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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28

       “…아니, 순위를 발표 안 한다고?”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니야?”

         

       순위를 발표하지 않는다는 말에 참가자들이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불만이 있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긴 했지만….

         

       ‘그래도 납득은 가.’

         

       제작진들이 무슨 의도로 이번 순위를 공개하지 않은 것인지는 이해는 갔다.

         

       지금 마지막 순위를 발표했다가 그것이 너무 뻔하다면 최종 결과를 보는 재미가 반감될 테니까.

         

       지금 순위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파이널의 재미를 끌어 올리기 위한 선택일 터.

         

       거기다 순위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안일해질 수 있는 참가자들에게 경각심과 긴장감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우승을 노리는 나는…, 뒤를 쫓아오는 유 설이 얼마나 따라왔는지 확인할 수 없어 입이 바짝 마르는 기분이었다.

         

       유 설 또한 자신이 얼마나 쫓아갔는지 확인할 수 없어서 그런지 더욱 초조한 기색을 내뿜었다.

         

       이는 데뷔권에 걸쳐져 있는 다른 참가자들도 마찬가지였다.

         

       평소 발표하던 순위를 공개하지 않으니 원래도 무거웠던 분위기가 더욱 무거워졌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유일하게 전과 같은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참가자가 한 명 있었으니….

         

       문질문질.

         

       …바로 내 팔에 붙어서 얼굴을 비벼대고 있는 서유진이었다.

         

       나는 마치 고양이가 얼굴을 부비는 듯한 간지러움에 유진이의 옆머리를 뒤로 넘겨 주며 물었다.

         

       “유진아.”

         

       “네?”

         

       “너는 혹시 긴장되지 않아?”

         

       “긴장이요? 아….”

         

       긴장되지 않냐는 말에 서유진이 잠시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고개를 조금 끄덕이고 말했다.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크게 긴장되지는 않아요.”

         

       “…왜?”

         

       “어차피 우승은 포기했으니까요.”

         

       “…음?”

         

       뜻밖의 대답에 고개를 갸웃하니 서유진이 말을 이었다.

         

       “그때 일로 제 득표수가 한 번 꺾여서…, 아무래도 제가 우승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 것 같더라구요.”

         

       “데뷔는? 데뷔를 하지 못할 거라는 불안감은 없어?”

         

       이에 서유진이 그게 무슨 소리냐는 얼굴로 대답했다.

         

       “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제가 데뷔하지 못할 리가 없잖아요.”

         

       “…….”

         

       “지금 저는 언니랑 같이 데뷔한다는 사실에 기쁠 뿐이에요.”

         

       그리 말한 서유진은 또다시 갸르릉하며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나는 그런 서유진을 잠시 멍하니 보다가 이내 웃음을 지었다.

         

       “너답다, 유진아.”

         

       “넹?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런 게 있어.”

         

       지금 서유진의 안하무인 특성은 해제되어 있는 채였다.

         

       하지만 17년간 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영향은 어디 가지 않나보다.

         

       서유진은 자신이 데뷔를 하지 못할 거란 생각은 아예 하지 않고 있었다.

         

       물론 실제로 서유진이 데뷔를 하지 못할 확률은 극히 적긴 했다.

         

       그때 그 일로 득표수가 잠시 주춤대긴 했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것이 많았고 저번 경연에서도 근소한 차이로 박유정에게서 승리했다.

         

       ‘그래도 보통 여기까지 오면 아무리 안정권이라 하더라도 긴장되지 않나?’

         

       서유진의 태평함에 어이가 조금 없어진 나는 피식 웃으며 내게 애교를 떨고 있는 서유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쓰담쓰담.

         

       …이래서 내 부모가 틈만 나면 나를 쓰다듬으려 한 건가.

         

       고양이 같은 서유진을 쓰다듬으니 내 긴장도 조금 완화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에 나는 자기도 모르게 내 긴장을 풀어 준 서유진의 귀에 립서비스 차원으로 속삭여 주었다.

         

       “나도 너랑 데뷔한다는 사실에 너무 기뻐, 유진아.”

         

       “헤헤, 고마워요, 언니. 저희 이번 경연 꼭 같은 팀 해요.”

         

       “그래.”

         

       내 말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서유진이 더욱더 내 품으로 앵겼다.

