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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6

       무대가 끝나고 관객들의 함성을 들으며 백스테이지로 돌아오고 나서 나를 비롯한 우리 팀원들은 그대로 쓰러지듯 널브러졌다.

         

       이번 우리 무대가 러닝 타임이 4분 30초나 되는 긴 무대였는 데다 관객이 1만 명이나 되었다는 긴장감에….

         

       “하아…, 하아….”

         

       “하아….”

         

       우리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탈진하여 그저 거친 숨만을 내쉬었다.

         

       이내 말을 꺼낸 건 우리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이혜정이었다.

         

       “이제…, 다 끝났네.”

         

       “…….”

         

       “이게 우리…, 아니 나아아 마지막 무대였잖아.”

         

       이혜정의 말에 우리는 잠시 침묵했다.

         

       그러다 팀원 중 한 명이 배시시 웃으면서 말했다.

         

       “모두…, 수고하셨어요. 그동안.”

         

       “…….”

         

       한 명이 말하자 팀원들이 모두 메아리치듯 대답했다.

         

       “다들 수고했어…!”

         

       “수고했어요.”

         

       “우리 마지막 무대 쩔었다.”

         

       “아…, 드디어 끝났다…!”

         

       마치 기나긴 마라톤을 끝낸 것만 같은 탈력감.

         

       그리고 거기서 오는 만족감.

         

       하지만….

         

       누군가의 중얼거리듯 하는 다음 말의 이런 분위기는 곧 깨지고 말았다.

         

       “아직…, 끝 아니긴 하지 않아요?”

         

       “……음?”

         

       “순위 발표식…, 남았잖아요.”

         

       “…….”

         

       …그래, 우리에게는 아직 마지막 하나가 남았다.

         

       마지막 순위 발표, 마지막 선고.

         

       100명이 시작한 나아아를 총 14명의 참가자가 완주했다.

         

       하지만 그중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은 6명.

         

       이제 그 6명이 누구인지를 선별한 시간이었다.

         

         

         

         

       **

       

         

         

         

       도저히 연습생의 퀄리티라고 볼 수 없었던…, 2팀과 1팀의 무대가 끝나고.

         

       “와…, 진짜….”

         

       “오길 잘했다….”

         

       여운에 잠긴 관객들을 기다리는 것은 미리 제작진 측에서 준비한 인터뷰 영상이었다.

         

       그리고 그 인터뷰의 주제는….

         

       [Q :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

         

       마지막.

         

       마지막이었다.

         

       [나한나(헤이스트) :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서유진(SAV) : 그동안 힘들었던 적도 많았지만…, 역시 즐거웠던 적이 더 많은 것 같아요. 나아아에서 많이 성장했고…, 많은 것을 배우고 가는 것 같습니다.]

         

       자신들이 응원하는 참가자들의 마지막 인터뷰 영상이 나오자 관객들은 마음이 찡해지는 것을 느끼며 탄식을 질렀다.

         

       “아아…….”

         

       “이제 끝이네….”

         

       “한 20화만 더 하지….”

         

       “흐윽…, 우리 애들 말하는 거 좀 봐….”

         

       그 중에는 참가자들의 인터뷰 영상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잠실실내체육관에 애절하고 무거운 분위기가 내리 앉고….

         

       14번째 참가자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끝날 줄 알았던 그 순간 제작진들이 참가자들에게 다음 질문을 했다.

         

       [Q : 나아아에서 데뷔하고 싶은가요?]

         

       […….]

         

       제작진의 질문에 모든 참가자들은 순간 움찔했다.

         

       그리고….

         

       [유 설(JJ) : 네.]

         

       [박유정(레비) : 네.]

         

       [이혜정(키드쉽) : 반드시.]

         

       [하예린(형제기획) : 네. 꼭 나아아에서 데뷔하고 싶습니다.]

         

       14명의 참가자들의 간절한 대답이 겹쳐 흐르며….

         

       파앗-!!

         

       어두웠던 무대에 다시 불이 켜진다.

         

       푸쉬이.

         

       환해진 무대 정중앙에서 무언가가 올라온다.

         

       참가자들은 그게 진행을 하기 위해 나온 한시우인 줄 알았다.

         

       하지만….

         

       “어어?!”

         

       “와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악-!!”

         

       단상 위에 서 있는 것은 바로 파이널 경연을 마친 14명의 참가자들.

