오랫동안 일한 그들은 밀어 주자는 말이 무슨 뜻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휴~ 다행이네요.”

         

       그 뜻을 알지 못하는 것은 오로지 막내 작가뿐이었다.

         

       그녀는 신PD가 서유진을 밀어 주자는 말을 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 사실 서유진 팬이었거든요. 투표도 했었는데, 헤헤.”

         

       평소에도 아이돌에 관심이 많았던 그녀는 서유진의 1차 팀 경연 무대를 본 후로 서유진에게 빠지게 되었다.

         

       최애…, 까지는 아니어도 차애 정도랄까.

         

       ‘뭐…, 이번에 보니까 조금 싸가지가 없던 것 같기는 하지만….’

         

       단순히 의욕이 너무 앞서서 그렇지 서유진이 그렇게까지 나쁜 인성을 가진 것 같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서유진의 나이가 마음에 걸렸었다.

         

       ‘17살이면 우리 집 막내 동생이랑 동갑이지.’

         

       17살이 얼마나 어린 나이인지 그녀는 안다. 어린 서유진을…, 편집으로 아예 보내버릴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지금까지 긴장하고 있었다.

         

       ‘그래도 PD님은 그냥 한 번 넘어갈 생각인가 보네. 생각보다 너그러운걸?’

         

       처음 신PD 사단에 배정 받았을 때 얼마나 걱정이 많았던가.

         

       신PD의 악명은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도 아주 자자했다.

         

       시청률이 미친 인간이라는 둥, 오늘만 사는 사람이라는 둥.

         

       그래도 지금의 모습을 보고서 상당히 인간적이라고…, 막내 작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우리 막내 작가가 서유진 팬이었구나. 우리는 출연자 상대로 팬심 가지면 안 되는데.”

         

       “…아앗, 죄, 죄송합니다. 제가 지금 말한 건 그저….”

         

       “아니야, 괜찮아. 누군가의 팬인 게 죄는 아니지. 그러면 우리 같이 이번 화에서 서유진을 밀어줘 볼까?”

         

       “넵!”

         

       “…근데 그 전에 막내야, 거기 있는 내 폰 좀 줄래? 아무래도 전화를 받아야 될 것 같아서.”

         

       “아, 넵. 여기….”

         

       폰을 갖다 주며 스윽 보니 화면에는 SAV 정 실장이라고 적혀 있었다.

         

       “갖다줘서 고맙다.”

         

       “아닙니다, 선배님. 헤헤.”

         

       폰을 갖다주는 막내 작가에게 미소 짓는 신PD의 얼굴은 사뭇 다정했다.

         

       하지만 신PD가 정 실장의 전화를 받은 순간….

         

       “…예, 정 실장님 접니다.”

         

       “……?”

         

       마치 다른 사람처럼 표정은 차갑게 변했고 목소리를 내리깔려져 있었다.

         

       “죄송합니다. 저희가 방송 준비로 바빠서 전화 받기가 힘들 것 같습니다. 다음에 저희가 먼저 연락드리기 전까지 조금만 기다려 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

         

       탁.

         

       신PD가 전화를 끊자마자 그 옆의 가장 가까운 후배 작가가 그에게 물었다.

         

       “선배님. 서유진은 저희가 뽑은 예상 데뷔조 대부분 명단에 포함되어 있는데 어떡할까요?”

         

       “이미 밀어 주기로 결정했잖아? 다 빼 버려.”

         

       ……?

         

       막내 작가는 지금 선배들의 대화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아니 서유진을 밀어 주기로 했으면서 왜 예상 데뷔조 명단에서 뺀다는 거지? …왜?

         

       그리고 막내 작가의 사고가 잠시 멈춘 사이 신PD가 회의실 전체를 향해 말했다.

         

       “얘들아, 정신 차려. 우리가 언제부터 앞뒤 재고 방송 찍었니? 이번 일 문제 터지면 내가 알아서 책임질 테니까 제대로 밀어 주자.”

         

       “…예.”

         

       “이번 5화 편집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디렉팅 할 테니까 며칠 동안 집 들어갈 생각 말고. 슬슬 일어나자.”

