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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7

       나는 흠칫하며 이지우가 종이 위에 쓴 이름들을 바라보았다.

         

       “이건….”

         

       그리고 그 이름들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그럴 수 밖에 없는게….

         

       “3명밖에 안 적으셨네요…?”

         

       [하예린, 유 설, 나한나.]

         

       이지우가 종이 위에 적은 이름이 3개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이에 내가 묻자 이지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으응, 이건 쌤이 데뷔가 유력할 것 같은 사람 이름만 적은 거야.”

         

       그러면서 이지우가 먼저 나와 유 설의 이름 위에 동그라미믈 치고….

         

       “그중 우리 예린이랑 이 유 설이란 애 데뷔 확률은 거의 100%인 거 같고….”

         

       그 다음으로 나한나의 이름 위에 동그라미를 쳤다.

         

       “이 나한나란 애 데뷔 확률도 80%는 넘는 것 같아.”

         

       이에 나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랑 유 설이야 뭐 말할 것도 없고…, 지금까지 아무런 논란 없이 꾸준하게 팬층을 쌓은 나한나도 데뷔할 확률이 높다고 지금껏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조금 의문인 것이 있기는 했다.

         

       슥슥.

         

       나는 펜을 들고 이지우가 쓴 이름 옆에 다른 이름을 쓰고는 물었다.

         

       [서유진.]

         

       “쌤, 혹시 유진이의 이름을 적지 않은 이유가 있을까요?”

         

       서유진은 나아아 참가자 중 전체 스탯 3위에 해당할 정도로 높은 스탯을 가진 데다 대중들로부터 나와 유 설 다음의 인기를 누려왔다.

         

       중간에 잠시 삐끗하긴 했지만 제작진들이 사과도 하고 분량도 챙겨 줬을 뿐더러 이번 화에서는 예린유진이라는 새로운 별명과 함께 나와 세트로 묶여 사랑을 받았다.

         

       이에 나는 서유진도 거의 데뷔를 확정 지은 반열에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으음…, 그래 이 친구…. 물론 인기 많긴 하지…. 근데….”

         

       이지우가 서유진의 이름을 보고 잠시 턱을 괴다가 말을 이었다.

         

       “이 친구의 문제는 어쨌든 큰 논란이 한 번 있었다는 거야.”

         

       “다 잘 해결됐는데 그게 왜 문제….”

         

       내가 조금 격양된 목소리로 물으니 이지우가 나를 쓰다듬으며 답했다.

         

       “상처가 아물면 흉터가 되지. 근데 이쪽 업계에서는 흉터도 흠으로 치는 경우가 많아서….”

         

       “그게 무슨 의미예요…?”

         

       “쉽게 말하면 논란이 있었다는 거 자체가 흠이 된다는 거야, 자, 쌤이 한 번 찾아서 보여 줄게.”

         

       이지우는 그리 말하고는 잠시 노트북을 두드리더니 이내 무언가를 찾아 내게 보여 주었다.

         

       그리고 그것은…, 서유진을 향해 여전히 차가운 시선을 보내는 이들의 반응이었다.

         

       [아…, 쟤 짜증나게 왜 자꾸 예린이랑 얽힘?]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는 것 봤냐고 ㅋㅋ 쟤도 문제가 있었으니 그런 일이 터지지. 실제로 싸가지 없는 건 맞다며?]

         

       [어린 애가 주변에서 뭐라 안 하고 오냐오냐 자라니 저렇지.]

         

       [아…, 제발 쟤는 예린이랑 설이랑 같은 팀 안 됐으면 좋겠다.]

         

       “대중들 중에서는 처음에 자기가 가진 선입견이나 첫인상을 끝까지 가는 경우도 많아서…, 제작진들이 사과했다지만 여전히 그 애를 향해 부정적인 시선을 가진 이들이 꽤 될 거야.”

         

       “…….”

         

       “그래서 서유진 그 친구는 불안 요소가 조금 남아 있달까? 뭐…, 지금 분위기로 봐선 데뷔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이번 논란은 데뷔한 후에도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 같긴 해.”

         

       죄가 없어도 논란이 났다는 것 자체가 흠이라니.

         

       그러면 너무 억울하지 않은가.

         

       나는 가슴에 답답함이 조금 차는 걸 느끼며 서유진 옆에 다른 이름들을 적었다.

         

       슥슥.

         

       [박유정, 이혜정.]

         

       “…쌤, 그러면 이 두 사람은요? 이 두 사람은 데뷔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음….”

         

       이지우는 두 이름을 보고 먼저 박유정에 동그라미 치며 말했다.

         

       “아, 박유정? 이 친구는 확실히 매력 있더라. 언제나 꾸준하게 사랑받을 만한 상이야. 지금보다 조금만 더 좋은 모습 보이면 데뷔 기대해 봐도 될 것 같은데?”

