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72

       무대가 끝난 뒤에는 무한대기의 연속이었다.

         

       한밤중에 일어나 새벽에 무대를 마치니 그야말로 우리는 비몽사몽한 상태였다.

         

       중간에 별다른 스케줄이 없었기에 우리는 배정 받은 대기실에서 대부분 잠을 자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우리가 잠에서 깨어난 것은 오후 5시 본방이 시작하는 시간이었다.

         

       “오, 시작한다.”

         

       우리는 대기실에서 화면을 보면서 방송을 시청했다.

         

       그동안 일반인으로 살면서 잘 보지 못했던…, 소위 2군, 3군 아이돌들이 먼저 방송의 앞부분을 채웠다.

         

       그리고 우리 루키즈의 차례는….

         

       [자~ 다음으로 무대를 찾아올 분들은요? 요즘 무척 돌풍을 일으키는 분들이죠?! 루키즈의 <비밀소녀>! 지금 바로 만나보겠습니다!]

         

       “어? 벌써 우리네….”

         

       생각보다 초반이었다.

         

       음방에서는 중요도가 높은 그룹일수록 뒷차례에 나온다.

         

       현재 루키즈만큼 대중들의 이목을 끄는 그룹이 없거늘…, 엔딩무대를 장식해도 이상하지 않은데 우리의 무대는 생각보다 앞이었다.

         

       이에 내가 고개를 갸웃하고 있으니 옆에 있던 이혜정이 말해주었다.

         

       “텃세…, 인 것 같아.”

         

       “텃세요?”

         

       “응. 우리는 케이블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이니까. 공중파 PD들이 볼 때는 우리가 불편하게 보일 수도 있지.”

         

       “아….”

         

       공중파와 케이블의 신경전이라 이건가….

         

       “그렇구나…. 근데 언니는 어떻게 그리 잘 아세요?”

         

       “내가 루키즈하기 전에 또 다른 오디션 프로로 데뷔했었잖아. 그때 했던 <K스타>도 케이블 프로그램이었거든. 그때도 음방 출연하러 왔다가 텃세를 좀 당했었어.”

         

       “아….”

         

       이혜정이 루키즈 전에 K스타 나갔던 건 17살 때인데….

         

       그 어린 나이에 음방 나왔다가 텃세까지 당한 건가.

         

       이에 불쌍함을 느낀 나는 이혜정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힘드셨겠네요, 언니.”

         

       “이제는 괜찮아. 그보다 걱정이네…. 이렇게 방송국에서 계속 텃세를 부리면 우리 루키즈 활동에도 지장이 생길텐데….”

         

       “그러게요. 걱정이네.”

         

       그렇게 나와 이혜정이 서로 꼬옥 손을 붙잡으며 걱정하고 있으니 그 옆에 있던 유 설이 걱정 말라는 듯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그 걱정은 안 해도 될걸.”

         

       “예?”

         

       “왜, 설아? 방송국에서 계속 텃세 부리면 문제 생기는 거 아니야?”

         

       “텃세도 상대 봐가면서 하는 거죠. 저 고고한 지상파 꼰대들 자존심 한 번 내세우려고 텃세 한 번 부린 것 같은데…. 저희 루키즈는 그런 텃세 계속 당할 사이즈가 아니죠.”

         

       유 설은 그리 말하면서 그녀의 폰 화면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그것은 음방의 실시간 스트리밍 댓글창이었다.

         

         

       -뭔데 루키즈 벌써 나오냐? 짜증나네

         

       이게 말이 되나? ㅡㅡ

         

       -왜 우리 애들 벌써 나와요?

         

       -정신 안 차리나 진짜

         

       -왜 루키즈가 엔딩이 아닌 것이야

         

         

       댓글창에는 조금 화난 듯한 우리 루키즈 팬들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었다.

