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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2

       강형만은 조직의 일 때문에 잠시 외근을 나왔다가 돌아가는 길에 하예린의 집 앞에서 멈췄다.

         

       오랜만에 예린이와 얼굴 보고 이야기를 하려는데 지금이 마침 예린이가 상구와 함께 돌아올 시간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하염없이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어서 강형만은 예린이를 데리고 오고 있을 상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뚜르르.

         

       […예, 형님.]

         

       “어, 상구야, 나 지금 얼굴 잠시 보려고 예린이 집 앞에 있다.”

         

       […아, 그렇습니까.]

         

       “어디쯤 왔니.”

         

       [그게….]

         

       “……?”

         

       강형만은 상구가 곧바로 대답하지 않고 뜸을 들이자 고개를 갸웃했다.

         

       그의 가장 충실한 부하인 상구가 지금까지 이랬던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5분 전 예린이를 동네에 혼자 내려 줬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냐. 자세히 말해.”

         

       [지금 철이한테 연락이 왔습니다. 서초구 상가 건 때문에 급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래서 애를 혼자 내려 두고 너는 지금 서초구로 가고 있다?”

         

       […죄송합니다.]

         

       “후우….”

         

       강형만은 한숨을 내쉬며 샘솟는 분노를 진정시켰다.

         

       상구의 입장도 이해는 갔다.

         

       서초구 일은 사실상 상구에게 본업이며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였으니까.

         

       거의 다 도착했으니 괜찮을 거란 안일한 생각을 갖고 예린이를 동네에 내려다준 후 얼른 서초구 일을 처리하러 갈 생각이었겠지.

         

       하지만….

         

       “…상구야, 내가 왜 너한테 예린이 경호를 맡겼는지 이해를 못 한 듯 싶구나.”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선 그 어떤 타협도 없이 철두철미하게 모든 신경을 다 써야 한다.

         

       우직한 상구라면 그 임무를 충실하게 다해 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렇기에 강형만은 상구에게 조금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상구야. 혹시 예린이 경호 일을 맡는 게 불만이니?”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돌아와라. 서초구 건은 다른 녀석에게 맡기겠다.”

         

       […예.]

         

       “그리고 네가 지금 맡고 있는 일도 분할해서 일부를 다른 녀석들에게 넘겨라. 예린이가 사회에 있는 동안…, 너는 예린이 경호에만 집중해라.”

         

       […알겠습니다.]

         

       “그럼 끊으마.”

         

       띠링.

         

       “하아….”

         

       전화를 끊고 강형만은 한숨을 내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걱정되는데….’

         

       상구와 예린이는 고작해야 몇 분 거리 무슨 일 생기겠나 싶은 마음인 듯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예린이 집이 위치한 이 으슥한 골목은 좁고 어두운데다 코너도 많아서 누군가 마음먹고 나쁜 짓을 저지르기에 최적인 장소였으니까.

         

       이에 강형만은 걱정되는 마음에 마중이라도 나갈 생각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

         

       얼마 지나지 않아…, 발견할 수 있었다.

         

       넘어져 있는 예린이와 그런 예린이를 음습하게 내려다보며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남자를.

         

       투둑.

         

       그 광경을 보는 순간 머릿속에서 이성의 끈이 끊긴 강형만은….

         

       뻐어어어억-!!

         

       그의 현역 시절을 연상케 하는 속도로 달려가 남자를 때려 눕혔다.

         

       그 순간 강형만은…, 정말로 눈앞의 녀석을 때려 죽일 생각이었다.

         

         

         

         

       **

       

         

         

         

       뻐어어어억-!!

         

       뻐어어억-!!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고 내가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강형만을 진정시키는 것이었다.

         

       “사, 사장님….”

         

       뻐어어억-!!

         

       강형만은 눈이 돌아간 채로 계속해서 녀석의 명치를 가격하고 있었으니까.

         

       정말…, 죽여 버릴 것처럼.

         

       “사장님…, 진정하세….”

         

       뻐어어어억-!!

         

       이미 녀석은 어디가 잘못된 건지 아니면 기절한 건지 강형만의 주먹에 제대로 반응도 못하고 몸만 부르르 떨 뿐이었다.