         

       나도 그런 서유진을 외면하지 않고 도리어 내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렇게 나는 서유진을 인형처럼 껴안고 쓰다듬으며 지금의 긴장감을 풀었다.

         

       엄동설한처럼 차가운 분위기가 내려앉은 세트장이었지만 나와 서유진의 자리는 봄이 온 것처럼 따뜻했다.

         

         

         

         

       **

       

         

         

         

       “…이것으로 패자조 11명 중 탈락자 8명의 호명을 마치겠습니다. 탈락자 여러분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순위를 공개하지 않겠다는 선언을 한 후 한시우는 곧바로 탈락자 발표를 이었다.

         

       그리고 탈락자를 호명한 후 미안한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아…….”

         

       “흐윽….”

         

       실제로 오늘따라 떠나가는 탈락자들 사이의 분위기가 더욱 침울했다.

         

       그럴 만도 했다.

         

       원래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그 고통이 더욱 심한 법.

         

       저들 입장에서는 나아아 파이널과 데뷔가 바로 앞이었는데 탈락했으니 그 아쉬움과 슬픔이 배가 될 게 분명했다.

         

       남아 있는 생존자들도 탈락자들을 눈물로 배웅해주었다.

         

       지금 생존자들의 입장에서도 동고동락하며 여기까지 함께 버텨 온 지금의 탈락자들을 보내는 게 편할 리 없었다.

         

       그리고 그런 참가자들을 배려하는 건지 아니면 마지막으로 신파 장면을 담아 두고 싶었던 건지….

         

       지잉.

         

       제작진들은 참가자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며 참가자들이 눈물 흘리는 모습을 신나게 카메라로 찍어댔다.

         

       그렇게 눈물의 이별식이 끝나고.

         

       “지금부터 팀 선정을 하겠습니다.”

         

       “…!”

         

       한시우의 그 말을 듣자마자 모든 참가자들의 눈에서 눈물이 가셨다.

         

       갈 사람 간 거는 간 거고….

         

       살 사람은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팀 선정은 경연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였다.

         

       아까 순위 발표식 때 그러했던 것처럼 이번에도 참가자들이 한시우의 다음 말에 집중했다.

         

       “아마 모든 참가자 분들이 파이널 경연의 팀은 어떻게 선정되는지에 대해 궁금해하실 겁니다.”

         

       “…….”

         

       “그리고 파이널 경연의 팀은….”

         

       이내 한시우가 천천히 입을 떼고….

         

       “…이미 제작진 측에서 선정을 마쳤습니다.”

         

       “……어어?!”

         

       또다시 세트장은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

         

       “그게 무슨…!”

         

       “아니 그걸 왜…!”

         

       지금까지는 그래도 참가자들의 선택에 맞춰서 팀이 정해지는 방식이었는데…, 마지막에 와서 갑자기 제작진들이 팀을 정하다니….

         

       “제작진 측에서 객관적인 지표를 검토하여 아주 ‘공평한’ 방식으로 팀을 짰다고 합니다.”

         

       나아아 제작진들에게 공평이라….

         

       …하하, 그것만큼 안 어울리는 단어가 있을까?

         

       하필이면 신PD와 마찰이 있었던 후에 이렇게 제작진이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다니….

         

       나는 더욱 불안에 떨 수 밖에 없었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팀을 공개하겠습니다! 화면을 봐주시죠!”

         

       한시우의 진행과 함께 나아아 제작진들이 긴장되는 브금을 틀었다.

         

       그리고 이내….

         

       파앗.

         

       …화면이 켜졌다.

         

       “…어?”

         

       화면 속 팀을 본 나는 일단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남아 있는 참가자는 14명.

         

       제작진들은 7명씩 두 팀으로 나눠서 팀을 짰다.

         

       그리고 그 명단은 다음과 같았다.

         

       <1팀>

         

        하예린

        서유진

        *

        *

        이혜정

        *

        *

         

       <2팀>

         

        유 설

        나한나

        박유정

        *

        *

         

         

       ‘생각보다…, 정상적인데…?’

         

       신PD는 그때 분명 내게 보복을 예고했었다. 하지만 그런 것치고 내 팀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물론 상대 팀의 라인업이 무척이나 빡세긴 했다.

         

       밸런스가 좋아서 댄서와 보컬 모두 가능한 박유정, 댄스에 특화되어 있는 타고난 춤꾼 나한나.

