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173

       그렇게 또 다른 회귀자 일지도 모르는 파이톤의 리더를 만나고픈 마음에 내가 노심초사한 사이 무대가 끝나고.

         

       “와…….”

         

       “…….”

         

       대기실에는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나도 그제서야 아차 하고 대기실 안의 분위기를 대충 엿볼 수 있었다.

         

       우리 루키즈는 뛰어나다.

         

       이번 음방 무대도 무척이나 잘했다.

         

       하지만 지금 파이톤의 무대와 비교했을 때…. 우리는 우리의 무대가 더 우위에 있다고 단언하기 힘들었다.

         

       그만큼…, 파이톤의 무대는 대단했다.

         

       멤버들은 지금 그 사실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었다.

         

       벌컥.

         

       “자, 이제 루키즈 여러분 이동해주실게요.”

         

       그때 스태프 한 명이 대기실로 들어와서 우리가 무대 위로 이동해야 할 시간임을 알렸다.

         

       “…가자.”

         

       “…네.”

         

       이에 우리는 몸을 일으켜 다시 무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어쩌면 우리 루키즈가 걸그룹 중 최초로 데뷔 첫 주차 음방 1위라는 대기록을 할 지도 모르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어쩐지 분위기는 생각보다 다운되어 있었다.

         

         

         

       **

       

         

         

         

       우글우글.

         

       “와 사람 진짜 많네….”

         

       “그러게요.”

         

       나아아 이후로 이렇게 아이돌들이 많이 모여 있던 것을 본 적 없다.

         

       “형들 오랜만이이에요.”

         

       “와 이거 얼마 만이냐. 너희 음원 잘 들었어.”

         

       순위 발표를 위해 무대 위로 이동하는 통로 안에서 수많은 아이돌들이 서로 친한 이들과 대화를 나누느라 왁자지껄했다.

         

       물론 우리 루키즈와 안면이 있는 이들은 없었다.

         

       그중에는….

         

       “오…?”

         

       “나아아 애들이네….”

         

       “쟤네 이번에 1위 할 수도 있다며?”

         

       우리를 발견하고 눈치를 보며 말을 걸고 싶어 하는 이들도 있어 보였지만…, 끝내 말을 거는 이들은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조용하게 무대 위로 올랐다.

         

       “와아아아-!!!”

         

       무대에 오르니 다양한 아이돌의 팬들이 우리를 반겼다.

         

       거기에는 연분홍색 응원봉을 흔드는 루키즈 팬들도 다수였다.

         

       새벽에 사녹을 보러 왔던 팬분들이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얘들아, 이제 웃자.”

         

       “네!”

         

       나아아에서 24시간 카메라 지옥에 시달리느라 카메라 앞에서 표정 변화하는 것에는 달인이 된 우리였다.

         

       심지어는 나도 이제 카메라 앞에서 무표정이 아니라 작은 미소는 지을 수 있게 되었다.

         

       나를 비롯한 루키즈 멤버들은 파이톤의 무대를 보고 심란했던 마음을 모두 지운 채 카메라와 팬들을 보고 필사적으로 웃음 지었다.

         

       그 와중에 나는 파이톤의 리더를 찾기 위해 필사적으로 주위를 살폈다.

         

       ‘저기 있다.’

         

       그리고 파이톤 멤버들을 찾아내기는 했지만….

         

       ‘아…, 중간에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중간에 다른 아이돌들 때문에 상태창을 열어볼 수는 없었다.

         

       이에 나는 어쩔 수 없이 1위 발표가 끝난 후 저들을 살펴 보기로 결심한 후 앞을 향해 몸을 돌렸다.

         

       그때 MC가 1위 발표 진행을 시작했다.

         

       [자, 그러면 이번 주 ‘뮤직붕붕’ 이제 1위 발표만을 남겨 두고 있는데요! 후보 먼저 보시죠!]

         

       파앗.

         

       MC의 진행에 모니터에 1위 후보가 한 팀씩 떠올랐다.

         

       먼저 첫 번째는 유명 발라드 가수.

         

       아이돌이 아니라 화력이 약하긴 했지만 지난 10년간 꾸준하게 활동한 국밥 음원 강자이기에 무시할 존재는 아니었다.

         

       그리고 두 번째 후보가…

         

       파앗.

         

       [그때 우리의 검은 사랑 – 블랙밤]

         

       “와아아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아-!!”

         

       현재 YW의 간판 보이그룹이라 할 수 있는 블랙밤의 <그때 우리의 검은 사랑>.