         

       “계속해서 텃세를 부리면 아마 저희 팬들의 항의도 점점 빗발칠 거예요. 공중파는 대중들 눈치를 많이 보니까…. 아마 다음주쯤이면 텃세도 사라지고 저희 자리를 찾아갈 수 있겠죠.”

         

       “오오….”

         

       그니까 지금 우리 루키즈의 힘이 세서 방송국에서 계속 우리를 건드릴 수는 없다는 건가?

         

       확실히…, 지금 아이돌 판에서 우리 루키즈 만큼 주목을 받는 그룹이 없긴 했다.

         

       그것은 방송에서 우리 루키즈 코너가 끝나고 다음 아이돌 그룹들이 나올 때도 그러했다.

         

       걸그룹 쪽에서는 1군이 거의 전멸했다시피 했고 보이그룹 쪽에서도….

         

       [다음 분들은요! 오랜만에 나와 주셨습니다! 블랙밤의 <그때 우리의 검은 사랑>….]

         

       YW 출신의 인기 그룹 블랙밤이 있긴 했지만…, 워낙 활동기 끝물이어서 화력이 적었다.

         

       그야말로 지금까지는 우리 루키즈가 음방을 독차지하고 있는 셈.

         

       그렇게 집중해서 방송 화면을 보는데 옆에 있던 유 설이 중얼거렸다.

         

       “이거 어쩌면….”

         

       나는 그녀가 중얼거리는 말의 다음이 뭘지 예상할 수 있었다.

         

       우리 루키즈가 그동안 직접 입으로 꺼내지는 않았지만 내심 했던 생각이 있었다..

         

       우리 루키즈가 어쩌면…, 첫 주차에 음방에서 1등을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상상.

         

       유 설은 지금…, 우리 루키즈가 1등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재보는 게 틀림없었다.

         

       음방에서 1위를 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음원 순위와 음반 판매량이다.

         

       우리 루키즈는 매우 단시간에 음원에서 좋은 성적을 보였고 음반의 예약 구매 판매량도 몇십만장 단위라 들었다.

         

       데뷔 첫 주차 음방 1위.

         

       …불가능한 것 같지도 않았다.

         

       “…….”

         

       “…….”

         

       나와 유 설만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닌지 방송을 보는 멤버들의 말수가 점점 줄었다.

         

       모두들…,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음방 1위를…!

         

       이런 기대감은 방송이 끝나갈수록 더해졌다.

         

       그리고….

         

       우리 루키즈의 기대감이 맥스를 찍은 채 엔딩 무대만을 남겨둔 그때였다.

         

       [아쉬워라~ 이제 마지막 무대만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이분들은 이번 주에 처음 데뷔하신 분들이죠? 그야말로 여러분들을 중독시켜 버릴 무대! 파이톤의 <Poison Heart>! 지금 같이 만나러 가시죠!]

         

       “음…? 파이톤?”

         

       “아….”

         

       파이톤이라는 이름에 나를 비롯한 멤버들이 흠칫했다.

         

       ‘그러고 보니 얘네도 음원 냈겠구나.’

         

       그때 티저로 봤을 때 날짜로 미루어 보아 우리 루키즈의 <비밀소녀>와 같은 날 같은 시간에 발매했을 것이다.

         

       처음에는 우리의 라이벌 그룹이라 하여 무척이나 신경 썼었는데…, 루키즈 일에 전념하느라 그동안 파이톤을 신경 쓰지 못하고 있었다.

         

       “얘네 노래 들어 본 사람 있어?”

         

       “아무도 없는 것 같네요. 그동안 저희가 좀 바빴어야죠.”

         

       “그래도 제가 음원 사이트 Top 10 순위는 매일 확인해 봤는데 그 안에는 없었던 것 같던데요?”

         

       박유정의 말에 나는 폰을 꺼내어 파이톤의 음원 순위를 살펴보았다.

         

       Top 100 차트에서 21위.

