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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5

       한편 티저가 공개된 날 루키즈 숙소.

         

       띠리링.

         

       “으어어….”

         

       “우으으으….”

         

       새벽부터 밤까지 살인적인 스케줄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온 우리는 방으로 갈 새도 없이 현관에서 쓰러져 버렸다.

         

       “피곤해….”

         

       “으으으….”

         

       “…얘들아.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얼른 씻고 방에 가서 자야지.”

         

       “쿨….”

         

       “한나는 벌써 자고 있는데요?”

         

       나는 멤버들 사이에 끼어 누운 채 지난 2주간의 혹독했던 나날들을 떠올려 보았다.

         

       녹음, 안무 연습, 뮤비 촬영 등등….

         

       한 달 이상 걸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을 우리 루키즈는 단 2주 만에 해냈다.

         

       ‘하루 4시간 이상 자본 게 언젠지 기억 안 나….’

         

       덕분에 우리는 만신창이가 된 채였다.

         

       오늘도 우리는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안무 디테일을 한 번 더 맞춰 보느라 밤늦게까지 연습을 했다.

         

       그래서 나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피곤함에 방에도 못 들어가고 나한나의 가슴팍 위에서 눈을 감았다가….

         

       “아! 저희 오늘 티저 올라온 거 봐야 하지 않아요?!”

         

       “……!”

         

       서유진의 한 마디에 깜짝 놀라 다시 눈을 뜨고 말았다.

         

       “아…!”

         

       “마, 맞다. 티, 티저….”

         

       서유진의 말에 반응한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좀비처럼 널브러져 있던 멤버들이 눈을 번쩍 뜨며 시선을 모았다.

         

       이에 모두가 핸드폰을 꺼내려 주머니 쪽으로 속을 옮기자 무언가 마음에 걸린 걸린 내가 멤버들에게 머뭇거리며 말했다.

         

       “근데…, 회사에서 웬만하면 보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요?”

         

       “……!”

         

       우리가 대략 11시간 전에 업로드된 <비밀소녀> 티저를 진작 보지 못한 것은 단순히 우리가 바빴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사실 우리는 <비밀소녀> 티저가 업로드되는 정오에 이를 시청하려고 했지만….

         

       ‘에고서칭은 절대 금지입니다. 웬만하면 오피셜 티저나 뮤비, 직캠 등등 다 보지 않는 것을 권장합니다.’

         

       회사에서 시청을 금지했기에 우리는 대놓고 회사의 명을 어기고 <비밀소녀> 티저를 볼 수 없었다.

         

       “아….”

         

       “회사에서 보지 말라고 하긴 했지.”

         

       하지만 루키즈 숙소는 철저하게 외부인이 금지된 곳이어서 우리가 여기서 뭘 하든 회사에서는 알아차릴 수 없다.

         

       거기에 더불어….

         

       “근데…, 궁금하지 않아요? 저희 티저 예쁘게 잘 나왔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봐주셨을지?”

         

       “…….”

         

       팬들의 관심을 향한 욕구와 충동은…, 이제 막 데뷔를 앞두고 있는 우리에게 매우 매혹적으로 다가왔다.

         

       이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팬들이 티저 보고 어떤 반응이려나….’

         

       나아아 시절부터 에고서칭 중독 말기였던 나는 이미 금단증상으로 심장이 두근대고 있었다.

         

       이 터질 듯한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한다면 이따 밤에 몰래 티저를 훔쳐볼 것 같다는 확신도 들었다.

         

       멤버들에게서 이러한 기색을 느낀 건지 우리 루키즈의 실질적 리더나 다름없는 유 설이 한숨을 한 번 쉬고 말했다.

         

       “후…, 그러면 우리 따로 보지 말고 다 같이 보는 건 어때?”

         

       “…다 같이요?”

         

       “그래. 다 같이 보면 혹여 팬분들의 반응이 안 좋더라도 마음이 덜 아플 수 있잖아. 반응이 좋다면 오히려 더 기쁠 테고.”

         

       확실히…, 행복은 나누면 두 배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저는 좋아요!”

         

       “그러면 저도 찬성!”

         

       내가 먼저 찬성하자 다른 멤버들도 우르르 찬성하고…, 결국 우리는 거실에 모여 다 같이 티저 반응을 살펴 보기로 결정했다.

         

       “자, 그러면 튼다?”

         

       “네…!”

         

       그렇게 소파에 나란히 앉은 우리 루키즈 6인은 작은 유 설의 폰 앞에 옹기종기 모여 루키즈 티저를 다 함께 감상했다.

         

       물론 우리는 티저 완성본을 그 누구보다 빠르게 봤었기에 영상 내용보다는 티저 조회수와 댓글 반응에 더 관심이 많았다.

         

       그리고 대망의 조회수는….

         

       [루키즈(Rookies) ‘비밀소녀’ Official Teaser (최초 공개)]

         

       [조회수 : 2,156,845회 – 11시간 전]

         

       “우, 우와아아-!!”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12시간이 되기도 전에 200만 회라니….

