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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2

       아침 식사를 마치고 바로 시작된 팀 연습.

         

       나는 거기서 내가 어제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바로 팀원들에게 말해 주었다.

         

       “이번에 우리 노래 <Cheer up my friends>에 동물 컨셉을 합쳐보는 거 어때?”

         

       “동물…, 컨셉이요…?”

         

       “사실은…, 생각해 보니까 내가 표정이 너무 차가워서 치어리딩 컨셉에는 조금 맞지 않을 것 같더라고…, 그래서 생각한 건데….”

         

       나는 고개를 갸웃하는 팀원들에게 태블릿 pc를 보이며 설명을 이었다.

         

       “원래 <Cheer up my friends>의 뮤비 스토리가 지친 연인을 위해 치어리딩을 배워서 응원해준다는 내용인데…, 이 영상을 한 번 봐볼래?”

         

       “무슨 영상인데요?”

         

       스윽-.

         

       모든 팀원들의 시선이 모이자 나는 태블릿 pc의 속 영상을 재생했다.

         

       [오빠, 우리 집에 고양이 보러 갈래요?]

         

       [어? 나 고양이 좋아해! 가자!]

         

       ….

         

       [음? 근데 고양이 안 보이는데?]

         

       [냐옹♡]

         

       “…….”

         

       다소 항마력 딸리는 영상의 내용에 팀원들이 뭔가 어려운 미소를 지었다.

         

       나도 처음 봤을 때는 오글거려서 좀 힘들었지만…, 어차피 모든 아이돌 컨셉이 항마력이 딸린다.

         

       “이 영상의 제목 이름이 <지친 남친의 피로를 풀어 주는 고양이 애교>야. 원래 귀여운 동물들이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들잖아. 그래서 사람들의 지친 삶을 응원하고 피로를 풀어 주는 내용의<Cheer up my friends>과 연관 지어 봤는데 어때?”

         

       “아…, 그러면 저희가 무대에서 치어리딩 복 대신 동물 분장을 하는 건가요?”

         

       “너무 과하게 분장하면 그러니 귀랑 꼬리 붙이고 얼굴에 수염 그리는 정도?”

         

       “그러면 동물 분장은 다 고양이로…?”

         

       “그것도 아니지. 각자 얼굴을 보면 떠오르는 동물이 다른 걸. 예를 들면 나는…, 고양이고 유정이는 골든 리트리버가 떠오르고 이런 식으로 각자 자기가 원하는 동물을 골라서 분장하는 거야.”

         

       “…….”

         

       내가 말을 끝내자 팀원들이 고민에라도 빠진 듯 모두 침묵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를 깨고 가장 먼저 찬성의 의사를 표한 것은….

         

       “저는 찬성! 엄청 재밌을 것 같은데요?”

         

       역시나 늘 그렇듯 박유정이었다.

         

       “확실히 치어리더 컨셉 그대로 가져가는 건 좀 식상하기도 했고…, 사람들은 귀여운 거 엄청 좋아하잖아요! 흐흐…, 예린 언니 머리에 머리에 고양이 귀 붙일 생각하니까 벌써 흥분되는데요?”

         

       “…유정아, 흥분이라는 표현은 좀….”

         

       “흐흐…, 막 쓰담쓰담 만지작만지작 해주고 싶을 거 같아요!”

         

       “…….”

         

       박유정이 변태 같은 미소를 지으며 하악대자 서유진이 아뿔싸 표정을 지으며 뒤늦게 내 허리를 감고 말했다.

         

       “저, 저도 찬성이에요! 예린 언니 말에는 무조건 찬성!”

         

       리더인 나 그리고 박유정, 서유진이 찬성하자 다른 팀원들에게는 거의 선택권이 없었다.

         

       하지만 내 아이디어가 상당히 괜찮은 것이기도 했기에 다른 팀원들도 웃으면서 줄줄이 찬성 의사를 표했다.

         

       “저도 찬성.”

         

       “저도요! 잘만 하면 엄청 귀엽게 무대 꾸밀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린 언니 아이디어 엄청 좋은 것 같은데요? 저도 찬성!”

         

       “나는 햄스터할래!”

         

       그렇게 우리 팀원 전원이 내 아이디어에 찬성을 하고….

         

       “그러면 저희 컨셉은 예린 언니가 말한대로 동물로 정하는 겁니다!”

         

       “와아아-!”

         

       사실상 회의를 주도하는 박유정이 그리 말함으로써 결론이 났다.

         

       그리고 이런 소년만화의 한 장면 같은 모습을….

         

       지이잉.

         

       늘 그랬던 것처럼 카메라가 열심히 찍고 있었다.

         

       아니, 오늘은 평소와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어제와 비교했을 때 우리를 찍는 카메라의 개수가 많다는 것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였다면 제작진 놈들이 또 무슨 꿍꿍이인가 하겠지만…, 팀 회의에 들어가기 직전 태블릿 pc로 SNS를 확인해 본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나아아 공식 SNS에 일제히 제작진 사과 공지가 올라왔다.

