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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3

       그 후로 정 실장이 우리에게 루키즈의 활동 일정을 간략하게 설명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미팅은 끝이 났다.

         

       대략 1시간 정도 걸렸던 짧은 만남이었지만 우리 루키즈가 회사에게 많은 관심과 지원을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그러면 이걸로 오늘 미팅은 마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아직 법무팀 쪽 회의가 끝나지 않았을 테니 여기 회의실에서 시간 좀 보내고 계시죠. 저희는 일이 많아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아, 넵. 알겠습니다.”

         

       정 실장은 그 말을 끝으로 실무진과 함께 퇴장하려다가 갑자기 잊고 있던 걸 깨달았다는 듯 걸음을 멈추고 우리에게 말했다.

         

       “아, 루키즈 멤버분들. 제가 깜박하고 말씀 못 드렸는데 내일도 시간 비워두셔야 합니다.”

         

       “…네?”

         

       이에 우리가 고개를 갸웃하니 정 실장이 핸드폰으로 무언가를 확인하면서 우리에게 말했다.

         

       “루키즈 숙소가 정해졌습니다. 지금 각 멤버분들에게 루키즈 숙소 주소를 보내드릴 테니 내일 정해진 시간까지 여기로 오시면 됩니다.”

         

       띠링.

         

       정 실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내 폰에는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메시지에 적혀 있는 것은….

         

       [서울시 강남구 XX동 ZZ캐슬.]

         

       소위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부자 동네 그 중에서도 다들 한 번쯤은 들어본 적 있는 고급 아파트의 이름이었다.

         

       “…….”

         

       “…….”

         

       이를 보고 우리 멤버들은 잠시 얼어 붙었다가….

         

       “자, 잠시만요, 정 실장님!”

         

       우리 중 가장 먼저 정신을 차린 박유정이 나가려던 정 실장을 붙잡고 물었다.

         

       “여, 여기 ZZ캐슬이 저희 숙소라고요?!”

         

       박유정의 다급한 질문에 정 실장이 무엇이 문제냐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가 답했다.

         

       “네, 무엇이 문제죠?”

         

       “저…, 숙소가 너무…, 좋은 것 같아서요. 이게 정말 저희 숙소인가 해서….”

         

       박유정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이에 정 실장이 씨익 웃으며 답했다.

         

       “네, 분명히 루키즈의 숙소로 여러분들이 다음주부터 지내게 될 곳입니다. 혹시 싫으신 건지…?”

         

       “아, 아뇨! 싫기는요! 오히려 너무 좋아서 부담이….”

         

       “저는 루키즈가 이런 대우는 충분히 받을 정도의 아이돌 그룹이 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

         

       정 실장의 말에 우리가 또다시 합죽이가 되자 그가 정말 마지막이라는 듯 우리에게 손을 흔들고는….

         

       “그러면 가보겠습니다. 다음에 보죠, 아, 혹시 무슨 문제 생기면 연락 주시고요. 그럼 이만.”

         

       바쁘다는 듯 다른 실무진들과 함께 회의실을 떠났다.

         

       “…….”

         

       “…….”

         

       우리 루키즈 멤버들은 실무진들이 떠나는 뒷모습과 호가 수십 억을 아득히 넘는 아파트의 주소를 번갈아 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여러분들 많이 충격 받으셨나 보네요.”

         

       이에 나는 NAS 엔터 직원들과 회의실을 나가지 않고 아직 자리에 남아 있는 한시우에게 물었다.

         

       “저…, 한시우 프로듀서님.”

         

       “네, 예린 양.”

         

       “…데뷔를 앞둔 걸그룹이 이 정도로 대우를 받는 경우가 흔한 건가요?”

         

       “음…, 흔하냐고 물으신다면….”

         

       한시우가 잠시 턱을 괴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눈을 감았다가 입을 열었다.

         

       “지금 루키즈 숙소로 정해진 곳이 ZZ캐슬이죠?”

         

       “…네, 강남의 그 ZZ캐슬.”