         

       여돌인데다 루키즈가 아직 내수용인 걸 고려한다면 정말 파괴적일 정도의 조회수였다.

         

       “어, 얼른 댓글들도 봐요! 얼른!”

         

       “…알았어.”

         

       이에 신난 우리는 흥분하며 댓글 반응을 보길 종용했다.

         

       폰을 쥔 유 설 또한 상기된 표정을 숨기지 못하고 손을 조금 떨며 댓글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댓글 창의 반응들은….

         

         

       -와 씨 ㅠㅠ 우리 애들 너무 예뻐

         

       -예린아 지금 아니면 이 말 못할 것 같아서 지금 할게. 나랑 결혼해 줘

         

       -진짜 미쳤다.

         

       -벌써 띵곡이다

         

       -스밍 대기 중이요~ 우리 루키즈 1주차부터 1등 가자!

         

       -사랑해 얘들아 진짜류ㅠㅠㅠㅠ

         

         

       대체로 좋았다.

         

       “와…….”

         

       “너무 감사하다 진짜….”

         

       “잠이 확 깨는 것 같아.”

         

       칭찬만큼 사람을 춤추게 하는 게 또 있을까?

         

       덕분에 지난 2주 동안 3시간씩 자면서 동태 눈깔이 되었던 우리는 다시 눈동자에 생기를 얻을 수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다음날 시작될 고된 일정은 잊고 댓글들을 읽어 내리기 시작했다.

         

       물론 그중에는….

         

         

       -아 진짜 루키즈 다들 너무 예쁘다 ㅠㅠ 분수에 안 맞는 딱 한 명만 없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ㅠㅠ ㅋㅋ

         

       └누구 말하시는 걸까?

         

       └난 알 것 같은데? ㅋㅋ 설마 ㅇㅎㅈ?

         

         

       “…….”

         

       “…….”

         

       눈살을 지푸리게 하는 악플들도 더러 있긴 했지만….

         

         

       -아 진짜 루키즈 다들 너무 예쁘다 ㅠㅠ 분수에 안 맞는 딱 한 명만 없었으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ㅠㅠ ㅋㅋ

         

       └누구 말하시는 걸까?

         

       └난 알 것 같은데? ㅋㅋ 설마 ㅇㅎㅈ?

         

       └꺼져라 인생 패배자들아 ㅋㅋㅋ

         

       └ㅠㅠ 얼마나 인생이 고달프면 20대 초반 애들한테 저럴까

         

       └먹금하세요~ 윗댓글들은 그냥 사회의 기생충들입니다~

         

         

       그런 댓글들은 대부분 다른 루키즈 팬들에 의해 덮히고 대부분의 댓글창 분위기는 매우 화목하게 <비밀소녀>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득했다.

         

       그렇게 15분 정도의 짧은 에고서칭을 마치고….

         

       “하아….”

         

       “후우….”

         

       다행히 이번 에고서칭은 매우 효과적이어서 우리 멤버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내가 탈력감 넘치는 한숨과 함께 소파에 등을 기대니 서유진이 그런 내게 기대며 말했다.

         

       “언니들…, 저희 이번에 엄~청 열심히 해요.”

         

       아무래도 서유진은 팬들의 응원에 더욱더 자극을 받은 듯했다.

         

       이에 나를 비롯한 멤버들은 피식 웃으며….

         

       “그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던 그때였다.

         

       “…음?”

         

       유 설에게 폰을 돌려주지 않고 계속해서 무언가를 보던 박유정이 무언가를 찾고선 우리를 불렀다.

         

       “언니들! 이리 와 보세요!”

         

       “왜?”

         

       “무슨 문제 있어?”

         

       박유정의 부름에 소파에 몸을 기대고 있던 나는 그녀의 옆으로 다가가 그녀가 보고 있던 화면을 같이 보았다.

         

       그리고….

         

       “…엇.”

         

       [Python(파이톤) – ‘Poison Heart’ Official Teaser (최초 공개)]

         

       [조회수 : 437,512회 – 11시간 전]

         

       우리 <비밀소녀>와 똑같은 시간에 공개된 한 티저를 보고 흠칫하고 말았다.

         

       그리고 그 티저의 주인공은….

         

       NAS 엔터에서도 경계하던 YW의 신인 걸그룹이었다.

         

       “파이톤…, 이라는 이름이었구나.”

         

       “인터넷에 쳐보니까 비단뱀이라는 뜻이라네요.”

         

       “비단뱀…? 이름 좀 센데?”

         

       멤버들은 파이톤이라는 이름을 곱씹으며 마른침을 한 번 삼켰다.

         

       나는 그 사이 폰을 가지고 있는 박유정에게 말했다.

         

       “유정아, 그거 한 번 틀어 봐.”

         

       “아…, 네.”

