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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0

       며칠 후.

         

       “후우…, 이제 다 끝난 것 같은데?”

         

       “저도 정리 마쳤어요.”

         

       루키즈가 본격적인 스케줄에 들어가기 전날.

         

       사정 때문에 미리 숙소에 들어와 있었던 나 말고도 모든 루키즈 멤버들이 숙소로 들어왔다.

         

       그리고 우리는 드디어 짐을 모두 풀고 정리를 마친 참이었다.

         

       “히잉…, 너무 힘들었어요….”

         

       부잣집 아가씨로 귀하게 산데다가 체력 스탯도 낮아서 그런지 서유진은 짐 정리를 마치자마자 그대로 침대에 뻗어 버렸다.

         

       아무래도 나아아에서 그랬던 것처럼 루키즈에서도 내가 서유진을 옆에서 잘 챙겨야 할 듯싶었다.

         

       이에 내가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니 서유진이 내 손을 붙잡고 자기 뺨을 부비며 말했다.

         

       “헤헤, 언니 이제 내일부터 스케줄 시작이네요. 엄청 기대되지 않아요?”

         

       “그러게, 기대되네.”

         

       “다른 언니들은 아직 정리 다 못했을 것 같은데 저희 같이 누워서 조금 쉬고 있을까요?”

         

       스윽.

         

       서유진은 그리 말하며 자신이 누워 있는 침대 옆의 이불을 들치고는 안으로 들어오라 손짓했다.

         

       그런 서유진의 표정이 꿍꿍이가 있는 사람처럼 음흉했다.

         

       이에 나는 피식 웃고는 고개를 저으며 그녀를 일으켰다.

         

       “다른 사람들은 진작에 끝났어. 우리가 늦은 거야. 그러니까 일어나.”

         

       “에엥….”

         

       여전히 더 눕고 싶어 하는 서유진을 일으켜 거실로 나가니 역시나 진작에 정리를 끝낸 다른 멤버들이 우리를 반겼다.

         

       “언니!”

         

       “너희들 왜 이렇게 늦었어!”

         

       “얼른 와  밥 먹어!”

         

       멤버들은 심지어 저녁 식사 준비까지 마친 채였다.

         

       나는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한 번 서유진을 보고는 그녀를 식탁으로 데려갔다.

         

       서유진도 입을 쭉 내밀면서도 내 손을 꼭 잡고 식탁으로 향했다.

         

       그리고 식탁에 차려져 있는 음식들은….

         

       “오늘 저녁은….”

         

       “아, 오늘 저녁은 포케야.”

         

       …당연하게도 온통 싱그러운 풀들 뿐이었다.

         

       우리 루키즈가 본격적으로 활동에 들어가기 전이라는 걸 몸소 느끼게 해주는 것은 역시 식단이었다.

         

       오늘부터 우리 루키즈는 전문 영양사가 직접 짜준 식단표에 따라 식단에 들어갔고 매니저가 가져다준 식사 외 다른 외부 음식은 아예 숙소에도 반입하지 못하게 되었다.

         

       이에 나는 침울한 심정으로 자리에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맛있게 드세요!”

         

       “맛있게 먹어.”

         

       물론 식단에 닭가슴살, 연어 등등 다양한 단백질이 있는데다 맛이 없는 것도 아니었지만….

         

       ‘뭔가 영혼이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라 해야 되나….’

         

       다시 태어난 몸 즉, 하예린의 몸은 아무리 먹어도 살이 찌지 않는 체질이었다.

         

       때문에 나는 라면, 냉동식품, 과자, 초콜릿 등등 영양분은 없고 몸에만 안 좋은 음식들을 마구 먹고는 했다.

         

       그래서인지 눈앞의 포케는 생각 이상으로 먹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거 포케 어디서 산 거야? 엄청 맛있다.”

         

       “회사에서 영양사 고용해서 직접 만든 거라는데요?”

         

       “와, 대박. 대기업은 풀떼기도 기가 막히게 잘 만드네요?”

         

       그런 나와 달리 다른 멤버들은 맛있다고 눈앞의 포케를 흡입했다.

         

       이미 한참 전부터 아이돌을 준비하던 그들은 체형 관리를 하며 풀떼기 맛에 이미 익숙해져 있는 것이었다.

