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 도서관 구석에 짱 박혀 관리를 못 받은 책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칼리아스의 예언서는 낡고 해졌다.
습하지 않은 장소에 보관하고 마법과 축복으로 보호했지만, 세월의 풍파보단 사람의 손때가 더욱 무서운 것이었다.
책이 이렇게 낡은 건 수 많은 사람들의 흔적이었다.
지금 셀리아스가 옛날의 예언 내용을 잔잔히 살펴보는 것처럼. 선조들도 마찬가지로 먼 과거와 먼 미래를 몇 번이고 읽었으리라.
“되게… 신기하네요.”
어떻게 이러한 내용이 전부 예언됐으며, 전부 이루어지는 게 가능할까.
누군가가 읽었다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일축했겠지만.
이미 지나온 과거이며, 기록된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읽으면 읽을수록 믿기 힘든 내용들만 나열되어 있었다.
xxxx년 x월
드래곤의 분노에 누군가가 화를 입는다.
○○○○년 ○월
대륙의 하늘을 오징어가 뒤덮는다.
□□□□년 □월
사이비 종교가 대륙의 큰 위협을 가져온다.
◇◇◇◇년 ◇월
대규모 도박판이 벌어진다. 대륙의 경제가 흔들린다.
….
..
.
그러니 선조들도 때가 탈 정도로 읽고 또 읽지 않았을까.
그녀는 책상 한 쪽에 칼리아스의 예언서를 펴놓고, 다른 책을 꺼냈다.
─예언서 일지─
그녀는 그나마 상태가 좋은 다른 책.
칼리아스의 예언서보다 훨씬 후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이 일지도 오래된 물건이었다.
‘다른 선조님들도 꽤나 생각이 많이 들었겠죠.’
예언서를 읽던 선조들의 일화를 모아둔 일지는 그들의 고민이 담겨있었다.
─우리는 처음에 칼리아스의 예언서를 믿기 힘들다 생각했다.
─그녀의 장난이거나 착각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에언서에 적힌 내용은 파격적이었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다. 수십 가지의 내용이 맞아떨어진 순간, 우리는 이것이 거짓이 아님을 깨달았다.
글씨체에서 예언서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 담겨있었다.
─그녀는 세상을 주무를 수 있는 신인가? 아니면 정말로 미래를 엿 봤을 뿐인가?
─미래를 아는 건 우리에게 허락된 일이 아니다. 신을 모욕하는 일이 되리라.
─칼리아스는 우리의 선조였지만, 우리는 범인에 불과하다. 예언서를 가지고 있을 자격이 있는가.
─우리는 매번 고민했다.
─이 책을 불태워야 할까. 아니면 후대에 넘겨주어야 할까. 고민의 끝에 결국 후대에 넘겨주기로 결정했다.
─다만, 먼 미래의 심각한 내용을 미리 읽어버린 우리는 결정을 내렸다.
─예언서의 내용을 감추는 마법을 걸기로.
─후대를 위한 올바른 판단이리라.
무엇을 보았을까.
그들이 보았다는 내용은 사실, 이미 지나간 과거일수도 있었다.
하지만 애매모호하고 교묘하게 적힌 내용은 그녀의 추측을 방해했다.
─우리는 마탑주와 성직자의 도움을 받아, 마법적 처리와 축복을 걸 수 있었다.
─이러한 우리의 선택은 옳았다고 생각한다.
─절망적인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 확신할 순 없지만, 충격적이라는 표현은 확실하게 사용할 수 있다.
─괜한 미래의 일에 스트레스를 받는 집안의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렇게 칼리아스의 예언서는 먼 미래를 알 수 없도록 처리가 되었다.
그리고 예언서에 대한 논의가 수도 없이 오갔다는 내용도 있었다.
─우리는 이번에도 싸웠다.
─예언의 내용이 두루뭉술할 경우, 이번의 예언 내용은 절망적이다. 혹은 희망적이다. 라고 싸우는 것 외에 새로운 관점이 나왔다.
─예언을 방해한다면 예언은 지켜질 것인가?
─예언을 알고 있는 우리가 방해한다면 예언은 무의미해지는 것 아닌가?
─우리는 이 명제에 대한 답을 알아내기 위해 시도하기로 결정했다.
그 이후 끊긴 문장 뒤, 다급해 보이는 필체로 문장이 적혀있었다.
─우리는 후작이 살해당한다는 예언을 뒤틀기 위해 노력했다.
