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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4

       한시우와 그의 같은 그룹 동생 김태영이 유닛 활동을 하며 처음으로 선보였던 <Young boy story>.

         

       이는 이미 발매가 6년이나 지난…, 이제는 조금 올드하다 볼 수 있는 빛바랜 곡이었지만 당시에는 차트를 강타함과 동시에 어마어마한 인기를 누렸다.

         

       ‘그때는 진짜 열심히 했었는데.’

         

       한시우는 자신의 포지션인 하예린을 보고 왠지 모를 향수를 느끼며 평가에 집중했다.

         

       ♬♬-! ♩♩♩♩-!!

         

       힙합 댄스. 보다 더 정확히 따지면 일렉트로닉 팝에 해당되는 <Young boy story>는 가창력보다는 중독성 있는 멜로디에 맞춰진 댄스의 중요성이 컸다.

         

       물론 가창력이 중요시되지 않는다고 곡 난이도가 쉬운 건 아니었다.

         

       아니?

         

       도리어 <Young boy story>의 난이도는 감히 연습생이 넘보지 못할 정도로 높았다.

         

       가창력의 비중을 줄인 만큼…, 안무 동작의 디테일이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으니까.

         

       프로 댄서들도 자신들의 실력을 뽐내기 위해 선택하는 것이 바로 이 곡이다.

         

       다수의 브레이킹과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는 칼군무가 핵심인 이 곡을…, 하예린 유 설이 어떻게 소화했을지 한시우는 크게 기대가 되었다.

         

       그리고 그의 기대에 화답하기라도 하듯.

         

       촥.

         

       ‘호오….’

         

       첫 벌스부터 두 사람은 몇 년 동안 같은 팀이었던 사람들처럼 완벽한 합을 보이며 동작을 이어 나갔다.

         

       거기에 곡에 대한 이해도.

         

       <Young boy story>의 컨셉은 어린 소년의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상반된 욕망의 충돌 그리고 이로 인해 점점 성장해 나가는 소년의 이야기다.

         

       그리고 하예린과 유 설.

         

       서로 상반된 이미지의 두 소녀는…, 어떨 때는 싸우는 거처럼…, 또 어떨 때는 보듬아 주는 것처럼 서로의 빈 공간을 파고들며 빈틈없이 안무를 채워 나갔다.

         

       유 설이 한 수를 놓으면 하예린이 그 수를 막고.

         

       하예린이 한 수를 놓으면 유 설이 그 수를 막는다.

         

       그렇게 절대 섞이지 않을 것 같은 두 사람이 이리저리 휘둘리며 조화를 이루고 이것으로 인해 태극(太極)이 만들어졌다.

         

       그 후부터는 두 사람에게서 느껴지는 시너지에 의해 두 눈을 뗄 수 없었다.

         

       이것은 한시우가 처음 이 곡을 작사 작곡할 때 대중들에게 보이고 싶었던 이상적인 모습이었다.

         

       그리고 지금 그것을…, 아직 데뷔도 하지 않은…, 심지어 이 곡을 연습한지 이제 하루가 된 연습생들이 선보이고 있다.

         

       물론 아쉬운 점도 몇 가지 있긴 했다.

         

       ‘아…, 저기서는 손목을 꺾었어야 하는데….’

         

       우선 디테일.

         

       연습시간이 부족했어서 그런지 두 사람의 안무 디테일은 한시우가 보기에 상당히 아쉬웠다.

         

       슥슥.

         

       한시우는 두 사람의 무대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미리 준비한 포스트잇에 펜으로 메모를 했다.

         

       원작자가 보기에 아쉬웠던 디테일 포인트를 두 사람에게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아쉬운 부분은….

         

       ‘아…, 예린 양. 거기서 반박자가….’

         

       역시 하예린의 다친 발목.

         

       <Young boy story>는 디테일이 아주 중요하다 못해 예민한 댄스곡이다.

         

       심하게 다치지는 않았다고 할지라도…, 댄서에게 생명이라 할 수 있는 발목을 다친 하예린이 이 곡을 100% 소화할리 없었다.

         

       이에 한시우는 하예린의 다친 발목이 더 안타까울 수 밖에 없었지만….

         

       ‘그래도 훌륭해.’

         

       이런 몇 가지 아쉬움을 빼고도 두 사람의 무대는 훌륭했다.

         

       “이것으로…, 마치겠습니다.”

         

       그렇게 보기만 해도 흡족했던 두 사람의 무대가 끝나고.

         

       한시우는 하예린을 차갑게 대하겠다던 기존의 생각은 까맣게 잊어 버린 채 싱글벙글 심사평을 내렸다.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울 정도로 훌륭한 무대였습니다. 연습시간이 부족했을 텐데도 완성도가 훌륭했고요.”

         

       “감사합니다…!”

         

       한시우의 칭찬에 하예린과 유 설 두 사람의 얼굴이 조금 펴졌다.

         

       이에 한시우는 두 사람을 더욱 칭찬하고 싶은 기분이 들었지만….

         

       “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진정으로 두 사람의 성장을 원한다면 여기서 보완해야 할 점도 말해 줘야 했다.

         

       “이 곡은 그 무엇보다 디테일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디테일 부분에서 실수가 꽤나 잦더군요, 자, 여기 이걸 받으시죠.”

         

       “이건….”

         

       “디테일 부분에서 보완하면 좋을 점을 제가 적어 놓은 것입니다. 참고해주세요.”

         

       “…아.”

         

       작은 포스트잇에는 한시우의 휘갈린 필체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

         

       하예린과 유 설 두 사람이 옹기종기 모여 그것을 읽는 동안 한시우는 말할까 말까 했던 아쉬운 점도 이내 꺼냈다.

         

       “그리고 예린 양.”

         

       “예.”

