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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7

       “우, 우리 팀 많은 투표 부탁한다…, 냥.”

         

       “꺄아아아아아아앙악-!!!!”

         

       “우와아아아앙아아악-!!!”

         

       뜻하지 않은 애교를 끝내고 나는 괴물 같은 함성을 뒤로한 채 백스테이지로 돌아왔다.

         

       얼굴은 마치 소주 한 병이라도 원샷 때린 듯 붉게 물들어 오른 채였다.

         

       ‘부, 부끄러워…!’

         

       그런 나를 팀원들이 환한 미소와 함께 맞이해 주었다.

         

       “꺄-! 언니!! 진짜 완전 귀여웠어요!!”

         

       “너무 귀여워서 납치할 뻔했어요, 진짜로!”

         

       “…시끄러. 너희랑 말 안 해. 너희 가위바위보 짰잖아….”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무대를 모두 마치고 백스테이지로 내려오는데 갑자기 박유정이 팀원들에게 대표로 한 명이 나가 관객들에게 인사하고 오기로 제안한 것이었다.

         

       ‘약간 벌칙 느낌으로 말끝에 냥을 붙이는 거예요. 어때요?’

         

       ‘어…, 그걸 굳이 해야 되나? 나는 부끄러워서 못할 것 같은….’

         

       ‘자! 모두 하기로 한 거예요? 안 내면 진다 가위바위~’

         

       ‘…어, 어엇.’

         

       그렇게 갑작스레 가위바위보를 시작하니 도대체 언제 짠 건지 나 빼고 모두 보를 내고 있었다.

         

       …나는 주먹이었고.

         

       이에 어쩔 수 없이 나는 방금 절벽에 떠밀리듯 관객들에게 애교를 떨러 갈 수 밖에 없었다.

         

       부들부들.

         

       이런 적은 처음이라 아직도 다리가 후들거리고 얼굴이 화끈하다.

         

       나는 이번 일의 배후가 분명한 박유정을 보며 말했다.

         

       “유정이 너…. 이번 일 꾸민 거 너 맞지?”

         

       내가 붉은 얼굴로 묻자 박유정이 장난스러운 미소와 함께 답했다.

         

       “예? 아이참, 억울해요! 제가 먼저 제안한 건 맞지만 다른 팀원들도 다 동의했다고요!”

         

       “뭐? 그러면 결국 네가 꾸민 짓 맞잖아…!”

         

       “제가 꾸민 일은 맞지만 유진이가 제일 먼저 좋다고 했어요, 유진이가!”

         

       박유정의 지목에 나는 또다시 배신감 가득한 눈으로 서유진 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서유진은….

         

       “…유진아, 어떻게 너마저. 내가 너한테 어떻게 해줬는데….”

         

       “죄송해요. 근데, 흐헤…, 방금 언니 엄청 귀여웠어요.”

         

       방금 전 내가 관객들 앞에서 재롱 떨고 온 게 진심으로 귀여웠다는 듯 흐물흐물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에 나는 그런 서유진에게 한마디 더 하려다가….

         

       “이게 진…, …!”

         

       …무언가를 보고 멈칫했다.

         

       그때 나는 서유진의 상태창을 수시로 켰다 껐다하며 서유진의 상태이상을 수시로 확인하는 습관이 있었다.

         

       팀원들과 대화를 나누는 지금도…, 나는 알게 모르게 서유진 상태창을 켰다 껐다를 수시로 반복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내게….

         

       [상태이상 : 미약한 불안장애, 분리불안.]

         

       …평소와는 다른 서유진의 상태이상이 눈에 띄었다.

         

       일시적인 현상일지 모르겠지만…, 서유진의 우울증이 사라져 있었다.

         

       “…….”

         

       “…언니?”

         

       이에 내가 멍하게 서유진을 쳐다 보니…, 그녀가 고개를 갸웃하며 나와 얼굴을 마주했다.

         

       나를 보는 서유진의 얼굴은…,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건강해 보였다.

         

       이번 주 대중들에게 거하게 욕을 먹고 침울한 표정으로 나아아 세트장에 왔던 첫날과는 정말 천지개벽할 정도의 차이였다.