         

       …위험하다.

         

       녀석이 쳐 죽일 놈은 맞지만 진짜로 쳐 죽여서는 안 됐다.

         

       이에 나는….

         

       스륵.

         

       “사장님…!! 제발 그만…!!”

         

       강형만이 또다시 주먹을 든 틈에 그의 손목을 붙잡고 놓지 않았다.

         

       “…….”

         

       그제서야 강형만은 내게 잡힌 팔에 힘을 풀고 내게 말했다.

         

       여전히 눈동자는 돌아버린 채였다.

         

       “예린아, 가까이 있으면 다치니 놓으렴.”

         

       “사장님, 이러다 진짜 죽어요…!!”

         

       “진짜 죽일 생각이란다. 보기 흉한 광경일 테니 들어가 있거라.”

         

       “…그게 무슨.”

         

       “괜찮다. 마침 여기 CCTV도 없고 여차하면 동네 전깃줄 다 끊으면 된다. 이 녀석 쳐 죽인 후에 야산에 묻으면 아무도 못 찾을 거야.”

         

       장난이라기에 강형만의 말투는 너무 진지했다.

         

       그리고 이를 나만 느낀 게 아니었는지….

         

       “으…, 으….”

         

       기절한 줄 알았던 녀석도 벌벌 떨리는 손으로 땅바닥을 탁탁 치며 애원하듯 웅얼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녀석의 모습을 본 강형만은….

         

       스윽.

         

       “놓으렴 예린아.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다.”

         

       확실하게 마무리하겠다는 듯 주먹을 다시 높이 들었다.

         

       이에 나도 강형만의 팔을 더욱 강하게 감쌌다.

         

       그리고는….

         

       “…사장님, 제발 그만요.”

         

       “말했잖니, 예린아. 법적으로 문제 될 건 전혀 없을….”

         

       “그게 아니라…, 사장님이 저 때문에 손에 피를 묻히는 게 싫어요….”

         

       그의 주먹에 내 얼굴을 대고 애타게 말했다.

         

       “사장님이 더 이상 멈추지 않으면…, 저는 사장님 얼굴 볼때마다 미안함과 불편함을 느낄 거예요…. 그건 정말 싫어요…. …네?”

         

       “…….”

         

       내 말이 끝나자 강형만은 잠시 멈칫하더니….

         

       “후우우….”

         

       한숨을 내쉬고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말했다.

         

       “…미안하다, 예린아. 안 그래도 많이 놀랐을 텐데 내가 너를 더 놀라게 했구나.”

         

       그리고는 내 몸을 살피며 물었다.

         

       “…다친 곳은? 혹시 다친 곳은 없니?”

         

       나는 사장님의 눈동자가 원래대로 돌아온 것을 확인한 후에야 안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강형만에게 괜찮다는 의사를 표현하기 위해 몸을 일으키다가….

         

       “넘어지면서 돌부리에 찍혔는지 허벅지에 피가 조금 나긴 하는데…, 그것만 빼면 괜찮…, 윽….”

         

       “…예린아.”

         

       …그대로 넘어질 뻔한 것을 강형만이 가까스로 잡아 주었다.

         

       “…그러고 보니 발목을 삐었던 걸 잊고 있었네요.”

         

       “…이런. 붉은 것을 보니 아주 심하게 부은 듯하구나. 예린아, 지금 당장 병원….”

         

       “아, 아뇨. 지금 당장 병원 갈 정도는 아니에요! 욱신거리긴 해도 걸을 수도 있고. 그리고 저보다는….”

         

       스윽.

         

       나는 바닥에 쓰러져 꿈틀대는 녀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녀석부터 좀…, 어떻게 해야 하지 않겠어요?”

         

       저대로 있다가는 정말 애 죽겠다.

         

       “아…, 그래. 조치를 취해야겠지.”

         

       나는 당장 녀석을 병원으로 데려가란 의미로 한 말이었는데 강형만은 다른 의미로 받아들였는지….

         

       저벅, 스윽.

         

       녀석에게 다가가 녀석의 주머니 속 지갑 안의 신분증을 꺼내더니….

         

       찰칵.

         

       그것을 폰으로 찍고 녀석에게 속삭였다.

