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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1

       서유진은 지금까지 살면서 누군가에게 싫은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그녀에게 감히 뭐라 할 수 있는 이는 없었으니까.

         

       심지어 회사에서도 그녀를 귀하게 대하며 한 수 접어 줬으니 그녀의 세상에서 그녀는 여왕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녀의 세상은 단순히 주위를 둘러싼 장벽 안에 불과했고….

         

       방패막이 걷히고 세상의 악의를 직면으로 맞이한 그녀는…

         

       “흐으….”

         

       …너무나도 연약했다.

         

       덜덜.

         

       서유진은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을 다시 들었다.

         

       ‘자, 잘못 본 거야….’

         

       잘못 본 게 분명했다.

         

       오, 옥상에서 밀다니…, 그런 끔찍한 말을 어떻게 사람이 사람에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서유진은 자신이 잘못 봤다 생각하며 화면을 다시 확인했고….

         

       [서유진 시발년 그냥 옥상에서 밀어 버리고 싶네.]

         

       “…….”

         

       결과는 같았다.

         

       “…왜, 왜? 내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다고…?”

         

       방송에서 악의적으로 편집한 장면을 내보냈다고 해도…, 그게 죽을 만한 짓까지는 아니었는데.

         

       어느새 눈물이 가득 차오른 서유진은 도대체 작성자가 왜 이렇게 생각한 건지 그 이유가 궁금해 게시글에 댓글을 달려 했다.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아.”

         

       그리고 로그인 알림창에 막힌 후에야 제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정신 차려, 서유진.’

         

       그녀는 차오른 눈물을 닦아내고 마음을 다잡았다.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는 법이다. 이런 나쁜 사람 한 명이 적은 글 하나에 이성을 잃는 것만큼 바보짓은 없다.

         

       ‘다른 사람 글도…, 다른 사람 글도 읽어 보자.’

         

       분명히 이렇게 짓궂은 글을 쓴 사람은 많이 없을 터. 어쩌면 상처받은 그녀를 위로하는 글도 있을 게 분명했다.

         

       서유진은 그런 글을 찾기 위해 스크롤을 내렸다.

         

       그리고….

         

       [서유진 개시발년]

         

       [아 시발 방송보는데 진짜 죽여 버리고 싶네]

         

       [저거 걍 사이코패스 아님?]

         

       [서유진 시발년아 우리 설이 괴롭히지 말라고.]

         

       [네가 뭔데 검은 백조를 까? 너 뭐 되냐 병신년아?]

         

       [인성 봐 ㅅㅂ 우리랑 같은 인간인 게 믿기지 않네.]

         

       그녀가 찾은 것은 것은 그녀를 욕하는 게시글들밖에 없었다.

         

       “우으…, 우으으….”

         

       참으려고 했건만…, 글을 읽으며 서유진의 눈에서는 수도꼭지를 튼 것처럼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그녀는 원래 SNS를 잘 안 했었다.

         

       그러다 간혹 인별에 게시물을 하나 올리면….

         

       -뭐냐 사진 어디서 찍은 거? 개이쁘네

         

       -유진아 다음에는 우리랑도 가자

         

       -엄청 예쁘시네요 혹시 아이돌 연습생이신가요?

         

       -와 너무 예뻐요. 팔로우하겠습니다!

         

       친구들 그리고 모르는 사람들의 찬사가 쏟아졌었는데….

         

       [아;; 진짜 쟤는 적당히를 모르네.]

         

       [걍 꺼졌으면 좋겠다 아니 그냥 죽었으면 좋겠어.]

         

       [여러분 쟤 회사 SAV예요~ 잘못하면 고소당합니다~]

         

       [SAV가 설마 데뷔도 안 한 연습생을 위해 고소하겠음?]

         

       [응~ 이미 나락이야 SAV도 쟤 버릴 게 분명해]

         

       지금은 어딜 봐도 그녀를 욕하는 글들밖에 없다.

         

       심지어 그중에는….

         

       [나 서유진이랑 같은 중학교 였는데 그때부터 쌍년으로 유명했음. 아마 쟤한테 맞거나 괴롭힘 당한 애만 한 트럭일걸?]

         

       [어차피 학폭으로 나락갈 년이었네. 그냥 빨리 지옥이나 갔으면 ㅋㅋ]

         

       “아니야…! 나 학폭한 적 없어…! 누구 때리거나 괴롭힌 적도 없어…!”

         

       그녀를 향한 악의적인 허위사실들도 가득했다.

         

       하지만 아무리 분하고 억울해도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지금 그녀를 향한 악의적인 글들을 읽는 것이 스스로의 마음을 깎는 바보 같은 짓이란 걸 알아도…, 스크롤을 내리는 손가락을 멈출 수 없었다.

         

       “흐으…, 우….”

         

       그렇게 서유진은 잠옷을 눈물로 흠뻑 적실 때까지 업로드되는 게시글들을 읽어 내렸다.

