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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3

       예린이의 눈물을 보고서 루키즈의 멤버들이 하나둘씩 몸을 일으킨 그때 끼어든 목소리가 하나 있었다.

         

       “…그래서 어떡하실 건데요.”

         

       “…….”

         

       바로 박유정이었다.

         

       하지만 박유정도 하예린의 눈물에 충격받은 것은 마찬가지라…, 무지성으로 멤버들을 막기보다는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물었다.

         

       “…어떻게 예린 언니를 도울 생각이에요.”

         

       “…….”

         

       유 설은 박유정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다가 답했다.

         

       “유진이의 말대로…, 예린이를 지지하는 게시물을 올리자.”

         

       “…언니.”

         

       “유정아.”

         

       유 설은 절대 박유정에게 기가 밀리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녀는 눈에 힘을 크게 주고 박유정의 어깨를 다독이며 그녀를 설득했다.

         

       “이게 부담이 있는 일이긴 해도 실제로 이것 때문에 우리가 곤란해질 확률은 적다는 거 알고 있잖아.”

         

       그렇다.

         

       박유정이 극한의 안전주의를 고수해서 그렇지 사실 인별에 글 좀 올린다고 루키즈가 위험해질 확률은 거의 없었다.

         

       “혹시 모를 미미한 위험을 위해 지금 예린이를 돕지 않는다? …그러면 분명 언젠가 크게 후회하게 될 거야.”

         

       “하아….”

         

       그렇게 유 설의 설득에 박유정이 진한 한숨을 내쉬던 그때였다.

         

       “저는 이미 거의 다 적었어요.”

         

       “…나도 중간 정도.”

         

       서유진과 이혜정.

         

       특히 불도저나 다름없는 서유진은 올릴 게시물을 우다다다 빠르게 적은 채였다.

         

       “흑…, 예린 언니….”

         

       하예린은 서유진에게 있어 구원자, 은인이나 다름없었다.

         

       그녀가 뻗어준 손길이 없었다면 그녀는 지금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으리라.

         

       하지만 정작 자신은 하예린이 울고 있을 때 같이 있어 주지 못했다는 것이….

         

       애초에 하예린이 어떤 힘든 점을 가지고 있는지도 몰랐다는 것이 그녀를 괴롭게 했다.

         

       그래서 서유진은 설사 루키즈가 반대한다면 독단적으로라도 행동할 생각이었다.

         

       “저 그러면 올릴게요?”

         

       “잠깐 한 번 봐봐.”

         

       서유진이 게시물을 올리기 직전까지 가자 놀란 유 설이 재빨리 그녀 곁으로 다가갔다.

         

       지금 서유진이 제정신이 아닌 듯하니 혹여 문장에서 실수한 것은 없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하예린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지와 미담으로 가득 차 있는 서유진의 글은….

         

       “…잘 썼네.”

         

       두서없고 장황할지언정 문제가 있는 부분은 없었다.

         

       오히려 가다듬지 않은 상태라 더욱 진정성이 느껴지는 것도 같았다.

         

       “그러면 올릴게요?”

         

       “그래.”

         

       그렇게 서유진이 루키즈 중 가장 먼저 하예린을 지지하는 게시물을 올리는 그때였다.

         

       [나한나 님이 게시물을 올리셨습니다 *15초 전]

         

       “……어?”

         

       “……음?”

         

       …서유진이 처음이 아니었다.

         

       이에 화면을 같이 보고 있던 서유진과 유 설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언제나 잠만 자고 행동은 느려 터진 그 나한나가 가장 먼저 게시물을 작성해서 진작에 올렸다고?

         

       도저히 믿기지 않는 상황에 서유진과 유 설이 나한나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게시물 작성을 진작에 마친 나한나가 뭐가 문제냐는 표정으로 폰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유정아.”

         

       그리고는 여전히 망설이고 있는 동갑내기 룸메이트 박유정에게 다가가 말했다.

         

       “네가 지금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나아아는 이미 끝났어.”

         

       “……!”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우리는 1년 동안 같은 팀이고.”

         

       같은 팀.

         

       그 말에 박유정이 멈칫한 사이 나한나가 계속 말을 이었다.

         

       “나아아에서는 한 명이 그 자리에 주저앉으면 그냥 무시하고 앞만 보고 달려갔으면 됐지. 나아아는 각자도생이니까.”

         

       “…….”

         

       “하지만 이제 그런 건 없어. 루키즈라는 이름 하에서 우리는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 거야.”

         

       나한나의 그 말을 듣고 멍해진 것은 박유정뿐만이 아니었다.

         

       “…….”

         

       “…….”

         

       “…….”

