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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46

       “그것 말고도 형제기획의 강형만 사장은 일반인을 폭행한 혐의가 있습니다. 저희 MS기획 측에서는 이 사실을 ‘우연히’ 접하여 이미 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고…”

         

       기자회견이 이어지면서 안 대표는 계속해서 형제기획을 저격했다.

         

       ‘일반인 폭행이라니…, 사장님이 그럴 리가 없….’

         

       강형만은 절대 일반인을 상대로 아무 이유 없이 폭력을 쓸 인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때 내 머릿속에서 번뜩이는 무언가가 있었다.

         

       ‘설마….’

         

       “이에 저희 MS기획 측에서는 ‘인도적 차원’에서 피해자의 소송을 지원할 생각입니다.”

         

       바로 남궁수호.

         

       강형만은 내게 손을 대려던 남궁수호의 얼굴을 곤죽으로 만든 적이 있었다.

         

       아무리 정당방위였다고 해도 사람 얼굴을 그렇게까지 만들었으면 죄를 온전히 피하기는 어려울 터….

         

       하필이면 그 골목길에는 cctv도 없어서 내가 스토킹을 당했다는 증거도 확보하기 어려울 게 분명했다.

         

       “나만 건드리지…. 왜…, 사장님까지….”

         

       안 대표는 그 밖에도 여러 가지 것들을 들먹이며 온 국민 앞에서 강형만을 까발리고 몰아갔다.

         

       “형제기획의 강형만 사장은 그 밖에도 불법추심, 협박 등 다양한 혐의를 가지고 있고 그 휘하 직원들 중에는 전과자도 몇 있는 것을 저희 측에서는 확인하여….”

         

       “흐윽…, 맞습니다. 형제기획 강 사장은 여자만 둘이 있는 저희집을 수시로 무단침입을 하기도 했습니다….”

         

       거기에 아빠와 엄마까지 나서 눈물을 흘리며 강형만의 죄목을 더하니 그 순간 안 대표와 우리 부모의 입을 통해 강형만은 점점 인간 쓰레기가 되어 갔다.

         

       ‘그만…, 그만….’

         

       나는 내 은인이나 다름없는 강형만이 점점 폄훼되어 가는 모습을 그냥 지켜만 볼 수 없었다.

         

       이에 정 실장에게 읍소해 보기도 했지만….

         

       “…정 실장님, 저희 사장님 저런 사람 아니에요…. 정말 아니….”

         

       “…하지만 국민들은 믿겠죠.”

         

       “……!”

         

       “지금 안 대표와 예린 양의 부모가 하는 말이 모두 거짓도 아니긴 하지 않습니까? …아마 국민들은 지금 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모두 믿을 겁니다.”

         

       “…아아.”

         

       나는 그 말을 듣는 동시에 힘이 빠져 손을 바닥에 툭 떨어뜨려 버리고 말았다.

         

       ‘차라리 나를 욕해…, 나를….’

         

       하지만 안 대표와 내 부모는 처음부터 형제기획이 목표였다는 듯 나와 NAS엔터는 제쳐두고 형제기획만을 맹공했다.

         

       처음에는 바쁘게 MS기획 측에 대응할 방법을 찾던 직원들도 정작 안 대표가 NAS는 언급조차 하지 않자 그저 멍하니 화면을 보았다.

         

       그들은 오히려…, 안 대표와 내 부모의 말에 설득당하는 듯한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러면 이것으로 기자회견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민 여러분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그렇게 안 대표는 30분 내내 형제기획을 까내리다가 기자회견을 마쳤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부디 악덕기업에게서 저희 연습생을 구해 올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국민들에게 도움을 바란다는 말과 함께 고개를 숙였다.

         

       “부디….”

         

       “도와주세요.”

         

       내 부모도 안 대표의 옆에 서서 고개를 함께 숙이며…, 그렇게 기자회견은 끝이 났다.

         

       “…….”

         

       “…….”

         

       “…….”

         

       기자회견이 끝이 나자 회의실은 침묵으로 멤돌았다.

         

       직원들은 당황스럽단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MS기획에게 대응하기 위해 모인 그들이지만…, MS기획 측에서 정작 NAS 엔터에게는 아무런 짓도 하지 않으니 그들이 해야 할 일이 사라졌다.

