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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6

       중간점검이 끝나고 본 경연의 날은 빠르게 찾아왔다.

         

       나와 유 설의 무대 순서는 바로 3번째.

         

       그리고 지금 막 2번째 무대가 끝이 나고 있다.

         

       “앞 팀 퇴장하고 1분 후 입장하시겠습니다.”

         

       “…넵.”

         

       “저는 잠시 음향 테스트 때문에 갔다 오겠습니다. 조금만 대기하고 계세요.”

         

       우리를 담당하고 있던 제작진은 그렇게 잠시 자리를 뜨고…, 분주한 백스테이지에서 나와 유 설은 다른 이들의 눈을 피해 잠시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있었다.

         

       “긴장돼?”

         

       “…….”

         

       유 설의 질문에 나는 잠시 고개를 끄덕이고 물었다.

         

       “…당연하죠. 언니는 긴장 안 돼요?”

         

       나는 그리 물으면서도 괜한 질문을 했다 싶었다.

         

       지난 일주일간 유 설의 실력을 가감 없이 확인하지 않았던가.

         

       그런 유 설이 무대 전에 떨려 할 리가 없었다.

         

       그런 줄 알았는데….

         

       “…당연히 긴장되지.”

         

       “…….”

         

       “무대에 나설 때마다 긴장을 하지 않은 적이 한 번도 없어.”

         

       …생각해보면 유 설도 아직 데뷔를 하지 않은 연습생이었다. 나와 같은 연습생.

         

       데뷔를 한 지 10년이 훌쩍 넘는 한시우도 무대에 나설 때마다 긴장된다고 했는데 아무리 연습을 오래 했다 한들 연습생 신분인 유 설이 긴장되지 않을 리 없었다.

         

       유 설이 담담하게 자신의 심정을 고하자 나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왜 그런 말을 해주는 거예요?”

         

       “…….”

         

       나는 알 수 있었다.

         

       지금 유 설이 자신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은 것이…, 무뚝뚝한 그녀 딴에는 내 긴장을 풀어 주기 위함이란 것을.

         

       내 질문에 유 설은 잠시 허공을 바라보는 듯하다가 말했다.

         

       “…그동안 차갑게 군 것에 대한 사죄의 의미라고 할까.”

         

       “…….”

         

       “너라는 사람 자체가 미운 건 아니었어. 다만…, 내가 9년 연습하고도 못한 것을 턱턱 해내는 네가 부러웠어.”

         

       그리 말하는 유 설의 얼굴은 무표정했지만 짙은 회한이 담겨 있었다.

         

       “질투…, 라는 감정인 거겠지.”

         

       “…….”

         

       “처음에는 너를 보았을 때 감정은 흥미였는데…, 막상 네가 잘나가니까 추하게 질투했던 거야 나는.”

         

       나는 유 설이 이 말을 내게 한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나와의 중요한 무대를 앞두고…, 나를 향한 감정을 다 털고 싶었던 거겠지.

         

       이에 나도 벽에 머리를 기대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꺼냈다.

         

       “저는 언니가 미웠을 지도 몰라요.”

         

       “…뭐?”

         

       갑작스런 내 말에 유 설이 눈을 크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런 유 설을 보며 나는 조곤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언니 등급평가 무대를 본 순간부터…, 이상하게 언니만 보면 부글부글 끓더라고요. 언젠가 꼭 저 사람을 이기고 싶다, 누르고 싶다, 짓밟고 싶다.”

         

       “…….”

         

       “언니가 저한테 그랬죠. 착한 아이 코스프레라고. 그럴지도 몰라요. 저는 옛날부터….”

         

       그때 내 머릿속에 이제는 흐릿한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엄마, 제가 방 청소 다 했어요!’

         

       3살인가 아니면 4살 때인가.

         

       환생한지 얼마 되지 않은 그 시절.

         

       더 큰 부모의 사랑이 고팠던 다 여물지도 않은 작은 손으로 빗질을 하고 걸레질을 했었다.

         

       서유진과 이혜정에게 내가 손을 내민 이유는 아마 같을 것이었다.

         

       내가 그들에게 사랑을 베풀면 그들도 내게 사랑을 줄 테니까.

         

       “……예, 저는 옛날부터 그랬어요.”

         

       “…….”

         

       “근데 언니한테는 착한 척하는 게 잘 안 되더라고요. 아마 그래서 언니한테는 더 모질게 대하고 애처럼 행동했던 것 같아요.”

