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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19

       “…….”

         

       유 설을 권속으로 삼겠냐는 상태창을 나는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Yes.’

         

       속으로 예스를 외쳤다.

         

       권속이 된다는 것은 유 설도 서유진처럼 확실한 내 편인 된다는 것 아닌가.

         

       유 설 같이 능력 있는 사람이 확실한 내 편이 되어 준다면 너무나도 든든할 것이다.

         

       내가 이를 시도하지 않을 이유는 없었다.

         

       [Yes를 선택하셨습니다!]

         

       [지금부터 유 설을 권속으로 삼겠습니다!]

         

       [포획 중….]

         

       내가 속으로 예스를 위치자 상태창 한쪽에 갑자기 나타난 모래시계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내….

         

       파앗.

         

       [유 설을 권속으로 삼는데 아쉽게 실패하셨습니다!]

         

       상태창은 내게 실패를 알렸다.

         

       ‘…역시는 역시인가.’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었다.

         

       이 무대 전까지 유 설과 내 관계는 최악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이번 무대를 통해 그 간극이 줄었다고 해도 유 설이 내 권속이 될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다음 기회를 노리자.’

         

       나는 그리 생각하며 내 품 안의 유 설을 토닥였다.

         

       “……고마워.”

         

       도대체 천마환혹에서 무엇을 봤던 건지…, 아니면 이 무대에서 느낀 감정이 유 설에게 그만큼 특별한 건지.

         

       유 설은 연신 눈물을 흘리며 내게 고맙다고 말하고 있었다.

         

       “울지마-!! 울지마-!!!”

         

       “하예린-!!!!”

         

       “유 설-!!!!!”

         

       나는 관객들의 뜨거운 응원과 무대의 불빛을 받으며 유 설을 내 품으로 더 끌어안았다.

         

       ‘너…, 내가 불쌍히 보지 말랬지.’

         

       ‘…우리는 모두 경쟁자야. 너나 나나 데뷔권이라 해도 우승자는 한 명이고.’

         

       ‘…나는 너 싫어. 보기만 해도 몸서리가 나고 짜증나 죽겠어.’

         

       ‘그러니까 너도 나 싫어해. 너도 나 미워하라고.’

         

       그 차갑던 유 설과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서로 껴안다니…, 사실 이것만 해도 장족의 발전이었다.

         

       ‘그러니까 오늘은 이걸로 만족하자.’

         

       이에 나는 유 설을 권속으로 삼지 못한 것에 아쉬워하지 않기로 했다.

         

       기회는 언젠가 또 올 거니까…, 오늘은 이걸로 만족이었다.

         

         

         

         

       **

       

         

         

       “자, 그러면 지금부터 하예린 참가자와 유 설 참가자의 1대1 매치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이번 4차 경연 1대1매치는 현장 투표로 진행되어 각 무대가 끝날 때마다 이렇게 결과를 발표했다.

         

       “…….”

         

       “…….”

         

       나와 유 설도 긴장하며 결과를 기다렸다.

         

       이번 무대…, 누가 우위라고 조금도 확신할 수 없을 정도로 치열했으니까.

         

       처음 비등하게 가던 무대는 유 설이 각성 상태에 돌입하며 포문을 열었고.

         

       그 다음은 내가 천마월영보(天魔月影步)로 흐름을 가져 왔다가 이를 다시 유 설이 앞지르며 엎치락뒤치락의 연속이었다.

         

       누가 이겨도 이상하지 않을 무대.

         

       그리고 결과가 곧 전광판에 떴다.

         

       파앗.

         

       “와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

         

       전광판의 숫자를 보고 사람들이 소리를 지른다.

         

       누군가는 기쁨의 함성. 누군가는 아쉬움의 탄식.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나도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고개를 들었다.

         

       결과는….

         

       [유 설 251표 vs 하예린 250표.]

         

       …1표 차이 내 패배였다.

         

       “…….”

         

       순간 결과를 확인한 내 표정이 심각해서였을까?

         

       “괜찮아-!! 괜찮아-!!”

         

       “잘했어!! 하예린!!”

         

       “나와 결혼해줘!!”

         

       관객석의 내 팬들은 곧바로 나를 향해 위로의 응원을 해주었다.

         

       ‘괜찮은데….’

         

       물론 패배의 아픔이 뼈아프지 않다하면 거짓말이다.

         

       나아아에 출연한 이후로 첫 패배고…, 그것이 딱 1표 차라 아쉬움이 배가 되었다.

         

       하지만….

         

       무대에 오르기 전 나와 유 설의 격차를 생각하면 이것은 정말 두 눈 씻고도 믿기지 못할 결과라 볼 수 있었다.