         

       화면에 그룹 이름이 뜨자마자 블랙밤 멤버들이 능숙하게 팬서비스를 하는 동시에 관객석에서 어마어마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저번 주까지 1등이었지 아마.’

         

       사실상 가장 강력한 1위 후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때 우리의 검은 사랑>은 음원 발매한 지가 벌써 꽤 됐다.

         

       인기가 정점일 때 붙었다면 잽도 안 되었겠지만 지금은 상당히 해볼 만한 상황.

         

       그리고 마지막 후보는 당연히….

         

       [비밀소녀 – 루키즈]

         

       “와아아아아아아-!!!”

         

       “루키즈-!!!!!!!”

         

       “제발-!!!!”

         

       우리 루키즈였다.

         

       루키즈의 이름이 뜨자 블랙밤 못지않게 힘찬 함성이 울려 퍼졌다.

         

       이제 막 데뷔한 신인 걸그룹이 3대 기획사의 최고 인기 보이그룹의 함성과 맞먹는다니….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치열한 접전이 예상되며 긴장감으로 분위기가 고조되고.

         

       [그러면 이제 이 세 후보 중 1위를 발표하겠습니다!]

         

       [과연 누가 1위일지 궁금한데요? 같이 보시죠!]

         

       촤르르르륵!

         

       MC의 손짓과 함께 디지털 음원, 음반 등등 여러 부문에서 정신없이 점수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워낙 빨라서 뭐가 뭔지 제대로 파악하기도 힘든 수준이었다.

         

       촤르르르륵!

         

       하지만 내 눈을 기다려주지 않은 채 점수판은 계속해서 올라가고….

         

       파앗.

         

       마침내 점수가 멈추고 한 그룹의 이름이 화면에 뜨자 나는 순간 숨을 들이킬 수 밖에 없었다.

         

       [루키즈 – 비밀소녀]

         

       1위.

         

       우리가 1위였다.

         

       퍼엉-!

         

       [축하드립니다! 뮤직붕붕 6월 셋째주 1위는 루키즈의 <비밀소녀>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

         

       워낙 정신이 없어 내가 상황 파악을 하기도 전에 폭죽이 터지고 거대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그동안 상상만 했던 데뷔 첫 주차 1위.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자 나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도 어벙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지잉.

         

       그것이 카메라에 찍혀 생방송으로 나갔다.

         

       그 사이에 마이크가 루키즈의 리더인 내게로 왔다.

         

       [자, 루키즈 여러분은 소감을 말해주세요!]

         

       1위 소감을 발표하기 위해서였다.

         

       “…어어. 그, 그게….”

         

       음방에서 처음으로 1위를 하면 나아아에서 우승을 했던 것처럼 가슴이 벅차오를 줄 알았는데 정작 닥치니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무슨 말을 할지 전혀 모르겠는 느낌이었다.

         

       “가, 감사합니다….”

         

       “…….”

         

       이에 단답이 나오자 MC가 당황스럽다는 듯 물었다.

         

       […그게 끝인가요?]

         

       “아, 아뇨…! 끝이 아니라…, 가, 감사하고…, 또 감사하고…. 으아…”

         

       “와하하하-!”

         

       머리가 핑핑 도는 것 같아 내가 감사하단 말만 반복하니 관객석에서 그런 내가 귀엽다는 듯 폭소가 터져 나왔다.

         

       나 때문에 분위기가 싸해지면 어떡하나 걱정했는데 그건 아니었나보다.

         

       그래도 소감을 이렇게 끝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지 유 설이 다급하게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저희가 이 자리에 있을 수 있게 해주신 팬 여러분 정말 사랑하고요. 저희를 늘 도와주시는 회사 분들, 특히 정 실장님, 한시우 프로듀서님, 매니저 오빠, 코디 언니들 모두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욱더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와아아-!”

         

       그리고 유 설이 실질적 리더답게 깔끔한 소감을 끝내자마자….

         

       ♪♬♬-!!

         

       바로 우리 <비밀소녀>의 인트로가 흘러나왔다.

         

       1위 기념 앵콜 라이브를 위해서였다.

         

       방금까지는 그렇게 정신 없었는데…, <비밀소녀>의 멜로디가 흘러나오자마자 바로 마음이 차분해진다.

         

       “으이구, 소감을 그렇게 하면 어떡해!”

         

       “언니가 이렇게 수습해 줄지 알고 있었어요.”

         

       “우리 리더는 말썽꾸러기네.”