         

       지난 일주일간 나는 유 설에게 폭언을 하고 마구 떼를 쓰며…, 애처럼 굴었었다.

         

       어렸을 때도 어른스러운 척 착한 아이 코스프레나 했던 내가 막돼먹은 애새끼처럼.

         

       “이건 언니가 미워서 그랬던 걸까요?”

         

       “…글쎄, 지금 나를 보는 네 눈이 그닥 나를 미워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러면 뭘까요. 호승심일까요, 아니면 언니가 저한테 느꼈던 것처럼 질투? 그것도 아니면….”

         

       나는 순간 멈칫한 유 설을 보고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애증(愛憎)? 사랑인가? 사실 언니한테 한눈에 반했던 건가?”

         

       “…….”

         

       “농담이에요.”

         

       농담이라는 내 말을 듣고 유 설이 당황한 눈동자를 깜박였다.

         

       그때였다.

         

       “자, 이제 두 분 나가실게요!”

         

       음향 테스트를 하러 갔던 제작진이 돌아와 우리에게 무대 입장을 알렸다.

         

       “어서 가죠.”

         

       “…….”

         

       “오늘은…, 그간 묵었던 감정 다 잊고 무대에만 집중하는 거예요.”

         

       잠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던 유 설이 그제서야 원래 표정으로 돌아온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다 잊자.”

         

       툭.

         

       그 말을 끝으로 우리는 주먹을 한 번 가볍게 대고 무대 위로 향했다.

         

       “하예린-!!!!”

         

       “유 설-!!!”

         

       우리 둘이 같이 무대에 선다는 사실에 흥분한 팬들이 우리 둘의 이름을 큰 목소리로 연호하고 있었다.

         

         

         

         

         

       **

         

         

         

         

         

       “하예린-!!!!”

         

       “유 설-!!!!!”

         

       우리를 부르는 팬들의 목소리에 귀가 먹먹하다.

         

       아무리 경험을 해 봐도 무대에만 오르면 긴장이 되는 이유.

         

       웃으면서…, 환호를 지르면서 나를 보는 저 수백 쌍의 눈동자들.

         

       내가 과연 저들의 기대를 채워줄 수 있을까.

         

       그 부담감이 내 마음을 짓누르고 머리가 돌지 못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 ♩♩♩♩-!!

         

       파앗.

         

       “꺄아아아아아-!!”

         

       인트로가 귀에 꽂히는 순간 수십 수백 아니…, 수천 번은 더 반복 연습했던 내 몸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이제는 더 이상 어리지 않아

         

       -우리도 앞으로 나아가야 해

         

         

       안 그래도 음역대가 낮은 곡이라 여자 키로 올려도 라이브에 부담이 없지만 대신 댄스에 평소보다 몇 배다 되는 부담이 가중된다.

         

       브레이킹이 연속으로 이어지는 파워 댄스.

         

       격렬한 움직임이 계속해서 이어지지만 너무 튀어선 안 된다.

         

       이 곡의 핵심은 ‘조화’니까.

         

         

       -이성과 감성 두 가지 길 달라

         

       -나는 우리는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유 설이 안정적인 랩 스킬과 함께 나와 댄스에서 합을 맞춘다.

         

       스륵-, 슥.

         

       이리저리 휘둘리며 우리는 싸우는 것 같기도…, 서로 껴안는 것 같기도 하며 서서히 하나가 된다.

         

       유 설은 화이트.

         

       나는 블랙.

         

       상반된 이미지의 나와 유 설이 서로 상반된 컬러의 옷을 입고.

         

       서로 상반된 모습을 한 채 같은 안무를 춘다.

         

       마치 거울처럼 손짓 하나 호흡 하나 틀리지 않는 칼군무를 이으며 나는 유 설과 눈을 맞춘다.

         

       두…, 근.

         

       거세게 뛰던 심작박동이 조금씩 멎어 들고 적응된 몸에 긴장은 풀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긴장이 풀린 몸에는 서서히 즐거움이 차기 시작한다.

         

       씨익.

         

       이 순간부터는 그저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이었다.

         

       흐름에 몸을 맡기는 순간…, 몸은 저절로 움직인다.

         

       그것은 유 설도 마찬가지.

         

       스륵-, 촤라랑.

         

       우리는 마치 한 몸처럼. 또 거울처럼.

         

       내가 오른손을 뻗으면 그녀가 왼손을 뻗고.