         

       “남궁수호…. 이름 참 특이해서 좋구나. 네가 어디 숨든 금방 찾을 수 있겠어.”

         

       그리 말하는 강형만의 말투가 참으로 싸늘했다.

         

       “오늘 일을 어디서 떠벌리고 다녀서 혹여나 예린이한테 안 좋은 소문이라도 생긴다면…, 그때는 오늘 못다 한 일을 반드시 이룰 거다. 알겠나?”

         

       “……!”

         

       강형만의 협박에 남궁수호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거리며 웅얼거렸다.

         

       “으…, 으으…!”

         

       남궁수호의 입에는 피와 토사물의 흔적이 가득했다.

         

       아무래도 목소리가 안 나오는 듯했지만…, 그래도 의식은 확실하게 있는 듯했다.

         

       그렇게 강형만이 남궁수호를 향한 살벌한 경고를 마친 그때였다.

         

       “…형님, …예린아.”

         

       “상구 오빠?”

         

       “이 무슨…, 설마….”

         

       저 멀리서 익숙한 덩치 한 명이 빠르게 달려오기에 누군지 보니…, 상구 오빠였다.

         

       상구 오빠는 나, 강형만 그리고 바닥에 쓰러진 남궁수호를 보고 빠르게 상황 판단을 마치고는 얼굴을 굳혔다.

         

       평소 항상 무덤덤하기만 한 상구 오빠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표정 변화였다.

         

       강형만은 그런 상구 오빠를 평소보다 조금 격양된 눈으로 바라보았다.

         

       “상구야.”

         

       “…죄송합니다, 형님. 저 때문에….”

         

       “됐고. 이 녀석 죽기 전에 병원이나 데려다줘라.”

         

       강형만은 피떡이 된 남궁수호를 상구 오빠의 어깨에 들쳐 올리며 살벌한 내용의 명을 내렸다.

         

       “그리고 병원 데려다주면서 이 녀석 상세 정보도 알아놔라. 어디 사는지, 일은 뭐를 하는지, 가족 구성원은 어떻게 되는지부터 간, 콩팥 등등 이 녀석 몸 안에 장기는 다 잘 있는지까지 말이다.”

         

       “으…, 으으…!”

         

       마지막 말에 남궁수호가 또다시 웅얼거리며 끙끙댔다.

         

       하지만 상구 오빠는 익숙한 듯 차분하게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일단 치료비는 내줘라. 그리고 혹시 깽값 필요하면 연락하라고도 하고. 내가 친히 챙겨줄 테니.”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상구 오빠는 몸을 돌리기 전….

         

       “예린아.”

         

       “상구 오빠….”

         

       “…미안하다. 나 때문에.”

         

       “아뇨…, 상구 오빠가 뭘 잘못했다고….”

         

       내게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표정과 함께 고개를 숙이고는….

         

       “그러면 내일 보자….”

         

       남궁수호를 들쳐맨 채 동네를 떠났다.

         

       나는 그런 상구 오빠와 남궁수호가 사라질 때까지 쳐다보다가….

         

       휘청.

         

       “……읏.”

         

       “…예린아.”

         

       두 사람이 사라지자마자 긴장이 풀려 그대로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런 나를 보는 강형만의 눈에 진한 걱정이 담겨 있기에 나는 일부러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죄송해요. 긴장이 풀려서.”

         

       “…….”

         

       “근데 괜찮아요. 정말로요.”

         

       “…괜찮을 리가 없잖니.”

         

       “…예?”

         

       내 물음에 강형만은 대답 대신 아래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그곳에는….

         

       덜덜.

         

       “…아.”

         

       …마치 사시나무처럼 떨리고 있는 내 손이 있었다.

         

       “이런 일을 겪고 괜찮을 리 없다. 얼른 안으로 들어가서 쉬어야 해. 내가 부축해주마.”

         

       “……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안 괜찮았나보다.

         

       나는 강형만에게 부축을 받고 안으로 들어가며 방금 전 일을 다시 상기해 보았다.

         

       ‘남궁수호….’

         

       분명히 처음 보는 사람이었고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그런데 왜….

         

       “…사장님 아까 그 남궁수호….”

