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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55

       내가 경찰서로 출두한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바로 긴급 체포되었다가 증거 불충분으로 48시간이 되기 전 풀려날 강형만을 마중하기 위해서였다.

         

       따라온 사람은 나와 형제기획 전속 트레이너 이지우, 상구 오빠, 이김장 변호사 그리고….

         

       “…….”

         

       “…….”

         

       대략 스무 명 가량의 형제기획 직원 오빠들이었다.

         

       형제기획 직원들이 경찰서 앞에 2열 횡대로 정렬해 있으니 그 모습을 보고 이김장 변호사가 불만인 듯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씨…, 깡패회사 아니라고 그렇게 떠들어 댔는데 이거 누가 봐도 깡패회사잖아….”

         

       확실히 지금 모습만 보면 누가 봐도 깡패 회사였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시간이 새벽이라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이가 거의 없다는 것.

         

       새벽 일찍 출근하는 경찰들이 우리의 모습을 보고 흠칫하긴 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을 보고 그들은 그대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기다린 지 10분 정도 지났을까.

         

       터벅.

         

       마침내 강형만이 밖으로 나오고….

         

       “고생하셨습니다-!!! 형님!!!”

         

       온 동네 사람들 다 깨울 듯한 우렁한 목소리와 함께 형제기획 직원들이 칼군무를 연상케 하는 일제적인 동작으로 허리를 푹 숙였다.

         

       “다들 다음부터는 이런 거 하지 마라. 아침부터 이게 뭔 소란이냐.”

         

       “다음에는 이런 일 없어야죠!!”

         

       강형만이 그런 직원들을 보고 번거롭다는 듯 말하자 이지우가 눈물을 흘리며 다가가 강형만의 태산같은 가슴팍을 콩알만한 주먹으로 두들겼다.

         

       “저 평생 책임져 준다고 했잖아요!! 근데 갑자기 체포당한 거 보고 제가 얼마나 놀란 줄 아세요?”

         

       “……아니, 내가 책임져 주겠다고 한 건 직원으로서….”

         

       “나도 알아요! 누가 뭐래요?! 아무튼 다음에 또 경찰에 잡혀갈 일 하기만 해봐요! 흐에엥!”

         

       이지우는 강형만이 긴급체포 될 때 바로 옆에 있었다고 한다.

         

       그때 기억이 되살아나서 그런지 이지우는 계속해서 강형만의 가슴팍을 내리치며 걱정과 안도의 눈물을 쏟아 냈다.

         

       참고로 이지우는 어제 내가 오랜만에 형제기획 사옥으로 돌아갔을 때도 눈물을 흘리면서 안 대표와 신PD를 욕하고는 했다.

         

       ‘흐어어엉…!! 그 개새끼들 내가 다 죽여 버릴 거야…! 예린아아아…! 흐어엉…!!’

         

       …참 눈물 많은 사람이다.

         

       아무튼 이렇게 이지우가 강형만과의 눈물의 재회를 마치고….

         

       “…사장님.”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내가 강형만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강형만은….

         

       “…예린아, 음?”

         

       다가온 나를 보고 흠칫하며 내 옆에 있던 상구 오빠에게 물었다.

         

       “…예린이 손에 이거 쥐여준 애는 누구냐?”

         

       “…….”

         

       참고로 지금 나는 손에 두부를 들고 있었다.

         

       방금 막 만들어서 손에 장갑을 껴야 들 수 있을 정도의 뜨거운 두부를.

         

       “내가 감빵에서 나온 것도 아니고…, 심지어 구치소 갔다 온 것도 아니고 그냥 경찰서에서 하룻밤 있었던 건데 애 손에 두부 쥐여준 놈이 누….”

         

       “…예린이가 직접 준비했습니다.”

         

       “…….”

         

       “…꼭 하고 싶다고.”

         

       강형만은 순간 두부를 준비한 게 나라는 말을 듣고 황급히 하던 말을 멈췄다.