         

       “그러면 그 옆에 혜정 언니는….”

         

       “아…, 이혜정. 이 친구는….”

         

       박유정 때는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이름에 동그라미를 쳤던 이지우가….

         

       슥슥.

         

       이번에는 애매하다는 듯 이혜정의 이름 아래 밑줄을 그으며 말했다.

         

       “확실히 노래 잘하더라. 요즘 외모도 물오른 것 같기도 하고…, 근데 말이야….”

         

       “…….”

         

       “처음부터 느낀 건데…, 이 친구는 너~~무 눈에 안 띄는 것 같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제일 중요한 건 눈에 잘 띄는 건데 말이야.”

         

       확실히…, 이번 이지우 말도 맞았다.

         

       나아아 초반 회차부터 이혜정은 이상하게 분량이 적었으니까.

         

       처음부터 눈에 잘 안 띄다 보니 나중에 가서도 방송 안에서 잘 보이지 않는 느낌이다.

         

       그래서 그런지 실력에 비해 득표수도 적고….

         

       “…그러면 서유진, 박유정, 이혜정 이 세 사람은 쌤이 볼 때 데뷔가 확실치 않다는 거죠?”

         

       “내가 볼 때는…, 음…, 그런 것 같아.”

         

       “후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같이 데뷔를 못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듣고 나는 걱정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이지우는 그런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내 머릿결을 매만지며 말했다.

         

       “에이궁…, 우리 예린이. 이렇게 착해 가지고. …근데 쌤은 우리 예린이가 더 걱정이야.”

         

       “…예? 제가 왜…. 쌤도 아까 제 데뷔는 문제가 없다고….”

         

       “우리 예린이는 데뷔가 아니라 다른 걱정을 해야지.”

         

       이지우는 그리 말하고는 종이 위에 다른 무언가를 적었다.

         

       슥슥.

         

       그것이 뭔가하고 보니…, 하예린이라는 내 이름 위에는 작고 귀여운 왕관이 그려져 있었다.

         

       “우승.”

         

       “…….”

         

       “우승 해야지, 예린아.”

         

       그리 말하는 이지우의 표정은 평소와 다르게 진지했다.

         

       “이제 나아아 남은 경연이 두 번이야. 그리고 신PD 사단 전통상 마지막 경연은 무조건 생방송으로 하니까…, 이제 제일 중요한 게 이번 4차 경연이라고 볼 수 있어.”

         

       “…잘하면 되죠, 이번에도.”

         

       “그래, 쌤도 우리 예린이가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 근데….”

         

       이내 이지우가 진지했던 표정을 울상으로 바꾼 후 옆에 있던 얼음주머니로 내 발목을 문지르며 말했다.

         

       “이잉…, 이 중요한 순간에 발목이 이게 뭐야….”

         

       “쌤 이거는 진짜 괜찮….”

         

       “괜찮기는! 딱 봐도 엄청 아파 보이는데…, 히잉….”

         

       …그래, 발목.

         

       관절은 댄서들에게 생명이니까. 크게 다친 건 아니라지만 삔 발목은 확실히 변수가 될 수 있긴 했다.

         

       이에 덩달아 나도 조금 걱정스런 눈으로 발목을 보니 이지우가 종이 속 이름 하나를 동그라미 치며 말했다.

         

       그녀가 동그라미 친 이름은….

         

       “특히 이 친구를 조심해야 해.”

         

       “…….”

         

       바로 유 설이었다.

         

       “유 설 이 친구는 이번 4차 경연이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대역전 찬스라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알 테니까. 아마 인정사정 보지 않고 덤벼들 거야.”

         

       “…….”

         

       확실히 그 똑똑한 유 설이 이번 경연의 중요성을 모를 리 없었다.

         

       …그녀가 가진 모든 권모술수, 계략과 함께 총력전의 심정으로 이번 경연에 나설 것이 뻔해 보였다.

         

       그런 유 설의 검은 손아귀에서 내가 잘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러니까 예린아. 이번 경연은 무리하지 말고 조심해야 해! 알았지?”

         

       “…예, 그럴게요. 그리고….”

         

       말해 뭐해. 당연히 살아남아야지.

         

       “이번 경연도 잘해서 꼭 우승까지 해야죠.”

         

       그리고 나는 유 설을 끝내 누르고 나아아에서 우승을 차지할 것이다.

         

       내가 의지를 다지며 말하니 이지우가 나를 끌어안았다.

         

       “그래, 쌤은 우리 예린이 믿어.”

         

       “감사해요, 쌤….”

         

       “근데 우승도 좋지만 제일 중요한 건 몸이야. 내일 나아아 촬영 가서도 몸 관리 잘 해야 해. 알았지?”

         

       “네에.”

         

       그 대화를 끝으로 나는 형제기획 사옥에서 좀 더 시간을 보내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곧…, 나아아 4차 경연의 날이 밝아왔다.