         

       그리고 우승에 목마른 유 설까지.

         

       저 셋만 모아 놔도 웬만한 현역 아이돌은 뛰어넘을 정도였다.

         

       “자, 그러면 이제 정해진 팀끼리 모여주십시오!”

         

       “꺄! 예린 언니 우리 같은 팀이에요!”

         

       “예린아…! 우리 같은 팀이야!”

         

       하지만 우리 팀도 조합이 나쁘지는 않았다.

         

       박유정처럼 밸런스가 좋아 댄서, 보컬 모두 가능한 서유진, 유 설과 함께 나아아 내에서 가창력 스탯이 가장 높은 이혜정.

         

       그리고…, 나.

         

       ‘할 만하다.’

         

       팀만 보았을 때…, 나는 이번 경연 무척이나 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아직도 중요한 게 남아 있긴 했다.

         

       바로….

         

       “팀끼리 모였으면…, 이제 곡 선정을 하겠습니다.”

         

       …곡 선정이었다.

         

       곡이 무엇이 걸리냐에 따라 팀의 성적은 크게 좌지우지 될 수 있다.

         

       ‘혹시 곡도 제작진이 정해 준 건 아니겠지? 그건 정말 말도 안 돼.’

         

       팀 선정만큼이나 중요한 게 곡 선정이기에 모두가 한시우의 말에 집중하며 들었다.

         

       “이번 나의 아이돌 아카데미아 파이널 경연의 주제는 <영광>입니다.”

         

       “…영광?”

         

       예상치 않은 단어가 나오자 참가자들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참가자들의 반응을 보고 웃으며 한시우가 진행을 이었다.

         

       “우선 화면을 같이 봐주시죠.”

         

       파앗.

         

       이내 한시우의 진행과 함께 켜진 화면에서는….

         

       “저 선배님들은….”

         

       “아….”

         

       걸그룹과 보이그룹의 히트곡들이 몇 초씩 나열되어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를 비롯한 참가자들은 곧이어 화면 속 아이돌들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지금 보시는 아이돌들의 특징은 바로…, 나아아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만들어진 아이돌이라는 것입니다.”

         

       바로 신PD 사단 휘하 프로그램에서 만들어진 아이돌들.

         

       신PD 사단은 그간 많은 프로그램들을 통하여 성공적인 아이돌 그룹들을 배출했었다.

         

       지금 화면에 나오는 저들은 바로 신PD가 배출해낸 그 아이돌들이었다.

         

       “여러분들은 이들의 히트곡 중 하나를 골라 파이널 경연에서 선보이게 될 것입니다.”

         

       “아…!”

         

       한시우의 말에 참가자들의 얼굴이 펴지기 시작했다.

         

       지금 화면 속에 나오는 아이돌들은 모두 성공한 그룹들이며 히트곡도 다수 가지고 있었다.

         

       그 히트곡들 중 적합한 것을 고르면 경연에서 좋은 무대를 보일 수 있을 터.

         

       하지만….

         

       “물론…, 이번 경연은 여러분이 자유롭게 곡을 선정할 수 없습니다.”

         

       “…아아.”

         

       당연히 이를 그냥 보고 가만히 둘 제작진이 아니었다.

         

       “여러분들은 작은 게임을 통해 이번 경연의 곡을 선정하시게 될 겁니다.”

         

       “…게임.”

         

       “그리고 그 게임은…, 여러분들이 이미 경험해 본 것입니다.”

         

       “……에?”

         

       이미 경험해 본 게임이라니?

         

       그 말을 듣고 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부터 그 게임을 공개하겠습니다. 다 같이 화면을 봐주십쇼!”

         

       한시우의 말에 화면 속으로 시선을 돌리고…, 이내 화면이 다른 것으로 바뀌자….

         

       “아아아아아아아-!!”

         

       참가자들이 비명을 질렀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의 아이돌 아카데미아 파이널 경연의 곡 선정 게임은 바로…, 사이버 돌림판입니다!”

         

       화면 속에는 이제는 익숙한 돌림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아아 1차 경연 때 사용했던…, 이상할 정도로 난이도가 어려운 곡들만 나오는 그 돌림판 말이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YuSeol님! 10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사실 소설 회차가 쌓여가며 제 자신감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는데 YuSeol님이 이렇게 꾸준하게 응원해주시니 힘이 나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연재하겠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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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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