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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98

       “자, 그러면 이번 주도 수고하셨고요~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하하!”

         

       “……?”

         

       모든 촬영이 끝나고 컷을 외치며 출연자들을 돌려보내는 신PD의 얼굴에는 웃음이 피어 있었다.

         

       “…뭐지? 미쳤나…?”

         

       이번 주 분명 신PD에게 좋은 일이라고는 없었는데 조울증이라도 걸린 건지….

         

       이에 내가 고개를 갸웃하며 그를 지나치던 그때였다.

         

       히죽.

         

       “……?”

         

       나는 잠시 신PD와 눈이 마주쳤고…, 나를 본 신PD는 그대로 싱긋 웃음을 지었다.

         

       오소소.

         

       그 소름 끼치는 모습에 나는 고개를 돌리고 세트장 밖으로 나갔다.

         

       나를 보고 왜 저러는지는 몰라도…, 기분이 더러웠다.

         

       밖으로 나오니 시간은 늘 그렇듯 밤이었다.

         

       평소와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 날이 따뜻하네….”

         

       저번 촬영들이 끝날 때와 다르게…, 반팔을 입어도 괜찮을 정도로 날이 따뜻했다는 것.

         

       해가 갈수록 여름이 빨리 찾아오는 것 같기는 하다만 이건 너무 빠른 것 아닌가?

         

       코트를 입어야 될 정도의 날씨에 시작했던 나아아였는데…, 이제 날이 덥다.

         

       남은 경연은 두 번.

         

       두 번의 경연만 치르면 나아아도 끝이 난다.

         

       나는 시간이 참으로 빠르게 흐른다 느끼며 걸음을 옮겼다.

         

       그때였다.

         

       “언니-!!”

         

       나를 부르는 목소리에 누군가하고 고개를 돌려보니….

         

       포옥.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마친 서유진이 그대로 내 품에 폭 안겼다.

         

       “유진아.”

         

       “헤헤, 이번 주 수고 많으셨어요. 언니 덕분에 저희 팀 1등도 하고.”

         

       그렇다.

         

       우리 팀은 결국 3차 팀 경연에서 관객 수 투표 1위를 하고 모든 팀원 탈락 방지권이라는 베네핏을 얻었다.

         

       “내가 혼자 한 것도 아닌데 뭘. 다 같이 고생했지.”

         

       “…….”

         

       내 말에 서유진이 내 가슴에 얼굴을 묻고는 진지한 말투로 대답했다.

         

       “정말로 감사해요. …정말로.”

         

       “…….”

         

       나는 그런 서유진을 내려다보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내가 없는 세상의 서유진은 과연 어땠을까.

         

       내가 없는 세상의 서유진도 처음에는 마녀사냥을 당하며 욕을 먹다가 중간에 이여름의 폭로로 다시 여론이 반전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왠지 나는 내가 없는 그곳의 서유진은 아무리 여론이 반전됐다 하더라도 다시 일어나지 못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서 다시 일어서기엔 그때 서유진은 상당히 멘탈이 깨져 있었으니까.

         

       끝내 데뷔를 하지 못했기에 내가 그녀의 얼굴을 기억도 못 하는 거고.

         

       내 존재가…, 서유진의 인생을 바꾼 것이다.

         

       이에 나는 오묘한 기분을 느끼며 서유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서유진은 마치 고양이처럼 내 쓰다듬을 음미하다가 내게 속삭이듯 물었다.

         

       “…언니, 어디 사세요?”

         

       “나 서울 사는데 왜…?”

         

       “서울 사시는 거면…, 저랑 같이 가시지 않을래요? 저희 부모님 차로 태워다 드릴게요.”

         

       “아, 미안…. 회사 사장님이 데리러 와주셔서.”

         

       데려다 주겠다는 말에 나는 싱긋 웃으며 거절했다.

         

       호의는 고맙지만 강형만이 오늘도 나를 데리러 왔을 테니 말이다.

         

       내가 거절하자 서유진이 입술을 잠시 내밀더니 이내 나를 한 번 더 강하게 안으며 말했다.

         

       “치…, 그러면 언니…. 혹시 저…, 다음 주에 언니 만나러 가도 돼요?”

         

       “나? 나를 만나러 오겠다고?”

         

       “저희 같이 놀아요. …안 될까요?”

         

       “흐음….”

         

       이제 나를 설득하는 방법을 알아챈 듯한 서유진이 올망졸망 초롱초롱한 눈을 빛내며 내게 애원했다.

         

       이에 나는 잠시 마음이 흔들렸지만….

         

       “아무래도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또다시 거절했다.

         

       “…예? 어째서요? 혹시 제가 마음에 안 들….”

         

       “그런 건 아니고. 이제 나아아도 중반을 넘어섰고 우리 알아보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 우리 둘이 만나면 사람들 이목 엄청 끌 거 아니야.”

