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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4

       부우웅-.

         

       병원에서 간단한 치료를 마치고 나는 회사로 가는 상구 오빠의 차에 탔다.

         

       마침 학교도 안 간 김에 그냥 집에서 더 쉴 수도 있었지만….

         

       ‘어차피 집에 아무도 없는데 뭐….’

         

       집에 아무도 없어서 할 것도 없었기에 나는 미리 회사로 가기로 했다.

         

       다리에는 발목을 고정시키기 위해 압박 붕대를 둘둘 만 채였다.

         

       아무래도 이 상태로는 춤 연습을 못할 듯싶어서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발목을 만지니 운전을 하고 있던 상구 오빠가 먼저 입을 열었다.

         

       “…예린아.”

         

       “…네?”

         

       이에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평소 입이 무거운 상구 오빠는 먼저 말하는 법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오늘따라 상구 오빠의 말투는 평소보다….

         

       “……미안하다.”

         

       안타깝다는 감정이 가득했다.

         

       “…괜히 나 때문에.”

         

       “아니예요. 절대 상구 오빠 때문이라고 생각 안 해요.”

         

       나는 실제로 이번 남궁수호 사건에 상구 오빠 책임이 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상구 오빠는 급한 일이 있었음에도 나를 집 앞까지 태워 주겠다고 단호하게 말했었으니까.

         

       그런 상구 오빠를 꼬드기고 동네에서 먼저 내린 것은 나였다.

         

       하지만 상구 오빠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지 미간을 조금 찡그리며 내게 조심히 물었다.

         

       “…아까 의사가 발에 붕대를 감아줄 때 네가 몸을 움츠리는 것을 봤다.”

         

       “…….”

         

       “…혹시 낯선 남자가 무서워진 거니?”

         

       확실히 방금 전 의사가 붕대를 감아주기 위해 내 발목을 잡았을 때…, 순간 그 녀석이 내게 다가오던 게 생각나 움찔하긴 했다.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니고…, 일이 있는지 얼마 안 돼서 누가 제 몸을 잡는 것에 조금 놀랐던 것 같아요.”

         

       “…….”

         

       “심각한 정도는 아니에요. 정말이에요.”

         

       상구 오빠가 걱정하는 것처럼 트라우마나 PTSD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그러니까 상구 오빠. 이상한 생각하지 말고 미안해하지도 마세요. 저는 늘 저 태워주고 지켜 주는 상구 오빠한테 고마운 마음밖에 없으니까.”

         

       “…그래.”

         

       그 말에 상구 오빠가 조금 울컥한 건지 눈동자가 잠깐 반짝였다.

         

       그리고 이내 그는 운전대를 조금 강하게 쥐며 결의를 다지듯 말했다.

         

       “다음에는 절대 이런 일 없도록 하마. 어떤 새끼든 너한테 불순하게 접근하는 놈이 있으면…, 그게 대기업 회장, 국회의원, 설사 대통령이라도 날려 버릴 거야.”

         

       “푸훗.”

         

       물론 농담으로 한 말이겠지만 그리 말하는 상구 오빠의 표정이 퍽 진지했다.

         

       이에 나는 오랜만에 진심으로 피식 웃었다.

         

       결의를 다지는 상구 오빠의 모습이 너무나도 웃기고 든든했기 때문이었다.

         

         

         

         

         

       **

         

         

         

         

       나를 지켜 주겠다고 말한 것은 상구 오빠뿐이 아니었다.

         

       평소보다 빠른 오전에 회사에 도착하니 이 소식을 들은 이지우가 곧바로 회사로 달려와서는….

         

       “허어어엉…, 예린아… 흐으으으응…, 이 쪼꼬만 애 괴롭힐 데가 어디 있다고…, 흐으윽…, 물론 나보다 10cm 크긴 하지만 어쨌든…, 크허어어엉…, 예린아 앞으로 쌤이 지켜 줄게…, 엉엉엉…, 앞으로 그 사생팬 새끼 내 눈에 띄는 순간 내가 진짜 칼로 찔러 버릴 거야…, 허어어어엉….”

         

       “…지우 쌤, 일단 진정 좀 하고.”

         

       …눈물 범벅이 된 얼굴로 나를 꼭 껴안고 놔주지 않았다.

         

       “크허어어엉…, 예린이 발목은 이게 뭐야…, 그 시발새끼, 개새끼, 병신새끼, 인생낙오자새끼, 변태새끼…. 차 사고 나서 그냥 죽어 버려라. 흐어어엉….”

         

       “…쌤, 이거 그냥 잠시 다리 좀 삔 거….”

         

       “으이이잉…, 예린아…, 흐아아앙….”

         

       그렇게 누가 누구를 위로해 주는지 모르겠을 긴 포옹의 시간이 끝나고…, 이지우는 가져온 백팩에서 무언가 잔뜩 꺼내기 시작했다.

