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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3

       아무래도 인원이 많아서 그런지 각 참가자당 부모들의 인터뷰는 아무리 길어도 1분을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뭐랄까…, 주요 참가자일수록 시간을 더 길게 배정해주는 느낌이랄까.

         

       특히 이번 주 뜨거운 감자였던 서유진은 체감상 남들보다 2배가 넘는 시간을 받은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유진아…! 엄마, 아빠가 늘 뒤에서 지켜보고 있으니까 너무 무서워하지 말고…!]

         

       “어, 엄마…! 이이잉….”

         

       중간점검 이후로 단 한 번도 눈물을 흘리지 않던 서유진은 부모님의 인터뷰를 보고 펑펑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서유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화면 속 서유진 부모님을 보았다.

         

       저번에 궁금하여 한 번 검색했던 적이 있다. 서유진의 아빠는 컴퓨터 부품을 만드는 회사의 대표라고 한다.

         

       굉장히 늦은 나이에 늦둥이로 서유진을 낳으셨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서유진의 부모님은 아까 다른 부모들과 비교했을 때 확실히 나이가 들어 보였다.

         

       ‘두 분 다 엄청 인자해 보이시네.’

         

       하긴…, 얼마나 귀하게 키웠으면 서유진에게 안하무인이란 특성이 붙었겠는가.

         

       이번 일로 마음 아파한 서유진이 걱정되었는지 서유진의 부모님은 영상 속에서도 물가에 애 놓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것만 봐도 좋은 분들이라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유진아…! 사랑해…!]

         

       그렇게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서유진 부모의 인터뷰가 끝이 나고….

         

       ‘…이제 몇 명 남았지?’

         

       나는 초조한 심정으로 남은 참가자들의 수를 계산해 보았다.

         

       …아무래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았다.

         

       지금 당장 화면에 우리 부모 얼굴이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파앗.

         

       “휴우….”

         

       다행히 이번에 나온 중년 부부는 내 부모가 아니었다.

         

       [유정아!]

         

       “…유정? …아.”

         

       그러고 보니 저번에 박유정을 데리러 왔던 그분들인 것 같다.

         

       나는 아는 얼굴이 나왔다는 반가움과 함께 옆에 있는 박유정에게 물었다.

         

       그리고….

         

       “유정아, 너희 부모님이지? 저번에 멀리서 뵀었는데.”

         

       “아, 부모님은 아니고 고모랑 고모부예요.”

         

       “…아.”

         

       박유정의 대답에 잠시 흠칫하고 말았다.

         

       부모님 대신 고모 부부의 인터뷰 영상이라니…, 나는 혹여 내가 민감한 사항을 건드린 게 아닌가 싶었지만….

         

       [우리 유정이! 고모가 잘하고 있는지 아닌지 다 지켜보고 있는 거 알지?]

         

       “아이…, 고모도 참….”

         

       정작 박유정의 표정은 평온했다.

         

       다른 참가자들이 응원 영상을 보자마자 눈물을 흘렸던 것과 달리 박유정은 웃으면서 영상을 보았다.

         

       박유정의 고모와 고모부도 유쾌한 사람들인지 박유정을 걱정하는 대신 쾌활하게 응원하는 모습을 보였다.

         

       [유정아, 고모랑 고모부가 방송 볼 때는 우리 유정이가 제일 잘하더라! 박유정 화이팅! 꼭 우승해!]

         

       “으악…! 고모! 그런 말은 하지 마!”

         

       “아하하하!”

         

       조금 주책 맞은 고모와 이에 몸서리치는 박유정을 보며 다른 참가자들이 웃음꽃을 피웠다.

         

       그렇게 지금까지 눈물 가득하던 분위기가 환기되고 화면은 다음으로 넘어갔다.

         

       그리고….

         

       파앗.

         

       ‘…역시는 역시 역시네.’

         

       나는 화면 속 얼굴을 보자마자 남몰래 한숨을 쉬었다.

         

       이번 차례 화면에 나온 주인공은 바로…, 우리 엄마 아빠였기 때문이었다.

         

       ‘결국 나왔군….’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자 내 마음은 걱정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런 내 속도 모르고….

         

       “……어?”

         

       “와…….”

         

       “엄청 예쁘고 잘생기셨다….”

         

       장내는 감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바로 우리 엄마 아빠의 외모 때문이었다.

         

       내 옆의 박유정도 화면 속 우리 엄마 아빠를 보고 감탄하다가 내게 물었다.

         

       “언니! 영상 속 저 분들 언니랑 닮은 것 같은데 혹시….”

         

       “…응, 우리 엄마 아빠야.”

         

       “예?! 엄마 아빠요?! 대박! 저는 무슨 언니 오빠들인줄 알았어요!”

         

       “…우리 엄마가 나를 일찍 낳으셔서.”

         

       참고로 우리 엄마 아빠는 고등학교 졸업식보다 결혼식을 먼저 했다.

         

       우리 엄마는 생일도 지나기 전 그러니까 만 19살 때 나를 낳았고 덕분에 우리 엄마 아빠가 다른 부모님들보다 젊긴 했다.