         

       “…죄송해요.”

         

       내가 두부를 준비한 건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것을 직접 해보고 싶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두부를 먹으면 다음엔 감옥에 가지 않는다는 속설이 있으니까…. 강형만이 다시는 이런 일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내 바람이 있었다.

         

       이런 내 마음을 눈치라도 챘는지 강형만은 그대로 내게서 두부를 가져가….

         

       합.

         

       “고맙다, 잘 먹으마.”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다.

         

       하지만 강형만이 두부를 먹은 후에도 나는 사과를 멈추지 않았다.

         

       “…죄송해요.”

         

       “…….”

         

       “…죄송해요, 죄송해요.”

         

       아무도 모르고 나만 아는 진실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내가 비겁하게 나 자신도 속이고 형제기획이 아닌 내 부모를 구제하는 길을 택하려 했다는 것.

         

       그래서는 안 되는 거였는데….

         

       형제기획이 내게 해준 것이 얼마나 많은데….

         

       강형만과 다른 형제기획 사람들 덕분에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건데….

         

       물론 실행으로 옮기지 않았다고는 하지만…, 잠시 생각했던 것만으로도 나는 이미 강형만에게 크나큰 죄를 지었다고 볼 수 있었다.

         

       “…죄송해요.”

         

       어제 다 쏟아 내서 그런지 눈물은 더 이상 흐르지 않았다.

         

       여전히 극마(極魔) 특성은 유지되고 있어 내 감정은 통제되고 있는 채였지만 그것을 미안한 감정이 뚫고 나왔다.

         

       이에 내가 그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던 그때였다.

         

       툭.

         

       “……!”

         

       강형만이 내 작은 머리 위에 투박하고 큰 손을 올려주며 말했다.

         

       “괜찮다.”

         

       “…….”

         

       내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연신 사과하는지 그는 모른다.

         

       그럼에도….

         

       “나는 다 괜찮다.”

         

       그는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괜찮다고 말해 주었다.

         

       그의 말 한마디는 거대한 힘이 있었다.

         

       잠깐이지만 형제기획을 배신했다는 생각으로 어젯밤부터 어마어마한 죄책감에 시달렸던 나는….

         

       “…감사합니다.”

         

       괜찮다는 강형만의 한 마디만으로 구원받는 느낌이 들었다.

         

       이에 내가 울컥하여 어제 다 쏟아낸 줄 알았던 눈물이 다시금 흐르려는 그때였다.

         

       “안에 있으면서 밖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을 이 변호사에게 모든 사실을 전해 들었다.”

         

       “…….”

         

       “그동안 고생 많이 했다.”

         

       “…고생은 사장님이 하셨죠. 괜히 저 때문에.”

         

       “내가 고생은 뭘.”

         

       강형만은 잠시 피식 웃었다가 다시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한 얼굴이 되어 말했다.

         

       “…예린아.”

         

       “…네.”

         

       “용기를 내어 앞으로 한 발자국 내민 일은 분명 장한 일이다. 하지만…, 이 일이 의미가 있으려면 마무리도 잘해야 되겠지.”

         

       “…….”

         

       마무리.

         

       나는 지금 강형만이 하고 있는 말의 의미를 어렵지 않게 눈치챌 수 있었다.

         

       “지금 당장 네 부모에게로 가자. 내가…, 같이 가주마.”

         

       나와 부모 사이 관계의 마무리.

         

       길고도 길었고…, 더럽고도 더러웠던…, 그 관계를 완전히 끊자는 것이었다.

         

       “…….”

         

       그 말에 나는 말없이 잠시동안 하늘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았다 뜨고…, 다시 강형만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

         

       이미 나와 부모 사이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어제부로 나와 그들은 서로 평범한 딸과 평범한 부모로 살 수 없게 되었다.

         

       ‘…사실 진작에 이랬어야 하는 관계였는데.’

         

       …늦었으니 이제라도 제대로 끊어내야겠지.

