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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09

       1위 하예린과 2위 유 설간 26만이라는 어마어마한 표 차이에 당황한 것은 참가자들 뿐만이 아니었다.

         

       “하…, 씨. 이러면 나가린데.”

         

       제작진들.

         

       방송에 극적인 모습을 내보내야 하는 제작진들로서도 1위와 2위 차이가 너무 크다는 사실은 불편할 수 밖에 없었다.

         

       누가 봐도 승리가 불 보듯 뻔해 보이면 그것만큼 시청자들의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일이 없을 테니까.

         

       물론 제작진들이 하예린의 우승을 바라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초신성에다 천재 컨셉도 있고 스타성도 좋은 하예린이 나아아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그림이 제작진들 입장에서는 더 좋다.

         

       하지만….

         

       ‘아슬아슬하게 이기라고, 아슬아슬하게.’

         

       나아아 제작진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하예린이 아슬아슬한 격차로 유 설을 이기는 것이었다.

         

       이렇게 압도적인 것이 아니라.

         

       중반 회차까지는 하예린과 유 설이 엎치락 뒤치락하는 그림이었는데 왜 이렇게 갑자기 차이가 났는가.

         

       ‘이럴 줄 알았으면 하예린 좀 적당히 밀어 주는 건데….’

         

       방송의 흐름이 자신이 원하던 것과 달라지자 심기가 불편해진 신PD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 모습을 보고 신PD와 그야말로 일심동체나 다름없는 후배 작가가 다가와 비위를 맞추기 시작했다.

         

       “선배님. 아무래도 심란하시죠.”

         

       “…후, 그래. 머리 좀 아프다.”

         

       “너무 걱정 마세요, 선배님. 여차하면 파이널 직전에 저희가 투표수 좀 만지면 되지 않습니까?”

         

       후배의 말은 요컨대 투표수 조작을 하자는 것이었다.

         

       이는 과거 신PD 사단에서 극적인 그림을 만들 때 요긴하게 사용하던 것이긴 했지만….

         

       “내가 이번에는 조금 안전하게 가자고 했지? 그거 썼다 혹시라도 걸리면 나 진짜 끝이다. 그니까 그 얘기는 하지마.”

         

       “…아, 넵. 죄송합니다.”

         

       이미 SAV 때문에 나아아에서 크게 데인 신PD는 후배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했다.

         

       “후우…, 일단 기다려 보자. 이번 4차 경연에서 우리가 그린 그림이 제대로 잘 먹히길 빌자고.”

         

       “네, 준비를 잘해놨으니 아마 저희가 바라는 대로 다 될 것입니다.”

         

       하예린과 유 설 사이의 어마어마한 득표수 차이를 진작 확인하고 있던 나아아 제작진들은 이번 주 아주 특별한 경연을 준비했다.

         

       여기서 잘만 하면 유 설도 26만 표라는 하예린과의 거대한 간극을 메울 수 있을 터.

         

       신PD와 후배 작가는 그렇게 자신들이 바라는 대로 이번 경연도 이어지길 바라는 걸 끝으로 대화를 마쳤다.

         

         

         

         

       **

         

         

         

       “잠시 쉬는 시간 갖겠습니다.”

         

       순위 발표식을 마치고 참가자들은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1위석은 다른 자리들에 비해 쿠션도 있고 등받이도 푹신했기에 나는 앉아 있는 그대로 몸을 젖혔다.

         

       그리고….

         

       “언니.”

         

       …내 좌호법답게 서유진은 쉬는 시간을 갖자마자 곧바로 내 자리로 올라왔다.

         

       그리고는 1위석 왼쪽 팔걸이에 몸을 기대곤 내 왼팔을 꾹 껴안았다.

         

       나는 그런 서유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우르르.

         

       “저, 언니…!”

         

       “예린아…!”

         

       “음…?”

         

       갑자기 다른 참가자들이 내 자리로 우르르 몰려오기에 뭔가하고 보니….

         

       “어제 방송 너무 잘 봤어요.”

         

       “방송 잘 봤어, 귀엽더라, 예린아.”

         

       “1등 축하해요, 언니!”

         

       갑자기 내게 안마를 하는 등 들러붙어 아부를 떨어대기 시작했다.

         

       서유진이 매일 달라붙는 건 그렇다 치고 갑자기 안 친하던 이들까지 이러니 처음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곧….

         

       “저…, 예린아.”

         

       “언니….”

         

       “혹시 이번 팀은 누구랑 하실 거예요?”

         

       ‘아.’

