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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83

       저벅-, 저벅.

         

       2차 순위 발표식에서 1등을 한 참가자가 1위석으로 올라간다.

         

       한시우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천천히 올려다보았다.

         

       고작해야 스무살 전후의 연습생에게 이런 표현을 하는 게 웃기긴 하지만…, 그녀의 걸음 하나하나에는 마치 기품이 담겨 있는 듯하다.

         

       그도 그럴게…, 한시우는 지금 1위석에 오른 참가자를….

         

       나의 아이돌 아카데미아에서 가장 독보적이고 가장 실력이 좋으며 가장 스타성이 높은 참가자라고 생각했었으니까.

         

       물론 하예린을 발견하기 전까지지만 말이다.

         

       “JJ 엔터테인먼트 유 설 연습생-! 2차 순위 발표식에서 1위를 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2차 순위 발표식의 1위는 유 설이었다.

         

       그녀는 약 2000표의 차이로 초신성 하예린을 누르고 1위를 탈환했다.

         

       한시유는 유 설을 보며 그녀 또한 1위에 어울리다고는 생각했다.

         

       유 설은 나아아 안에서 독보적인 실력과 함께 단단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으니까.

         

       ‘순진한 얼굴 뒤로 독기도 가득한 것 같고 말이야.’

         

       하지만 역시 한시우의 눈길은 유 설이 아닌 다른 쪽으로 향했다.

         

       단상 밑에서 아쉬운 표정으로 박수를 치고 있는 2위 하예린에게로 말이다.

         

       하예린은 자신이 1등을 빼앗긴 사실에 분했는지 입술을 조금 씹고 있었다.

         

       한시우는 그 모습을 보고 흥미롭다는 듯 웃음을 지었다.

         

       ‘가짜들은 한 번 넘어지면 다시 잘 일어나지 못하지.’

         

       하지만 한시우는 하예린을 넘치고 넘친 가짜 천재들과 달리 ‘진짜’라고 생각했다.

         

       객관적인 전력으로 봤을 때 여전히 하예린보다 유 설의 실력이 몇 수 위다.

         

       과연 하예린은 유 설로부터 다시 1위를 찾아오기 위해 어떤 모습을 보여 줄까.

         

       ‘천재는 범인과 보법부터 다르니까. 감히 범인의 시야에서는 천재의 행보를 예측할 수 없네.’

         

       이미 월드스타의 반열에 오른 한시우지만 그는 스스로를 범인이라 칭했다.

         

       그리고…, 천재인 하예린이 이번 주는 무슨 모습을 보일지 기대하며 남은 순위 발표식의 진행을 마저 이었다.

         

         

         

       **

         

         

         

       “…먼저 팬분 여러분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고…, 또….”

         

       나는 1위 소감을 말하는 유 설을 쓸쓸히 올려다보았다.

         

       ‘대충 예상은 했었잖아….’

         

       저번 1차 순위 발표식에서 유 설이 2위를 하자 이후 그녀의 팬덤은 단단히 결집했다.

         

       게다가 어제 나아아 5화의 주인공은 사실상 유 설이었으니…, 아마 어젯밤부터 그녀의 득표수과 폭발적으로 몰렸을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진작부터 유 설이 이번 순위 발표식에서 1위를 할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했었다.

         

       ‘그래도…, 아쉽긴 하네….’

         

       나는 잠시 씁쓸한 생각에 빠졌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는 저번과 달리 내가 아쉽게 2위를 했으니 내 팬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터.

         

       다음 순위 발표식에서는 내가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게 분명했다.

         

       이에 나는 빠르게 아쉬운 감정을 털고 이번 3차 팀 경연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서 다음 순위 발표식에서는 다시 1등을 찾아오겠노라 다짐했다.

         

         

         

         

       **

         

         

         

         

         

       유 설의 1위 소감, 그리고 내 2위 소감까지 마친 후 탈락자 발표가 이어졌다.

         

       “…이상 탈락자 여러분들은 즉시 귀가 조치해주시기 바랍니다.”

         

       탈락자들 중 대다수는 이미 자신들의 운명을 예감하고 있었는지 비교적 무덤덤한 반응과 함께 세트장을 떠났다.