         

       유 설도, 박유정도, 나한나도

         

       거기에 거식증 치료를 서서히 받고 있다는 이혜정도 속이 편안하다면서 맛있게 포케를 먹었고.

         

       심지어 금쪽이인 서유진도 뭐가 문제냐는 듯 풀떼기를 옴뇽뇽 먹었다.

         

       여기서 갑자기 확 바뀌어 버린 식단에 적응하지 못 하는 것은 나뿐이었다.

         

       ‘으…….’

         

       특히나 이 브로콜리랑 병아리콩은 입에도 대기 싫은 부류들이었다.

         

       이에 은근슬쩍 옆으로 치워 놓으니….

         

       “예린아?”

         

       “……네?”

         

       …내 옆자리에 앉아 있던 유 설에게 들켜버리고 말았다.

         

       유 설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차가운 말투로 내게 말했다.

         

       “편식하면 안 되지? 남기지 말고 얼른 꼭꼭 씹어 먹어.”

         

       “그치만….”

         

       “언니가 직접 입에 쑤셔 넣어 줄까?”

         

       “으…, 먹을게요….”

         

       쿡.

         

       포크로 집긴 했지만 역시 이 브로콜리라는 이름의 초록 괴물을 쉽게 내 입에 넣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최소한 드레싱이라도….”

         

       “여기 있잖아, 발사믹 식초.”

         

       “이건 꾸리꾸리해서 싫어요오….”

         

       “…안 되겠다, 예린아. 입 벌려.”

         

       “자, 잠깐 언…! 우으읍…, 흐으읍…!”

         

       결국 나는 편식을 했다는 죄로 유 설에 의해 풀떼기들을 강제로 먹히는 형벌을 당했다.

         

         

         

         

         

       **

         

         

         

         

       그렇게 브로콜리와 병아리콩에게 메차쿠차 당해 버린 저녁 식사가 끝나고….

         

       그 충격에 힘없이 거실 소파에 누워 있으니 그런 나에게 우리 루키즈의 유일한 동갑내기 박유정과 나한나가 다가왔다.

         

       “언니!”

         

       “언니.”

         

       “…어, 그래. 유정이하고 한나야…”

         

       “아이구…, 얼굴 창백해진 것 좀 봐.”

         

       “브로콜리 먹는 게 그렇게 힘들었어요?”

         

       뭔가 초등학생 대하는 것 같은 두 사람의 말에 움찔하긴 했지만 힘든 건 맞았기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후우…, 식단 보니까 점심 저녁은 대부분 이렇게 풀떼기만 먹던데…. 이 지옥의 식단을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

         

       “확실히 식단이 좀 빡세긴 하죠.”

         

       박유정은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나한나와 시선을 한 번 맞추더니 마치 유혹하는 악마처럼 달콤한 목소리로 내 귀에 속삭였다.

         

       “…언니. 데뷔하고 앞으로 활동 들어가면 더 힘들어질텐데 오늘같은 날은 특별한 거를 좀 먹고 싶지 않아요?”

         

       “…특별한 거?”

         

       “…따라와 보세요.”

         

       이에 나는 영문도 모른 채 박유정과 나한나의 방으로 끌려갔다.

         

       박유정은 나를 자신들의 방에 밀어 넣었고 나한나는 걸리면 안 된다는 듯 눈치를 보다가 문을 살살 닫았다.

         

       도대체 특별한 것이 무엇이길래 이렇게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철저한 걸까?

         

       그리고 곧 문이 닫힌 걸 확인한 박유정이 자신의 가방에서 꺼낸 것은….

         

       “짜잔!”

         

       “허, 헉…! 유정아…!”

         

       감자칩, 초코 과자, 초콜릿 등등 다양한 과자 묶음이었다.

         

       나는 그것을 보고 깜짝 놀라 입을 틀어 막고 두 사람에게 작게 소리쳤다.

         

       “너, 너희…! 걸리면 어쩌려고 이것들을…!”

         

       “하하, 이게 끝이 아니에요. 한나야, 언니한테 보여드려.”

         

       “응.”

         

       이미 과자들만으로도 놀라운데 이게 끝이 아니라니…?

         

       나는 콩닥콩닥 뛰는 심장을 부여잡고 나한나가 가방에서 무엇을 꺼내는지 기다렸다.