         

       신PD가 말하자 제작진들이 각자 주어진 바를 맡으러 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 났다.

         

       “가 보자고, 최고 시청률 찍으러.”

         

       평소에도 웃상이어서 안 그래도 웃음 많던 신PD다.

         

       하지만 지금 그의 모습은 평소보다도 더 즐거워 보였다.

         

         

         

         

         

       **

       

         

         

         

       평소 나아아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받는 출연자는 누구일까.

         

       나아아를 보던 사람이면 열이면 열 백이면 백 이렇게 말할 것이다.

         

       나와 유 설이 가장 분량이 많다고.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서유진(SAV) : 저요, 저요! 제가 팔씨름 잘해요!]

         

       [또 패배하는 서유진 연습생 ㅠㅠ]

         

       [연희경(아이엠) : 저 50M 달리기 잘해요. 이번에는 제가….]

         

       [서유진(SAV) : 아뇨, 아뇨! 이번에도 제가 나갈게요! 저 달리기는 진짜 잘해요!]

         

       [하지만 또 진 서유진 연습생….]

         

       처음에는 가벼운 밉상처럼 보였을 뿐이었다.

         

       나아아 체육대회에서…, 다른 팀원들에게 기회도 안 주고 혼자 모든 종목에 나가는 욕심쟁이.

         

       늘 시작 전에 늘어놓는 호언장담과 달리…, 그 어떤 종목에서도 금메달을 따지 못한 허세녀.

         

       [서유진(SAV) : (분한 표정을 지으며) 아, 진짜 짜증나-!]

         

       [굳은 분위기의 2팀.]

         

       서유진이 분을 이기지 못하고 허공에 대고 짜증을 내는 장면은 마치 서유진이 적반하장으로 자기 팀에게 화를 내는 것처럼 편집되었다.

         

       자기가 져 놓고서 자기보다 나이 많은 팀원들에게 짜증을 내는 듯한 모습은…, 이미 밉상의 범주를 넘어선 수준이었다.

         

       [100M 달리기 도중 넘어진 안서진 연습생!]

         

       [웅성웅성.]

         

       [어떡해…, 무릎이 다까졌네.]

         

       [걱정하는 다른 참가자들.]

         

       [웃고 있는 서유진 연습생…!]

         

       [Q : 그때 왜 웃으셨나요?]

         

       [서유진(SAV) : 경쟁상대가 한 명 줄었잖아요.]

         

       […하하, 승부욕 넘치는 서유진 연습생!]

         

       “…거짓말.”

         

       방송 속 그 장면을 보자마자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똑똑히 기억난다.

         

       서유진은 그때 100m 달리기에서 내게 졌다는 사실에 분해하다가….

         

       ‘…엇, 뭐야. …넘어지셨나 보네. 조심히 달리지.’

         

       넘어진 참가자를 보고 멀리서 안타까운 표정을 지을 뿐 방송 속 모습처럼 경쟁상대가 사라졌다고 웃지 않았다.

         

       ‘…이건 아니잖아.’

         

       서유진은 승부욕이 넘치게 많은데다 철이 없지만 절대로 악한 아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방송 속 서유진은…, 보는 사람이 치가 떨릴 정도로 표독스러운 모습을 계속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제대로 무언가가 터진 것은 다음 그녀의 분량 정확히는 그녀가 양궁으로 곡 선정을 한 그때였다.

         

       [한시우 : 2팀이 선정한 곡은…, YW 엔터 걸그룹 ‘스물두 번째 밤’의 <검은 백조>입니다!!]

         

       [구겨지는 서유진 연습생의 표정,]

         

       [한시우 : 서유진 참가자! 곡을 선정한 소감이 어떠신가요!]

         

       [서유진(SAV) : 아…, 그…, 하….]

         

       [서유진(SAV) : 예…, 그…, 마음에 안 들지만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한시우 : …….]

         

       [굳기 시작하는 한시우 프로듀서의 표정.]

         

       굳이 여기서 각종 편집이 들어간 점에서 나는 서유진을 향한 선명한 악의가 느껴졌다.

         

       거기에 더해지는 서유진 개인 인터뷰.

