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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7

       이미 지나간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다.

         

       유 설은 이미 새까맣게 물들어 버린 자신이 과거의 순수한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다 잊자.”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어도 현재를 잊을 수는 있지 않는가?

         

       유 설은 자신이 가지고 있던 하예린에 대한 열등감 그리고 엄마 병원비같은 현실적인 문제들을 모두 잊고….

         

       무대에만 집중하겠다 말했다.

         

       그렇게 무대에 오르고….

         

       ♬♬-! ♩♩♩♩-!!

         

       “꺄아아아아아아-!!”

         

       “유 설-!!!!!!”

         

       팬들이 자신을 향해 부르짖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며….

         

       스륵-, 촤악.

         

       유 설은 하예린과의 합을 맞췄다.

         

       이상한 일이었다.

         

       유 설이 하예린과 연습한 기간은 기껏 해야 이번 일주일이 고작인데….

         

       어떻게 몇 년 동안 같이 연습했던 것처럼 이렇게 합이 잘 맞는 건가.

         

       지금까지 유 설과 합이 이 정도로 잘 맞았던 이들은….

         

       ‘테일로즈 언니들.’

         

       그녀와 함께 데뷔조를 준비하며 밤낮없이 함께 춤을 췄던 테일로즈 언니들밖에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유 설은 하예린과 합을 맞추면 맞출수록 과거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테일로즈 데뷔조.

         

       아직 꿈과 희망이 가득하던 그 시절 자신의 모습을 말이다.

         

       ‘젠장.’

         

       현재를 잊고 무대에 집중하자고 마음먹었는데…, 정작 과거의 기억을 잊지 못했다.

         

       하지만 그것이 무대를 방해한 것은 아니었다.

         

       도리어….

         

       과거의 향수가…, 그 감정이 그녀의 온몸을 덮고 그녀의 몸을 더 부드럽게 했다.

         

       <Young boy story>는 과거 순수했던 자신의 모습과 때가 타기 시작하는 자신의 모습을 한시우가 곡에 담았던 것이었다.

         

       그런 과거의 한시우와 유사했던 유 설은 그 곡의 컨셉을 누구보다 잘 녹아내렸다.

         

       그렇게 유 설이 과거의 기억에 취해 있던 그때였다.

         

       우우웅-.

         

       유 설은 눈앞의 하예린의 등 뒤에서…, 마치 아우라가 뿜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 아우라는 유 설의 몸을 덮고….

         

       파앗.

         

       마치 시간이 멈춘 듯 그녀를 다른 세상으로 이끌었다.

         

       아주 어린 시절.

         

       이제 막 JJ에 들어가 연습생 생활을 시작하던 그때 그 시절의 유 설이 있는 세상으로 말이다.

         

       그 세상에서 누군가 어린 유 설에게 묻는다.

         

       “설아, 너는 왜 아이돌이 되고 싶니?”

         

       이미 다 커버린…, 세상의 때란 때는 모두 묻은 유 설은 그 질문에 이리 대답했을 것이다.

         

       나는 가장이니까.

         

       할 줄 아는 게 이것밖에 없으니까

         

       지금까지 허비한 시간이 아까워서.

         

       엄마의 병원비 때문에.

         

       돈 때문에.

         

       …그래, 돈 때문에.

         

       그녀는 이제 책임져야 할 것이 많으니까.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아이돌이 되고 싶다고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린 유 설은 다르게 대답한다.

         

       “사람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 부르는 게 좋아서요.”

         

       너무나도 순수해서…, 바보같이 느껴질 정도의 어린아이같은 대답.

         

       하지만 어린 유 설 눈앞에 있는 그는 그녀의 대답을 비웃지 않는다.

         

       오히려….

         

       “그래, 설아.”

         

       마치 정답이라는 듯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다.

         

       “10년이 지나도 20년이 지나도 지금 마음을 잊지 마. 그러면 언젠가 훌륭한 아이돌이 되어 있을 거야.”