─암살, 독살, 살해 등등. 많은 방법의 가능성을 차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살하기 위한 인원들이 찾아왔다. 확실한 방비와 규모로 대비했을 때 우리는 성공했다 믿었다.
─일은 순조로웠다. 모든 암살자들을 처단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마지막 암살자가 눈 먼 화살을 당겼을 때, 우리는 믿지 못했다.
─순간 마법의 흐름이 뒤틀리면서 보호 마법이 사라졌고 그 틈을 타, 화살이 유리창을 깨고 후작의 머리에 박혔다.
─이런 일이 어떻게 일어난단 말인가.
─이것을 우연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우리는 이것으로 멈추지 않고 다음에도 시도했다.
─대규모 상단을 이끌고 있는 상인이 사고로 죽는다는 내용을 발견했다.
─우리는 그가 죽지 않도록 예언 내용을 말하며 협조를 바랐다.
─그는 자신의 미래에 길길이 화를 냈지만, 결국에 우리의 손을 잡았다.
─사고라… 어떤 사고로 죽는 걸까. 우리는 모든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그를 사막으로 데리고 갔다.
─아무것도 없는 사막에서 죽지 않도록 마법으로 그를 보호했다.
─독 전갈이 그를 물지 못하도록 바닥을 마법으로 단단하게 다지고, 마법으로 그를 보호했다.
─우리가 생각하기엔 그가 죽을 방법이 없다 생각했다.
─음식과 물도 충분하며, 하늘에서 떨어지는 우박이나 거북이를 맞지 않도록 주변을 확인했다.
─이번엔 예언을 뒤틀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치며 그를 심장마비로 죽이기 전까지 말이다.
─그는 벼락이 내리쳐 사망했다. 하늘이 그를 살려주지 않겠다는 뜻처럼 느껴졌다.
─그 이후로도 몇 번의 경험 끝에 우리는 결론을 내렸다.
─예언은 비틀거나 지연시킬 수 있어도 어떠한 형태로든 일어난다는 사실을.
─그러한 부분 때문에 예언은 애매모호하고 두루뭉술한 내용으로 적혀있다는 끔찍한 진실마저 알아버렸다.
─만약… 후손들 중에서 예언을 비틀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응원하겠다.
─우리는 실패했다.
여기에서 수기는 끝나있었다.
셀리아스는 예언서에 손을 올렸다.
예언서에 걸려있는 마법과 축복은 과거의 것. 투박하고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었다.
일정한 날짜가 되지 않는다면 페이지를 넘길 수 없고 글자가 사라지는 마법이었다.
그녀가 원한다면 시간을 들여 마법을 해제하는 것 또한 가능하리라.
하지만 그녀는 그러지 않았다.
먼 미래의 일까지 굳이 알고 싶지 않았으니까.
****년 *월
갤러리의 주딱이 죽었다.
그녀는 가장 가까운 미래의 예언을 확인했다.
아마, 주딱은 죽는다. 예언에 따르면 그렇다.
그래서 셀리아스는 네리사가 주딱에 관한 얘기를 했을 때, 쓴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주딱의 죽음은 확정이었으니, 그녀의 질문은 의미가 없었다.
사라락.
그녀는 제일 첫 페이지에 적혀있는 예언을 읽었다.
─마지막 예언
─대륙은
선조 칼리아스는 왜 마지막 예언을 처음에 적어놓았을까.
날짜도 없이 적히다가만 예언은 단호한 글씨로 적혀있었다.
마치, 확정이라는 듯이 말이다.
“어떻게 되는 걸까요.”
선조. 칼리아스는 도대체 무엇을 보았던 걸까.
하지만 살아가다보면 언젠간 저 문장에 다가가겠지.
셀리아스는 예언서와 선조들의 일지를 다시 서랍에 넣었다.
‘주딱이 죽음으로서 갤러리의 모든 건 재로 돌아가겠지요.’
예언은 성사되리라. 이번에도 말이다.
***
갤러리는 오늘도 평화로웠다.
지들 할 말만 하느라 바쁜 놈들과 다른 놈들의 얘기를 듣느라 바쁜 놈들로 시끌시끌했다.
지들 할 말만 하는 애들 특.
인생을 포기해서라도 꾸준 글을 쓴다.
완장은 뭐가 다를까?
꾸준 글을 쓰는 버릇은 그들도 버리질 못했다.