         

       “다친 발목 때문인지 박자 부분에서 평소보다 느리거나 조금 빠른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

         

       한시우가 발목 이야기를 하자 하예린이 굳은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발목을 다친 사실은 안타깝지만…, 더 완성도가 높은 무대를 선보이려면 다친 발목에 맞춰 박자를 느끼는 것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네.”

         

       한시우의 말에 하예린의 얼굴에 의욕과 함께 진한 아쉬움의 감정이 드러났다.

         

       때마침 중요한 순간에 발목을 다쳤다는 사실이 젊은 혈기를 자극했나보다.

         

       그 모습을 보고 한시우가 작게 웃으면서도 이내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

         

       “예린 양.”

         

       “……네.”

         

       “예린 양은 제가 봤던 연습생들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해 나가고 있습니다.”

         

       “…….”

         

       “운이 좋아 잠시 멈춘다 하더라도 예린 양은 이미 다른 연습생들에 비해 많은 것을 이뤘습니다. 그리고…, 더 높은 곳에 다다르겠죠.”

         

       이것은 어쩌면 한시우가 젊은 시절 자신에게 하는 말일 수도 있었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마세요. 예린 양의 아이돌 인생은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조급하면 나중에 지칠 수 있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거짓말.

         

       하예린은 말로는 명심한다 하면서도 얼굴에서는 아직도 아쉬운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었다.

         

       그래…, 젊음 그리고 승부욕은 겨우 노땅의 말 한마디로 진정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넘어진 후 일어나는 것은 오로지 그 사람의 몫이었다.

         

       그리고…, 스스로의 힘으로 자리에서 다시 일어나면…, 더 좋은 실력으로 성장할 것이다.

         

       한시우는 눈앞의 하예린이 그리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렇기에 더 이상 충고를 빙자한 꼰대짓을 하는 걸 멈추고 그저 웃으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러면 이걸로 중간점검을 마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한시우의 그 말을 끝으로 중간점검은 끝이 났다.

         

       하예린과 유 설 두 사람에게는 어떨지 몰라도…, 한시우에게 아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그런 중간점검이었다.

         

         

         

         

       **

       

         

         

         

       중간점검이 끝나고 유 설과 연습실로 돌아온 후.

         

       “…….”

         

       나는 한시우의 말을 떠올리며 생각에 잠겼다.

         

       ‘다친 발목 때문인지 박자 부분에서 평소보다 느리거나 조금 빠른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역시 다친 발목이 문제였는지 한시우에게 지적을 받았다.

         

       사실은 나도 느꼈다.

         

       욱신.

         

       더 이상 통증이 심하지는 않아도 지끈거리는 감각 때문에 몸이 원래랑 조금 다르게 움직이는 것을.

         

       그것에 더해 부족한 연습량이 겹쳐서 한시우가 보기에 디테일이 떨어졌나보다.

         

       ‘…젠장.’

         

       이에 나는 주먹을 꼭 쥐며 분함을 삼켰다.

         

       안 그래도 나는 유 설에 비해 실력이나 경험에서 많은 것이 떨어진다.

         

       그런데 거기에 발목 부상까지 겹치다니.

         

       “……빨리 연습 시작하죠.”

         

       결국 내게 남은 것은 연습뿐이었다.

         

       내가 유 설에게 빨리 연습을 하자 종용하니 유 설이 잠시 눈썹을 씰룩이고 물었다.

         

       “발목은…, 이제 괜찮아…?”

         

       “오늘 아침부터 문제없이 연습한 거 봤잖아요. 이제 정말 괜찮아요. 그러니 얼른 시작해요.”

         

       “…그래.”

         

       디테일의 완성도에서 아쉬움이 있었던 것은 유 설도 마찬가지였는지 괜찮다는 내 대답에 유 설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우리는 바로 연습을 시작했다.

         

       ♬♬-! ♩♩♩♩-!!

         

       빠른 랩 비트의 인트로와 함께 바로 시작되는 정교한 안무.

         

       파앗, 팟.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유 설과 사이도 나쁘고 개인적인 감정으로 그녀를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런데 왜인지 유 설은 지금까지 참가자 중 나와 합이 가장 잘 맞는 사람이었다.

         

       촤악.

         

       팔 한 번 휘두를 때마다…, 작은 손짓 한 번 할 때마다.

         

       유 설도 나와 똑같이 움직이는 게 느껴진다.

         

       유 설이 작은 행동을 할 때마다…, 그 의도 그리고 다음 행동이 무엇일지 머리에 그려진다.

         

       유 설은 나를 맞춰주고 나는 유 설을 맞춰주고.

         

       우리는 그렇게 연습을 이어 나가며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 우리는 마치 저번에 너뷰트에서 봤던 YW 연습생들처럼 완벽한 합을 맞추고 있었다.

         

       유 설과 공명하면 공명할수록 나는 내 실력이 조금씩 성장하는 게 느껴졌다.

         

       즐겁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향상하는 내 모습을 보는 것은 즐거웠다.

         

       ‘발목을 다친 사실은 안타깝지만…, 더 완성도가 높은 무대를 선보이려면 다친 발목에 맞춰 박자를 느끼는 것부터 다시 해야 합니다.’

         

       한시우가 했던 그 말도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이질감이 느껴지는 발목으로 새로이 박자감을 익히고…, 힘찬 동작들을 이어 나갔다.

         

       그러니 전보다 조금 매끄럽게 동작이 수행되는 게 느껴졌다.

         

       ‘이렇게만…, 이렇게만 하면 경연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어…!’

         

       내가 그리 생각하던 그때였다.

         

       욱신, 욱신.

         

       “……!”

         

       누가 나한테 벌을 주기라도 하는 건지…, 조금 더 나아졌다 생각하자마자 발목이 다시 아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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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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