         

       처참하게 참패할 수도 있는 무대를 유 설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당연히 천마월영보(天魔月影步) 덕분이겠지만….’

         

       그래도 뭐…, 만족스러웠다.

         

       이에 나는 서둘러 얼굴을 피고 씨익 웃으며 관객석의 내 팬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휘휘.

         

       “……!”

         

       “와아아아아아-!!”

         

       “하예린-!! 하예린-!!”

         

       “하예린 사랑해!”

         

       내 작은 미소와 인사만으로도 내 팬들은 곧바로 호응하며 나를 따뜻하게 맞아 주었다.

         

       나와 연이 있는 것도 아닌데 먼 곳인 여기까지 와서 나를 응원해 주다니.

         

       그것이 내 단편적인 모습만 보고 그런 것일지라도…, 나는 저들이 너무나도 고마웠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와아아아아-!”

         

       나는 그렇게 마지막까지 팬들에게 손을 흔들며 백스테이지로 나갔다.

         

       그리고 무대에서 완전히 내려온 순간….

         

       휘청.

         

       “……읏.”

         

       곧바로 다리에 힘이 풀려 몸이 앞으로 넘어지기 시작했다.

         

       욱신.

         

       괜찮다 싶었던 발목에 긴장이 풀리니 다시 통증이 나타난 것이었다.

         

       거기에 천마월영보에 의한 극심한 체력 소모까지 더해지니 나는 내 몸을 내 의지대로 주체할 수 없었다.

         

       ‘넘어진….’

         

       이에 내가 다가올 충격을 대비한 그 순간…!

         

       턱.

         

       “…조심해.”

         

       “…아.”

         

       이를 유 설이 잡아주었다.

         

       나는 나를 잡아준 유 설을 잠시 멍하니 보았다가 앞으로 쏠린 몸을 다시 일으키려 했다.

         

       그런데….

         

       욱신.

         

       “…으읏.”

         

       순간 아릿한 발목 통증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그러자 그 모습을 본 유 설이 한숨을 잠깐 쉬고는….

         

       스윽.

         

       내 겨드랑이로 파고들어 나를 부축해 주었다.

         

       “…이대로 가자.”

         

       “…….”

         

       “그냥 가면 발목 계속 아플 거 아니야.”

         

       그녀의 말이 맞았기에 나는 잠자코 그녀의 부축을 받으며 대기실로 이동했다.

         

       나와 유 설 사이에는 메울 수 없는 키차이가 있었기에 유 설은 나를 부축하며 낑낑댔다.

         

       나는 그렇게 열심히 힘 쓰는 유 설의 정수리를 보며 그녀에게 말했다.

         

       “다음에는 제가 이겨드릴게요.”

         

       “…….”

         

       역시 오늘의 결과에 승복하긴 해도…, 아쉬운 건 어쩔 수 없다.

         

       그 마음을 담아 말하니 유 설이 피식 웃으며 답했다.

         

       “…그래, 이제 기회는 한 번 남았으니까 잘 해봐.”

         

       “한 번?”

         

       “…….”

         

       그녀의 대답에 고개를 갸웃하니 유 설이 잠시 멈칫하다가 말했다.

         

       “……파이널이 끝나면 우리는 이제 같은 팀이 될 거니까.”

         

       “…….”

         

       “…같은 팀끼리 싸울 수는 없지. 그러니 다음 파이널이 마지막 기회야.”

         

       …….

         

       같은 팀.

         

       팀이라고 했다.

         

       나는 순간 유 설과 나눴던 과거의 대화를 떠올렸다.

         

       ‘언니나 저나 확실한 데뷔권이면 저희는 나아아 끝나고 같은 팀이 될 텐데…, 같은 팀원끼리 동정 좀 하면 안 돼요?’

         

       ‘팀? 하! 겨우 1년 잠깐 활동하고 헤어질 건데 팀?’

         

       그때는 팀이라는 단어를 부정하며 경멸하던 유 설이…, 먼저 팀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그래서일까.

         

       유 설이 말한 ‘팀’이라는 단어가 내 심금을 울리며…, 그녀와 나 사이 좁혀진 거리를 체감하게 해주었다.

         

       이에 나는 유 설의 정수리에 내 턱을 올리고 조금 능글맞게 웃으며 말했다.

         

       “언니? 저번에는 겨우 1년 동안 활동하고 헤어지는 게 팀이냐 어쩌냐 그러셨으면서 오늘은 말이 다르시네요?”

         

       “…….”