         

       “아….”

         

       “아쉽지만 우리 다음에 나아아 촬영 때 보자. 응?”

         

       “네에….”

         

       그렇게 이제 많이 고분고분해진 서유진이 내 말에 따르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던 그때였다.

         

       “유진아!!”

         

       서유진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서유진네 부모님이 그녀를 부르며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서유진이 작별이라는 듯 내게 말하고….

         

       “언니, 저 이제 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자주 연락할 테니 꼭 받아주세요.”

         

       “연락? 아…, 그래.”

         

       “그리고 다음 주에 저희 또 같은 팀 해요.”

         

       “그래, 너랑 팀 하면 나야 좋지.”

         

       “그러면 언니…, 다음 주에 봬요…!”

         

       …그대로 내 품에 얼굴을 한번 부비고는 그녀의 부모님을 향해 우다다 달려갔다.

         

       나는 그런 서유진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마지막으로 그녀의 상태창을 열었다.

         

       [상태이상 : 미약한 불안장애, 극심한 분리불안]

         

       [특성 : 안하무인(眼下無人) – 현재 잠겨 있습니다.]

         

       [특성 : 좌호법(左護法) – 당신은 그분의 은혜를 받고 그분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당신은 그분에게 당신의 모든 것을 바치기로 결정했습니다. 당신의 능력, 당신의 몸, 당신의 감정…, 모두 다요. 마(魔)의 하늘이 이룩하는 날 당신은 그분의 발밑에서 모든 영광을 함께 누릴 것입니다!]

         

       [특성 효과 : 나의 하늘, 나의 주인 : 당신은 천마 특성 보유자와 함께 있을 때 모든 스탯이 소폭 상승합니다! 당신은 천마가 스킬을 사용할 때 추가 효과를 얻습니다! 천마를 향한 당신의 집착이 대폭 상승합니다!]

         

       여전히 괜찮은 상태를 유지하는 상태이상과 ‘좌호법’이라는 특성이 눈에 띈다.

         

       ‘좌호법…, 분명히 무협지에서 본 적 있어.’

         

       내가 봤던 바로는 천마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호위를 담당하는 최측근이 바로 호법이었다.

         

       ‘좌호법 말고도 우호법, 대호법도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러면 서유진 말고도 두 명이 더 내 호법이 될 수도 있는 건가?

         

       ‘좀 부담스러운데….’

         

       확정적인 내 편이 생긴다는 건 좋았지만 내가 걸린 부분은 바로 호법의 특성 효과였다.

         

       나를 향한 집착이 늘어난다니…, 지금 서유진 1명만 하더라도 나한테 엄청 앵기며 난리다.

         

       ‘이게 3명으로 늘어나면 나 가운데에 두고 막 싸우는 거 아니야?’

         

       나는 그런 웃긴 상상을 하며 서유진의 상태창을 껐다.

         

       그리고 강형만에게 연락을 하기 위해 핸드폰을 들은 그때….

         

       쿡쿡.

         

       누군가 등 뒤에서 나를 손가락으로 찌르며 불렀다.

         

       “언니.”

         

       “아, 한나야.”

         

       나한나였다.

         

       나는 그녀를 보자마자 웃으며 말했다.

         

       “무대 잘 봤어. 잘했더라.”

         

       “저도 잘했다 생각했는데…, 본투비 괴물들은 못 이기겠더라고요. 좀 아쉬워요.”

         

       나한나와 이혜정이 속해 있는 팀은 나와 유 설 팀에 이어서 3위를 기록했다.

         

       그러면 본투비 괴물은…, 나와 유 설을 말하는 건가…?

         

       부담스런 호칭에 나는 재빨리 화제를 돌렸다.

         

       “…다음에 잘하면 되지. 이제 돌아가는 거야?”

         

       “예. 부모님이 거의 다 오셨다고 해서 잠시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렇구나.”

         

       우웅.

         

       말이 끝나기 무섭게 나한나의 핸드폰이 울렸다.

         

       슬쩍 보니 화면에 ‘엄마’라고 적혀 있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아무래도 도착하셨나 보네요. 저 먼저 가 볼게요, 언니. 다음에는 저랑 같은 팀 해요.”

         

       “그래, 알았어.”

         

       서유진에 나한나까지 같이 팀하자고 하니 왠지 인기녀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이에 나한나도 내게 손을 한 번 흔들고 등을 돌렸다.

         

       그런데….

         

       “아…, 근데 언니.”

         

       나한나는 할 말이 있었는지 갑자기 가던 걸음을 멈추고 다시 내 쪽을 돌아보았다.

         

       “왜 무슨 일인데?”

         

       “그게….”

         

       나한나 답지 않은 진지한 표정이었다.

         

       “혜정 언니 말이에요….”

         

       “혜정 언니? 왜?”

         

       나한나는 이번에 이혜정과 함께 팀을 하며 꽤 친해진 듯 보였지.

