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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2

       터져 나오는 감정과 함께 눈물이 방울방울 쏟아져 내린다.

         

       ‘우리 딸은 누구를 닮아서 이렇게 예쁠까?’

         

       “…제, 제가 어렸을 때부터 저희 부모님은 무직이었습니다.”

         

       녹아내리는 추억과 함께 나는 내 부모의 모든 악행들을 고발하기 시작했다.

         

       ‘예린아, 좋은 꿈 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저는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고…, 제가 번 모든 돈을 제 부모가 가져갔습니다.”

         

       나 혼자 평생 가슴에 묻겠노라 다짐했던 말들이 내 입을 통해 쏟아져 나오고…, 이를 받아 적는 기자들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아빠가 우리 예린이 꼭 호강시켜 줄게!’

         

       “…제 부모는 제게서 가져간 돈을 도박이나 사치에 모두 탕진했습니다.”

         

       ‘예린아…, 엄마가 김치찌개 해봤는데…, 윽…, 다시는 안 해야겠다. 우리 딸한테 이런 거 먹일 수는 없으니까…. 응? 괜찮다고?’

         

       “…집안일 또한 하시지 않았기에 저는 초등학교를 입학하기 전부터 밥, 청소, 설거지 등을 도맡아 했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당신들과 내 관계는 어디서부터 꼬였던 걸까.

         

       …당신들이 변한 이유가 나 때문은 아닐까?

         

       당신들과 달리 나는 애정결핍에 늘 무표정하고 목석같았던 아이였으니까.

         

       당신들이 나를 사랑하지 않게 된 것은 내 탓이 아니었을까.

         

       “…제 부모는 늘 저를 이용해 돈을 벌려고 했습니다.”

         

       내가 평범한 아이였으면 당신들이 나를 평범하게 사랑해 주었을까.

         

       “…그런 부모에게서 벗어나려고도 했지만 저는 늘 부모의 감언이설에 속아 넘어갔습니다.”

         

       어쩌면 당신들의 죄가 아니라 내 죄는 아닐까.

         

       어쩌면 내가….

         

       “…그렇게 부모가 저를 착취하는 관계가 여기까지 이어졌습니다. MS기획 전속 계약서는 모두 제 부모가….”

         

       내가….

         

       “제, 제 부모가…, 흐으….”

         

       …내가 이 모든 일의 원흉은 아닐까?

         

       “…제 부모가 MS기획과 함께 위조했습니다.”

         

       투둑, 툭.

         

       내가 흘린 눈물 때문에 정 실장이 미리 준비해둔 대본은 축축하게 젖어 이내 찢어졌다.

         

       다시 태어난 하예린의 몸은 감정 표현에 아주 서툴렀다.

         

       웃으려 해도 기계처럼 억지 미소밖에 나지 않고 아무리 슬퍼도 쉽게 눈물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주륵.

         

       지금까지 살면서 모아둔 눈물을 펑펑 쏟아 내는 것처럼 눈물이 멈출 지를 몰랐다.

         

       ‘원래는 이런 식으로 기자회견을 할 생각이 아니었는데….’

         

       또박또박한 목소리와…, 확고한 표정으로….

         

       근거를 오목조목 들면서 보다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부모와 MS기획을 고발하고 형제기획을 구하려 했는데….

         

       울컥.

         

       쏟아지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이 지경에 이르렀다.

         

       그때….

         

       슥.

         

       “…!”

         

       네 양옆에 앉은 정 실장 그리고 이김장 변호사가 내게 손을 뻗으며 신호를 주었다.

         

       나머지는 자기들이 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이에 나는 그 두 사람들에게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그러니 저는 MS기획 과의 계약이 안 대표와 제 부모에 의해 위조되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밝히며…, 제 소속을 향한 그들의 주장과 형제기획을 향한 모든 모함이 거짓임을 말씀드립니다.”

         

       “……!”

         

       내가 그 말을 하자마자 지금까지 멍하니 나를 보고 있던 기자들이 키보드를 두들기며 카메라 셔터를 연속으로 누르기 시작했다.

         

       퍼엉, 퍼엉.

         

       찰칵, 찰칵, 찰칵!

         

       시야를 가리는 눈물과 곳곳에서 터지는 플래시가 만나 파노라마처럼 부모와의 추억이 떠올랐다.

         

       ‘예린아, 우리 놀러 가자!’

         

       ‘예린아, 어디 아파? 열이 너무 높아….’

         

       ‘흐윽…, 여보…! 우리 예린이 어떡해요…!’

         

       ‘예린아, 네 곁엔 언제나 아빠 엄마가 있어.’

         

       ‘우리 예린이만큼 든든한 딸이 있을까?’

         

       ‘언제나 사랑한다, 예린아.’

         

       뚝뚝.

         

       그 추억들은 내 턱을 타고 아래로 흘러내리며 사라져 간다.

         

       나는 그것을 무심코 잡으려다가 멈칫하고 주먹을 말아 쥐었다.

         

       그리고 소매로 눈물을 닦고 흐느끼며 말했다.

         

       “…부디, 흐윽…, 저를…, 그리고…, 제 회사인 형제기획을 믿어 주세요….”