         

         

         

         

         

       **

       

         

         

         

       늘 그렇듯 강형만의 차를 타고…, 나는 이제는 고향처럼 익숙한 나아아 세트장에 내렸다.

         

       “오늘도 데려다주셔서 감사해요, 사장님.”

         

       “…예린아.”

         

       그동안 강형만은 나를 데려다주면서 나를 믿는다는 표정을 자주 지었었다.

         

       하지만 지금 그의 표정에는 믿음보다는 걱정이 가득했다.

         

       바로 붕대를 매고 있는 내 발목 때문이었다.

         

       “…안까지 짐을 들어 주마. 무거울 텐데.”

         

       “말씀은 감사한데 아마 안 될 거예요. 외부인 출입 금지라….”

         

       “그래도….”

         

       “아이참 괜찮아요. 이제는 그렇게 아프지도 않는데.”

         

       내 말에도 강형만은 계속해서 걱정이 뚝뚝 떨어지는 표정을 짓고는 말했다.

         

       “그래, 예린아. 이번 촬영도 잘하고 오거라. 다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바로 네 몸인 거 알지?”

         

       “…….”

         

       “이번 촬영 몸 건강히…, 조심해서 다녀와라.”

         

       강형만은 어제 이지우와 똑같은 말을 하고 있었다.

         

       이것이 나를 향한 진심 어린 걱정으로 느껴져서…, 나는 강형만이 안심할 수 있게 평소보다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요, 당연하죠.”

         

       “…그래, 믿는다.”

         

       “그러면 저 다녀올게요. 조심해서 돌아가세요, 아, 상구 오빠도 운전 조심하시고요!”

         

       “다음 주에 보자.”

         

       “…잘 가, 예린아.”

         

       그렇게 강형만과 상구 오빠에게 손을 흔들어 주고 나는 세트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언니-!!”

         

       숙소로 향하고 있다가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서유진이 해맑은 표정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서유진은 그대로 늘 그랬던 것처럼 우다다 달려와 내 품에 안기려고 하다가….

         

       “왜 제 연락 다 안 받으셨… 어라…?”

         

       붕대를 한 채 슬리퍼를 신고 있는 내 오른쪽 발을 보고 멈칫했다.

         

       이에 나는 그녀가 놀라기 전 먼저 설명했다.

         

       “아, 이거는 잠시 발을 삔 건데 그리 큰 문제는 아니야.”

         

       그런데….

         

       “언니이….”

         

       “…응?”

         

       “발목이 이게 뭐예요오…….”

         

       괜찮다는 내 말에도 서유진은 내게 다가와 포옥 안기며 내 짐을 뺏어가 대신 들었다.

         

       “…아니, 나 진짜 괜찮….”

         

       “…됐으니까 이리 주세요.”

         

       그리고는 내 몸 한쪽을 부축하며 말했다.

         

       “이것 때문에 연락 못 받으셨던 거예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아….”

         

       서유진의 연락을 못 받은 것은 그동안 다른 연락이 너무 많이와서 폰을 꺼놨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발목을 다친 이유는….

         

       “…….”

         

       나는 남궁수호를 떠올렸다가 이내 고개를 젓고 말했다.

         

       “…그냥 계단에서 넘어졌어.”

         

       “히잉…, 하필이면 이 중요할 때에…. 제가 도와 드릴 테니 숙소까지 같이 가요.”

         

       “그래, 고마워. 유진아.”

         

       그렇게 나는 서유진과 이번 나아아 방송 이야기를 하며 숙소로 걸어갔다.

         

       그리고 숙소 앞에 도착해 문을 열려던 그때였다.

         

       “…그래서 사람들이 우리보고 예린유진이라고…, 앗.”

         

       “…….”

         

       숙소문을 열려고 손잡이를 잡은 그때 누군가와 손이 겹쳐 옆을 돌아보니….

         

       “…언니.”

         

       “…….”

         

       마찬가지로 숙소에 들어갈 참으로 보이는 유 설이 있었다.

         

       저번 경연부터…, 특히 카메라가 없을 때 무척이나 침울한 분위기를 풍기던 그녀는….

         

       싸아아.

         

       지금은 완전히 날카로운 듯 피폐한 느낌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유 설은 내 얼굴을 한 번 봤다가….

         

       스윽.

         

       시선을 내려 내 다친 발목을 쳐다보았다.

         

       “…….”

         

       그런데 왜일까?

         

       나는 그런 유 설의 눈빛을 통해….

         

       ‘유 설 이 친구는 이번 4차 경연이 흐름을 바꿀 수 있는 마지막 대역전 찬스라는 걸 그 누구보다 잘 알 테니까. 아마 인정사정 보지 않고 덤벼들 거야.’

         

       이지우의 말이 떠오르는 것과 동시에….

         

       욱신.

         

       이제는 괜찮다 생각한 발목에 통증이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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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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