         

       평소였다면 철벽처럼 차갑게 쏘아 붙였을 유 설이 이번에는 당황한 듯 입을 다물었다.

         

       기회를 포착한 나는 이때다 싶어 무방비의 유 설을 마구 혼내줬다.

         

       “왜요? 아까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지난 날의 과오를 다 반성한 거예요?”

         

       “…시끄러.”

         

       “아까 언니가 얼마나 서럽게 울었는지 아세요? 정말 보는 제가 애간장 탈 정도였는데….”

         

       “이게….”

         

       “헤헤.”

         

       나는 단신의 유 설이 나를 부축하느라 손이 묶인 사이 그녀의 볼을 문질렀다.

         

       부끄러운 듯 붉게 달아오른 그녀의 뺨은 따뜻하고 말랑했다.

         

       “…손 안 떼?”

         

       “왜 이렇게 딱딱하게 구세요. 우리 이제 ‘팀’인데.”

         

       “…파이널 남았으니까 아직 팀 아니야.”

         

       “얼굴은 홍당무된 채로 그렇게 말하니까 참 귀여우시네요, 언니.”

         

       “…이익.”

         

       그렇게 유 설과의 다소 짓궂지만 친근한 대화와 함께 대기실로 돌아가며…, 탈 많았던 나의 나아아 4차 경연은 그렇게 끝이 났다.

         

       길고도 길었던 나아아에도 이제 그 끝이 보이고 있었다.

         

       파이널.

         

       다소 비장한 이름의 경연 한 번만 치르고 나면…,

         

       이제 나아아도 끝이었다.

         

         

         

         

         

       **

         

         

         

         

         

       “자~ 이번 4차 경연도 모두들 고생하셨습니다! 하하, 이제 촬영도 한 번밖에 안 남았네요, 아쉬워라.”

         

       “…….”

         

       4차 경연이 끝나고 늘 그렇듯 해산 전에 신PD가 출연자들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복사 붙여넣기를 하듯 항상 같은 내용이었지만 오늘은 추가된 것이 있었다.

         

       “한 가지 공지할 게 있는데요. 다음 주 촬영은 없습니다.”

         

       “……?!”

         

       신PD의 말에 모두가 머리에 물음표를 띄우며 고개를 들었다.

         

       ‘다음 주 촬영이 없다고? 갑자기 왜?’

         

       이에 모두가 의문 가득한 표정을 지으니 신PD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아하하, 사실 특별한 이유는 없고요. …이거 비밀인데 시청자들 이목도 집중되어 있겠다 조명받는 기간도 늘리고 시청자들 애도 태울 겸 결방을 하려고 합니다.”

         

       “……에.”

         

       순간 나는 잘못 들었나 싶었다.

         

       “아마 뭐 다음 주가 되면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나아아를 한 주 결방한다는 소식이 나갈 겁니다. 비밀 엄수해 주시고요. 여러분은 일주일 휴가를 받았다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

         

       “그러면 다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이번 주도 수고하셨습니다.”

         

       시청자들 애간장을 태우기 위해 결방….

         

       정말 신PD다운 발상이랄까.

         

       ‘저 사람은 그 큰일을 겪고도 변하지를 않는구나.’

         

       원래 사람이 잘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신PD는 그 정도가 심한 것 같았다.

         

       나는 혀를 내두르며 짐을 챙겨 걸음을 옮겼다.

         

       발목 부상 때문인지 이번 4차 경연은 더욱 고단했기에 빨리 돌아가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런데 그때.

         

       콱.

         

       “……!”

         

       누군가 내 손을 거칠게 잡는 것과 동시에 불쾌함과….

         

       ‘제, 제가 직접 지혈해드릴게요. ……손으로.’

         

       오싹한 기억이 살아나 나는 반사적으로 이를 거세게 뿌리쳤다.

         

       그리고는 뒤를 보니….

         

       “앗, 헤헤. 예린 양.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신PD가 사람 좋은 미소를 가장하며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싸아.

         

       나는 거기서 불길함과 함께 의아함을 느끼며 그에게 물었다.

         

       “갑자기 무슨….”

         

       “그게 말이죠. 제가 예린 양한테 긴밀하게 할 말이 있어서요. …저희 잠시 자리 좀 옮기지 않겠어요?”

         

       내 질문에 그리 답하며 신PD가 가리킨 곳은….

       

       스윽.

       

       …상당히 으슥한 세트장 뒷편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YuSeol님! 6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제가 뒤늦게 후원 메세지를 확인해서 이제야 작가의 말에 감사 인사를 적네요 ㅠㅠ..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건강관리도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낙낙서서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언제나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더 열심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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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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