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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76

       우리 루키즈가 활동기 절반도 못 채우고 대중들에게 잊혀진다고?

         

       …그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오아라의 말에 혼란스러운 내가 잠시 머뭇대는 사이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걸로 이야기는 끝이야. 앞으로 서로 화이팅 하자고.”

         

       “잠깐만요…!”

         

       오아라는 용건이 다 끝난 듯했지만 나는 아니었다.

         

       루키즈가 망한다는 소리를 듣고도 내가 가만히 있을 리 없지 않은가.

         

       “도대체 루키즈가 왜 망하는데요…? 이유라도…! 이유라도 알려 주세요!”

         

       “이유라…, 그건 내가 아니라 너희 멤버들에게 물어야지.”

         

       “…멤버들이요?”

         

       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묻자 오아라가 뭔가 쉽게 형용할 수 없는 얼굴로 피식 미소 짓고는 말했다.

         

       “전생의 루키즈랑 이번 루키즈는 멤버 구성이 조금 달라. 근데 아쉽게도 폭탄들을 처리하지 못 했네.”

         

       “폭탄들이라니….”

         

       “멤버들 관리 잘하는게 좋을 거야. 물론 아까 말했듯이 이미 늦었지만 말이야.”

         

       그 말을 끝으로 오아라는 고개를 돌렸다.

         

       휘익.

         

       타앗.

         

       나는 그런 오아라의 팔목을 붙잡았다.

         

       “…아직 제 이야기 안 끝났어요.”

         

       “…너 힘은 왜 이렇게 센 거니?”

         

       “앞으로 우리 루키즈 멤버들 중 누가 문제를 일으키는지…, 그걸 말하고 가세요. 그때까지 절대 놓지 않을 거니까.”

         

       “…….”

         

       그 후로 오아라는 내게서 벗어나려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 보았지만 곧 나를 힘으로 이길 수 없다는 걸 깨닫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시계를 가리키며 말했다.

         

       “미안하지만 시간이 진즉에 다 돼서 말이야. 밖에 사람들이 기다려서 네 물음에 답해 줄 수 없겠는걸?”

         

       “…….”

         

       “아니면 여기서 제대로 소란이라도 피고 싶은 거야? 신인 걸그룹 리더 둘이서 싸움 났다고 나가서 광고라도 하게?”

         

       확실히…, 매니저가 내게 줬던 시간 10분은 한참 지난 채였다.

         

       또한 여기서 소란을 피우면 결국 우리 루키즈에게 해가 되어 돌아올 터.

         

       스륵.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손목을 놓았다.

         

       이에 오아라는 기특하다는 듯 싱긋 웃고는 문고리를 잡았다.

         

       “그래, 잘 생각했어. 종종 이렇게 보자고.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으니까.”

         

       “…….”

         

       유익한 시간….

         

       솔직히 나도 얻어간 건 많은 대화긴 했다.

         

       오아라가 회귀자라는 것을 알았고 그녀 또한 상태창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며 그녀의 특성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나는 알지 못 하는 아이돌 판에 관한 미래의 편린을 조금 알게 되었다.

         

       다만…, 그 내용이….

         

       ‘루키즈가 망하다니…. 그게 무슨….’

         

       나를 상당히 찜찜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생글생글 웃으며 밖으로 나가는 오아라와 달리 어두운 표정으로 그녀의 뒤를 따라 나설 수 밖에 없었다.

         

       끼익.

         

       그렇게 우리 둘이 대기실 밖으로 나가고….

         

       “아, 나왔다.”

         

       문 앞에서 각 팀의 리더를 기다리고 있던 멤버들이 환한 얼굴로 우리를 반겼다.

         

       오아라는 그들에게 마주 환한 얼굴을 보이며….

         

       “자, 얘기는 다 잘 끝났어요. 그러니까 어서 돌아가죠!”

         

       자신의 매니저와 파이톤 멤버들에게 돌아가자고 종용했다.

         

       그러던 그때였다.

         

       “잠깐.”

         

       이렇게 훈훈하게 자리를 파하는 분위기에 갑자기 끼어든 차가운 목소리가 하나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유 설이었다.

         

       그녀는 어두운 내 표정을 한 번 슥 보더니….

         

       “당신 우리 애한테 무슨 짓 했어.”

         

       “…네?”

         

       곧바로 오아라에게 차갑게 일갈했다.

         

       그리고는 답하기 전까지 보내주지 않겠다는 듯 매섭게 그녀를 노려보았다.