         

       …이들이 이러는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압도적인 격차와 함께 1등을 달리는 나는 확실한 데뷔권이자 유력한 우승 후보니까.

         

       이들은 지금 그런 내게 달라붙어 떡고물이라도 챙기려 하는 거다.

         

       ‘……이런 거 지겨운데.’

         

       하예린으로 다시 태어난 후로 남자든 여자든 불순한 의도로 내게 달라붙는 이들이 많았다.

         

       이런 아부 행위에 이미 진절머리가 난 나는 내 주변의 참가자들을 향해 차갑게 말했다.

         

       “…이번 경연 팀 선정 방식이 아직 나온 것도 아닌데 누구랑 팀을 할지 어떻게 고르겠어요.”

         

       “그, 그러면 혹시 팀장이 팀원을 뽑는 시스템이라면 저를….”

         

       “아, 아니 나, 나! 진짜 잘할 수 있어!”

         

       “저, 저는 순위도 높아요! 저를 뽑아 주시면….”

         

       “…….”

         

       이렇게 해서라도 데뷔를 하고 싶다는 이들의 마음은 알겠으나 갑자기 이러니 퍽 곤란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불편한 표정을 지으니 내 왼팔을 안고 있던 우리 좌호법 서유진이 크르릉 거리며 나섰다.

         

       “언니들! 지금 추잡하게 이게 무슨 짓이에요! 예린 언니랑 친하지도 않으면서 이러는 거 되게 민폐인 거 몰라요? 예린 언니 피곤하게 하지 말고 얼른 내려가요!”

         

       역시 안하무인 짬밥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닌지 서유진의 워딩은 상당히 매몰찼다.

         

       이에 내 곁에 모인 참가자들이 잠시 움찔거리긴 했지만….

         

       “그, 그러는 유진이 너는 언제부터 예린이랑 친했다고!”

         

       “나아아 초반에는 너도 예린이 엄청 싫어했잖아!”

         

       절박한 그들은 서유진의 말을 맞받아치면서 반격했다.

         

       “그, 그건…!”

         

       나아아 초반 이야기를 하자 서유진이 울상을 지으며 내 눈치를 보았다.

         

       아무래도 초반에 나한테 앙칼진게 군 것 때문에 내가 자기를 미워하면 어쩌나 싶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 내가 괜찮다는 의미로 씨익 웃으니 그제서야 얼굴이 환해진 서유진이 참가자들에게 다시 하악질을 시작했다.

         

       “…그, 그건 그때 일이구요! 지금 저는 예린 언니랑 완전 일심동체거든요?! 제가 곧 예린 언니고 예린 언니가 곧 저예요! 예린 언니를 피곤하게 하는 행위는 절대 용서할 수 없어요!”

         

       그런 서유진을 보고 있자니 왠지 포X몬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가라, 서유진. 날따름!

         

       나는 서유진이 참가자들의 이목을 대신 끌어 주는 덕분에 소란에 휩쓸리지 않고 편하게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내 눈에….

         

       ‘음…?’

         

       마치 내게 다가오고 싶지만 내 주변에 사람이 너무 많아 눈치만 보고 있는 이혜정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언니!”

         

       나는 그런 그녀를 보자마자 여기 상황은 서유진에게 맡겨 두고 이혜정에게 다가갔다.

         

       “…아, 예린아.”

         

       “언니, 저한테 하고 싶은 말 있던 거 아니에요? 뭐예요, 그냥 부르시지 왜 눈치를 봐요.”

         

       내 말에 이혜정이 나를 보고 작은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그냥. 1등 축하한다고.”

         

       “…언니.”

         

       그리 말하는 이혜정의 표정이 썩 좋아 보이지만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이혜정은 나와 같이 A 클래스를 함께 겪으며 처음 했던 고생은 같지만….

         

       ‘나는 1등 이혜정은 14등.’

         

       …지금 우리 둘의 격차는 너무나도 컸다.

         

       아마 나를 보는 이혜정의 표정이 그리 편안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혜정 언니가 실력이 부족한 것도 아닌데….’

         

       이에 나는 안타까운 마음에 이혜정에게 다가가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

         

       “언니, 저는 그때 제가 언니한테 했던 말 아직 안 잊고 있어요.”

         

       “……!”

         

       전에 화장실에서 이혜정에게 했던…, 같이 나아아에서 데뷔하자는 그 말.

         

       나는 그때 빈말을 한 것이 아니었다.

         

       나는 보컬도 수준급인데다 마음씨도 상냥한 이혜정이 좋으니까.