         

       [Q : 혹시 곡이 마음에 안 드시는지?]

         

       [서유진(SAV) : (즉답) 네, 마음에 안 들어요.]

         

       [서유진(SAV) : 너무 올드하고…, 음….]

         

       그 후로는 시간을 빨리 감은 듯 무언가를 설명하는 서유진의 모습이 나왔다.

         

       [곡이 정말 마음에 안 들었는 듯한 서유진 참가자;;]

         

       [그 후로 15분 간 곡의 단점을 말하고 갔습니다~]

         

       3대 기획사 YW의 1세대 걸그룹…, 심지어 명곡이 많아서 아직도 골수팬이 많은 스물두 번째 밤이다.

         

       대선배나 다름없는 그런 레전드 그룹의 곡을…, 아직 데뷔도 안 한 연습생이 까는 듯한 저 모습은…, 그야말로 비호감 스탯의 수치 리미터를 넘었다고 볼 수 있었다.

         

       “…….”

         

       “…….”

         

       나와 이지우는 그런 서유진의 모습을 굳은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스윽-.

         

       그때 나는 문득 시계를 보고 아직 시간이 30분밖에 흐르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

         

       서유진에게 오늘 밤은…, 아주 길고도 길게 분명했다.

         

         

         

         

       **

         

         

         

         

       강남의 한 고급 아파트.

         

       뚝.

         

       tv를 멍하니 보던 서유진은 갑자기 화면이 어두워지자 어버버 입을 열었다.

         

       “…어, 어, 엄마. 왜 tv 꺼. 나 아직 보고 이, 있는데….”

         

       서유진이 몸을 떨며 묻자 리모컨으로 tv를 끈 서유진의 엄마가 인자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딸. 내일부터 또 촬영이잖아. 오늘은 일찍 자야지.”

         

       “…그, 그, 그치만.”

         

       “…오늘은 일찍 자자, 유진아.”

         

       “……으응.”

         

       엄마의 표정이 묘하게 강경했기에 서유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진아.”

         

       “…어?”

         

       “…오늘은 엄마랑 같이 잘까?”

         

       엄마의 말에 서유진은 어렵게 피식 웃고는 고개를 저었다.

         

       “…무슨 소리야, 내가 앤가.”

         

       “…….”

         

       “머, 먼저 잘게. 아빠는 오늘 늦게 들어온다고 했지? 어, 엄마도 얼른 자.”

         

       서유진은 그 말을 끝으로 자신의 방문을 열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털썩.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왜…? 왜? 왜…? 나, 나는 저러지 않았어….’

         

       서유진도 자신이 평소 예의가 바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방송 속 그녀의 모습은 그녀가 봤을 때도 선을 한참 넘어 있었다.

         

       ‘어, 억울해…, 이, 이게 무슨….’

         

       그녀가 하지 않은 말과 하지 않은 행동이 교차 편집되어 방송에 나오고 있다.

         

       서유진은 치미는 억울함에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그 억울함의 해소를 간절히 원했던 그녀는….

         

       ‘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핸드폰으로 손을 뻗었다.

         

       이미 그녀의 인별은 회사의 지침에 따라 비공개 처리된 후였다.

         

       이에 사람들의 생생한 반응이 궁금해 견딜 수 없었던 그녀는….

         

       ‘여, 여기가 사람들이 자유롭게 자기 생각을 말하는 곳이라고….’

         

       …작은 새가 그려져 있는 한 SNS 플랫폼으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서유진은 지금 억울하고도 억울했다.

         

       분명히 그녀의 팬들 중에서는 지금 방송의 부당함과 그녀의 억울함을 알고 있는 이들도 있으리라.

         

       서유진은 그런 팬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녀의 억울한 심정을 위로 받고 싶었다.

         

       ‘그, 그래…, 내 팬들은 나를 믿….’

         

       그렇게 서유진은 검색창을 통해 자신에 대한 사람들의 글을 찾았고….

         

       [서유진 시발년 그냥 옥상에서 밀어 버리고 싶네.]

         

       툭.

         

       첫 번째 글을 보자마자 폰을 그만 손에서 놓쳐 버리고 말았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음 편은 12시간 뒤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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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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