         

       “아빠 엄마한테…, 가요….”

         

       이런 내 대답에 주변의 강형만이 안쓰럽단 표정을 지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가자.”

         

       그렇게 우리가 내 부모를 만나러 가기 위해 차쪽으로 걸음을 옮기려던 그 순간이었다.

         

       파앗.

         

       빠앙-.

         

       “……!”

         

       갑자기 우리 쪽으로 전조등이 켜지는 것과 동시에 누군가 차 클랙슨을 울렸다.

         

       “뭐야?”

         

       “누가 감히 싸가지 없게….”

         

       이에 심기가 불편해진 형제기획 직원들과 함께 소리가 난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강 사장! 그리고 예린 양!”

         

       “……!”

         

       “잠시 얘기 좀 합시다.”

         

       그곳에는 이 모든 일의 원흉 중 하나인 MS기획의 안 대표가 서 있었다.

         

         

         

         

         

       **

         

         

         

         

       어제 기자회견이 끝나자마자 MS기획의 공식 SNS에는 공식 성명문이 올라왔다.

         

       MS기획 안 대표의 탬퍼링 및 성접대 의혹은 모두 사실이 아니며 MS기획 또한 신PD와 내 부모에게 속아 넘어간 피해자라는 것.

         

       명백한 꼬리 자르기 시도였지만 이미 분노에 찬 사람들은 MS기획의 모든 것에 테러를 하기 시작했다.

         

       MS기획의 너뷰트 채널은 물론 SNS 그리고 공식 홈페이지까지.

         

       사람들은 MS기획과 관련된 모든 곳을 찾아가 거센 비난과 항의를 했으며 덕분에 모든 사이트 마비 지경까지 온 MS기획은 모든 댓글들을 차단하고 통제해야 했다.

         

       거기에 더해 안 그래도 회사에 불만이 많았던 소속 연예인들까지 이때를 틈타 대규모 내부고발 및 이탈 조짐을 보이니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었다.

         

       그래서일까.

         

       지금 우리를 부르는 안 대표의 얼굴이…, 지난번 기자회견을 했을 때보다 무척이나 핼쑥해 보였다.

         

       강형만은 그런 안 대표에게 싸늘한 눈초리로 바라보며 말했다.

         

       “MS기획의 안민성 대표님…. 이렇게 만나는 건 처음인데 저희 쪽에서는 딱히 그쪽과 할 말이 없습니다만.”

         

       “그, 그러지 말고 잠시 이야기라도 해 보는 거 어떤가? MS기획과 형제기획 양쪽에 모두 도움이 되는 생산적인 이야기를 한 번 나눠보고 싶은데….”

         

       “나중에 저희 쪽 변호사 통해서 말씀 전해주시지요. 그러면 저희는 바쁜 일이 있어서 이만 가겠습니다.”

         

       보나 마나 개소리를 할 게 뻔하다고 생각했는지 강형만은 안 대표의 말에 제대로 대꾸도 하지 않고 뒤를 돌았다.

         

       그런데….

         

       “…잠깐만요, 사장님.”

         

       그런 강형만의 옷소매를 잡으며 내가 그를 잠시 멈춰 세우고 말했다.

         

       “…저 사람이랑 잠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은데요.”

         

       “…….”

         

       이번 일주일은 내 인생에서 가장 최악이었던 시간들이었다.

         

       이에 나는 부모와의 관계를 정리하기 전…, 저 인간과의 악연도 완전히 끊어 내고 이번 주를 아예 없었던 일처럼 만들고 싶었다.

         

       도대체 나에게 왜 이런 짓을 한 건지 궁금하기도 했고.

         

       “…그래.”

         

       이런 내 마음을 알아채고 배려한 건지 강형만은 내 말에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자.”

         

       그리고는 어마어마한 살기가 느껴지는 눈빛으로 안 대표를 쳐다보았다.

         

       안 대표와 나 사이 처음이자 마지막 만남은 그렇게 성사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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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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