         

       “훌륭한…, 아이돌.”

         

       “그러니 약속하는 거야? 지금 마음을 잊지 않기로.”

         

       “네, 아빠.”

         

       어린 유 설의 해맑은 대답에…, 다 커버린 유 설은 차마 고개를 못 들고 몸을 푹 숙였다.

         

       “…미안해 그리고 죄송해요.”

         

       20년은커녕 10년이 되기도 전에 잊었어요.

         

       지금은…, 그때 그 순수했던 아이가 없어요.

         

       이미 닳고 닳아서…, 모난 돌처럼 뾰족한데다 때란 때는 다 묻은 저밖에 없어요.

         

       유 설은 그렇게…, 돌아갈 수 없는 과거와 지키지 못한 약속에 침음하며 괴로워했다.

         

       그때였다.

         

       스윽.

         

       다 커버린 유 설의 머리에 따뜻한 손길이 느껴지는 동시에….

         

       “괜찮아.”

         

       그리운 음성이 들려왔다.

         

       “괜찮아, 설아.”

         

       “…아빠.”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아빠의 목소리를 말이다.

         

       “네 잘못이 아니야. …아빠가 미안해.”

         

       “…….”

         

       오랜만에 만난 아빠는…, 엄마와 같은 말을 했다.

         

       아빠는 유 설이 17살 테일로즈 데뷔조에 들었던 날 음주운전 뺑소니로 돌아가셨다.

         

       그토록 바라던…, 유 설이 무대에 서는 모습도 보지 못하고.

         

       “…아빠, 아빠.”

         

       이것은 꿈 아니면 환상이다.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유 설은 오랜만에 만난 아빠를 보고 그의 손에 뺨을 부볐다.

         

       “아빠, 엄마 때문이 아니에요…. 제가 못 나서…, 제가 못 나서 이렇게 바뀐 거예요…. 죄송해요…, 약속했었는데….”

         

       “…….”

         

       “흐으…, 약속했었는데…. 잊어 버렸어요. 왜 제가 아이돌이 하고 싶었는지를.”

         

       스륵.

         

       유 설의 흐느낌에 아빠가 그녀의 고개를 들게 하며 다정한 미소와 함께 말했다.

         

       “괜찮아, 설아. 지금이라도 떠올렸잖아.”

         

       “……!”

         

       “지금이라도 기억했으니…, 괜찮아.”

         

       “…아빠.”

         

       스르르.

         

       환상 속 아빠의 모습이 신기루처럼 점점 흐려져 간다.

         

       유 설이 뒤늦게 손을 뻗었지만 가루가 되어 닿지 않았다.

         

       아빠는 마지막 순간까지 웃으면서 유 설에게 말했다.

         

       “그러니 늦었지만 보여줘, 설아. 아빠한테도 저 아이한테도.”

         

       스윽.

         

       아빠가 가리킨 손가락에는 어린 유 설이 있었다.

         

       과거의 순수한 유 설이.

         

       “그동안 네가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훌륭한 아이돌이 되었는지를 말이야.”

         

       “훌륭한…, 아이돌.”

         

       “좋은 날이니까 울지 말고 웃으면서.”

         

       “아, 아빠 가지….”

         

       “사랑해.”

         

       스스스.

         

       유 설은 마침내 아빠가 사라진 자리에서…, 손을 떨다가.

         

       꼬옥.

         

       이내 마음을 잡고 앞에 있는 어린 유 설을 안았다.

         

       “…미안해, 내가 늦었지.”

         

       “…….”

         

       “늦었으니 확실히 보여 줄게.”

         

       유 설은 어렸던 자신이 바라던 것을 보여 줄 생각이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추고 노래 부르는 자신의 모습.

         

       그리고 이를 위해 쏟아 부었던 9년간의 노력.

         

       유 설은 이 모든 것을 어린 자신에게…, 그리고 아버지에게 모두 선보일 생각이었다.

         

       파앗.