         

       아무래도 나아아 제작진들은 지금 여론 그리고 SAV에 꼬리를 내리기로 결정했나보다.

         

       제작진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분위기를 풀기 위해 서유진의 좋은 모습을 최대한 많이 방송에 내보내려 할 것이다.

         

       지금 우리 팀을 찍는 카메라가 많은 것은 훈훈한 장면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기 위함이 분명했다.

         

       그리고 이를 서유진도 눈치채고 있었는지….

         

       [상태이상 : 미약한 우울증, 미약한 불안장애, 극심한 분리불안.]

         

       서유진의 상태창도 전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호전된 채였다.

         

       ‘…아니, 근데 분리불안은 왜 아직도 극심한 거야?’

         

       분리불안은 보통 아기들이나 애완동물들이 자주 겪는 거 아닌가?

         

       이에 나는 서유진의 극심한 분리불안에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꽈악.

         

       “헤헤.”

         

       …내 허리를 감싸 안는 서유진의 표정이 행복해 보이기에 별걱정 안 하기로 했다.

         

       ‘그래, 웃으면 되는 거지.’

         

       나는 진심으로 기분 좋은 듯 웃는 서유진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었다.

         

       암울하게 시작했던 나아아 4주차도 어느덧 빛이 들고 있었다.

         

         

         

         

       **

         

         

         

       어떻게든 이번 경연을 훈훈하게 가려 하는 제작진들의 의도는 중간점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오, 아이디어 엄청 괜찮은데?”

         

       “안무도 잘 짰고…! 이 팀은 그대로 가도 될 것 같아.”

         

       중간점검만 하면 늘 우리를 구박해왔던 트레이너들이 이번에는 무척이나 친절한 태도로 바뀐 것이다.

         

       물론 우리 팀이 실제로 준비를 잘해 가기도 했다.

         

       1차 팀 경연, 2차 팀 경연 때와 달리 빠르게 컨셉도 정하고 안무도 짠데다….

         

       갱생 전 나한나처럼 게으름 피우는 팀원도 없어서 중간 점검 때 꽤나 퀄리티 높은 무대를 완성한 것이다.

         

       그런데 그것을 감안 하더라도….

         

       “이 팀은 팀원들 간의 시너지가 엄청 잘 나는 것 같아.”

         

       “아하하, 본 경연이 무척 기대가 되는 걸?”

         

       …트레이너들의 태도는 정말 적응이 안 될 정도로 착하긴 했다.

         

       분위기를 보니 우리 팀한테만 그런 게 아니라 모든 팀을 대하는 트레이너들의 태도가 유한 듯싶었다.

         

       오죽하면….

         

       ‘…이거 방송에 내보낼 게 있는 건가?’

         

       내가 방송 분량을 걱정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무튼 트레이너들의 칭찬과 더불어 합도 잘 맞으니 우리 팀은 순풍을 맞이하듯 무대 퀄리티를 끌어 올린 채로 본 경연의 날을 맞이했다.

         

       그리고 경연 전 날.

         

       나는 제작진들이 부족한 방송 분량을 어떻게 충당할 생각이었는지 곧바로 알게 되었다.

         

         

         

         

       **

         

         

         

         

       웅성웅성.

         

       “지금 세트장으로 다 모이라는데?”

         

       “무슨 일이지?”

         

       “무슨 일은 무슨 경연 전날이니까 같이 나아아 보면서 실시간 반응 찍으려고 하나보지.”

         

       “아하.”

         

       우리는 익숙하게 경연 전날 밤 세트장으로 집합했다.

         

       당연히 나아아를 다 같이 모니터링하고 우리의 실시간 반응을 녹화하기 위함이라고만 생각했다.

         

       ‘피곤하네…, 내일도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빨리 녹화 끝내고 잤으면 좋겠다.’

         

       그때 나는 빨리 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기지개를 하며 세트장으로 이동하다가 누군가와 부딪혔다.

         

       툭.

         

       “앗. 죄송….”

         

       “…….”

         

       그리고 누군지 돌아보니….

         

       “…언니?”

         

       “…….”

         

       …유 설이었다.

         

       “…죄송해요, 제가 기지개 피다가 그만….”

         

       “…아냐.”

         

       내가 고개를 숙이니 퀭한 얼굴의 그녀가 대충 고개를 젓고 자리를 피했다.

         

       왠지 오늘따라 더욱 힘이 없는 것같은 그녀의 뒷모습을 계속 보고 있자니 박유정이 내게 다가와 속삭였다.

         

       “저 언니 이번 주도 아픈 거 아니예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아…, 설 언니 팀에 친한 참가자가 있어서 물어보니 설 언니 요즘 통 텐션이 낮다 하더라고요.”

         

       그 말을 듣고 나는 흠칫하고 주변을 살핀 후 물었다. 마침 서유진은 화장실을 가서 자리를 비운 참이었다.