         

       “왜? 혹시 예전부터 따라다니던 녀석이었니? …아예 사라지게 해 줄까?”

         

       “아뇨 그게 아니라….”

         

       …아까 그 녀석의 얼굴에서 기시감이 느껴졌던 걸까.

         

       그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고…, 솔직히 이해하기도 싫었다.

         

       ‘…됐다. 피곤한데…, 얼른 쉬는 데만 집중하자.’

         

       이에 나는 고개를 저으며 강형만의 어깨에 더욱 기대었다.

         

       강형만은 거의 안 듯 들어서 집에 데려다 주었다.

         

       다리를 삐어서 욱신거리고 손은 벌벌 떨리고….

         

       ‘제, 제가 직접 지혈해드릴게요. ……손으로.’

         

       …눈을 감으면 그 개새끼의 모습이 떠올라 심장이 쿵쾅거리고.

         

       아주 최악의 몸 상태였다.

       

       너무 피곤하고 어지러워서…, 당장 지쳐 쓰러질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

         

         

         

         

       한편 그 시각.

         

       슥삭슥삭-.

         

       쏴아아-.

         

       예린이의 아빠와 엄마는 집안일을 분할하여 각자 화장실 청소와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곧….

         

       “으으…! 하기 싫어…!!”

         

       …예린 엄마 쪽에서 싫은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녀는 설거지를 하다 말고 고무장갑을 내팽개치며 예린 아빠에게 하소연했다.

         

       “여보…! 도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해요…! 제 고운 손 다 부르튼 것 좀 봐요…!!”

         

       평생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며 살던 그녀가 밖에서는 식당일을 하고 집에서는 설거지를 도맡아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는 예린 아빠도 마찬가지였지만….

         

       “휴우…, 힘들지만 어쩔 수 없죠. 우리 저번에 말했던 ‘그때’까지만 어떻게든 버텨요.”

         

       “아…, 예린이 화 풀릴 때까지만요?”

         

       두 사람은 이내 의기투합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일전에 예린이가 가출을 선언한 채 집을 떠나고.

         

       두 사람은 항상 부모에게 맹목적인 사랑을 바치던 예린이가 변해 버린 이유에 대해 긴 토의를 벌인 끝에.

         

       예린이가 지금 심각한 ‘사춘기’에 접어들었다고 단정 지었다.

         

       그것 말고는 자신들의 사랑스러운 딸이 반기를 든 이유를 설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에 두 사람은 예린이의 ‘사춘기’에 대항하기 위해 작전을 하나 세웠다.

         

       이른바 햇살작전.

         

       나그네의 외투를 벗긴 것은 결국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살이지 않았는가.

         

       햇살작전의 내용은 이랬다.

         

       그동안 예린이가 담당하던 집안일을 온전히 두 사람이 부담하고…, 예린이가 벌어오던 생활비도 그들 스스로 충당하며 달라진 두 사람의 모습을 어필하는 것.

         

       물론 한평생 곱게만 살아왔던 두 사람에게 이 햇살작전은 상당히 어려운 난이도를 요구했지만…, 두 사람은 행복한 미래를 상상하며 버텼다.

         

       그들의 딸 예린이는 언젠가 국내 탑 아이돌이 될 재목이었다.

         

       그리만 된다면 돈을 쓸어 담을 텐데 효녀인 예린이가 두 사람이 고생하며 사는 걸 지켜만 볼 리는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저희도 지금은 열심히 노력하는 척하며 예린이의 마음을 다시 저희 쪽으로 돌려야 해요.”

         

       “식당일 너무 힘든데…. 새벽에 일어나는 것도 너무 피곤하고…. 하아…, 예린이는 사춘기는 도대체 언제 끝나려나요. 예린이가 예전처럼 다시 집안일 좀 도와 줬으면 좋겠는데….”

         

       “저는 예린이 첫 정산금이 너무 궁금해요. 그래도 아직 데뷔도 안 했으니까 정산 받으려면 1년은 넘게 기다려야겠죠?”

         

       “후우…, 예린이도 저희가 이렇게 고생하는 걸 알아야 하는데….”

         

       “하하, 자식이 어떻게 부모의 고충을 알겠어요. 예린이 지금 예민할 시기니까 저희가 이해해 줍시다!”