         

       “제가 그룹 활동 5년차 때쯤에 거기서 숙소생활을 했었습니다.”

         

       참고로 한시우 그룹 활동 5년차면 그야말로 그의 최전성기 때였다.

         

       탑아이돌로서 대한민국을 호령하며 돈을 갈퀴로 벌던 시절.

         

       “신인 걸그룹한테 이런 대우가 흔하냐고요? 허허, 절대 그렇지 않죠. 이건 업계 최고 수준의 천장을 진작에 뚫어 버렸습니다.”

         

       “…….”

         

       “아무래도 NAS 측에서 루키즈 여러분께 걸고 있는 기대가 아주 큰 듯합니다.”

         

       한시우는 즐겁다는 듯 웃었지만 우리는 마냥 웃을 수 없었다.

         

       평생 살아 보지 못할 줄 알았던 강남 고급 아파트에서 숙소 생활을 한다는 건 좋은 일이었지만…, 그만큼 우리에게 부담으로 돌아왔기 때문이었다.

         

         

         

         

       **

       

         

         

         

       멤버들과 작별 인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멍.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강형만이 물었다.

         

       “왜 그러니, 예린아? 혹시 미팅에서 무슨 문제라도 있었니?”

         

       “…아뇨, 아무 문제 없었어요. 오히려 NAS 엔터 쪽에서 너무 잘해줘서 실감이 안 나서요. 사장님, 저희 루키즈 숙소가 강남 ZZ캐슬이래요.”

         

       “아, 나도 들었단다. NAS 측에서 신경을 많이 쓴 듯했더구나.”

         

       “물론 저희가 지금 대중들의 관심을 많이 받긴 하더라도…, NAS 쪽에서 저희한테 왜 이렇게 잘해주는 걸까요?”

         

       “그러게나 말이다.”

         

       그렇게 나와 강형만이 NAS 엔터의 과한 대우에 고개를 갸웃하던 그때였다.

         

       “아, 그거라면 제가 이유를 조금 알고 있습니다.”

         

       “네…?”

         

       갑자기 조수석에 앉아 있던 이김장 변호사가 해맑은 미소와 함께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제 친구가 YW 법무팀에서 일하고 있어서 들었는데…, 이번에 YW에서 데뷔한다는 신인 걸그룹 있지 않습니까? 그 친구들의 숙소도 ZZ캐슬이랍니다.”

         

       “…네?”

         

       갑자기 또 YW 신인 걸그룹 이야기가 나오자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에 이김장 변호사가 재밌다는 듯 말을 이었다.

         

       “아마도 자존심 싸움이 아닐까요? 아까 분위기를 보니까 NAS 측에서 YW를 엄청 의식하고 있는 것 같더라고요.”

         

       “아, 그건 나도 느꼈다.”

         

       강형만까지 이렇게 말할 정도라니….

         

       ‘확실히 아까 미팅에서 정 실장님이 YW 신인 걸그룹을 직접 언급한 것도 그렇고…, 굳이 YW 출신인 한시우님을 프로듀서로 삼은 것도 그렇고….’

         

       내가 봐도 NAS 엔터가 YW를 견제하는 게 보일 정도였다.

         

       이에 나는 더욱더 의문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근데 왜요…? NAS 엔터랑 YW랑 사이가 안 좋은 것도 아니잖아요. 그런데 대체 왜 이렇게까지…?”

         

       “큼큼. 아, 그건 말이죠.”

         

       아무래도 이김장 변호사는 설명충의 기질이 조금 있는 듯했다.

         

       그는 헛기침으로 목소리를 한 번 가다듬고는 설명을 시작했다.

         

       “이야기에 앞서 예린 양. 제가 사실 연예계 쪽에 발이 좀 넓습니다. 제가 아이돌 덕질하고 싶어서 변호사가 됐거든요.”

         

       “……예?”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강형만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그래도 이 변호사가 괴짜긴 해도 제정신은 박혀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는 마렴.”