         

       내 말에 박유정은 잠시 다른 언니들의 눈치를 보다가 티저를 재생했다.

         

       대략 30초 가량이었던 우리 <비밀소녀> 티저에 비해 이 <Poison Heart>라는 곡의 티저는 10초 정도로 매우 짧았다.

         

       그리고 그 10초라는 짧은 시간 동안….

         

       [♪♬♬♩-!]

         

       [Poison Heart]

         

       [쉿.]

         

       [06.15 20:00]

         

         “…엥? 이게 끝?”

         

       짧은 인트로, 제목, 공개일자.

         

       그리고….

         

       “아니, 심지어 얼굴도 안 보여 줬잖아?”

         

       단 4명으로 구성되어 있는 멤버들의 실루엣만을 보여줬을 뿐이었다.

         

       때문에 나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티저라는 게 많은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아니긴 했다.

         

       우리 루키즈도 대략적인 컨셉을 조금 보여줬을 뿐 곡에 대한 대부분의 정보를 통제했다.

         

       하지만 이건 좀 심하지 않은가?

         

       이들은 곡에 대한 정보를 통제할 뿐만 아니라 멤버들 외적인 모습에 관해서도 아예 가려 버렸다.

         

       ‘생각해 보니 전에 공개된 YW 연습생 안무 영상에서도 외모를 철저하게 가렸었지.’

         

       그렇다면 대중들에게 처음으로 얼굴을 보이는 때가 저들의 쇼케이스 때라는 건데….

         

       왜 이렇게까지 대중들한테 모습을 가리는 거지?

         

       이에 대한 대답은 옆에서 티저를 같이 보고 있던 유 설이 해주었다.

         

       “…자신감인가.”

         

       “자신감이요?”

         

       “응, 사전에 어그로를 끌지 않아도 우리는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 아닐까? 참으로 YW다운 생각이네.”

         

       “…….”

         

       나는 유 설의 말에 잠시 생각을 곱씹었다.

         

       확실히 YW는 소속 연예인들 실력에 대한 크나큰 자부심이 있었다.

         

       지금까지 YW 소속 연예인들이 사생활 논란은 자주 터져도 실력 논란은 단 한 번도 터진 적이 없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자신감이 아니라 오만한 거 아닌가?

         

       NAS에서 파이톤을 의식하는 것처럼 YW도 우리 루키즈를 의식하고 있을 게 분명하며 데뷔시기가 겹치는 루키즈와 파이톤은 대중들에 의해 경쟁 구도가 잡힐 게 뻔했다.

         

       그리고 우리 루키즈는…, 이미 전국민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며 인지도를 쌓았다는 어드밴티지가 있었다.

         

       아무리 봐도 발등에 불 떨어진 건 저쪽인데 어그로도 끌지 않는다라….

         

       그래서인지….

         

       [조회수 : 2,156,845회 – 11시간 전]

         

       [조회수 : 437,512회 –11시간 전]

         

       티저 조회수도 당연히 우리 루키즈의 압승이었으며.

         

         

       -엥?

         

       -이게 끝?

       

       -뭔가 꼴 받네 ㅋㅋ

         

       -얼굴이라도 좀 보여 주지 ㅠㅠ

         

         

       댓글에서도 이해가 안 간다는 반응이 가득했다.

         

       여기서 보이는 조회수와 반응들이 이미 루키즈가 이겼다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일까?

         

       ‘얘네 지금 꼴을 보니 다른 사람들 기대와 달리 성적이 별로 안 좋았나 보네. 그래서 내가 기억을 못 하는 거고.’

         

       내심 YW 신인 걸그룹을 의식하고 있던 나는 마음을 한결 편하게 가질 수 있었다.

         

       이는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는지 멤버들은 파이톤의 티저 조회수를 내신 얕잡아 보는 눈으로 보았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자, 우리 남들 신경 쓰지 말고 우리 일만 열심히 하자. 내일도 새벽부터 스케줄 있으니까 어서 자야지.”

         

       실질적 리더인 유 설의 말에 마무리되었다.

         

       그제서야 우리는 각자 방으로 돌아가 고된 몸을 눕히고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다음 날 다시 고된 스케줄이 시작되자 내 마음 속에서는 파이톤이라는 그룹 이름이 점점 흐려졌다.

         

       그렇게 티저가 공개된 후 고된 스케줄을 소화한 지 다시 며칠.

         

       “자, 그러면 지금부터 루키즈의 데뷔 쇼케이스를 시작하겠습니다!”

         

       “와아아아-!!”

         

       우리 루키즈는 나아아가 끝나고 한달 만에 다시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다음화는 12시간 뒤에 연재됩니다.

    알프도르프의 농노님! 164 코인 후원 감사합니다!!

    얼른 독자님들에게 빚갚돌 2부를 보여드리고 싶어서 바로 연재를 결심했습니다!

    164코인이라는 거금을 후원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앞으로도 많은 관심과 사랑 부탁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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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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