         

       “…유진아, 자니? …유진아?!”

         

       “엄마…, 엄…, 흐윽….”

         

       “유진아-!”

         

       서유진이 자는지 확인하러 온 그녀의 엄마가 방문을 열 때까지 말이다.

         

       “엄마…, 사, 사람들이 나보고….”

         

       “그거 당장 이리 줘…!”

         

       서유진의 엄마는 더 볼 것도 없이 그녀의 폰부터 빼앗았다.

         

       그 사이에 서유진은 엄마의 품으로 스르르 파고들었다.

         

       “엄마아…, 사람들이 나보고 그냥 옥상에서 뛰어내리래….”

         

       “유진아….”

         

       “끄흡…, 흐으…, 내가 그렇게 잘못한 건가…? 근데 나는 억울해…, 너무 억울해…. 흐어엉….”

         

       젊었을 적 고생해서 자수성가한 서유진의 부모는 늦게 얻은 자신들의 귀한 딸이 사회의 쓴맛을 알지 않길 원했다.

         

       하지만 그게 저주라도 된 걸까.

         

       서유진은 그간 알지 못했던 사회의 쓴맛을 이자까지 쳐서 한꺼번에 돌려받았다.

         

       “나는 정말 그렇게 말하지 않았어…. 정말로….”

         

       “알아…, 유진아. 엄마는 다 알아….”

         

       “흐아아아앙…! 흐으으…!”

         

       그날 밤은 17살 서유진에게 정말로 가혹한 밤이었다.

         

       하지만…, 그날의 고통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단지 시작에 불과할 뿐이었다.

         

         

         

         

         

         

       **

         

         

         

         

         

         

       그 후로 서유진의 분량은 지금까지와 비슷한 모습으로 이어졌다.

         

       [서유진(SAV) : 저요! 제가 센터도 하고 싶어요!]

         

       [이미 리더 계급임에도 불구하고 센터 계급 선정에 손을 드는 서유진 연습생!]

         

       [싸해진 분위기]

         

       [Q : 리더와 센터 동시에 맡는 건 부담스럽지 않은지?]

         

       [서유진(SAV) : 전혀 부담스럽지 않습니다. 저는 SAV니까요!]

         

       서유진은 자신의 소속을 늘 자랑스러워해서 자신이 SAV라는 것을 자주 드러내곤 했다.

         

       지금까지는 그것이 그녀 자신감의 상징으로만 느껴졌는데 편집을 저렇게 하니 서유진의 모습은 참으로 오만해 보였다.

         

       [서유진(SAV) : 하아…, 이게 이해가 안 돼요? 이게?]

         

       [서유진(SAV) : (한숨을 쉬며) 진짜 너무 답답하네.]

         

       연습에 따라오지 못하고 안 좋은 모습을 보이는 팀원들을 향해 화를 내는 모습이 부각되어 편집된 것은 덤이었다.

         

       그리고 역시 화룡점정을 찍은 부분은….

         

       [유 설(JJ) : 미안해…, 얘들아. 내가 몸이 안 좋아서….]

         

       [서유진(SAV) : (눈을 매섭게 뜨며) 진짜 안 좋은 거 맞아요? 연습에 못 나올 정도로 아프시다고요?]

         

       “아아….”

         

       …바로 아프다는 유 설을 의심하며 핍박하는 듯한 구도의 모습이었다.

         

       제작진들은 서유진이 유 설의 몸 상태를 의심하는 뒷부분에는….

         

       [유 설(JJ) : 콜록, 콜록.]

         

       [제작진 : 이마가 너무 뜨거워요….]

         

       [제작진 : 일단 병원은 가 보시는 게….]

         

       [유 설(JJ) : (힘없이 웃으며) 아뇨…, 팀에 더 폐를 끼칠 수는 없죠.]

         

       [하지만 점점 안 좋아지는 유 설 연습생의 상태…!]

         

       [결국 제작진은 그녀를 병원으로 데려가는데….]

         

       [의사 : 심한 몸살입니다. 무리하시면 안 돼요.]

         

       유 설이 아파하는 모습과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진단받는 장면을 넣었다.

         

       덕분에 서유진은 신데렐라 속 계모를 연상케할 정도의 악녀 포지션을 부여받았다.

         

       그리고 제작진들은 이런 신데렐라 구도가 보기 좋다고 생각했는지 핍박받는 유 설과 구박하는 서유진의 모습을 계속해서 넣었고…, 이는 2팀의 무대가 끝날 때까지 이어졌다.

         

       거기에 마지막 클라이맥스로 ‘그’ 장면이 방송에 나왔다.

         

       [서유진(SAV) : …솔직히 개인적으로 너무 아쉬운 무대였습니다.]