         

       “으어어엉…, 훌쩍…, 예린아 그건 그렇고 얼른 이거 받아….”

         

       “…이게 다 뭐예요?”

         

       “…네 소식 듣자마자 새벽에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사 왔어, 흐엉.”

         

       그것들은 바로….

         

       3단봉, 호신용 스프레이, 호신용 나이프, 호루라기 등등…, 다양한 종류의 호신용품들이었다.

         

       “흐으…, 흑…, 마음 같아선 총도 한 자루 구해 오고 싶었는데 그건 도저히 안 구해져서 이것들밖에 준비 못 했어…. 으엉…, 예린아 흐으…, 외출할 때 꼭 이거 다 들고 다녀…. 흐에엥….”

         

       “…….”

         

       …아니 뭐 웨폰마스터도 아니고.

         

       이거 다 들고 다니다가 혹여 경찰한테 들키기라도 하면 오해받기 쉽겠다.

         

       그래도 이걸 일일이 준비해준 이지우의 정성을 무시할 수 없는 데다 거절했다가는 더 울 것만 같았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쌤. 잘 쓸게요.”

         

       그중 실제로 쓸 만한 것도 많았기에 나는 몇 개 주워서 사용해 보았다.

         

       촤락.

         

       특히 이 3단봉.

         

       “오.”

         

       부피가 작아서 휴대성이 좋은데 펴지는 것도 엄청 부드러워서 이게 있었으면 남궁수호같은 놈 열 명이 와도 때려잡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상당히 고급품인 것 같은데….’

         

       조금 오버스럽긴 해도 나를 향한 이지우의 걱정과 사랑이 느껴져서 나는 이지우를 한 번 더 안아주었다.

         

       “감사해요, 쌤.”

         

       “흐어어어엉! 이렇게 착한 애를! 으어어어엉!”

         

       그 뒤로는 이지우식 과보호의 시작이었다.

         

       “예린아아아…, 쌤이 얼음주머니 가져 왔어. 쌤이 24시간 너한테 붙어서 발목 얼음찜질할 테니까 너는 편하게 있어….”

         

       “예린아아아…, 심심하지는 않아…? 쌤이랑 영화 볼래? 무슨 장르 좋아해? 너는 가만히 있어. 쌤이 네 취향 영화 리스트 뽑아서 가져올게….”

         

       “어디가, 예린아! 뭐? 화장실? 그런 거면 진작 말하지! 업혀! 쌤이 화장실까지 안전하게 업어 줄게. 뭐? 괜찮긴 뭐가 괜찮아…! 흐어어엉…, 예린이 네 발목이 지금 작살이 났는데 괜찮긴 뭐가 괜찮아아….”

         

       그렇게 이지우는 나를 마치 유리 공예품처럼 조심히 다루며 스스로 시종짓도 서슴지 않고 했다.

         

       이것이 부담스러워 거절하면 곧바로 눈물을 쏟아 내는 바람에 나는 그녀가 바라는 대로 공주처럼 그녀의 시종짓을 대접 받아야 했다.

         

       심지어는….

         

       “예린아아아…, 혹시 배 안 고파? 기분 안 좋을 땐 단 거 먹어야 하는데 쌤이 뭐 좀 배달 시킬까?”

         

       “…아뇨, 저 아까 밥 먹어서 배불….”

         

       “…흐에에에에엥.”

         

       “…알았어요, 쌤. 시켜요, 시켜.”

         

       “흐윽…, 쌤이 도넛이랑 케이크 시킬 테니까 오늘은 칼로리 생각 안 하고 다 먹어야 해….”

         

       단 걸 먹어야 기분이 풀린다면서 달콤한 것들을 잔뜩 시켜서 내게 먹을 것을 종용했다.

         

       “쌤…,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흐으윽…, 옛날 예린이었으면 이 정도쯤 다 먹었을 텐데….”

         

       “…….”

         

       그래도 다행히 나는 평균 19세 여고생들 보다 잘 먹는 편이었다.

         

       거기에 내가 원래 단 것을 좋아하기도 해서…, 나는 다행히 열심히 노력하며 먹어서 이지우가 시킨 도넛들과 케이크를 먹어치울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부터 시작이었다.

         

       “…….”

         

       내가 단 것을 잘 먹는 걸 보고 이때다 싶었는지 상구 오빠가 조용히 밖을 나가….

         

       “…예린아, 여기 찹쌀 도너츠랑 꽈배기….”

         

       “……이게 도대체 몇 개에요?”

         

       “…대충 10만원 어치.”

         

       “…….”

         

       “…많이 먹어.”

         

       어마어마한 양의 찹쌀 도너츠와 꽈배기를 사 왔다.

         

       어찌나 양이 많던지 꽈배기 아저씨 리어카 그냥 통째로 훔쳐 온 줄 알았다.