         

       이곳에서 애가 탄 것은 오직 나뿐이었다.

         

       “정 실장님…, 아니에요…. 형제기획은 저런 회사가 아니에요…. 제발…, 제발 도와주세요…. 제발….”

         

       “예린 양…, 일단 진정을 하시고….”

         

       내가 그의 소매를 부여잡으며 간절하게 부탁하니 정 실장이 조금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MS측에서 일단 NAS 엔터를 직접적으로 건드린 것은 아니어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우선은 형제기획의 강 사장님과 연락하는 게 우선입니다.”

         

       “근데…, 사장님이 연락을 안 받으셔서….”

         

       일단 강형만이 와야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있다는 말에 나는 울리지 않는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그러던 그때였다.

         

       뚜르르.

         

       “……!”

         

       갑작스레 울린 진동음에 나는 사장님인가 싶어 서둘러 폰 화면을 보았다.

         

       하지만 진동음이 울린 것은 내 폰이 아니었다.

         

       “…형제기획 변호사님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이김장 변호사님이요…?”

         

       정 실장은 내게 폰 화면을 잠시 보여 준 후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네, 정 실장입니다.”

         

       그리고….

         

       “……네?”

         

       언제나 이성적이고 침착한 모습을 보이던 그가…, 전화를 받고서 얼굴을 찡그렸다.

         

       “네…, 네.”

         

       “…….”

         

       “…예, 알겠습니다.”

         

       전화를 받지 않는 강형만과 상구 오빠.

         

       거기에 갑자기 온 이김장 변호사의 전화와 얼굴을 찡그린 정 실장.

         

       덕분에 나는 불안 해질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내 전화를 끊은 정 실장은 내게 착잡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예린 양…, 그….”

         

       “…네, 변호사님이 뭐라고 하시던가요…?”

         

       사실 나는 불안하긴 해도 믿음이 있었다.

         

       내가 떨고 있으면 강형만이 곧바로 내게 손을 뻗어 줄 거라는 믿음.

         

       내가 위험에 처해 있으면 강형만이 내게 바로 달려와 줄 거라는 믿음.

         

       지금까지 강형만은 그래 주었으니까.

         

       그는 내게 있어 은인뿐만 아니라…, 구원자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나의 은인이자 구원자인 강형만은….

         

       “강 사장님이…, 지금 경찰서에 있다고 합니다.”

         

       나를 돕고 내게 손을 뻗었다는 이유로 피해를 보고 있었다.

         

       “…….”

         

       나는 정 실장의 말을 듣자마자 얼어붙었다.

         

       몸뿐만 아니라 사고까지 얼어붙어서 움직이지 않는 느낌이었다.

         

       ‘나 때문에 사장님이….’

         

       강형만은 부모 밑에서 착취당하던 내 거지 같던 삶을 구제해준 사람이었다.

         

       내게 아이돌이란 꿈을 제시해준 사람이었다.

         

       그 꿈을 이룰 수 있게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은 사람이었으며.

         

       내가 스토커에게 몹쓸 짓을 당하기 전 나를 구해 준 사람이었다.

         

       무엇보다 그는….

         

       ‘언제나 너를 믿는단다.’

         

       그 누구보다…, 나를…, 믿어 준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나 때문에…, 나 때문에….

         

       쩌적, 쩌저적.

         

       마음은 갈라지고 몸은 젖은 솜처럼 무거워진다.

         

       “일단 혐의…, 풀려날…, 말하기는….”

         

       앞에서 정 실장이 뭐라뭐라 계속 말하기는 하는데 잘 들리지 않았다.

         

       마치 어둡고 깊은 바다에 서서히 빠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실제로 나는 점점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속이 갑갑해지고…, 괴로워졌다.

         

       “…린 양?! ……예린 양…!!”

         

       이내 정 실장이 놀란 표정으로 나를 불렀지만 이내 시야가 까매지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괴로워…,’

         

       나는 단지 사랑받고 싶었을 뿐이었다.

         

       너무나도 외로운 이 세상에서…, 누군가의 품 안에 있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게 과분한 것이었던 걸까.

         

       “………린 양! 정신……!”

         

       “……급차를 어서.”

         

       나는 내 주제에 과분한 사랑을 바란 죄로 벌을 받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대로 까무룩 정신을 잃었다.