         

       데뷔 첫 주차인 걸 생각하면 무척이나 대단한 기록이었지만…, 같은 데뷔 첫 주차인 우리 루키즈는 진작에 차트 1등을 하고 있어서 그런가 21위란 순위가 그닥 대단해 보이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조금 만만해 보이기도 했다.

         

       음원 순위로 보아 우리 루키즈의 음방 순위에 그닥 유의미한 방해를 주지는 못할 터.

         

       “이거 끝나면 이제 순위 발표인 거죠?”

         

       “아,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다른 멤버들도 파이톤의 무대에 그리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 루키즈는 이번 주에 데뷔하긴 했어도 다른 신인 걸그룹들과는 많이 차이가 있었다.

         

       우리는 난다 긴다 하는 연습생들이 모인 나아아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 데뷔를 했으니까.

         

       아무리 잘하는 무대를 봐도 그렇게 큰 감흥이 안 들었다.

         

       실제로 지금까지 방송을 보며 우리 루키즈의 무대 말고 다른 그룹들의 무대는 별로 눈에 띄지 않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빨리 무대가 끝나고 얼른 마지막에 순위 발표나 했으면 좋겠다 생각하며 방송을 시청했다.

         

       하지만….

         

       ♪♬♬♩-!

         

       귀에 박히는 인트로가 흐르고….

         

       파앗!

         

       무대의 불이 켜지며 그동안 베일에만 감싸져 있던 파이톤 멤버들의 모습이 드러나는 순간….

         

       “……와.”

         

       나는 작은 탄성과 함께 조금 흠칫하고 말았다.

         

         

         

       **

         

         

         

       한편 루키즈의 첫주차 음방 1위를 기대하고 있는 것은 루키즈 멤버들 뿐만이 아니었다.

         

         

       -ㄷㄱㄷㄱㄷㄱ

         

       -아 ㅋㅋ 1등 언제 발표하냐고

         

       -제발 빨리……!!

         

         

       나아아 때부터 루키즈를 응원했던 팬들도 본방사수하며 루키즈의 음방 1위를 기원했다.

         

       음원 순위와 음반 판매량을 미루어 보아…, 루키즈가 이번에 1위를 넘볼 만한 좋은 성적을 가졌다는 것을 그들도 미리 알고 있었던 것이다.

         

       데뷔 첫 주차 음방 1위.

         

       그것은 지금까지 수많은 레전드들이 거쳐갔던…, 드넓은 K-Pop 역사에서 그 어떤 걸그룹도 하지 못했던 대기록이었다.

         

       이에 루키즈 팬들이 인터넷과 커뮤니티를 메뚜기처럼 뛰어다니며 기대컨과 바이럴을 했기 때문일까?

         

         

       -뭐야 무슨 일인데

         

       -뭔가 큰거 온다고 해서 보러 왔습니다

         

       -데뷔 첫 주차 1등? 얘네가 그 정도로 잘 나가?

         

         

       방송은 근 몇 개월간 중 최고 시청률을 갱신하며 많은 시청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렇게 산처럼 몰려든 시청자들이 1위 발표만을 기다리던 그때였다.

         

       [아쉬워라~ 이제 마지막 무대만을 남겨두고 있는데요! 이분들은 이번 주에 처음 데뷔하신 분들이죠? 그야말로 여러분들을 중독시켜 버릴 무대! 파이톤의 <Poison Heart>! 지금 같이 만나러 가시죠!]

         

       1위 발표를 앞두고 엔딩 무대로 파이톤이 소개되자 사람들의 반응은 둘로 갈렸다.

         

       먼저 파이톤에 대해 잘 모르고 루키즈의 1위 등극에만 관심 있는 사람들.

         

         

       -뭔 듣보임?

         

       -아 그냥 스킵하고 루키즈 1등하는 거나 보여달라고 ㅋㅋ

         

       -뭐여 YW에서 걸그룹을 냈어? 홍보를 안 해서 데뷔한지도 모르고 있었네.