         

       무엇보다 이혜정에게는 같이 있으면 나를 늘 편안하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꼭 이혜정과 같이 데뷔를 하고 싶었다.

         

       거친 항해나 다름없는 아이돌 생활에 이혜정이 같이 있으면 큰 의지가 될 것 같았다.

         

       “…언니. 저희 이번에 같은 팀 하지 않을래요?”

         

       “…같은 팀?”

         

       “저희 1차 팀 경연 때만 같은 팀하고 그 이후로 한 번도 못했잖아요. 꼭 언니랑 팀 하고 싶어요. 뭐…, 팀 선정 게임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저희 어떻게 한 번 잘 맞춰 보죠.”

         

       “…….”

         

       내가 이혜정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같은 팀을 해서 나를 향한 주목도를 이혜정에게도 나눠 주는 것이었다.

         

       이런 내 뜻을 눈치챘는지 이혜정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고마워, 예린아. 우리 꼭 같은 팀 하자.”

         

       “네, 언니.”

         

       나도 입꼬리를 올리며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렇게 혜정 언니랑 단둘이 대면한 것도 얼마 만인지….’

         

       이혜정과 단둘이 이야기하니 나는 왠지 나아아 초창기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음?’

         

       나는 곧바로 뭐가 이상한 점을 찾을 수 있었다.

         

       기분 탓인가? 왜….

         

       “언니, 볼살이 좀 더 빠지신 것 같은….”

         

       그때였다.

         

       “자, 이제 촬영 재개하겠습니다!”

         

       “아.”

         

       촬영을 다시 시작한다는 제작진의 말에 나는 하던 말을 멈추고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 했다.

         

       “언니, 그러면 저 가 볼게요. 그리고 꼭 같은 팀 해요!”

         

       “…알았어.”

         

       그리고 1위석으로 돌아가는 중에….

         

       “…언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서유진에게도 한 번 붙들렸다.

         

       “이번 팀 경연…. 저랑 같은 팀 해주시면 안 돼요?”

         

       나는 지금껏 나 대신 다른 참가자들의 시선을 끈 서유진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그러면 나야 영광이지.”

         

       “언니…!”

         

       서유진 만큼 철저하게 내 편이면서 실력 좋은 참가자는 없으니까.

         

       “우리 꼭 같은 팀 하자, 유진아.”

         

       “네…!”

         

       그렇게 헤헤 웃는 서유진을 돌려보내고 자리에 앉으니 한시우가 진행을 시작했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4차 경연 팀 선정을 시작하겠습니다!”

         

       팀 경연에서 가장 중요한 팀 선정.

         

       과연 이번에는 어떤 방식일까?

         

       100명으로 시작해서 이제 남은 참가자는 22명 밖에 안 남았다.

         

       그중에서 내가 최우선으로 원하는 팀원은…, 이혜정, 서유진 그리고 박유정 정도.

         

       나는 한시우에게 집중하며 팀 선정 방식이 무엇일지 긴장하며 바라보았다.

         

       그리고….

         

       “…후후.”

         

       “…?”

         

       참가자들의 긴장된 시선이 모이자 한시우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뭐지.’

         

       그 모습을 보고 우리는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었다.

         

       한시우는 그런 참가자들을 향해 다시 한번 미소 지으며 진행을 이었다.

         

       “저는 4차 팀 경연이 아니라 4차 경연이라고 불렀는데 혹시 이를 이상하게 생각하시는 분 없으셨는지요.”

         

       “……!”

         

       “남아 있는 22명의 참가자 분들은 2명씩 짝을 이뤄서 이번 경연을 이어갈 것입니다.”

         

       팀 경연이 아니라 그냥 경연. 거기에 2명씩 짝을 이룬다.

         

       그렇다면 설마…?

         

       파앗.

         

       머릿속에 불길한 생각이 들기도 전에 전광판이 켜졌다.

         

       “…….”

         

       나는 전광판 속 글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1대1 매치.]

         

       “이번 4차 경연은 1대1 매치입니다.”

         

       “…….”

         

       “지금부터 여러분들은 이번 경연에서 상대할 참가자를 마음 속으로 정해주십시오!”

         

       갑작스런 기출변형에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까지와 다르게 이번 경연의 주제는 다름 아닌 투기장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알프도르프의농노님! 108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밤을 새워서 제 소설을 읽어주시다니.. 저는 감동일 따름입니다 ㅠㅠ

    앞으로 알프도로프의농노님이 더욱 만족할만한 소설을 쓰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다음편은 12시간 뒤에 연재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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