         

       ‘나…, 때문인가….’

         

       그 순간 나는 이번 주 내가 서유진을 향해 했던 행동들과…, 그녀와 함께 보낸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런 노력들이 쌓여 이런 변화를 만들었다고 생각하니….

         

       ‘뿌듯…, 하네….’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에 나는 싱긋 웃으며 서유진의 머리에 손을 올려 쓰다듬으며 말했다.

         

       “이번 주…, 수고했어.”

         

       “…언니.”

         

       짧은 말 한마디였지만 내 말에 담긴 뜻을 이해했는지 서유진이 눈동자를 떨었다.

         

       그리고는….

         

       울컥.

         

       나와 마찬가지로 이번 주 있었던 일들이 떠올랐는지 올망졸망한 눈동자가 눈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잠깐-!!”

         

       그렇게 서유진이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 같은 그때…, 울적한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박유정이 분위기를 전환하려 나섰다.

         

       “언니! 왜 유진이만 쓰다듬어 줘요! 저도 고생 많이 했는데!”

         

       “…그래.”

         

       박유정이 사이로 끼어들자 나는 곧바로 나머지 손으로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사실 나는 이번 주 서유진을 케어하느라 팀에 그렇게 큰 신경을 쓰지 못했었다.

         

       박유정이 나, 서유진 그리고 팀원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는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 이렇게 좋은 무대를 선보이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유정이 엄청 고생 많았지.”

         

       “헤헤.”

         

       그렇게 내가 양손으로 서유진과 박유정을 동시에 쓰다듬어 주자 다른 팀원들도 우리를 향해 다가왔다.

         

       “저희도 쓰담쓰담 해 줘요.”

         

       “우리도 고생 많이 했는데…!”

         

       그래, 다른 팀원들도 연습 따라오느라 고생 많이 했었지.

         

       이에 나는 팔을 크게 넓혀 다른 팀원들도 품 안으로 불렀다.

         

       “알았어, 다들 이리 와.”

         

       “헤헷.”

         

       그렇게 시작부터 탈도 많았던 나아아 3차 팀 경연은 팀원들 모두 껴안아 거대한 공이 된 채로 마무리되었다.

         

       “다들 고생하셨어요.”

         

       “다들 고생했어.”

         

       “근데 저희 무대 잘한 거 맞죠? 3등안에 들어야 하는데….”

         

       “장난? 우리가 무조건 1등이지.”

         

       “제발 그래야 하는데.”

         

       “흐힛, 예린 언니 피부 엄청 부드럽네요.”

         

       “…유정아, 지금 어딜 만지는…, 흣?!”

         

       지난 3번의 경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그런 훈훈한 마무리였다.

         

         

         

         

       **

         

         

         

         

       하예린 팀의 무대가 끝나고 하예린 팀의 팀원들이 성공적인 무대의 여운에 잠겨 있을 때….

         

       “흐음….”

         

       계산적인 표정으로 세트장 구석에 서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바로 신PD였다.

         

       사실 이번 나아아에서 가장 큰 풍파를 겪고 있는 사람은 바로 신PD라고 볼 수 있었다.

         

       이에 그는 그 어느 때보다 심사숙고하며 방송각을 재고 분량을 계산했다.

         

       원래 신PD는 이번 나아아 7화를 신파로 가득 채우려고 했었지만…, 예상치 못했던 유 설의 돌발행동 때문에 그러지 못하게 되었다.

         

       이에 화제성 측면에서 이번 나아아 7화가 상당히 부실할 뻔했지만….

         

       ‘우, 우리 팀 많은 투표 부탁한다…, 냥.’

         

       하예린이 기가 막힌 하이라이트를 하나 뽑아준 덕분에 신PD는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역시 나아아 초창기부터 효녀 노릇 톡톡히 하던 하예린다웠다.

         

       ‘어쩌다 저런 물건이 들어왔는지…, 나도 운이 좋았지. 유 설 그 머저리 같은 년이 날린 분량을 저렇게 채워주기도하고 말이야.’