         

         

       그리고….

         

         

       -뭐야 너희 이거 안 들어봄?

         

       -아 ㅋㅋ ㅂㅅ들 인생 손해 보고 있었네

         

       -듣고 놀라지 마라

         

         

       진작에 파이톤 <Poison Heart>의 음원과 뮤비를 봤던 사람들.

         

         

         

       -뭐야? 뭐 어떻길래? 노래 좋아?

         

       -ㅋㅋ 보기나 해라

         

         

       그렇게 무대가 시작하고….

         

       ♪♬♬♩-!

         

       인트로는 별 게 없었다.

         

       누가 들어도 무난한…, 걸크러쉬 면모를 부각한 힙합 댄스곡.

         

       하지만 사람들은 무대에 불이 켜지자마자 감탄했다.

         

       파앗.

         

         

       -와

         

       -와

         

       -와

         

       -뭐야 ㅈㄴ 예뻐

         

         

       파이톤의 멤버 4명 모두 비주얼이 상당히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것은 센터에 위치한 파이톤의 리더.

         

         

       -쟤 이름 뭐야?

         

       -아니 왤케 예뻐?

         

       -거의 뭐 하예린 급.

         

         

       댓글 중 누군가는 하예린 급이라고 했지만 사실 파이톤의 리더와 하예린의 외모는 정반대였다.

         

       파이톤의 리더는 굳이 따지자면 유 설과 비슷한 선한 계열의 느낌이랄까.

         

       하지만 유 설이 조금 더 미니미 하면서 귀여운 느낌이라면 파이톤의 리더는 키가 더 커서 그런지 청순한 느낌이 강했다.

         

       청순한데도 화장을 세게 하니 걸크러쉬 컨셉도 잘 어울린다.

         

       사람들은 그렇게 처음에는 외모에 홀렸다가….

         

         

       -넌 이미 내게 사로잡혀

         

       -toxic love and poison heart

         

         

       다음은 그녀의 음색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촤악-, 촥!

         

       거기에 보는 눈을 사로잡는 파워풀한 댄스까지.

         

       외모, 노래, 춤이 삼위일체를 이뤄서.

         

       순간 사람들이 댓글을 쓰는 걸 잊을 정도로 완벽한….

         

       그야말로 초신성의 등장이었다.

         

         

         

         

       **

       

         

         

         

       “와….”

         

       “잘한다….”

         

       생각보다도 훨씬 뛰어난 파이톤의 실력에 멤버들이 멍한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그중 가장 놀란 것은 나였다.

         

       “…….”

         

       파이톤의 리더.

         

       가창려과 댄스 모두 뛰어나다.

         

       마치….

         

       나아아에서 유 설을 처음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다른 것이 있다면….

         

       유 설은 순수하게 실력만으로 나를 놀라게 했다면 저 사람은 이질감이 든다.

         

       스스스-.

         

       꽈악.

         

       마치 커다란 뱀 한 마리가 나를 묶고 내게 독니를 드러내는 듯한 아찔함.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그만큼 파이톤의 무대 몰입감이 뛰어나다고 봤겠지만….

         

       내가 볼 땐 아니었다.

         

       ‘…스킬.’

         

       …그래, 스킬.

         

       내가 천마신공을 사용하는 것처럼….

         

       이것 역시 스킬이다.

         

       그때 내 머릿속에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이 세상에 나 말고도 다른 회귀자가 있다는 가능성…. 나 말고도 상태창을 지닌 이가 있다는 가능성…!

         

       그 가능성들을 떠올리자마자 내 머릿속에서 루키즈의 음방 1위 보다 우선순위가 생겼다.

         

       “…상태창.”

         

       내게 이질감을 주는 저 파이톤의 리더를 실제로 만나야 했다.

         

       그리고….

         

       “상태창을….”

         

       저 사람의 상태창을 열어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봐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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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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