         

       물론 그렇다고 탈락의 슬픔이 쉽게 가시는 건 아니었다.

         

       이번 탈락자 중에는 1차 팀 경연 때 나와 같은 팀이었던 이도 있었기에 더욱 그랬다.

         

       “…언니, 저는 가 볼게요.”

         

       “…그래, 잘 가.”

         

       그렇게 생존자와 탈락자 간의 쓸쓸한 작별 인사가 끝나고….

         

       “잠시 5분간 쉬고 팀 선정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신PD가 잠시 휴식을 선언하자 참가자들은 각자 자리에 늘어졌다.

         

       나는 그 틈을 타 1위석의 유 설에게 향했다.

         

       “언니.”

         

       “……왜.”

         

       카메라가 꺼진 채라 그런지 유 설의 대답은 시큰둥했다.

         

       하지만….

         

       ‘……음?’

         

       …이제 꽤 오래 봐서 그런가 나는 카메라가 없는걸 감안하고도 유 설의 심기가 꽤나 좋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1위해서 기분 좋을 줄 알았는데…, 왜…?’

         

       이해가 안 가긴 했지만 여튼 기분이 안 좋아 보였기에 나는 빠르게 용건을 말했다.

         

       “…저번에 제가 괜히 오해해서 이상한 말 거…, 죄송해요.”

         

       저번에 나아아 2차 팀 경연이 끝나고…, 나는 괜히 유 설을 의심하며 그녀를 서유진을 벼랑 끝으로 몬 원인으로 지목했었다.

         

       그때 일이…, 유 설 입장에서는 상당히 기분 나빴을 터.

         

       ‘아…, 설마 지금 심기가 불편한 것도 그것 때문인가?’

         

       이에 나는 진심을 다해 그녀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다음부터는 그런 일 없게 할게요. 정말…, 죄송해요.”

         

       물론 이렇게 한다고 유 설의 심기가 풀리는 건 아니겠지.

         

       나는 대충 ‘됐어’ , ‘돌아가’ , ‘필요 없어’ 등의 반응을 예상했다.

         

       그런데….

         

       “…….”

         

       “……?”

         

       내가 고개를 숙이는 동안 유 설은 아무런 반응도 하지 않았다.

         

       이것이 이상하여 고개를 들어 보니 그녀는….

         

       “…….”

         

       도저히 형용할 수 없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고 나는 그 속에서…, 왠지 모를 죄책감과 부끄러움의 편린을 찾을 수 있었다.

         

       ‘…뭐지?’

         

       이에 도리어 당황한 내가 그녀의 표정이 왜 이런지 해석해 보려던 그때였다.

         

       “자~ 제 마음속 시계로는 5분이 지났습니다! 이제 다시 촬영 시작하죠!”

         

       “아.”

         

       신PD가 예정보다 빠르게 촬영 재개를 선언했기에 나는 제자리로 돌아가야 했다.

         

       돌아가는 와중에도 유 설은 여전히 표정 연기를 못한 채 아까의 얼굴을 유지하고 있었다.

         

       ‘내가 사과한 게 그렇게 충격이었나.’

         

       평소답지 않은 유 설의 모습에 나는 의아해하며 자리로 돌아갔다.

         

       모든 참가자들이 모이자 한시우가 진행을 시작했다.

         

       “지금부터 3차 팀 경연 팀 선정을 시작하겠습니다-!”

         

       “…….”

         

       한시우의 말에 모든 참가자들이 긴장했다.

         

       사실상 팀 경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팀 선정이었기 때문이었다.

         

       1차는 랜덤이었고…, 2차는 제작진이 알아서 정해줬다.

         

       그렇다면 3차는 어떤 방식일까.

         

       나도 다른 참가자들과 마찬가지로 긴장하며 한시우의 말을 기다렸다.

         

       이윽고 그의 입이 열리고….

         

       “지금부터 개인 투표 상위 6명 참가자는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설마…!’

         

       나를 포함해 6명의 참가자를 부르는 그의 말에 나는 이번 경연 팀 선정이 어떤 방식인지 대충 눈치챌 수 있었다.

         

       “지금부터 이 6명의 참가자는 각 팀의 리더입니다! 6명의 리더분들은 6위부터 역순으로 원하는 팀원들을 한 분씩 데려올 수 있습니다!”