         

       그렇게 신PD는 분량을 확보했다는 안도감을 느끼며 다음 팀 마지막 무대에 집중했다.

         

       그러던 그때였다.

         

       “아이고~ 신PD님.”

         

       갑작스런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안 대표님?”

         

       “이거 오랜만에 뵙습니다.”

         

       …상당한 거물이 웃으며 그를 부르고 있었다.

         

       3대 기획사만큼은 아니지만…, 대한민국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엔터테인먼트인 MS기획의 대표 안민수.

         

       평소 친한 사이긴 해도 대형 기획사의 대표가 기별도 없이 세트장을 방문하니 신PD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연락도 없이….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하하, 이번 나아아에서 쓸 만한 참가자들이 많다고 해서 와봤습니다.”

         

       “아아….”

         

       나아아 같은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한 연습생 중 재능을 가진 이들은 많다.

         

       하지만 그중 소수만이 대중의 선택을 받아 데뷔를 하게 되고…, 재능이 있음에도 선택받지 못한 이들은 다시 연습생 생활을 재개한다.

         

       이때 연습생들에게 접근하는 무리들이 있다.

         

       바로 다른 기획사들.

         

       그들은 기존의 회사보다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며 은밀하게 재능 있는 연습생들을 자신들의 회사로 빼 온다.

         

       이른바 하이재킹. 그도 아니면 소매치기라 불리는 이것은 나아아 같은 오디션 프로가 끝나면 대형 기획사가 중소 기획사에 부리는 술수 중 하나였다.

         

       물론 상도덕상 옳은 일은 아니었지만….

         

       “하하, 그런 거라면 저한테 미리 말씀해 주시지 그랬습니까? 제가 리스트 뽑아 드렸을 텐데요!”

         

       상도덕 따위 신경 쓰는 신PD가 아니었다.

         

       안 대표는 신PD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신PD의 뒤를 봐주고 있었기에 신PD는 자신의 프로그램이 끝날 때마다 적절한 연습생들을 MS기획에 공급해 주곤 했다.

         

       특히 이번 SAV 서유진 사태로 입지를 많이 잃은 신PD에게 뒷배의 존재는 절실했기에 그는 무대 모니터링 하는 것도 그만두고 안 대표에게 아부를 떨었다.

         

       “특히 이번에는 A급이 많습니다. 이혜정이라고…, 떨어질 게 분명한데 실력은 좋은 애 하나 있습니다. 회사도 중소기업이니 대표님께서 프레스 넣으시면 쉽게….”

         

       “아, 그 애는 됐고…, 제가 관심 가는 애가 있어서 이렇게 개인적으로 찾아왔습니다.”

         

       “관심 가는 애라면 어떤…?”

         

       “방금 무대했던 하예린…, 그 애 말입니다.”

         

       “…!”

         

       안 대표가 사람 좋은 미소와 함께 하예린을 거론하자 신PD가 잠시 멈칫하고는 이내 답했다.

         

       “하예린…, 그 애는 조금 힘들지 않을까요? 아무래도 거의 확실한 데뷔조라 괜히 눈독 들이면 본사에서….”

         

       “아! 당연히 그쪽에서 발굴한 인재니 그쪽에서 먼저 써야죠. 다만 저는 1년 후 나아아에서 만든 그룹이 해체한 다음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아, 1년 후.”

         

       “결국 그 애도 새 그룹으로 다시 데뷔할 텐데…, 알아보니까 형제기획? 그 애의 회사는 중소기업이라 부르기도 창피한 수준이더군요.”

         

       끄덕.

         

       그 말에 신PD도 고개를 끄덕였다.

         

       하예린이 속한 형제기획이 소속 가수도 없고 소속 연습생도 하예린 한 명밖에 없다는 것은 신PD도 조사한 사실이었으니까.

         

       “그 애의 입장에서도 그런 구멍가게 같은 회사보다는 저희 MS기획 같은 큰 회사가 낫지 않을까요?”

         

       “…….”

         

       “그리고 말입니다. 저희 팀에서 조사한 바로는 그 애 집 경제활동 상태가 썩 좋지 못하던데….”