         

       “……!!”

         

       띠링.

         

       [감정 과잉 상태에 접어 들었습니다.]

         

       [상태이상이 추가됩니다.]

         

       [천마신공 미공개 스킬이 자동으로 사용됩니다.]

         

       [사람들이 당신을 보호본능의 대상으로 느낍니다.]

         

       그때 상태창에서 여러 알림음이 울렸지만 제대로 확인할 틈은 없었다.

         

       “흐으…, 우으으….”

         

       어떻게든 멈추려 했지만 눈물은 마를 새를 몰랐다.

         

       ‘어떻게든 기자회견을 도우려면 눈물을 그쳐야 하는데…, 그래야 하는데….’

         

       하지만 그때의 나는 몰랐다.

         

       지금의 내 눈물이…, 판도를 엎을 정도의 거대한 흐름을 만들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

         

         

         

         

       한편 그때 다른 루키즈 멤버들은 한 자리에 모여 있었다.

         

       NAS 엔터는 멤버들에게 각자 집에서 대기하라 명했지만 사태가 사태인지라 도저히 그럴 수 없었다.

         

       아무리 숨겨도 사람들이 알아보아 공공장소에는 갈 수 없었기에 그들이 선택한 곳은 이혜정의 집이었다.

         

       그들은 이혜정 부모님이 일을 나가셔서 텅 빈 집 안 거실에 원으로 둘러앉아 지금 사태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논의했다.

         

       하지만….

         

       “…….”

         

       “…….”

         

       그 누구도 쉽게 입을 열지 못 했다.

         

       그 정도로 지금 사안이 위중하기 때문이었다.

         

       언니들이 나서지 않자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서유진이었다.

         

       “제가 방법을 생각해 왔어요.”

         

       “…뭔데?”

         

       “이제 곧 예린 언니 기자회견이 시작하잖아요, 그거에 맞춰서 저희가 다같이 인별에 예린 언니를 지지한다는 뜻의 게시물을 올리는 거예요.”

         

       “……!”

         

       “저희가 단결된 모습을 보이면 분명히 대중들도 예린 언니를 응원할 거예요. 안 그래요?”

         

       …SNS에 멤버들이 일제히 게시물을 올리자.

         

       그 말에 다른 멤버들이 움찔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 중 대표하여 서유진에게 입을 연 것은 박유정이었다.

         

       “유진아, 회사가 우리보고 가만히 있으라잖아. 특히 SNS에 뭔가를 올리는 건 엄중히 금한다고 했어. 그것 말고도 두 가지 이유로 나는 인별에 게시물을 올리자는 네 주장에 반대해.”

         

       나아아에서는 늘 밝게 웃던 박유정이 지금은 지독할 정도로 이성적이고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유 설은 흠칫하고 말았다.

         

       언제나 순수한 소녀인 줄 알았던 박유정이 자신보다 훨씬 두꺼운 가면을 벗고 처음으로 본모습을 조금 보인 느낌이었다.

         

       “첫 번째로 지금 사람들은 예린 언니를 욕하지 않아. 오히려 예린 언니를 동정하고 있기 때문에 예린 언니 그리고 루키즈의 이미지는 그렇게 훼손되지 않았어.”

         

       실제로 사람들은 하예린의 원래 소속사인 형제기획만 악덕기업으로 몰면서 욕을 하지 정작 하예린은 또 하나의 피해자로 보고 있었다.

         

       물론 그 중 하예린도 나쁜 년 아니냐며 음모론을 퍼뜨리는 이들이 있긴 했지만 아직은 극소수에 불과했다.

         

       “두 번째로 우리가 괜히 인별에다가 글을 올렸다가 반작용으로 여론이 흔들리면 어쩌려고? 그러다 자칫 잘못해서 루키즈에 악영향이 끼치면? 데뷔가 코앞인데 그렇게 일 크게 벌리고 싶어?”

         

       “…….”

         

       그때 화장실 사건 이후로 박유정은 서유진과의 관계에서 절대적인 우위를 갖고 있었다.

         

       박유정의 기에 눌려 서유진이 쉽게 말을 잇지 못하자 박유정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솔직히 예린 언니 회사만 바꾸면 간단하게 해결되는 문제잖아요. MS기획…. 솔직히 별로라는 이야기 많긴 해도 대기업이기도 하고요. 다른 연습생은 한 명도 없는 중소기업 보다는 차라리 MS기획 쪽이 예린 언니한테도 낫지 않아요?”

         

       “그, 그치만…!!”

         

       분위기가 박유정 쪽으로 흘러가려 하자 서유진이 용기를 내어 소리쳤다.

         

       “…예린 언니. 자기 회사 엄청 좋아했었는데….”

         

       “…….”

         

       “…이대로 소속이 바뀌면 분명 슬퍼할 거예요.”

         

       “…….”

         

       “안 그래요? 혜정 언니…! 설 언니…! 뭐라 말 좀 해봐요…! 언니들도 예린 언니 엄청 좋아하잖아요…! 그리고 예린 언니도 언니들 엄청 좋아하는데….”