         

       완벽한 암전이었다.

         

         

         

       **

         

         

         

       그 시각 경찰서.

         

       끼익.

         

       경찰서 조사실에 앉아 있던 강형만은 이김장 변호사가 들어오자마자 고개를 들고 물었다.

         

       “이 변호사, 어떻게 됐어.”

         

       “예, 다행히 조상구 이사가 피해자한테서 합의서를 한 번 더 받아왔습니다. 이걸로 폭행 혐의는 아예 끝이에요.”

         

       설마 하니 MS기획 쪽에서 남궁수호 폭행 건을 들추며 태클을 걸지는 몰랐다.

         

       그래도 다행히….

         

       ‘히, 히익…! 하, 합의든 뭐든 다시 해드릴게요…! 요, 용서해주세요…!’

         

       이미 형제기획에 질릴 대로 질린 남궁수호가 다시 합의해준 덕에 폭행 혐의는 곧바로 벗을 수 있었다.

         

       “나머지는?”

         

       “협박, 무단침입, 불법추심 등등…, 사실 이게 심증만 있지 물증이 남아 있는 건 아니니까요. 금방 증거불충분으로 결론날 겁니다.”

         

       “그렇군.”

         

       강형만이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이니 이김장이 한숨을 내쉬고 말했다.

         

       “아직 다행이라고 하긴 일러요. 아까 낮에 있었던 기자회견 때문에 형제기획을 향한 여론이 최악입니다.”

         

       “…….”

         

       “복수…, 하셔야죠?”

         

       사실 저번에 언질을 받은 이후로 강형만은 MS기획의 악질적인 노예계약 정황, 안 대표의 문란한 사생활 등등 MS기획의 많은 약점들을 모아놨다.

         

       거기에 더해 강형만에게는 예린 부모가 이곳저곳에서 돈을 빌리고 도박을 하는 등 방탕한 생황을 즐긴 증거 또한 가지고 있었다.

         

       마음만 먹으면 형제기획 측에서 이를 터트려 안 대표와 예린 부모를 날려 버리는 것도 일은 아닐 터.

         

       하지만….

         

       “…예린이는 잘 있나?”

         

       “…….”

         

       이김장은 순간 볼 수 있었다.

         

       지금 강형만이 반격하기를 주저한다는 사실을.

         

       “예린 양은 NAS 엔터에서 잘 데리고 있을 겁니다.”

         

       “…나도 상구도 바빠서 예린이한테 연락을 못 했어. 아마 걱정을 많이 하고 있을 테니 이 변호사라도 전화를….”

         

       “지금 예린 양 걱정할 땝니까! 강 사장님이 지금 전국적으로 개새끼가 되고 있다니까요? 그래서 저희 증거는 언제 터트립니까??”

         

       “…….”

         

       이에 답답해진 이김장이 역정을 내자 강형만이 잠시 허공을 보다가 말을 이었다.

         

       “우리가 여론을 뒤집으면 MS기획 뿐만 아니라 예린이의 부모 또한 몰매를 맞게 되겠지. …예린이는 아직도 자기 부모를 좋아한다. 우리가 증거를 터트리면…, 예린이가 아마 많이 상처 받을 거야.”

         

       “이건 뭔….”

         

       강형만이 지금 하는 말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이김장이 어이없어진 심정으로 그에게 물었다.

         

       “…아니, 지금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예린 양이 상처 받을까 봐 지금 이 상황에 아무런 대처도 안 하시겠다고요? 강 사장님한테 예린 양이 대체 뭐라고?”

         

       “…….”

         

       이김장의 말에 강형만이 잠시 회상에 빠졌다.

         

       처음 하예린을 만난 건 그녀의 돌잔치 때였다.

         

       은인의 손녀가 돌잔치를 한다길래 예의상 참석했던 강형만은 그때 깜짝 놀랐었다.

         

       “이제 1살이 된 아기가 얼마나 깜찍하던지…, 결혼도 안 한 내가 아이를 갖고 싶다고 생각했을 정도였어.”

         

       그 다음 만남은 예린이가 5살이 되고 예린 아빠가 처음으로 그에게 빌린 돈을 갚지 않았을 때였다.