         

       참가자들은 무대를 했던 의상 그대로 단상 위에 질서정연하게 선 채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마이크를 들고 나타나는 한시우.

         

       “방금 보셨다시피 여기 있는 14명의 소녀 모두 데뷔를 간절히 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앗.

         

       한시우가 전광판을 가리키는 것과 동시에 화면에 ‘6’이라는 숫자가 떴다.

         

       “이들 중 단 6명의 소녀만이 데뷔라는 꿈을 이룰 수 있습니다.”

         

       “아아아아아-!!!”

         

       “안 돼애애애애-!!!”

         

       “그냥 14명 다 데뷔시켜어어어-!!”

         

       다소 잔혹하게 들리는 한시우의 말에 관객들이 절규를 지른다.

         

       그런 관객들을 작게 웃으며 바라보다가 한시우가 말을 이었다.

         

       “자, 그러면 지금부터 카운트다운 하겠습니다. 지금부터 ‘6초’후에 전광판이 꺼지면…, 최종 투표도 종료입니다!”

         

       한시우의 말과 함께 전광판에 숫자가 빛난다.

         

       6, 5, 4….

         

       하지만 여기 있는 모두는 이미 오늘치 투표를 마친 채였다.

         

       관객들은 그저 손을 모으고 자신들이 응원하는 연습생이 데뷔하기를 기도할 수 밖에 없었다.

         

       …3, 2, 1.

         

       그렇게 전광판의 숫자가 꺼지고.

         

       “이걸로 6명의 데뷔조가 결정되었습니다. 남은 것은…, 발표 뿐입니다.”

         

       “아아아아아-!!”

         

       “그러면 지금부터 순위를 발표하기 전에….”

         

       드디어 순위 발표라는 생각에 참가자들은 침을 삼키고 관객들은 소리를 내지른다.

         

       하지만 한시우는 그렇게 쉽게 순위를 발표해주지 않겠다는 듯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

         

       “……뭔가 잊은 것이 있지 않으십니까?”

         

       “……?”

         

       …잊은 것?

         

       생뚱맞은 그의 말에 참가자들과 관객들 모두 고개를 갸웃했다.

         

       “순위를 발표하기 전에 6명의 데뷔 멤버가 1년 동안 활동할 나아아 프로젝트 그룹의 이름을 발표하겠습니다!”

         

       “……!”

         

       그룹 이름 발표라는 말에 이내 커지는 사람들의 눈동자.

         

       그리고 곧….

         

       파앗.

         

       전광판이 그 어느 때보다 환한 빛과 함께 켜지며 분홍색 글자가 일렁거린다.

         

       <Rookies>.

         

       “혜성처럼 나타나 1년 동안 연예계를 뒤집어 놓을 그 이름. 바로 루키즈(Rookies)입니다!”

         

       루키즈(Rookies).

         

       단 1년 만의 활동으로 아이돌 역사에 한 획을 그을 걸그룹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

         

         

         

         

       루키즈라는 이름을 보고 내가 든 생각은 두 가지였다.

         

       우선 첫 번째로…, 생각보다 마음에 든다.

         

       사람들의 기억에 잘 남으려면 그 이름이 쉽고 단조로워야 한다.

         

       ‘전생에서도…, 루키즈라는 이름이었던 것 같아.’

         

       혹여 내가 이번 생에 관여한 것 때문에 다른 이름이 나오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아 다행이었다.

         

       이상하고 긴 이름 대신 단순해 보일지라도 기억에 남는 저 루키즈라는 이름이 좋았다.

         

       그리고 두 번째로 든 생각이….

         

       ‘팀 이름을 보니…, 1년만 활동하고 해체할 단기 프로젝트 그룹인 게 실감나네.’

         

       루키(rookie).

         

       직역하면 신인이다.

         

       사람들은 뭐든 일을 시작할 때 신인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점점 시간이 지나 경력이 쌓이며 신인에서 베테랑이 된다.

         

       하지만 루키즈는 절대 신인 아이돌을 벗어나 베테랑 아이돌이 될 수 없다.

         

       고작 1년…, 신인 티를 벗어내기도 전에 해체를 할 테니까.

         

       그리 생각하니 참으로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같이 나아아에서 동고동락하면 고생한 멤버들과 1년이 아니라 5년, 10년 같이 활동하고 싶지만….