         

       나는 유 설과 대화를 나누며 스태프에게 마이크를 건네받았다.

         

       다른 멤버들도 마이크를 건네 받으며 이제야 실감이 난다는 듯 밝게 웃으며 한 자리로 모였다.

         

       “언니들 우리 1등이예요! 1등!”

         

       “데뷔하자마자 1등!”

         

       “얘들아 너무 흥분하지 마. 아직 팬들 남아 있으니까 우리 앵콜 잘하자, 응?”

         

       “네에-!”

         

       우리는 그렇게 조금 가볍지만 그 어느 때보다 즐거운 마음으로 앵콜을 시작했다.

         

       기분이 좋다.

         

       익숙한 느낌이다.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이 기분이 왜 익숙한지 깨달을 수 있었다.

         

       ‘나아아 순위 발표식에서 1등을 했을 때 느꼈던 기분이야….’

         

       아니…, 그때보다 더 좋다.

         

       그때가 나아아 참가자들 중에서 1등을 한 것이라면 지금은 아이돌 중에 1등을 한 것이었으니까.

         

       1등이라는 것은 역시나 기분이 좋은 것이었다.

         

       그러던 그 순간이었다.

         

       싸아.

         

       “……!”

         

       기분이 하늘로 솟아날 것 같던 내게 웬 이질감이 하나 끼어들었다.

         

       이에 나는 그 이질감이 느껴지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고 그곳에는….

         

       싱긋.

         

       나를 보고 작게 미소 지으며 무대 아래로 퇴장하고 있던 파이톤의 리더가 있었다.

         

       스륵.

         

       그녀는 나를 보자마자 무대 아래를 가리키며 눈짓했다.

         

       나는 그 눈짓의 의미를 곧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무대 밑에서 보자.

         

       저것은 분명 그런 의미였다.

         

       이에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깨달았다.

         

       ‘역시 저쪽에서도…, 나를 의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저쪽에서는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저 사람은 과연 내 아군일까 적일까.

         

       그렇게 나는 조금 복잡해진 심정으로 앵콜 무대를 마쳤다.

         

       “와아아아아-!!”

         

       “꺄아아아아악-!!”

         

       “사랑해-!!!”

         

       무대를 마치자 관객석에서 우리 루키즈 팬들의 응원봉을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그 거센 함성에 복잡했던 머릿속이 조금 뚫리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에 나는 다시 얼굴에서 웃음이 피었다.

         

       ‘그래, 이따 일은 이따가 생각하고.’

         

       지금은 지금을 즐기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나는 무대가 끝나고 팬들을 향해 손을 크게 흔들었다.

         

       우리 루키즈의 첫 음방은 그렇게 1위로 기분 좋게 마무리되었다.

         

         

         

         

       **

       

         

         

         

       우리는 앵콜 무대를 마치고 대기실로 돌아가자마자 곧바로 떠날 채비를 했다.

         

       음방은 오늘 하나가 끝이 아니다.

         

       이번 주 일요일까지 연속해서 음방이 있다.

         

       내일도 새벽 사녹이 있으니 조금이라도 더 쉬려면 빠르게 움직여야 했다.

         

       “자, 그러면 애들아. 이제 가자!”

         

       “네!”

         

       그렇게 우리가 매니저 오빠를 필두로 대기실을 나가 밖으로 나가려던 그때였다.

         

       “…엇.”

         

       복도 끝에서 한 무리의 인영이 보였다.

         

       …파이톤 멤버들과 그 스태프들이었다.

         

       이에 우리 루키즈 멤버들의 표정이 잠시 굳었다.

         

       아까 파이톤의 무대 때문에 그들을 의식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쳐다본다는 것을 느꼈는지 저쪽에서도 우리를 보기 시작했다.

         

       “…….”

         

       “…….”

         

       하지만 우리 루키즈와 파이톤 사이에는 아무런 접점이나 친분이 없기에 서로 눈을 마주쳐도 먼저 말을 거는 이가 없었다.

         

       “…얘들아, 조용히 가자.”

         

       “…넵.”

         

       그래서 그들을 조용히 지나치려던 그 순간이었다.

         

       “나아아 잘 봤어요.”

         

       “…!”

         

       그냥 지나가려던 우리에게…, 파이톤 쪽에서 먼저 말을 걸어왔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그리고 1위 축하드려요.”

         

       역시나 아까 내게 눈짓하며 아래에서 보자고 하던 파이톤의 리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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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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