         

       그것을 제외하고서도 우리 엄마 아빠도 워낙 환상적인 외모의 소유자들인지라…, 확실히 동안으로 보이기도 했다.

         

       ‘언니, 오빠…, 까지는 좀 오바긴 하지만.’

         

       아무튼 그렇게 참가자들의 감탄과 함께 우리 부모의 영상이 시작되었다.

         

       [예, 예린아…!!!]

         

       …그리고 우리 부모는 영상 시작하자마자 울었다.

         

       [예린이 네가 밥은 잘 챙겨 먹고 있는지 모르겠어…! 엄마 아빠는 매일 걱정하고 있단다…!]

         

       밥을 챙겨준 적도 없으면서 뭔 걱정이람.

         

       [우, 우리 예린이…, 매일 엄마 아빠 사이에서 잤는데 갑자기 혼자 자려니 밤이 무섭지는 않을련지….]

         

       그거는 내 개인방이 없어서 엄마 아빠랑 잤던 거고.

         

       어이없는 심정으로 그것을 보고 있으니 박유정이 장난스런 미소와 함께 나를 보며 말했다.

         

       “언니 매일 부모님이랑 같이 자셨어요?”

         

       “…….”

         

       “히히, 밤이 무서우면 말해주세요, 제가 꼬옥 안고 자 드릴게요.”

         

       박유정의 말에 뭔가 위기라도 감지한 건지 갑자기 서유진이 내 손을 꼭 쥐었다.

         

       “…….”

         

       나는 그런 박유정과 서유진 모두 신경 쓰지 않고 일단 영상에만 집중했다.

         

       [예, 예린아…, 그간 엄마 아빠 때문에 힘든 점이 많았지? 미, 미안해….]

         

       [그래도 엄마랑 아빠가 항상 우리 예린이를 사랑한다는 것만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

         

       [우리의 가장 소중한 보물은 너야, 예린아….]

         

       다행히 영상 속 부모는 주책만 조금 떨 뿐 이상한 말을 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나는 그 모든 모습들을 눈에 담으며 정말로 바뀐 듯한 부모의 모습에 잠시 센치한 기분이 드려다가….

         

       ‘사람이란 건…, 쉽게 변하지 않는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자면…, 예린이 네 부모는 평생 그렇게 인간말종으로 살 게 분명하다.’

         

       ‘아마 그대로 두면 평생 네 등골을 빨며 너를 괴롭게 만들겠지.’

         

       …강형만의 말을 떠올리고 고개를 휘저으며 제정신을 찾았다.

         

       그래…, 저 인간들은 변하지 않아.

         

       지난 19년간 속고 살았기에 누구보다 잘 알지 않는가? 저 인간들은 변하지 않는다.

         

       저 인간들이 변한다고 믿을 바엔 차라리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겠다.

         

       ‘…속지마, 최대한 차가운 눈으로 보는 거다.’

         

       나는 그렇게 다른 참가자들처럼 울지도 않고 박유정처럼 웃지도 않으며 그저 정색을 한 채 부모의 인터뷰 영상을 시청했다.

         

         

         

         

       **

       

         

         

       ‘…좋아, 지금까지 원하는 장면은 대충 다 땄네.’

         

       신PD는 부모 인터뷰를 보고 눈물을 펑펑 흘리는 참가자들의 모습을 보며 이번 주 처음으로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대한민국은 신파에 환장한다.

         

       그것은 남녀노소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다.

         

       가정의 달 특집이라는 좋은 핑계로 이렇게 진한 신파를 찍어 내보내면 제작진을 욕하는 시청자들의 눈도 잠시 가릴 수 있으리라.

         

       ‘…이걸로 한숨 돌릴 수 있겠어.’

         

       특히 신PD는 국장의 오더에 따라 서유진의 부모 인터뷰 영상에 공을 들였다.

         

       이걸로 서유진에 대한 좋은 모습도 방송에 많이 내보낼 수 있으니 SAV의 분노도 조금 가실 수는 있으리라.

         

       ‘그래…, 이렇게 조금씩…, 조금씩 수습해 나가는 거야….’

         

       신PD는 그렇게 자신의 마음을 다잡으며 만족스런 미소와 함께 눈앞의 광경을 바라보았다.

         

       물론 아쉬운 부분도 있긴 했다.

         

       ‘하예린 저거는 자기 부모 영상 나올 땐 표정 좀 피지….’

         

       자기 부모가 화면에 뜨자마자 눈물을 흘렸던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주요 참가자인 하예린은 부모 영상을 보며 눈물 한 방울 안 흘렸다.

         

       아니, 눈물 흘리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하예린은 자기 부모 영상을 보며 평소보다 더욱 차가운 무표정을 유지했다.

         

       ‘혹시 부모랑 사이가 안 좋나?’

         

       분명히 하예린 부모 인터뷰를 따온 후배들에게서 별다른 특이사항을 보고 받지는 못했었다.