         

       “…뭔 짓을 했길래 애 표정이 뭐 이리 죽상이야.”

         

       “어, 언니.”

         

       유 설의 차가운 모습에 분위기가 엄동설한처럼 싸늘하게 내려앉자 나는 그녀를 말리기 위해 다가가 팔을 가볍게 감쌌다.

         

       그런데 그 순간….

         

       ‘…음?’

         

       나는 볼 수 있었다.

         

       나와의 대화에서는 강하게 나오며 우위를 점하는 태도를 보이던 오아라가….

         

       “…….”

         

       유 설의 앞에서는 뱀 앞의 개구리처럼 얼어붙은 것을 말이다.

         

       ‘이 사람도 화난 설 언니는 무서운 건가?’

         

       이에 나는 조금 신기한 눈으로 얼어붙은 오아라를 보다가….

         

       “내가 지금 묻잖아. 당신 우리 애한테 무슨 짓 한 거냐고.”

         

       “어, 언니 그런 거 아니에요.”

         

       유 설이 또 한 번 일갈하자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다시 그녀를 말렸다.

         

       “파이톤 리더님이랑 정말 평범한 대화 나눴어요. 제가 얼굴이 어두웠던 건 오늘 일정 때문에 피곤해서 그런 거였어요.”

         

       “…….”

         

       계속된 내 설득에 유 설은 오아라를 더 몰아 세우는 건 그만두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 말을 믿는 눈치도 아니었다.

         

       눈치가 빠른 유 설은 나와 오아라 사이에 무슨 일이 있긴 했다는 것을 확신하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에 그녀는 오아라를 향해 작게 고개를 숙이면서도….

         

       “…혹여 제가 오해한 것이라면 죄송합니다.”

         

       여전히 날카로운 눈빛을 유지하며 오아라를 향해 경고를 날렸다.

         

       “다만 다음부터는 이렇게 단둘이서 이야기하는 일 없었으면 합니다. 앞으로는 저희 리더랑 이야기하고 싶다면 저한테 먼저 허락받으시죠.”

         

       “…….”

         

       다음에는 절대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듯한 유 설의 살벌한 경고에 오아라는 이내 굳은 표정을 풀고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하죠.”

         

       그리고는 루키즈 멤버 전체를 무언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특히….

         

       “…….”

         

       “……?”

         

       이혜정을 도저히 의미를 알 수 없는 눈으로 빤히 보다가 뒤를 돌았다.

         

       리더가 몸을 돌리자 다른 파이톤의 멤버 그리고 매니저도 우리 루키즈에게 고개를 한 번 숙인 후 몸을 돌렸다.

         

       “…….”

         

       우리는 그렇게 파이톤이 떠나는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들의 모습이 복도 끝에서 사라지자마자….

         

       “예린아.”

         

       “…네, 언니.”

         

       유 설이 진지한 투로 내게 물었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

         

       “…….”

         

       유 설의 물음에 잠시 침묵하자 다른 멤버들도 들고 일어나며 내게 물어왔다.

         

       “맞아요, 언니! 무슨 일 있었죠?!”

         

       “문밖으로 나올 때 표정이 진짜 죽상이시던데.”

         

       “혹시 저 사람이 나쁜 말 한 건 아니죠? 그러면 제가 머리카락을 그냥…!”

         

       “힘든 일 있으면 우리한테 털어놔도 돼.”

         

       모든 루키즈 멤버들이 조금 흥분한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공통적으로 느껴지는 감정은 하나였다.

         

       바로 나를 향한 걱정.

         

       “아니에요.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요. …모두 감사해요.”

         

       이에 나는 멤버들을 향한 고마음을 느끼며 가슴이 뭉클해지면서도….

         

       ‘루키즈는 어차피 얼마 안 가서 망할 그룹이거든.’

         

       아까 오아라가 했던 말들이 계속 차갑게 귀에 멤돌았다.

         

       특히 그 말.

         

       ‘전생의 루키즈랑 이번 루키즈는 멤버 구성이 조금 달라. 근데 아쉽게도 폭탄들을 처리하지 못 했네.’

         

       오아라는 분명히 ‘폭탄들’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지금 멤버들 중 최소 두 명이 오아라가 말했던 것처럼 그룹이 망하는데 일조한다는 뜻이었다.

         

       ‘이 사람들 중에서…, 두 명이?’

         

       물론 오아라의 말을 모두 믿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자꾸 멤돌아서 나는 멤버들을 조금 착잡하게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루키즈가 망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 때문일까.