         

       안 대표가 음흉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혹시…, 스폰…, 같은 건 필요 없으려나요?”

         

       “…예?!”

         

       그 이야기를 들은 후에는 천하의 신PD도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자기도 모르게 크게 반응한 신PD는 이내 자신의 입을 다물고 주변을 살핀 후 안 대표에게 속삭였다.

         

       “…그게 무슨 큰일 날 소리입니까, 요즘 시대에 스폰이라뇨. 그런 거 하다 잘못 걸리면 저희 정말 골로 갑니다. 그리고 이미 대중들 인기도 많이 받고 있고…, 앞으로 돈도 많이 벌 애가 무엇이 아쉽다고 스폰을….”

         

       “하하! 지금 말한 건 당연히 ‘농담’이었습니다.”

         

       “…….”

         

       농담…, 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신PD는 안 대표 눈동자 너머에서 읍습한 욕망을 엿볼 수 있었다.

         

       ‘이 변태 늙은이…, 나이 먹고 머리가 돌기라도 했나….’

         

       신PD는 능력이 좋은 만큼 감이 좋은 편이었다.

         

       그런 그의 감이 안 대표와 더 이상 엮이면 안 된다고 소리치고 있었다.

         

       이에 신PD가 은근슬쩍 그와 거리를 두려는 그 순간….

         

       “우하하, 역시 안 대표님은 농담도 참 고져스하네요. 근데 어쩌죠? 제가 지금 모니터링을 해야 해서 잠시 자리를….”

         

       “신PD님 이번 부국장 승급 미끄러지셨다 들었습니다.”

         

       “……!”

         

       안 대표가 신PD의 약점을 치고 들어갔다.

         

       “아시죠? 저 그쪽 방송국 임원들과 연이 깊은 거.”

         

       “…….”

         

       “하예린 그 친구 꼭 저희 회사로 데려오고 싶습니다. 신PD님께서 좀 도와주시죠, 흐흐.”

         

       스윽.

         

       신PD는 자신의 앞에 놓여진 안 대표의 손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이것은 지금까지 그가 했던 선택들 중 그 무엇보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었다.

         

       안 대표는 실제로 Nnet 임원들과 연이 거미줄처럼 닿아 있으니 그가 힘쓰면 이번 부국장 승급 건도 잘 해결될 수 있었다.

         

       다만 일이 잘못되면….

         

       ‘나는 모가지다.’

         

       안 그래도 현 입지가 불안한 신PD는 그대로 추락할 것이 분명했다.

         

       이에 신PD는 눈앞의 독이 든 성배를 보고….

         

       턱.

         

       “아무렴요, 대표님. 제가 힘써야지요.”

         

       …고민도 없이 손을 잡았다.

         

       MS기획 같은 대기업과 신PD가 함께 행동하면 고작해야 연습생 한 명과 중소기업이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안 대표가 원하는 것도 나아아 그룹이 해체된 후의 하예린이라 했으니 본사와 딱히 문제 될 것도 없다.

         

       그래…, 이건 확실히 리스크보다 리턴이 훨씬 더 큰 일이었다.

         

       다만 조금 걸리는 게 있다면….

         

       ‘형제기획 그 깡패들….’

         

       형제기획 강사장. 누가 봐도 나 깡패요 얼굴에 써져 있던 그 깍두기.

         

       혹시 그 깡패가 신PD 자신에게 개인적인 복수라도 한다면….

         

       예를 들어 산에 묻는다거나…, 드럼통에 넣어서 바다에 던진다거나….

         

       그렇게 신PD는 시멘트와 함께 바다에 가라앉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다가….

         

       ‘…에이, 그게 21세기 대한민국에서 말이 되는 일인가. 영화도 아니고.’

         

       …이내 고개를 젓고 안 대표를 향해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대표님. 원하는 바 꼭 이루실 수 있을 겁니다. 제가 언제 자리 한 번 마련하죠.”

         

       “하하, 고마워요.”

         

       그렇게 두 사람의 은밀한 거래가 성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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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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