         

       “…혹시 그러면 이번 설 언니 팀도 저번 경연처럼 되는 거 아니야?”

         

       이번 서유진 일처럼 또 누구 나락가는 거 아닌가 싶어 격하게 반응하니 박유정이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그건 아닌 것 같더라구요. 그냥 열심히는 하는데…, 뭔가 좀 힘들어 보인달까.”

         

       “…왜 저러지, 무슨 죄라도 지은 사람처럼.”

         

       그렇게 나는 박유정 그리고 화장실을 갔다가 합류한 서유진과 함께 세트장에 발을 들였다.

         

       그리고….

         

       “…음?”

         

       곧바로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있었다.

         

       의자가 평소 앉던 조잡한 철제 의자에서 조금 고급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주변 분위기도 바뀐 것이…, 뭔가 따뜻한 느낌을 연출하려는 것이 보였달까.

         

       “뭐야? 10시 넘었는데 왜 화면 안 틀어 줘?”

         

       “오늘 나아아 안 보나?”

         

       심지어 10시가 지났음에도 제작진들은 방송을 틀어 주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의 웅성거림이 극에 달했을 때…, 한시우가 무대 위로 나와 마이크를 들었다.

         

       “좋은 밤입니다, 참가자 여러분들.”

         

       “엇, 아직 안 들어가셨네.”

         

       “와아아.”

         

       일단 한시우가 나오니 참가자들은 습관처럼 박수를 쳤다.

         

       그 모습을 보고 씨익 웃으며 한시우가 진행을 이었다.

         

       “내일이면 3차 팀 경연 무대를 선보여야 합니다. 이번 일주일 지난 몇 달 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자, 박수.”

         

       “와아….”

         

       짝, 짝, 짝.

         

       박수를 치라고 해서 또 치긴 하는데 나를 비롯한 참가자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나아아가 벌써 중반을 넘었다고 하지만 아직 수고했다고 마무리 지을 분위기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직 여러분의 도전은 끝이 나지 않았지요. 앞으로 여러분들은 지금보다 더한 고난을 겪게 될 것입니다. 이를 응원하기 위해…, 제작진 측에서 작은 선물 하나를 준비했습니다.”

         

       “작은…, 선물?”

         

       “자, 지금부터 화면을 집중해 주시지요!”

         

       한시우는 그 말을 남기고 무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곧 화면은 켜지고….

         

       파앗.

         

       “…엥?”

         

       …안에는 웬 영문 모를 아저씨 아줌마 두 사람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누구?”

         

       누가 봐도 일반인처럼 보이는 중년 부부의 등장에 모두가 당황한 찰나….

         

       “어, 엄마? 아빠?!”

         

       참가자들중 누군가가 입을 틀어 막으며 소리친 것과 동시에 화면 속 중년 부부가 말을 하기 시작했다.

         

       [우리 딸, 채현아~ 잘하고 있니?]

         

       “……!”

         

       그제서야 모든 참가자들은 이번 코너가 무엇인지 알아챌 수 있었다.

         

       가족 인터뷰.

         

       ‘아무래도 이번 주는 훈훈한 분위기로 끝까지 가고 싶나 보네.’

         

       고등학교 수련회 3박 4일만 다녀와도 마지막 날 조교가 촛불 키면 부모님 생각에 눈물이 난다.

         

       감수성 충분한 우리 나잇대 여자애들이 경연으로 고달픈 와중 일주일만에 부모님 얼굴을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엄마랑 아빠는 우리 채현이 늘 응원하는 거 알지? 사랑한다~]

         

       “엄마…, 아빠…, 흐윽….”

         

       결국 첫 번째 참가자부터 눈물을 터트리고…, 장내에는 애틋한 분위기가 형성되었다.

         

       다들 자기 부모님 영상만 나오면 울 준비를 하는 것이…, 곧이어 이곳이 눈물 바다가 될 것은 뻔해 보였다.

         

       지이잉-.

         

       그리고 그것을 카메라들이 신나게 찍어댔다.

         

       나 또한 조금 가라앉은 눈으로 울기 직전의 참가자들을 바라보다가….

         

       ‘역시 부모님 인터뷰는 치트키네. 내 마음이 다 아련해지는 것 같…. 잠깐만….’

         

       머릿속에서 불현듯 무언가 생각나 멈칫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설마 우리 엄마 아빠도…?’

         

       상식적으로 봤을 때 나아아 제작진들이 최고 순위 참가자 중 한 명인 내 가족들의 인터뷰를 따지 않았을 가능성은 적었다.

         

       “…….”

         

       곧이어 저 화면 속에서 우리 엄마 아빠가 나온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차가워지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제발…, 제발 나오지 마라….’

       

       우리 엄마 아빠 두 사람은 언제나 내 상상을 초월하는 짓을 저지르곤 했다.

       

       인터뷰에서 두 사람이 또 어떤 일을 벌였을지 나는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이에 나는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 잡으며 제발 내 부모 영상은 없기를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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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편은 12시간 뒤에 올라올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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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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