         

       유 설도 서유진도 이혜정도.

         

       사실 멤버들과 사이가 좋은 것과는 별개로 나아아에 익숙해진 그들은 아직도 나아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였다.

         

       하지만 나한나의 말 덕분에….

         

       ‘하지만 이제 그런 건 없어. 루키즈라는 이름 하에서 우리는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사는 거야.’

         

       그들은 나아아의 무한 경쟁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나한나는 멈칫한 멤버들을 향해 평소처럼 반쯤 잠긴 눈이 아니라…, 확실하게 떠진 눈으로 말했다.

         

       “사실 이건 예린 언니가 아니라 그 누가 당했어도 나서야 했던 일이에요.”

         

       그래…, 이건 그들에게 애틋한 예린이가 아니었어도 멤버들이 나섰어야 한 일이었다.

         

       그들은 이제…, 같은 루키즈 팀이니까.

         

       “…알았어.”

         

       나한나의 설득에 박유정은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올릴게요.”

         

       “……!”

         

       그리고 다른 멤버들과 마찬가지로 폰을 키고 게시물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에 유 설도 고개를 마주 끄덕이며 게시물을 작성하고….

         

       곧이어 인별에는 하예린이 어떤 사람인지, 멤버들이 그녀에게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 또 멤버들이 그녀를 얼마나 지지하는지가 세세하게 담긴 게시물이 5개가 올라왔다.

         

       그것은 멤버들이 하예린을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에 대한 증거이며 루키즈가 팀이라는 의미를 다시 마음에 새긴 순간이기도 했다.

         

         

         

         

       **

       

         

         

         

       이번 사태가 터지고 대중들의 여론은 아주 극명했다.

         

       먼저 하예린에게는 ‘동정’.

         

         

       -ㅠㅠㅠㅠ 우리 예린이 악덕기업 밑에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아 ㅠㅠ 그런 상황 속에서 나아아 우승한 예린이가 너무 기특해 ㅠㅠ

         

       -예린이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아 예린아 ㅠㅠ

         

         

       그리고 형제기획에게는 ‘분노’.

         

         

       -시발 지금 시대가 어느 땐데 깡패새끼들이 처 나대냐?

         

       -저런 쓰레기 회사는 압수수색 한 번 해야 되는 거 아님?

         

       -예린이 절대 지켜

         

       -나쁜 놈들

         

         

       물론 이와 조금 동떨어진 생각을 가진 이들도 있었다.

         

         

       -깡패 회사 밑에 있었으면 걔도 깡패인 거 아님?

         

       -ㅋㅋ 처음에는 예뻐서 좋아했는데 이렇게 논란터지니까 비호감처럼 보이네

         

         

       특히 하예린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던 극소수의 안티팬들은 이때다 싶어 악성 루머 살포와 함께 그녀를 까내리기 시작했다.

         

       처음 하예린 팬들은 그런 안티 팬들의 헛소리를 ‘먹금’ 즉 무시하려고 했지만 악플들이 도가 지나치자 참지 못하고 싸움을 시작했다.

         

         

       -사실 나아아 우승도 베개영업으로 딴 거 아님? 막 방송국 사람들에게 순회공연으로 대주면서 ㅋㅋㅋㅋ

         

       └ㄴㅇㅁ

         

       └개소리 하지말고 걍 닥쳐

         

       └내가 틀린 말함? 타당한 의심 아님? 상식적으로 연습생 한 달 하고 우승하는 게 말이 됨?

         

       └이 새끼는 나아아 보지도 않고 헛소리를 지껄이네

         

       -예린이가 실력으로 나아아 우승한 게 아니라는 사람들은 뭐야;;;? 진짜 방송 안 보고 저런 말하는 거지?

         

       └응~ 네가 동경하는 하예린 이미 pd한테 ㅈㄴ 따먹혔어~

         

       └ㅠㅠㅠ 19살 여자애한테 열등감 느껴서 이런 뻘글이나 쓰는 네 인생이 진짜 불쌍하다 ㅠㅠ

         

       -하예린 얘 알고 보니 이중계약 의도적으로 한 거 아님? 계약금 두 배로 삥땅치려고?

         

       └듣고 보니 맞는 소리?

         

       └처맞는 소리겠지 병신아

         

       └아 ㅋㅋ 떳떳하면 왜 바로 해명 안 하는데 ㅋㅋ 뭔가 걸리는 게 있으니 사리고 있는 거겠지

         

       -여기 달린 댓글들 다 제가 캡쳐해서 NAS에 보낼 거니까 다들 알아서 먹금하세요~

         

       └솔직히 하예린 외모빨로 우승한 거 아님?