         

       근데 갑자기 이혜정이 왜? 무슨 문제라도 있나?

         

       “그게….”

         

       “왜? 무슨 일인지 몰라도 편하게 말해.”

         

       “…….”

         

       나한나는 답지 않게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아뇨, 아니에요.”

         

       …이내 고개를 저었다.

         

       “그냥 제가 지금 말한 거 잊어 주세요. 그러면 저 갈게요. 다음에 봬요!”

         

       그렇게 나한나는 하려던 말을 마저 끝내지 않고 그대로 세트장을 떠났다.

         

       원래 세상에서 가장 열 받는 게 말을 하다 마는 것인데….

         

       나는 속이 답답해지는 걸 느끼며 나한나가 하려던 말이 뭔지 추측했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 했던 걸까?’

         

       분명 이혜정 관련된 이야기임은 분명했다.

         

       이에 나는 근처에 이혜정이 있으면 직접 물어보려 주변을 둘러 보았지만…, 아쉽게도 그녀를 찾을 수 없었다.

         

       대신….

         

       “아….”

         

       “……!”

         

       이혜정을 찾으려 고개를 돌린 나는 캐리어를 끌고 세트장을 나서던 유 설과 눈이 마주쳤다.

         

       방금 전 경연에서 2등을 했음에도 그 누구보다 초췌한 얼굴은 한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화들짝 놀라더니….

         

       “…….”

         

       이내 나를 못 본 척 고개를 숙이고 나를 지나쳤다.

         

       나는 그런 유 설을 잡을까 생각하다가도…, 그냥 그녀를 보내 주었다.

         

       그녀가 작정하고 서유진을 나락 보내려 했단 것은 여전히 충격이지만…, 그녀가 누구보다 괴롭다는 얼굴을 하기에 따져 물을 수 없었다.

         

       게다가 그녀의 상태이상….

         

       [상태이상 : 우울증, 불안장애, 극심한 자기혐오.]

         

       내 존재가 서유진을 전생과 다르게 긍정적으로 변화시켰다면…, 이번 생의 내 존재는 유 설에게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원래는 독보적인 인기를 누렸어야 할 유 설이지만 내가 있기 때문에 그 인기가 전생보다 못하다.

         

       원래는 유 설이 한시우에게 영입 제안을 받아야 했지만…, 내가 그 기회를 뺏기도 했고.

         

       여러모로 전생에서 유 설이 누렸어야 될 것을 내가 뺏은 듯한 기분이 들어서…, 나는 그녀에게 불편한 마음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나는 미안함과 원망 등등…, 여러 복합적인 심정이 담긴 눈으로 유 설이 떠나가는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때….

         

       우웅-.

         

       내 핸드폰이 울렸다. 강형만이었다.

         

       [예린아, 어디니. 혹시 아직 안 끝났니?]

         

       전화를 받고 강형만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나는 유 설을 보며 들었던 찝찝한 기분을 털고 씩씩하게 외쳤다.

         

       “아뇨, 저 끝났어요.”

         

       [그래, 그러면 주차장 안쪽으로 와라.]

         

       “넵.”

         

       그의 말에 따라 주차장으로 가 보니 늘 그랬던 것처럼 같은 자리에 검은 세단이 세워져 있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편안함이 드는걸 느끼며 바로 차에 올라탔다.

         

       “사장님, 상구 오빠.”

         

       “고생했다.”

         

       “…안녕.”

         

       내가 차에 타자 강형만과 상구 오빠가 인사를 해주었다.

         

       늘 그렇듯 무심하지만 다정한 말투였다.

         

       “…표정이 좋아 보이구나. 내가 준 초콜릿은 효과가 있었니?”

         

       “엄청 맛있게 잘 먹었어요.”

         

       “그래, 다행이네.”

         

       자신이 준 초콜릿을 맛있게 먹었다는 말에 강형만이 피식 웃었다.

         

       그 미소에 나도 마주 웃었다.

         

       평소 차가운 무표정인 나와 강형만이 씨익 웃으니 분위기는 금방 훈훈해졌다.

         

       하지만….

         

       “그래, 피곤하지? 얼른 호텔로 데려다주마.”

         

       “…….”

         

       이 훈훈한 분위기는 내 다음 말에 깨지고 만다.

         

       호텔을 가자는 말에 내가 대답하지 않으니 흠칫한 강형만이 내게 물었다.

         

       “…혹시 들릴 곳이 있니? 아니면 다른 곳에 가고 싶은 거야?”

         

       “…….”

         

       이번 주 동안 오래도록 고민했다.

         

       그리고…, 더 이상 피하지 말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집으로….”

         

       “……뭐?”

         

       “집으로 가주세요, 사장님.”

         

       “……!”

         

       내 대답을 듣자마자 강형만과 상구 오빠의 두 눈이 크게 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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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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