         

       “아…, 네.”

         

       “아무튼 제 인맥이 YW 쪽에도 잔뜩 닿아 있는데 말이죠. 그쪽 관계자들이 말하길…, 이번에 YW에서 데뷔하는 신인 걸그룹의 실력이 정말 어마어마하답니다.”

         

       이김장 변호사는 흥분이라도 한 듯 언성을 높이며 말을 이었다.

         

       “실력이면 실력, 외모면 외모. 뭐 하나 넘사벽이 아닌 게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인지 YW 내부에서도 기대를 잔뜩 받고 있다고 합니다.”

         

       “아….”

         

       확실히…, 그때 너튜브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실력이 어마무시했었지.

         

       ‘모자를 눌러 쓰고 있어서 제대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외모도 상당해 보였어.’

         

       이에 내가 고개를 끄덕이니 이김장 변호사도 마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른 회사도 아니고 YW에서 이렇게 요란을 떨어대니 그 소문을 들은 NAS 쪽도 덩달아 긴장을 한 거죠. 나아아 시청률도 대박 났겠다 루키즈를 필두로 아이돌 사업에 제대로 발 한 번 담가 보려 하는데 루키즈가 YW 신인 걸그룹에 밀려서 묻히면 안 되니까요.”

         

       “아아….”

         

       그렇다면 NAS 엔터 측에서 우리에게 과분할 정도로 넘치게 지원을 하는 이유가 YW 신인 걸그룹을 의식해서라는 건가?

         

       도대체 본 실력이 어느 정도길래…?

         

       이에 나는 진한 궁금증이 드는 동시에….

         

       ‘어? 근데 잠깐만….’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전생에서도 이맘때쯤 YW 신인 걸그룹이 있었나…?

         

       물론 전생에 나는 아이돌에 크게 관심이 없긴 했다.

         

       하지만….

         

       내가 전생에 유 설을 알았던 것처럼 YW 신인 걸그룹이 연예계에 큰 활약을 남겼다면 분명 내 기억에 남아야 할 텐데….

         

       ‘기억에 없어….’

         

       아무리 기억하려 노력해봐도 내 머릿속에서 YW 신인 걸그룹의 존재가 떠오르지 않았다.

         

       “사실 저도 많이 기대하고 있습니다. 걸그룹을 내기만 하면 성공하는 YW. 이번에는 데뷔 전부터 관계자들한테 극찬을 받고 있는데…, 캬, 도대체 얼마나 뛰어나면….”

         

       “이 변호사. 너무 과해. 자네 지금 소속이 어딘지 생각해야지.”

         

       “아…! 무, 물론 저는 루키즈를 응원하긴 하죠.”

         

       강형만은 조수석에서 시끄러운 이김장 변호사를 조용시킨 후 내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예린아, 너무 걱정하지 마라. 나도 너희 루키즈 멤버들이 무대하는 것을 다 봤단다. 남 신경 쓰지 않고 본인들 일에만 집중하면 너희는 금방 정상에 오를 수 있을 거야.”

         

       강형만의 말에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했다.

         

       ‘…그래, 괜히 남한테 신경 쓰고 남이랑 비교하면 피곤해지는 법이지.’

         

       아까 정 실장과의 미팅 내용을 미루어 보았을 때 NAS는 우리 루키즈의 데뷔를 최대한 빨리 성사시키고 싶어 하는 듯했다.

         

       우리 루키즈의 합을 맞추고 실력을 높이는데 집중해도 모자랄 판국이다.

         

       괜히 라이벌이다 경쟁이다 뭐다 하면서 남들 신경 쓸 시간 따위 없긴 했다.

         

       그렇게 생각을 마친 나는 다시 눈을 뜨고 강형만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사장님. 남 신경 쓰기보다 저희 루키즈 열심히 하는 것에 집중할게요.”

         

       “지금도 충분히 열심히 하고 있단다. 앞으로도 화이팅하렴.”