         

       └ㅅㅂ아 말 같지도 않은 소리 하지마

         

       └ㅋㅋㅋㅋㅋ ㅂㅅㄴ 먹금하라면서 바로 긁히네 ㅋㅋㅋㅋ

         

         

       그렇게 어떻게든 하예린 팬들을 긁으려는 안티들과 이에 참지 못하고 반응하는 팬들이 엉키면서 인터넷은 점점 흉흉해지고 이런 기색은 하예린의 기자회견 직전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대망의 하예린 기자회견.

         

       현재 대한민국 연예계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하예린이었기에 그녀의 기자회견 스트리밍에는 정말 많은 인파가 몰렸다.

         

       하예린 팬, 소수의 하예린 안티, 관심은 없지만 그냥 재밌어 보여서 온 회색지대들, 거기에 수많은 사이버 렉카들까지.

         

       하예린 기자회견 스트리밍은 도합 21만 명의 실시간 시청자 수를 기록하며 방송국 채널의 스트리밍 최고 시청자 수를 갱신했다.

         

         

       -어 뭐야 시작한다는데?

         

       -예정보다 빨리 시작한데

         

       -어 예린이 나온다

         

       -와 씨 개 이뻐

         

       -지금 예린이 입고 있는 맨투맨 어디 껀지 아는 사람 말 좀 ㅠㅠ

         

         

       그렇게 어마어마한 시청자들과 함께 예정보다 빠른 기자회견이 시작되고.

         

       [제가 이 자리에 나온 것은…, MS기획 안 대표님과 제 부모님의 주장을 전면 부정하기 위해섭니다.]

         

         

       -……어?

         

       -엥?

         

       -?

         

       -뭐?

         

       -?

         

       -?

         

       -엣?

         

         

       지금까지 형제기획을 죽어라 욕하던 사람들은 예린이가 그 사실을 부정하자 혼란스러워하기 시작했다.

         

       [제가 형제기획과 MS기획에 이중계약을 했다는 주장은 모두 거짓입니다. 이는 모두 제 소속을 바꾸기 위한 MS기획의 탬퍼링 소행이며 제 부모님은 이 일에 동조했습니다.]

         

         

       -뭐?

         

       -아니 그게 무슨

         

       -그러면 뭐야? MS기획이 나쁜 놈이고 형제기획이 착한 놈이라는 거임? 뭔 소리임?

         

       -설마 지금 자기 부모 고발하는 건가?

         

       -아 ㅠㅠ 예린아

         

         

       아무리 그래도 자신을 낳아주고 키워준 부모에게 반기를 드는 것은 거부감이 드는 일이었다. 소수의 하예린 안티들은 그 점을 꼬집어서 그녀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아 ㅋㅋㅋ 뭔지는 몰라도 지 살려고 부모 파네

         

       -착한 줄 알았는데 싹바가지 없네

         

       -좀 들어봐 ㅂㅅ들아

         

       

       

       하지만 그 순간….

         

       주륵.

         

       […죄, 죄송합니다. 다시하겠습니다. 제 부모는….]

         

       투둑, 툭, 툭.

         

       […히끅.]

         

       하예린이 눈물을 흘리고….

         

         

       -어?

         

       -아

         

       -어어

         

       -아?

         

         

       댓글창은 얼어 붙었다.

         

       그들에게 하예린이 우는 모습은 처음이었으니까.

         

       특히 하예린의 내적 부분을 잘 아는 루키즈 멤버들과 달리 하예린의 외적인 부분밖에 모르는 그녀의 팬들은….

         

       하예린이 강한 줄만 알았기에 그녀의 눈물을 보고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놀람은….

         

       [제, 제 부모는…, 흐으….]

         

       [제 부모는…, …저를 19년간 갈취하고 학대했습니다.]

         

       곧이어 어마어마한 화력이 되었다.

         

         

       -시발 어떤 새끼들이

         

       -개시발 누가 울렸어

         

       -뭐? 학대? 갈취? 그게 무슨

         

       -아니 예린아 ㅠㅠㅠ

         

       -ㅠㅠㅠㅠ

         

       -와…

         

       -아니…

         

       -아니 나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아

         

       -아니 시발 누가

         

       -학대? 아 ㅠㅠ

         

       -이게 무슨 소리야

         

       -부모가 학대했다고? 애가 학대할 데가 어디 있다고

         

       -아 그 시발연놈들

         

       -예린짱…! 하악…, 역시 우니까 사이코오로 예쁘잖아…! www

         

         

       그리고 그 화력은 하예린의 눈물과 함께 그녀를 괴롭히는 모든 것을 뒤엎어 버릴 듯한 분노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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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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