         

       ‘각 회사와 입장이 다르니 그건 힘들겠지….’

         

       그것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는 걸 알기에 더욱 뒷맛이 썼다.

         

       물론 그렇다 하더라도 나아아에서 데뷔를 하고 싶긴 했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그래도 1년이라도 같이 활동하는 게 나으니까.

         

       나는 나중에 아쉬움이 남지 않도록 정말 후회 없는 1년을 보낼 생각이었다.

         

       내가 그리 생각하는 동안 한시우는 마이크를 들고….

         

       “…그러면 이제 정말로 데뷔조 멤버를 발표하겠습니다.”

         

       1년을 함께 할 루키즈 멤버 발표를 진행했다.

         

       “루키즈 멤버 자리는 최종 개인 투표 1등에서 6등까지의 참가자들이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

         

       “그리고 순위 발표는…, 6위가 아닌 5위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아아아아-!”

         

       “우우우-!”

         

       가장 궁금한 게 우승인 1위와 턱걸이로 멤버에 합류한 6위인데 6위를 나중에 공개하겠다니.

         

       이에 관객들이 탄성을 내지르며 야유를 보냈음에도 한시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진행을 이었다.

         

       “자, 그러면 5위 참가자를 발표하겠습니다! 가장 먼저 루키즈 멤버에 합류하게 될…, 최종 개인 투표에서 5위를 기록한 참가자는…!”

         

       “…….”

         

       한시우가 잠시 뜸을 들이자 경연장이 긴장으로 가득 찼다.

         

       그리고 이내 한시우가 멤버를 호명하고….

         

       “축하합니다! 레비 엔터테인먼트 박유정 참가자입니다!”

         

       “와아아아아아-!!!”

         

       관객들이 우레와 같은 함성을 터트렸다.

         

       ‘휴우….’

         

       내심 같이 팀을 하고 싶었던 박유정이 호명되자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 반해 박유정은….

         

       싱긋.

         

       마치 당연히 자기가 불릴 줄 알았다는 듯 헤헤 미소 지으며 단상 앞으로 나섰다.

         

       그러고 보니 박유정은 나아아를 하면서 단 한 번의 문제와 막힘이 없었다.

         

       처음 자리 선정 코너 때 스스로 100위 자리에 앉은 이후로 꾸준하게 등수를 올리며 최종 5위까지 파멸적인 성장을 이룬 박유정.

         

       나아아를 진행하며 시종일관 미소를 짓던 박유정은 마지막 순간에도 맑고 순수한 웃음과 함께 첫 번째 루키즈 멤버가 되었다.

         

       “어…, 우선 고마운 사람들이 많은데요. 우선 저희 회사 사람들, 고모랑 고모부 그리고 지금까지 저와 함께 무대를 해준 언니 동생들 너무너무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박유정은 관객들을 향해 윙크와 함께 손하트를 날리며 말을 이었다.

         

       “저를 응원하고 투표해주신 팬 분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와아아아아-!!”

         

       박유정은 그렇게 팬 조련까지 잊지 않은 채 수상 소감을 마쳤다.

         

       이것으로 루키즈 여섯 자리 중 한 자리를 박유정이 차지하게 되고….

         

       “…….”

         

       “…….”

         

       그나마 만만했던 5위, 6위 자리 중 한 자리가 채워지자 남은 참가자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한시우의 발표를 기다렸다.

         

       이는 관객들도 마찬가지였다.

         

       “아……!”

         

       “어떡해……!”

         

       데뷔권 문턱 순위 참가자의 팬들은 자기가 응원하는 연습생이 데뷔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애가 탔는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관객들의 모습을 웃으며 보다가 한시우가 여유 있는 말투와 함께 다음 진행을 시작했다.

         

       “그러면 이제…, 다음으로 루키즈 멤버가 될 4위 참가자를 발표하겠습니다.”

         

       “…….”

         

       4위.

         

       사실 여기서부터는 순위가 거의 고정되어 있다.

         

       ‘4위라면 역시….’

         

       나 또한 마음속에서 누가 4위일지 대충…, 아니,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이에 나는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최종 투표 4위 발표를 기다렸다.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최종 개인 투표에서 4위를 한 참가자는 바로…!”

         

       ‘……어?’

         

       뜻밖의 4위 참가자에 조금 놀라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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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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