         

       “감사합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까 더 이상하긴 한데….’

         

       아무리 우리한테만 집중하고 YW 신인 걸그룹에 대해 잊으려 노력해도 내 머릿속에서 의문스러움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이에 나는 가슴 한 켠으로는 그들을 향한 찝찝함을 지우지 못한 채 집으로 향했다.

         

         

         

       **

         

         

         

       한편 그 시각 YW사옥.

         

       “자, 다들 수고했어. 잠시 쉬자!”

         

       몇 시간 넘게 댄스의 합을 맞추고 있던 파이톤 멤버들은 프로듀서 수아의 말에 그제서야 자리에 주저앉았다.

         

       “하아…, 하아…, 아이고오….”

         

       파이톤의 유일한 일본 멤버인 칸나는 온몸이 땀에 젖은 채로 냅다 바닥에 드러누웠다.

         

       그리고는 프로듀서 수아가 잠시 자리를 비워 연습실을 나간 틈을 타 궁시렁거렸다.

         

       “칙쇼…! 도대체 반복 연습만 몇 년째 시키는 거야…! 우리는 이미 완벽한데…!”

         

       칸나는 지금 파이톤의 실력을 절대 과대평가하지 않았다.

         

       파이톤은 진작에 웬만한 현역 아이돌쯤은 누를 만한 실력을 가졌지만….

         

       파이톤의 프로듀서 수아의 완벽주의 성향 때문에 안 그래도 완벽한 그들의 실력에 더욱더 내공을 쌓고 있었다.

         

       이에 불만이 컸던 칸나는 자신의 의견에 동의를 구하기 위해 파이톤의 리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리더짱,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왜 우리가 이 실력으로 연습실에서 썩고 있어야…, 음? 리더, 뭐 봐?”

         

       “…….”

         

       파이톤의 리더는 그 짧은 시간 사이에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보고 있었다.

         

       그건 바로…, 나아아의 파이널 경연 영상이었다.

         

       “아아…, 이거 보고 있었구나. 확실히 얘네들 잘하긴 하더라. 그래 봤자 우리한테는 안 되겠지만….”

         

       “…이상해.”

         

       “음? 뭐가?”

         

       파이톤의 리더가 감히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을 눈동자에 담고선 말을 이었다.

         

       “…왜 유 설이 아니라 다른 애가 우승한 거지?”

         

       “…에? 리더 상, 유 설짱 팬이었어?”

         

       “…꼭 그런 건 아닌데 나아아 우승자는 원래 유 설이어야 하거든.”

         

       “……?”

         

       칸나는 리더의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파이톤의 리더는 뛰어난 실력과 외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가끔씩 이렇게 엉뚱한 면이 있었다.

         

       이에 칸나는 리더가 또 이런다 생각하면서 영상 속 하예린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나는 예린짱이 더 좋던데…. 귀엽잖아.”

         

       “…귀여워? 이 애가 귀여운 외모는 아닌데.”

         

       “뭔가 울려주고 싶은 얼굴이야.”

         

       “…….”

         

       파이톤의 리더가 엉뚱한 면이 있다면 칸나는 변태기가 있었다.

         

       “흐흐…, 이런 도도한 얼굴이 세상 다 무너진 표정으로 눈물 흘리면 얼마나 예쁠지 궁금하지 않아? 상상만 해도…, 하앍….”

         

       “…그런 변태 취향에는 관심 없어.”

         

       그리 말하면서도 파이톤의 리더는 영상 속 하예린에게 눈을 떼지 않았다.

         

       ‘갑자기 튀어나온 이 애의 정체는 뭘까?’

         

       하예린을 보는 그녀의 눈동자가 점점 깊어져 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알프도르프의농노님! 142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142코인이라니…

    매번 이렇게 거금을 후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가 요즘 현생 때문에 바빠서 연참을 잘 못하지만…

    그래도 매일 꾸준하게 글을 쓰겠습니다!

    그리고 여유가 생기면 다시 12시간 연재를 시작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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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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