         

       신PD는 하예린의 표정을 보고 혹시 부모와 사이가 안 좋나 의심하다가 이내 하예린의 눈동자 깊숙이 담긴 감정을 엿볼 수 있었다.

         

       이것은 방송 일을 오래 하며 많은 출연자들을 상대하다가 신PD가 얻은 능력이었다.

         

       그는 상대의 눈동자를 보며 상대가 숨기고 있는 감정을 찾는데 능했다.

         

       그리고 지금 하예린의 눈동자에 숨겨겨 있는 감정은….

         

       그리움과 애틋함.

         

       아무래도 하예린은 아닌 척하면서도 자신의 부모를 많이 사랑하고 있는 듯했다.

         

       ‘쳇, 그러면 겉에 보이는 표정도 좀 신경 써서 짓지.’

         

       자신의 부모를 보며 저렇게 무표정한 얼굴을 짓는 모습을 방송에 내보내면 훈훈한 분위기가 다 깨질 것이 분명했다.

         

       신PD는 하예린의 분량을 사용하지 못할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

         

       그건 바로 하예린 부모의 외모가 상당히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은 신파에 환장하는 것만큼 외모지상주의에도 환장한다.

         

       나아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하예린의 부모 또한 환상적인 외모를 가진 것이 알려지면 분명히 큰 화제가 될 터.

         

       ‘여기서 하예린이 눈물 한 방울만 흘려도 시청률 대폭발이었을텐데. …너무 아쉽군.’

         

       현 나아아 2위의 분량을 버려야 한다는 사실에 신PD는 뒷맛이 썼지만…, 그래도 그는 아직 믿는 구석이 있었다.

         

       아직 비장의 무기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우리 예린이…!! 흐으윽!! 이번 경연 끝나면 꼭 바로 집으로 와!! 알았지? 흐윽…!! 하예린 화이팅!!]

         

       그렇게 원했던 하예린은 눈물을 흘리지 않고 하예린 부모만 질질 짠 반쪽짜리 신파극이 끝나고….

         

       신PD가 준비한 비장의 무기…, 진정한 신파극이 모습을 드러냈다.

         

       파앗.

         

       “……엇.”

         

       웅성웅성.

         

       화면 속에서 새로운 사람이 등장하자 참가자들이 놀라서 웅성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게….

         

       지금까지 나왔던 부모들과 달리…, 이번 사람은 혼자서…, 그것도 환자복을 입고 침대에 누운 채 인터뷰를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설아, 엄마야.]

         

       그렇다.

         

       그녀는 바로…, 현 나아아 1위 유 설의 엄마였다.

         

       ‘아픈 줄을 알았지만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

         

       췌장암 3기.

         

       제작진이 직접 알아보니 지금 당장 수술 들어가도 완치 확률이 10% 안팎밖에 안 되고 수술하지 않을 시 길어야 2년이며 그 안에 언제 사망해도 이상하지 않다고 한다.

         

       신파극의 최상은 역시 시한부 아니겠나.

         

       ‘이렇게까지 유 설에게 힘을 실어줄 생각은 아니었지만…, 나도 살아야 하니까.’

         

       침대 위 아픈 엄마의 인터뷰를 보고 유 설이 눈물 한 방울만 흘려도 그녀는 시청자들의 어마어마한 응원을 받으리라.

         

       덕분에 제작진은 이번 나아아 7화 화제성과 시청률도 높일 수 있을 테고….

         

       이건 유 설과 제작진에게 모두 윈윈이었다.

         

       ‘유 설은 방송각을 누구보다 잘 아는 참가자니까.’

         

       신PD는 유 설이 자신의 득표수를 위해 제작진이 원하는 장면을 뽑아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엄마 때문에 늘 고생하는 우리 설이….]

         

       [엄마가…, 늘 미안해….]

         

       ‘어머님, 대사 좋고.’

         

       이런 신PD의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했는지 유 설의 엄마가 기가 막힌 대사와 함께 영상의 운을 떼었다.

         

       스윽.

         

       신PD는 손짓하여 카메라가 유 설에 집중할 수 있게 하였다.

         

       나아아 7화에서 최고 시청률을 담당할 부분을 찍을 순간이었다.

         

       그런데 그때….

         

       콰앙-!!

         

       “……!”

         

       “……!”

         

       …어마어마한 파열음과 함께 유 설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났다.

         

       늘 카메라 앞에서 헤실헤실 웃던 모습을 보이던 유 설은 마치 다른 사람처럼 눈동자에 핏발을 세운 채였다.

         

       “…….”

         

       처음 보는 유 설의 모습에 모든 참가자들과 제작진들이 얼어 붙었다.

         

       그 사이 유 설은 신PD 쪽으로 마치 그를 찢어 죽여 버릴 듯한 눈빛을 보내고는….

         

       타앗.

         

       쾅-!!!

         

       …그대로 그 살벌한 표정과 격한 걸음으로 세트장을 떠나 버렸다.

         

       “…….”

         

       “……에?”

         

       예상치 못한 유 설의 모습에 신PD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가 바라던 신파 분위기는 당연히…, 흔적을 찾을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 나버린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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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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