         

       “……!”

         

       “참가자들은 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리더의 선택을 거절할 수 있고 거절당한 리더의 기회는다음 순서로 넘어갑니다!”

         

       한시우의 말이 끝나자마자 무대로 나온 6명의 참가자들이 당혹스런 표정을 짓는 것과 동시에….

         

       ‘누구를 뽑아야 하지…?’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저 피라미드에 앉아 있는 사람들 중 내 팀원들을 뽑아야 한다.

         

       나는 우선 머릿속으로 후보부터 빠르게 정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이혜정,

         

       탄탄한 메인보컬이기에 어떤 음역대의 곡을 고르든 소화할 수 있고 성격도 좋은데다 무엇보다 친하다.

         

       피라미드에 앉아 있는 이혜정도 우리 팀에 들어오고 싶은 것인지 내게 눈빛을 보냈다.

         

       ‘오케이, 일단 혜정 언니 킵해 두고 다음은….’

         

       박유정.

         

       밸런스 좋아서 댄스, 보컬 어디든 갈 수 있는 올라운더에다 붙임성도 좋아서 팀 분위기를 좋게 만든다.

         

       ‘근데 유정이는 9위로 순위가 높아서 다른 팀에서 먼저 데려갈 수 있는데…, 위험부담이 있더라도 혜정 언니보다 유정이를 먼저 데려와야 하나…?’

         

       그렇게 내가 이혜정과 박유정 사이에서 고민하는 사이 팀 선정이 시작되었다.

         

       6위와 5위 참가자들은 각각 남은 참가자들 중 가장 높은 순위인 7위와 8위 참가자들을 데려갔다.

         

       그리고 그 다음 4위인 나한나는….

         

       “음…, 저는 14위 이혜정 참가자로 고르겠습니다.”

         

       9위인 박유정이나 다른 참가자들을 두고 14위인 이혜정을 골랐다.

         

       …나한나는 확고한 댄서 포지션이니까 탄탄한 보컬 먼저 확보해야겠다고 생각했나보다.

         

       ‘나랑 생각이 겹쳤어.’

         

       찌릿.

         

       “……!”

         

       이혜정을 뺐겼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게 나한나를 째려보니 나한나가 급하게 내 시선을 피했다.

         

       나는 혹여 이혜정이 나한나의 선택을 거절하나 싶기도 했지만….

         

       “이혜정 참가자! 나한나 참가자의 지명을 받았습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아…, 그게…. …받아들이겠습니다.”

         

       역시 거절이 부담스러웠는지 받아들였다.

         

       아쉽지만 이혜정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여기서 거절했다간 의도하지 않은 무분별한 관심을 받게 될 테니까.

         

       ‘어쩔 수 없지…, 그래도 유정이만 어떻게 데려오면….’

         

       다음 차례가 3위인 서유진이었다.

         

       남은 등수 중 가장 높은 순위의 참가자가 9위인 박유정이라 나는 서유진이 그녀를 뽑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었지만….

         

       “저, 저는…, 10위 김세희 참가자로 하겠습니다.”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서유진은 박유정을 지명하지 않았다.

         

       ‘10위 김세희라….’

         

       확실히 괜찮은 실력으로 기억에 남는 참가자였다. 박유정보다는 아니어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아무튼 나는 남은 유정이 뽑으면 되겠네. 운이 좋았어.’

         

       그렇게 내가 차례가 오면 박유정을 바로 뽑으려 하던 그때였다.

         

       “김세희 참가자! 서유진 참가자의 지명을 받았습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

         

       바로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던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김세희는 눈을 감고 대답을 머뭇거렸다.

         

       김세희가 대답을 머뭇거리자 그녀를 바라보던 서유진의 눈이 왕방울만큼 커졌다.

         

       ‘설마….’

         

       나도 설마 하는 심정으로 10위 김세희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리고….

         

       “……거절하겠습니다.”

         

       “……!”

         

       설마 했던 일이 일어났다.

         

       “…이렇게 되면 서유진 참가자의 기회는 다음 순서로 넘어갑니다.”

         

       10위 김세희는 서유진의 지명을 거절했고 결국 서유진은 팀원을 선택할 기회를 잃게 되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분위기는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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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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