         

       그리고 나한나가 가방에서 갈색 병 하나를 꺼낸 순간….

         

       “위, 위스키…? 얘, 얘들아 너희 미쳤…!”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지를 뻔했다가 두 사람에게 저지당했다.

         

       “쉬, 쉿…!”

         

       “언니…, 조용히 해요…. 이러다 설 언니한테 걸리면 저희 진짜 큰일 나요.”

         

       “…….”

         

       …그러겠지.

         

       유 설은 연습생 생활을 오래해서인지 이런 단체 생활에 매우 엄격했다.

         

       우리는 이미 그녀를 군기반장 쯤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몰래 과자와 위스키를 가져온 걸 들킨다면….

         

       ‘…아주 작살이 나겠지.’

         

       이에 나는 작게 한숨을 쉬며 두 사람에게 물었다.

         

       “…이 술은 어디서 가져온 건데?”

         

       “한나가 아빠 진열장에 있는 거 몰래 가져 왔대요!”

         

       “아빠가 고이 모셔두고 있는 거 제가 몰래 가져 왔죠.”

         

       “야마자키…? 18년…? 일본 위스킨가? 꽤 비싸 보이는데….”

         

       내가 나한나가 가져온 고급 위스키를 둘러보고 있으니 두 사람이 말했다.

         

       “내일이면 스케줄 들어가는 데 오늘같은 기념비적인 날에는 특별한 걸 먹어야죠!”

         

       “친구들한테 물어보니까 다들 수학여행가서 이런 거 몰래 먹으면서 놀더라고요. …저희 중에 수학여행 갔다 온 사람 거의 없잖아요. 그러니까 저희끼리 그 기분이라도 좀 내면 안 돼요?”

         

       “…….”

         

       박유정과 나한나가 지금 18살.

         

       딱 이런 거에 호기심이 생길만한 나이다.

         

       이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두 사람에게 물었다.

         

       “근데 너희 술 마셔본 적은 있어?”

         

       “아뇨, 없어요.”

         

       “저도 없어요. 언니는 드셔보신 적 있어요?”

         

       “아니…, 나도 없어.”

         

       정확히 말하면 하예린의 몸으로는 먹어 본 적 없다.

         

       하지만…, 전생에서는….

         

       ‘자취방에서 혼자 마셔본 적이 몇 번 있지.’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혼자서 소주를 마셔 본 적이 몇 번 있었다.

         

       그렇다.

         

       나는 술맛도 아는데다 전생에서는 가난해서 이런 고급 위스키 같은 것을 한 번도 마셔본 적 없다.

         

       이에 나는 견디기 힘든 유혹을 느껴야 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아이돌로서 이런 일탈 행위를 해서는 안 됐지만….

         

       ‘너 위스키 한 번도 안 먹어 봤잖아? 맛이 궁금하지 않아? 딱 한 잔만 먹어보는 거야.’

         

       내 안의 작은 악마가 자꾸 한 번만 선을 넘자고 속삭였다.

         

       이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마음속으로 결심했다.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아니야….’

         

       술을 마시면 당장 기분은 좋을 지 몰라도 다음 날 스케줄의 지장이 생길 지 모르며 칼로리도 높아서 지방이 축적된다.

         

       우리는 이제 데뷔를 앞둔 아이돌이다.

         

       우리를 기다리는 팬분들을 위해서라도 이건….

         

       “언니, 탄산수도 가져 왔어요. 하이볼로 만들어서 딱 한 잔씩만 먹어요.”

         

       “…그럴까?”

         

       …그래도 한잔은 괜찮지 않을까?

         

       19년만의 본 술, 고급 위스키, 그리고 기념비적이 날이라는 말에 유혹당한 나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박유정과 나한나가 나를 끌어들였다는데 성공했다는 기쁨에 흐흐 웃으며 내게 속삭였다.

         

       “그러면 이따 밤에 제가 톡하면 유진이 데리고 제 방으로 오세요. 하이볼로 딱 한 잔씩만 마시는 거예요.”

         

       “…혜정 언니는?”

         

       “어쩔 수 없죠. 설 언니랑 같은 방을 쓰는 죄로 그냥 조용히 잘 수 밖에.”

         

       그리 말하는 박유정과 나한나의 눈동자는 오늘 밤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유 설이 잠들었을 늦은 밤에 동갑내기 방에서 비밀 회동을 갖기로 했다.