         

       “여보는 진짜 너무 친절해서 탈이라니까….”

         

       “그러는 당신의 마음은 비단결이에요.”

         

       “여보….”

         

       “당신….”

         

       그렇게 예린 부모가 사랑의 힘으로 지금의 고난을 이겨 내는 그때였다.

         

       쿵.

         

       “어, 예린이 왔나 보다.”

         

       “예린이 왔…, 엥? …강 사장님?”

         

       문이 열리고…, 강형만과 예린이가 함께 집에 들어왔다.

         

       “예, 예린아…! 왜 이렇게 몸을 떨어…! 혹시 무슨 일 있었어…?”

         

       “다, 다리는 왜 그런 거야…! 다쳤어?! 헉…! 피, 피…!”

         

       표정은 어둡고 손을 떨고 있고 옷은 엉망에다 허벅지에서는 피가 조금 흐르고 발목은 절고 있고….

         

       그들의 딸 예린이는 마치 비에 젖은 고양이처럼 처량한 꼴을 하고 있었다.

         

       이에 놀라 두 사람이 달려들어 걱정하니 강형만이 대신하여 말했다.

         

       “…예린이 오늘 기분 안 좋은 일 있었으니 잘 쉬게 해 줘. 발목 삐었으니 얼음찜질 좀 해주고. 까진 부분 연고 좀 발라줘”

         

       “어, 얼음찜질…, 연고…, 네…!”

         

       강형만의 말이 끝나자 예린이가 피곤하다는 얼굴로 신발을 벗었다.

         

       “…저는 그러면 먼저 좀 씻을게요. …사장님. 오늘 감사했어요, 정말.”

         

       “…그래, 예린아. 푹 쉬어라.”

         

       그리고는 강형만에게 공손하게 인사한 후 삔 다리를 질질 끌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

         

       그때까지 강형만은 애틋한 시선으로 예린이를 보고 있었다.

         

       강형만의 다정한 눈빛에 예린 아빠는 왠지 모를 질투심을 느껴야 했다.

         

       ‘쳇, 지가 아빠야, 뭐야. 친아빠는 난데.’

         

       이에 그는 예린이가 들어가자마자 큰 용기를 내어 강형만에게 대들 듯 말했다.

         

       “…사장님. 아무리 막역한 사이여도 여자 둘이 사는 집인데 이렇게 무턱대고 들어오는 건 역시 불편합니다.”

         

       “…….”

         

       “아내와 딸을 생각해서라도 죄송하지만 빨리 나가주시면 하는데요.”

         

       “……그래.”

         

       지금 예린 아빠가 하는 말은 정설이었기에 강형만은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뒤를 돌며 말했다.

         

       “…혹여 아직도 예린이 집안일 시키는 건 아니겠지?”

         

       “암요, 당연하죠. 이제 집안일은 저희가 다 합니다!”

         

       “당연한 걸로 생색내는 꼴이 웃기군. …아무튼 예린이 케어 잘 하고. …혹여 모르는 사람이 문 두드리면 열어 주지 말고.”

         

       “그건 당연한 거 아닌가요?”

         

       “…그래, 그러면 난 가보지.”

         

       예린 아빠는 뭔가 씁쓸해 보이는 강형만의 뒷모습에 통쾌함을 느꼈다.

         

       쿵.

         

       그리고 강형만이 문을 닫고 나가자마자….

         

       “여보…! 이거 아무래도 호재인 것 같은데요?”

         

       예린 엄마에게 기분 좋다는 듯 말했다.

         

       “예? 갑자기 호재는 무슨 호재….”

         

       “예린이 지금 엄청 지치고 힘들어 보이잖아요…!”

         

       “네?”

         

       갑작스러운 예린 아빠의 말에 예린 엄마는 당황했다가….

         

       “그게 무슨 호재예요?”

         

       “원래 힘들 때 잘해주면 감동이 더 크잖아요! 지금 예린이한테 잘해주면 예린이 사춘기도 빠르게 끝나지 않겠어요?”

         

       “아…!”

         

       이내 그의 말에 동조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음찜질! 얼음찜질 해주라고 그랬죠? 얼른 얼음 주머니부터 만들어야겠네! 아, 연고도!”