         

       서유진의 지목을 받은 이혜정과 유 설이 고개를 푹 숙였다.

         

       어떤 것이 예린이를 위한 선택인지 확신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연습생 기간이 길고 데뷔 직전에 미끄러진 경험이 있는 둘은 지금이 얼마나 예민하고 중요한 시기인지 알았기에….

         

       ‘그러다 자칫 잘못해서 루키즈에 악영향이 끼치면? 데뷔가 코앞인데 이렇게 일 크게 벌리고 싶어?’

         

       데뷔 직전에는 숨죽이고 있어야 한다는 박유정의 말에 크게 공감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쉽게 의견을 내지 못하고 회의가 지지부진해지던 그때였다.

         

       “기자회견…, 시작하는데요?”

         

       “뭐…?”

         

       “아직 시간 안 됐는데?”

         

       “조금 빨리 시작하는 것 같아요. 너튜브에 스트리밍 열렸어요.”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나한나의 말에 모두 놀라 미리 켜둔 노트북 앞으로 모이니 카메라가 입장하는 하예린과 정 실장의 모습을 비추었다.

         

       “예린 언니….”

         

       “예린아….”

         

       평소처럼 무표정한 얼굴의 하예린이었지만…, 나아아에서 오랜 시간 함께 했던 루키즈 멤버들은 단박에 그녀가 날이 선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루키즈의 하예린이라고 합니다.]

         

       펑, 펑.

         

       찰칵, 찰칵, 찰칵!

         

       마치 조명탄을 연상케하는 수 많은 플래시들과 함께 하예린의 기자회견이 시작되고….

         

       [제가 이 자리에 나온 것은…, MS기획 안 대표님과 제 부모님의 주장을 전면 부정하기 위해섭니다.]

         

       루키즈 멤버들은 결국 하예린이 MS기획과 부모 대신 형제기획을 선택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제가 형제기획과 MS기획에 이중계약을 했다는 주장은 모두 거짓입니다. 이는 모두 제 소속을 바꾸기 위한 MS기획의 탬퍼링 소행이며 제 부모님은 이 일에 동조했습니다.]

         

       ‘예린이의 부모는 대체 어떤 사람들이지…?’

         

       루키즈 멤버들은 예린의 부모가 어떤 사람들인지까지는 정확하게 몰랐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길래 그 착한 하예린이 부모 대신 형제기획을 선택할까.

         

       그렇게 궁금증과 함께 루키즈 멤버들이 기자회견에 귀를 기울이던 그때였다.

         

       주륵.

         

       “……어?”

         

       […죄, 죄송합니다. 다시하겠습니다. 제 부모는….]

         

       멤버들은 이어지는 장면들을 보고 마치 시간이 멈춘 듯 얼어 붙었다.

         

       투둑, 툭, 툭.

         

       하예린은 늘 무표정이다.

         

       아주 가끔 미소를 지을 때도 있긴 하지만 그녀의 미소를 보려면 굉장히 운이 좋아야 했다.

         

       그만큼 하예린의 감정 표현은 귀하다.

         

       그리고…, 여기 있는 모두가 하예린이 우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히끅.]

         

       …하예린이 운다.

         

       [제, 제 부모는….]

         

       턱을 타고 내린 눈물이 강이 되어 책상을 축축하게 적게 할 정도로.

         

       “…….”

         

       “…….”

         

       “…….”

         

       루키즈 멤버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하예린이 날카로운 외모와 달리 사실은 여린 마음을 가졌다는 것을.

         

       그럼에도 하예린은….

         

       ‘언니, 저 꼭 언니랑 같이 데뷔하고 싶어요.’

         

       ‘…저는 서유진 참가자를 지명하겠습니다.’

         

       ‘예린이가 너희 어머님의 병원비를 댔다.’

         

       …그녀들이 간절히 도움을 바라고 있을 때 주저 없이 손을 뻗어 주었다.

         

       그런데 정작 자신들은 예린이가 힘들어 할 때 먼 곳에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이….

         

       예린이의 심정보다 은근히 자신들의 손익을 계산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흐으….]

         

       지금 당장 너무나도 처절한 저 눈물을 닦아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제 부모는…, …저를 19년간 갈취하고 학대했습니다.]

         

       그녀들의 마음을 찢어 갈기듯 괴롭게 만들었다.

         

       “…아, 안 되겠어.”

         

       이에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유 설이었다.

         

       유 설은 그 어느때보다 크게 흔들리는 눈동자로 자리에 일어나며 말했다.

         

       “처음에는 무엇이 예린이를 위한 선택인지 모르겠어서 가만히 있었는데….”

         

       “언니….”

         

       “나 그냥…, 무조건 예린이 편하고 싶어. 아니…, 그래야만 돼.”

         

       유 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일생일대의 가장 큰 후회가 남을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리 생각하는 것은….

         

       “…나도.”

         

       “…저도요.”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예린이에게 구원을 받은 것은 유 설 뿐만이 아니었으니까.

         

       그렇게 그들은…, 이번에는 자신들이 예린이에게 손을 뻗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그들의…, 나아아의 여왕의 눈물을 닦아주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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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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