         

       그래도 뭐…, 여기까지만 하면 그냥 이 사람들이 나를 이 정도로 생각해주는구나 싶었겠지만…, 형제기획 사람들은 정도를 모르는 사람들이었다.

         

       “예린아-!!”

         

       “아…, 오빠들.”

         

       일일이 이름은 다 모르지만 얼굴은 외운데다 오며 가며 자주 인사했던 강형만 조직 소속 깡패 오빠들.

         

       내 이야기가 형제기획에 다 퍼졌는지 차례차례 병문안 오듯 내가 있는 모니터링실에 들렀다.

         

       그리고….

         

       “…이게 다 뭐예요?”

         

       “오면서 주전부리들 좀 몇 개 사 왔어.”

         

       “요즘 여자애들이 이런 거 좋아한다며?”

         

       빈손으로 오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마카롱, 쿠키, 츄러스, 감자칩 등등….

         

       덕분에 안 그래도 간식이 쌓여 있던 모니터링실은 점점 과자동산이 되어 갔다.

         

       ‘이 정도면 빅X 이나 잠만X가 와도 다 못 먹는다….’

         

       원래 이쪽 업계 사람들이 이렇게 손이 큰 건가 싶은 그때였다.

         

       “예린아.”

         

       “아, 사장님.”

         

       오늘 일이 많아서 아침부터 외근을 나갔다던 강형만이 돌아왔다.

         

       그가 들어왔을 때 그의 손에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아서 나는 드디어 과자동산에 간식이 추가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오셨…, 어라…?”

         

       드르륵.

         

       강형만의 뒤에서는 웬 빵모자를 쓴 아저씨가 결혼식에서나 쓸 법한 3단 딸기 케이크를 끌고 오고 있었다.

         

       “…….”

         

       “…….”

         

       끝판왕의 등장에 모두가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니 강형만이 민망하다는 듯 말했다.

         

       “…마침 호텔에서 미팅을 하고 있었는데 이지우 선생이 단 것 좀 사 오라고 해서.”

         

       “…….”

         

       모두가 멍한 상태에서 먼저 분위기를 깬 것은 바로 이지우의 타박이었다.

         

       “사장님!! 지금 장난해요?”

         

       “…아니, 자네가 가장 비싼 걸로 사 오라고 해서. 그래서….”

         

       “그게 아니라 제가 거기 망고빙수가 유명하니까 그걸 꼭 사 오라고 했잖아요! 망고빙수는 어디 있어요!”

         

       “…그건 인기가 많아서 받으려면 웨이팅을 1시간 해야 한다고 해서.”

         

       “흐어어어엉…, 예린아…, 사장님이 저렇게 무심하셔…. 예린이 너를 위해 1시간 웨이팅도 못하고…, 으어어엉….”

         

       “…사오겠네.”

         

       “잠깐만요…!”

         

       진짜 사오겠다는 듯 강형만이 몸을 돌자 내가 다급하게 그의 소매를 잡았다.

         

       “괜찮아요, 사장님. 충분해요.”

         

       “하지만 망고빙수….”

         

       “아니에요, 진짜 괜찮아요. 그리고….”

         

       지금 이 광경을 보고 누가 여길 깡패 회사로 알까?

         

       평소 검은 정장 아저씨들로 가득해 테스토스테론 풍기던 형제기획 사옥은 오늘 하루 디저트 뷔페가 되어 버렸다.

         

       나는 저기 형제기획과 어울리지 않게 한가득 쌓인 간식들이 향한 걱정과 애정을 나타내는 것 같아서….

         

       “감사해요….”

         

       “…….”

         

       “정말 다들 너무너무 감사해요….”

         

       나를 위로하기 위해 마음을 써 준 모든 이들이 너무나도 고마웠다.

         

       그리고 이것은 내게 악몽 같았던 어제 일을 덮어 주는…, 좋은 추억이 되었다.

         

         

         

         

         

         

       **

         

         

         

         

         

       그렇게 나는 그날 형제기획 사옥에서 간식을 먹고 빈둥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발목도 다친 내가 연습도 못하면서 굳이 형제기획 사옥에서 시간을 보낸 이유는….

         

       “이제 곧 10시다.”

         

       오늘이 바로 나아아가 방영하는 금요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나아아도 경연 두 번만 더하면 끝이 난다.

         

       지금부터 작은 것 하나하나 모두가 최종 투표 결과에 굵직한 영향을 끼쳤기에 나는 긴장하며 제작진이 이번에는 어떻게 편집을 했을지 지켜보았다.

         

       그리고….

         

       “……어?”

         

       “……와우.”

         

       화면을 보던 나와 이지우는 나아아 시작 장면을 보자마자 놀랐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의 아이돌 아카데미아 5화에서 제작진들의 과도한 편집으로 상처 받으신 출연자와 시청자 분들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동안 고고하고 오만한 모습만 보이던 나아아 제작진이…, 방송 시작하자마자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며 그랜절을 박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음화는 24시간 후에 오겠습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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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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