         

       “음…, 저는 그러면 예린이 방 이불 깔게요!”

         

       그렇게 두 사람은 오늘따라 약해 보이는 예린이에게 점수를 더 따기 위해 열심히 준비를 했다.

         

       그리고 예린이가 나오자마자….

         

       “예린아! 조, 조심해! 아빠가 부축해줄게!”

         

       “이리 앉아, 예린아. 발 부은 곳 엄마가 얼음찜질 해줄게! 연고도 엄마가 얼른 발라 줄게!”

         

       평소보다 더 득달같이 달려들어 예린이를 애지중지 모셨다.

         

       예린이는 그런 부모의 모습에 당황하면서도 많이 지쳤는지 그대로 고개를 끄덕이고 두 사람에게 몸을 맡겼다.

         

       덜덜.

         

       그때 두 사람은 아직도 예린이의 손이 조금 떨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지난 19년간 예린이가 이랬던 적은 없었는데.

         

       이에 두 사람은 상처 난 허벅지에 약을 발라 주고 얼음 주머니를 예린이의 발목에 올려 놓은 채 몸을 떠는 예린이를 꼬옥 안아 주었다.

         

       예전부터 포옹은 예린이가 아주아주 좋아하는 애정행위 중 하나였다.

         

       옛날부터 두 사람이 아무리 큰 사고를 치더라도 포옹 한 번이면 예린이의 화가 풀리곤 했었으니까.

         

       “예린아…, 많이 힘들었지이…”

         

       “원래 아이돌이란 직업이 아무나 하는 게 아니지…. 많이 힘들 거야아….”

         

       “…….”

         

       실제로 두 사람이 예린이를 쓰다듬으며 한 번에 포옹하자 예린이의 떨림이 가시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햇살작전이 아주 잘 통하는 걸 느끼며 다정하게 속삭였다.

         

       “우리 예린이 피곤할 텐데 빨리 잘래? 아빠가 이불 깔아놨어.”

         

       “엄마가 예린이 잠들 때까지 손 잡아줄까?”

         

       “아….”

         

       두 사람의 말에 예린이가 잠시 자신의 방을 쳐다 보았다.

         

       그리고 잠시 갈등하는 듯하더니 이내 체념하는 표정과 함께 말했다.

         

       “저…, 아빠 엄마….”

         

       “응? 왜?”

         

       “오늘 밤만…, 저 예전처럼 두 사람이랑 같이 자도 돼요?”

         

       “……!”

         

       됐다.

         

       예린이가 그리 말하자 두 사람은 예린이 모르게 소리 없는 하이파이브를 쳤다.

         

       햇살작전 성공에 대한 자축이었다.

         

       “그럼 당연하지! 그래, 예린아 19년간 아빠 엄마랑 자다가 갑자기 혼자 자려니 밤이 무섭지?”

         

       “엄마 아빠가 우리 예린이 안 무섭게 꼭 안고 자줄게.”

         

       그리 말하며 두 사람은 예린이의 양쪽 어깨에 얼굴을 부볐다.

         

       “예린아, 원래 이 세상에서 믿을 수 있는 건 가족밖에 없어.”

         

       “그래도 걱정하지마. 엄마랑 아빠는 평~~생 우리 예린이 옆에서 살 거니까.”

         

       “……알겠으니 너무 붙지 마요.”

         

       툴툴대는 말투긴 해도 이미 심신이 지친 예린이는 두 사람에게 몸과 마음을 푸욱 맡기고 있었다.

         

       그런 예린이를 보며 두 사람이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19살.

         

       이제 곧 성인을 앞둔 나이였지만 두 사람이 볼 때 예린이는 아직 아가였다.

         

       그리고 두 사람은 감히 자신들에게 하예린 1급 자격증이 있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지난 19년간의 세월 동안…, 두 사람은 예린이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몸으로 완벽하게 파악한 것이었다.

         

       “예린아아….”

         

       “사랑해애….”

         

       잠시간의 방황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아기새는 절대 부모의 품을 떠나지 못하리라.

         

       두 사람은 그렇게 붙잡은 예린이의 몸을 한참 동안 놓아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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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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