         

       이 정도면 성공적인 작당모의였다.

         

       물론….

         

       “…나랑 같은 방을 쓰는 죄가 뭔데?”

         

       “…꺄악!”

         

       뒤에서 유 설이 매와 같은 눈으로 우리를 지켜보고 있지 않았다면 말이다.

         

       “서, 설…, 어, 언니…!”

         

       “어, 언제부터 거기 계셨어요…?”

         

       “음…, 너희가 하이볼 어쩌구 이야기할 때부터?”

         

       “…….”

         

       “박유정 나한나 지금 뒤에 숨기고 있는 거 꺼내 봐.”

         

       유 설의 말에 두 사람이 우물쭈물하다가 각자 뒤에 숨긴 과자와 위스키를 꺼내보였다.

         

       “허허….”

         

       그것들을 보고 유 설은 차가운 미소를 짓다가….

         

       “하예린, 설명해 봐.”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려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그, 그게….”

         

       내가 답을 흐리자 박유정과 나한나가 올망졸망한 눈으로 나를 보았다.

         

       제발 말을 잘해 달라는 뜻이었다.

         

       이에 나는 선택해야 했다.

         

       여기서 유 설을 설득하여 동생들을 구할지 아니면 나라도 살아남을지.

         

       그리고 나는….

         

       “과자는 유정이가 가져 왔고 술은 한나가 가져 왔어요.”

         

       “…….”

         

       “저보고 같이 먹자고 했는데 완강하게 거절했습니다. 지금 막 언니한테 말씀 드리러 가려고 했는데….”

         

       동생 둘을 버리고 혼자 사는 길을 택했다.

         

       내 대답에 두 동생은 배신감 가득한 얼굴을 했고 유 설은 만족스러운 미소와 함께 내 어깨를 두드렸다.

         

       “그래, 그렇단 말이지…. 이제 우리 착한 예린이는 나가 있어 뒤지기 싫으면.”

         

       “고맙습니다….”

         

       “유정이하고 한나는 잠시 여기 앉아 봐.”

         

       “자, 잠깐만요…!”

         

       “예, 예린 언니 어떻게 우리를 버릴 수 있…!”

         

       쿵.

         

       나는 유 설이 편하게 두 사람에게 잔소리를 할 수 있도록 문을 닫아 주었다.

         

       그리고는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푸훗.”

         

       여섯 명이서 단체 생활을 하니 이렇게 재밌고 시끌벅적한 일이 많이 벌어진다.

         

       ‘앞으로는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나는 그런 기대감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일까.

         

       “…….”

         

       며칠 동안 요동치던 마음이…, 서서히 가라앉는 듯했다.

         

       “매일 이렇게만….”

         

       그래….

         

       더도 말도 덜도 말고 매일 오늘만 같았으면….

         

       그랬으면 좋겠다고 나는 문고리를 놓으며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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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화는 12시간 뒤에 연재 됩니다!

    1부 완결 후기 모든 댓글에 일일이 답을 드리고 싶지만 댓글들이 너무 많아서 시간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1부 완결 후기에 달린 댓글들에는 오래 걸리더라도 모두 답변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YuSeol님!

    100 코인 후원 정말 감사드립니다!

    YuSeol님이 늘 그렇듯 처음으로 저를 축하해 주셨습니다!

    YuSeol님의 후원 덕분에 2부를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본다님!

    10 코인 후원 정말 감사드립니다!

    본다님이 재밌게 보신다니 저도 2부를 열심히 연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흑화타락죽님!

    50 코인 후원 정말 감사드립니다!

    흑화타락죽님의 응원에 힘입어 완결까지 파이팅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토네이도감자님! 100 코인 후원 감사드립니다!

    100코인이라는 거금을 후원해주시다니! 정말 감사합니다!

    토네이도감자님을 위해 완결까지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낙낙서서님!

    50 코인 후원 정말 감사드립니다!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닙니다.

    그리고 낙낙서서님이 저를 향한 마음이 그대로 전달되어 더욱 감동인 것 같습니다!

    낙낙서서님이 저를 향해 마음을 담아 후원해주셨으니 저도 낙낙서서님을 향해 마음을 담아 열심히 연재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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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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