         

       내가 몸을 숙이면 그녀가 곧바로 내 등을 쓸고.

         

       한시우가 이 곡에서 보이고자 했던.

         

       서로 다른 두 감정의 충돌.

         

       그 안에서 일어나는 화합.

         

       그리고 성장.

         

       우리는 이것을 가감 없이 관객들에게 보였다.

         

       그렇게 우리의 흥은 점점 오르고…, 내 몸을 잠식하던 즐거움이 가득찬 순간.

         

       나는 사용했다.

         

       ‘천마환혹(天魔幻惑).’

         

       천마신공 1차 스킬 천마환혹(天魔幻惑).

         

       사실 여기서 이번에 새로 얻은 2차 스킬 천마월영보(天魔月影步)를 사용하면 나는 관객들에게 더 돋보이며 표를 쓸어 담을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를 사용하지 않았다.

         

       이 곡에서 제일 중요한 건 유 설과의 조화니까.

         

       나는 이렇게 많은 관객들 앞에서 천마월영보(天魔月影步)를 사용해 본 적이 없다.

         

       천마월영보(天魔月影步)가 내 예상보다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면 나는 빛날 수 있어도 전체 무대의 퀄리티에 해가 될 수 있던 것이었다.

         

       이에 나는 1차 스킬 천마환혹(天魔幻惑)만 사용했다.

         

       물론….

         

       ‘이것만 해도 충분해.’

         

       이걸로도 나는 유 설을 상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천마환혹(天魔幻惑)은 내 감정을 매개로 발동되는 스킬이니까.

         

       기분이 최고조인 지금 내가 사용하는 천마환혹(天魔幻惑)이 얼마나 큰 효과를 보일지는 쉽게 예상이 가지 않았다.

         

       [천마신공(天魔神功) 1차 스킬 천마환혹(天魔幻惑)을 시전합니다!]

         

       그렇게 성공적으로 천마환혹(天魔幻惑)이 시전되고….

         

       파아아앗-!

         

       나는 성공적으로 천마환혹(天魔幻惑)이 먹혀 들어가는 것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정확한 수치로는 설명을 못 하지만 이를 굳이 비교하여 따진다면….

         

       ‘이걸로 끝이네.’

         

       관객들에게 꿈을 꾸는 듯한 환상(幻像)도 보여 줄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 정도였다.

         

       ‘내 승리야.’

         

       촤아아악-!

         

       그런데 그때였다.

         

       “…….”

         

       ‘……응?’

         

       지금까지 확인해 본 결과 천마환혹(天魔幻惑)에 걸린 상대는 평소보다 조금 몽롱한 눈동자를 띈다.

         

       그리고 지금 유 설은 몽롱한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다.

         

       …마치 천마환혹(天魔幻惑)에 걸린 것처럼.

         

       ‘왜 언니가…?’

         

       그래 뭐…, 유 설도 범위 안에 있으니까 천마환혹(天魔幻惑)에 걸릴 수 있다.

         

       그렇다면 유 설은 지금 천마환혹(天魔幻惑)을 통해 무슨 광경을 보고 있는 걸까.

         

       그게 뭔지는 정확히 몰라도….

         

       씨익.

         

       …유 설의 입가에는 어느새 미소가 떠올라 있었다.

         

       그동안 유 설에게서 단 한 번도 찾아볼 수 없었던…, 너무나도 행복한 미소가.

         

       그리고….

         

       띠링.

         

       왠지 불길한 효과음에 유 설 머리 위로 뜬 상태창을 보니….

         

       [유 설(주인공)이 조건을 충족했습니다.]

         

       [주인공 특성의 히든 효과 ‘각성(覺醒)’이 발휘됩니다.]

         

       상태창에 적힌 주인공이라는 특성이 내게 말해주고 있었다.

         

       이번 경연의 승자는 천마인 내가 아니라 주인공인 유 설이 될 것이라고.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음 회차는 12시간 후에 연재될 예정입니다!

    낙낙서서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많이 부족한 작품이지만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YuSeol님! 25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이게 벌써 몇 번째 후원이신지 모르겠네요! 재밌게 봐주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1일님! 44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사실 오늘 2편을 올리려 했지만 컨디션이 좋지 않아 그러지 못했습니다 ㅠㅠ 빨리 문을 열어 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Reicas님! 무려 10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한 번에 이렇게 큰 금액을 후원해주시다니…! 정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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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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