         

       그리고 환상에서 빠져나와 다시 현실로 왔을 땐.

         

       씨익.

         

       유 설은 아빠의 말대로 웃고 있었다.

         

       단순히 아빠의 말 때문만에 웃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 부르는 게 좋아서요.’

         

       꿈을 이룬 행복감에 어린 유 설이 웃는 것이었다.

         

       이미 지나간 과거로 돌아갈 수는 없다.

         

       하지만….

         

       행복했던 과거를 현재의 모습에 투영할 수는 있다.

         

       유 설은 이 순간…, 이 무대에서만큼은 어렸을 적 자신이 되어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춤추고 노래부르는 걸 좋아하던 그때 그 소녀로 말이다.

         

         

         

         

       **

         

         

         

         

       [특성효과 : 각성(覺醒) – 일시적으로 모든 스탯이 대폭 상승합니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추가 스탯이 대폭 증가합니다! 상대가 강할수록 추가 스탯이 대폭 증가합니다! 일시적으로 접신(接神)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습니다!]

         

       내 천마신공 스킬들에 비하면 단조로운 설명이었지만…, 각성(覺醒)의 파괴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스륵, 스르르.

         

       그녀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분위기가, 눈빛이, 몰입도가, 디테일이….

         

       촤악.

         

       나를 압도한다.

         

       아니? 압도가 아니다.

         

       지금 유 설은 조화라는 컨셉을 깨지 않은 채 무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고 있었으니까.

         

       이것은 압도가 아니라 포용이다.

         

       나는 무대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서서히 유 설에게 스며들었다.

         

       유 설이라는 주인공을 더욱 빛나게 하는 명품 조연처럼….

         

       그저 무대의 한 구성인 것처럼….

         

       나는 그렇게 유 설의 페이스에 밀려 그녀의 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몽롱하다, 편안하다.

         

       유 설의 페이스는 너무나도 편안했다.

         

       유 설은 이 무대에서 자신의 극한을 끌어내는 것과 동시에 품에 안은 내 극한 또한 끌어내었다.

         

       무대의 완성도는 그렇게 높아지고…, 이를 보는 관객들의 눈에도 황홀감이 채워지는 게 보였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 돼.’

         

       나는 이내 정신을 차렸다.

         

       아무리 완성도 높은 무대라 하더라고….

         

       하예린과 유 설의 무대가 아닌…, 오로지 유 설만의 무대가 되면 안 된다.

         

       여기서 나도 당당한 무대의 주인공이라고 소리치려면…, 존재감을 키워야 했다.

         

       물론 주인공도 아닌 범인(凡人)이 이렇게 갑작스럽게 무대에서 존재감을 보일 방법은 없다.

         

       하지만…, 내게는 비장의 카드가 하나 남아 있었다.

         

       ‘이번 무대에서는 쓰지 않으려 했는데…. 어쩔 수 없지.’

         

       타닷, 파앗.

         

       <Young boy story>의 컨셉은 조화이지만…, 나와 유 설은 각각 한 번씩 단독 댄스 브레이크의 순간이 있다.

         

       그리고 나는 내 댄스 브레이크의 차례가 왔을 때 속으로 속삭였다.

         

       천마월영보(天魔月影步).

         

       [천마신공(天魔神功) 2차 스킬 천마월영보(天魔月影步)를 시전합니다!]

         

       주인공이 각성하면 최종 보스도 마지막 페이즈에 돌입하는 법이다.

         

       나는 유 설이라는 주인공을 이기기 위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선보일 생각이었다.

         

       우웅-.

         

       천마월영보(天魔月影步)를 시전하자마자 내 몸을 휘감는 변화가…, 손끝부터 아주 세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YuSeol님! 30 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이렇게 빚갚돌이 올라올 때만을 기다려 주시는 YuSeol님 덕분에 제가 연재할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12시간 뒤에도 한 편이 더 올라올 예정이니 이번 화 그리고 다음 화도 많은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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