         

       내 머릿속은 이내 복잡한 감정들로 가득 차게 되었다.

         

         

         

         

         

       **

       

         

         

         

       이번 주 우리 루키즈의 일정은 무척이나 단순했다.

         

       바로 음원 홍보를 위해 주말까지 이어져 있는 각종 방송국 음방에 연속으로 출연하는 것.

         

       게다가 모두 사녹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새벽에서 아침까지 무대를 마치고 저녁 음방 시간까지 무한 대기하는 쳇바퀴 같은 삶을 살았다.

         

       물론 대기 시간 중에 여러 홍보 영상이나 챌린지 영상 촬영 등 자잘한 일과가 있긴 했지만 딱히 큰일은 아니었다.

         

       우리는 그렇게 대기에 익숙해져 갔고 대기 중 대부분의 시간은 역시 잠을 자며 보냈다.

         

       하지만 나는 다른 멤버들과 달리 대기 시간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루키즈는 어차피 얼마 안 가서 망할 그룹이거든.’

         

       ‘전생의 루키즈랑 이번 루키즈는 멤버 구성이 조금 달라. 근데 아쉽게도 폭탄들을 처리하지 못 했네.’

         

       며칠 전 오아라가 내게 했던 말들 때문이었다.

         

       “하아….”

         

       이에 내가 대기실 소파에 앉아 한숨을 푹푹 쉬고 있으니 멤버들 중 유일하게 깨어 있던 박유정이 내 옆으로 다가왔다.

         

       “언니!”

         

       “…유정아.”

         

       “헤헤.”

         

       박유정은 내 옆에 포옥 앉더니 그대로 내 팔을 껴안았다.

         

       그리고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이러고 있으니 꼭 저희 처음 만난 날 떠오르지 않아요?”

         

       “…우리가 처음 만난 날. 그래, 그러네.”

         

       박유정과 나는 나아아의 첫 코너 자리 선정에서 처음 만났다.

         

       내가 예상 순위 99위 석에 앉았고 박유정이 예상 순위 100위 석에 앉았었다.

         

       ‘그때는 이렇게 둘이 같이 데뷔할지 몰랐는데….’

         

       아니다.

         

       어쩌면 나는 그때부터 박유정이 데뷔를 할 수 있으리라 내심 생각했던 것 같다.

         

       박유정은 유 설 이외에 유일하게 내가 은은하게 이름을 기억하고 있던 참가자였으니까.

         

       아마 전생에서도 루키즈로 데뷔했다가 내가 우연히 이름을 들었던 거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박유정은 백치미처럼 보이는 인상과 달리 머리가 굉장히 좋은 편이기도 했다.

         

       은근 지능캐랄까.

         

       이에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박유정에게 넌지시 물었다.

         

       “유정아.”

         

       “네.”

         

       “혹시 대중의 사랑을 받던 그룹이 한순간에 망하면 그건 무슨 이유일까?”

         

       “…네?”

         

       박유정은 내 질문에 잠시 눈을 깜박이다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언니는 혹시 우리 루키즈가 망하면 어떡하나 그런 걱정하고 있는 거였어요?”

         

       역시 눈치가 빠른 그녀는 내 의중을 곧바로 파악했다.

         

       “에이~ 무슨 그런 걱정을 해요. 저희 지금 너무 잘 되고 있는데~”

         

       루키즈가 잘 되고 있다는 박유정의 말은 사실이었다.

         

       우리는 첫 음방이었던 ‘뮤직붕붕’ 말고도 2개의 음방에서 연이어 1등을 했다.

         

       데뷔 첫 주차 모든 음방에서 1위를 하는 것도 이제는 꿈이 아닌 셈.

         

       루키즈의 인기는 고공행진하며 그야말로 데뷔하자마자 전성기를 누리고 있었다.

         

       …사실 나는 그래서 더 걱정이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지면 더욱 아플 테니까.

         

       “그러지 말고 말해줘. 유정이 너는 아이돌 업계에 대해 나보다 훨씬 많이 알잖아. 잘 나가던 아이돌이 갑자기 망한다면 그 이유가 뭘까.”

         

       “잘 나가던 아이돌이 갑자기 망한다라….”

         

       내가 진지하단 걸 확인한 후 박유정도 얼굴에서 웃음기를 지웠다.

         

       그리고는 잠시 고민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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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I Became an Idol to Pay Off My Debt

빚을 갚기 위해 아이돌이 되었습니다.
Status: Ongoing Author:
"What? How much is the debt?" To pay off the debt caused by my parents, I became an id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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