         

       “오랜만에 본 그 애가 어찌나 많이 컸던지…. 자기 할아버지를 빼다 박은 듯한 얼굴이 신기해서 자주 눈길이 갔었어.”

         

       그 다음 초등학교 입학, 3학년, 6학년.

         

       중학교 입학, 3학년 그리고 고등학생.

         

       “쥐방울 만한 녀석이 집안일 하랴, 생활비 버랴 어찌나 똑부러지고 안쓰럽던지. 처음에 내가 줬던 마음은 아마 동정이었을 거다.”

         

       고등학교 1학년, 2학년, 그리고…, 현재.

         

       “그렇게 계속 마음을 주다 최근에 깨달았다. 내가…, 예린이를 내심 딸이라 생각하고 있었다는 걸.”

         

       예린이가 슬퍼할 때는 도움을 주고 싶었다.

         

       예린이가 웃을 때는 똑같이 웃음이 나왔다.

         

       그 스토커 새끼가 예린이한테 손대려 했을 때는…, 피가 거꾸로 솟았다.

         

       예린이가 무대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때는….

         

       ‘아.’

         

       뿌듯함과 보람으로 마음이 황홀해졌다.

         

       자신이 직접 낳은 딸은 아니었지만….

         

       그는 하예린을 향해 어느 순간부터 진한 부성애(父性愛)를 느끼고 있었다.

         

       이 모든 사실을 전해 들은 이김장이 고개를 저으며 읊조리듯 말했다.

         

       “…참나, 결혼도 안 하신 분이 딸은 무슨….”

         

       “그래서 나 혼자 ‘내심’ 예린이를 딸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말하지 않았나. …참고로 오늘 이야기 예린이한테는 비밀이다. 내가 딸이라 생각한다는 걸 듣는 다면 예린이 성격상 아마 많이 부담스러워할 거야.”

         

       “…예, 그건 그렇다 치고요. 그러면 저희 정말 아무것도 안 해요?”

         

       “…….”

         

       이김장이 재차 질문하자 강형만이 굳건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형제기획은 예린이의 선택을 기다린다. 그리고…, 예린이가 어떤 선택을 하든 뒤에서 밀어 줄 거다.”

         

       “그러다 예린 양이 형제기획 대신 자기 부모를 선택하면요?”

         

       “그러면 어쩔 수 없는 거지.”

         

       “하.”

         

       이김장은 답답함에 혀를 찼다.

         

       선빵을 날린 상대에게 복수를 할 수 있는 명백한 기회가 있는데 이걸 참는다니.

         

       심지어 이김장이 볼 때는 하예린이 형제기획 대신 자신의 부모를 두둔할 가능성도 있었다.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성적인 선택이 아니야….’

         

       이에 이김장은 마지막으로 강형만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입을 열었다.

         

       “예린 양은 그렇다 쳐도 사장님 조직원들은요?”

         

       “…….”

         

       “예린 양을 딸이라 치면 조직원들은 사장님 동생들 아닙니까? 형제기획에 문제가 생기면 조직원들한테도 줄줄이 문제가 생길텐데?”

         

       이김장의 물음에 강형만은 피식 웃고는 답했다.

         

       “걱정 마, 이 변호사.”

         

       그리 말하는 강형만의 표정에는….

         

       “문제가 생기면 내가 모든 죄를 뒤집어쓸 생각이니까.”

         

       아무런 망설임도 없었다.

         

       “허.”

         

       모든 죄를 뒤집어쓰겠다는 말…, 이것은.

         

       요컨대 하예린이 형제기획 대신 자신의 부모를 선택한다면….

         

       예린 부모가 MS기획과 함께 고발했던 협박, 폭행, 불법추심 등등 모든 죄 그리고 현재 형제기획을 향한 모든 비난 여론과 돌팔매를 자신이 안겠다는 소리였다.

         

       “미쳤네, 미쳤어.”

         

       그렇다면 이제 칼자루는 하예린에게 넘어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강형만은 자신을 베는 것이 하예린이라면 기꺼이 목을 내주겠다는 듯….

         

       일말의 후회 없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이번 화의 제목은 애니메이션 ‘아케인’의 등장인물 실코가 자신의 수양딸 징크스를 떠올리며 했던 대사입니다. 워낙 인상 깊어서 제목으로 가져와 보았습니다.
    다음화 보기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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