         

       [서유진(SAV) : 그리고 그 책임은 설 언니한테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유진(SAV) : 이렇게나 잘할 수 있으면서…, 설 언니는 아프다는 핑계로 연습에도 잘 참여하지 않았어요…! 경연에서 혼자 돋보이기 위해 일부러 그런 게 분명해요!]

         

       이것은 이미 박살난 서유진의 이미지에 말뚝을 박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그렇게 마지막까지 험악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으로 서유진의 분량은 끝이 났다.

         

       “…….”

         

       나는 남은 방송을 멍한 눈으로 지켜보았다.

         

       서유진의 분량들이 너무 시선을 끌어서일까…, 나를 비롯한 다른 사람들의 분량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나아아 5화가 끝이 나고….

         

       “후우….”

         

       이지우가 내 눈치를 보다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아아 제작진들도 너무하네. 사람 한 명을 대놓고 나쁜 년 만들고…, 이건 뭐 마녀사냥하라고 사람들한테 먹잇감을 던진 거지….”

         

       “……시청자들 반응이나 한 번 볼까요?”

         

       원래 나아아를 보며 커뮤니티나 스트리밍 댓글창을 보며 시청자들 반응을 보는 것은 하나의 루틴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서유진에 정신이 팔려서 그러지 못했다.

         

       늦게라도 사람들 반응을 보기 위해 노트북을 켜니 이지우가 그런 내 손을 막았다.

         

       “예린아, 잠깐.”

         

       “……예? 왜요…?”

         

       “…저 애가 네 아는 동생이라며. 괜히 댓글들 읽다가 상처받을라…, 쌤이 대신 봐줄게.”

         

       “아….”

         

       이지우의 배려에 내가 힘없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러면 부탁드릴게요.”

         

       “그래, 잠시만 기다려.”

         

       스윽-.

         

       그대로 노트북을 가져간 이지우는 빠른 속도로 인터넷을 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그녀의 표정은….

         

       “…….”

         

       …심각하게 굳기 시작했다.

         

       “…일단 예린이 너에 대한 반응은 좋아. 예전이랑 똑같아. 그리고…, 유 설…. 이 애에 대한 여론은 그야말로 폭발적이네….”

         

       이번 나아아 5화에서 가장 많은 특혜를 받은 것은 유 설이었다.

         

       갖가지 억까와 핍박 속에서도 마지막 무대에서 레전드급 퍼포먼스를 보였으니 말 다 했다.

         

       분명 그녀의 신데렐라 서사는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으리라.

         

       “그리고 서유진 이 애는….”

         

       “…….”

         

       “…후우, 힘들겠네.”

         

       예상했던 결과에 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방송이 저렇게 나갔는데 반응이 좋으면 이상했다.

         

       ‘유진이…, 괜찮으려나….’

         

       설마 괜히 사람들 반응을 찾아보거나 하지는 않았겠지?

         

       그녀를 향한 걱정에 나는 한숨이 나왔다.

         

       그때였다.

         

       “…엇.”

         

       “…왜요? 무슨 일 있어요?”

         

       이지우가 무언가를 보고 놀라기에 내가 고개를 돌리니 그녀가 노트북 화면을 보자마자.

         

       스윽-.

         

       그녀가 보여준 화면에는 한 인터넷 기사가 실려 있었는데 나는 그 내용이 무엇인지 봤다가….

         

       “…하, 하하…, 진짜 어이없네.”

         

       그대로 헛웃음을 짓고 말았다.

         

       [Nnet 일냈다! 평균 시청률 7.7% 순간 시청률 11.2%. 역대 아이돌 경연 프로그램 중 최고! 역대 한국 오디션 프로그램 중 3위!!]

         

       그 와중에 나아아 시청률이 정말 말도 안 되는 수치를 찍었기 때문이었다.

         

       분명히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서유진에게 돌을 던지기 위해 몰린 게 분명했다.

         

       제작진이 이번 나아아 5화를 통해 원했던 것도 이것이리라.

         

       “정말…, 나아아 제작진들은….”

         

       그들은 정말 씹새끼들이었다.

         

       …시청률은 존나게 잘 뽑는 씹새끼들.

         

       …시청률을 위해서라면 17살 여자애도 서슴없이 대중들의 먹이로 던져 주는 개새끼들.

         

       ‘내일…, 유진이 괜찮으려나….’

         

       아니…, 애초에 오기는 할까.

         

       확실한 건…, 이대로 나아아 6화 촬영에 들어가면 제작진들이 그녀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었다.

         

       아직 제작진들은 서유진의 단물을 다 빨지 않았다고 생각할 테니까.

         

       “하아….”

         

       …내 주변에는 왜 이렇게 개같은 어른들이 많은지.

         

       덕분에 안 그래도 복잡한 내 머리는 더욱 아파졌고…, 이게 해소되지 않은 채 나아아 4주차 즉, 3차 팀 경연 시작의 아침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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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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