─주딱
제목) 오늘 닭꼬치 완
(맛있는 닭꼬치 사진.jpg)
존맛
ㄴ어떻게 닭꼬치를 매일 쳐 먹지?
ㄴ진짜 안 질리냐?
ㄴ주딱) 안 질리는데?
ㄴ경매장 있는데 왜 굳이 밖에 나가서 사먹는 거임??? (진짜 모름)
ㄴ주딱) 산책
ㄴ아니 산책은 왜 함??
ㄴ주딱) 건강
ㄴ?
ㄴㅋ?ㅋㅋㅋ?
ㄴ갤질을 매일 20시간 씩 쳐하는 새끼가 건강 챙기려고 산책은 ㅅㅂㅋㅋㅋ
ㄴ아니 갤러리 보면서 걷는 건 산책이 아니에요
ㄴ갤러리부터 줄이라고 이 새끼야 ㅋㅋ
ㄴ사고방식 자체가 우리와는 다릅니다
ㄴ갤질이 곧 생활 방식입니다
ㄴㄹㅇㅋㅋㅋㅋ
ㄴ주딱) 갤질 멈추면 갤 손실남
ㄴ갤 손실 ㅇㅈㄹㅋㅋ
ㄴ잠 적게 자는 이유도 그거임?
ㄴ주딱) 어케 알았누
ㄴㅅㅂ련아 ㅋㅋ 어케 모르냐고
ㄴ이 새끼 하는 꼬라지 보면 답이 나오는데 ㅋㅋ
─식물드루이드
제목) 오늘,,, 꽃이 활짝,,,피었어요,,,!
(분홍색 예쁜 꽃.jpg)
드디어 결실을,,, 맺었어요!
ㄴ오 ㅋㅋ 진짜 고수네. 세계수 관리하는 여왕이나 드루이드 급인 듯
ㄴ이거 저번에 길가에서 주웠다고 한 거 아닌가
ㄴ되게 잘 컸네 ㄷㄷ
ㄴ역시 연륜이 많아서 그런지 키우는 걸 잘해 ㅋㅋ
ㄴ캬 ㅋㅋ 어머니의 키우기 실력급 ㄷㄷ
ㄴ혹시 버섯도 키움?
ㄴ식물드루이드) 버섯도,,, 키워요!
ㄴ그럼 내 버섯 좀 봐줄 수 있음?
제목) 내 버섯 어떰?
(몸에 자란 버섯.jpg)
ㄴ식물드루이드) 몸에 자라는 건 버섯이 아니에요!!!!!!!!!!!
ㄴㅋㅋㅋㅋㅋㅋㅋㅋ
ㄴ버?섯
ㄴ아 ㅋㅋㅋㅋ
ㄴ이 새끼 100퍼 밴 먹었다 ㅋㅋㅋ
ㄴㄹㅇㅋㅋ 엘프 틀딱도 이건 못 참았지
ㄴ몸에 왜 양송이버섯이 자라냐고 ㅋㅋ
ㄴㅋㅋ 앙증맞네
제목) 이 버섯은 뭐임?
(버섯 위에 버섯이 자람.jpg)
원래 버섯에서 버섯이 자랄 수 있음?
ㄴ식물드루이드) 이건,,,저도,,,처음 봐요,,,
ㄴ엘프틀딱 충격 ㅋㅋㅋ
ㄴ900년의 삶에서도 처음 본 장면ㅋㅋ
ㄴ근데 나도 처음 봄ㅋㅋㅋ
ㄴ버섯 위에 버섯은 뭐임?
ㄴ이게 자연의 신비…?
제목) 이거 먹어도 됨?
(빨간 사슴뿔처럼 생긴 버섯.jpg)
이거 부모님이 먹어도 된다는데
ㄴ먹어도 됨
ㄴㄹㅇ?
ㄴ근데 한 번만 먹을 수 있음 ㅋㅋ
ㄴㅅㅂㅋㅋㅋㅋ
ㄴ아니 이걸 부모님이 왜 ㅋㅋ
ㄴ갤붕아… 눈치가 있으면 지금이라도 먹어라…
ㄴ아.
ㄴ눈치 챙겨라 ㄹㅇㅋㅋㅋㅋㅋㅋㅋ
ㄴ제발 먹으라고 ㅋㅋㅋ
ㄴ끝까지 눈치 없게 안 먹네 ㅋㅋ
─마왕쨩
제목) 오늘도 기분 조은 거시야~~
낮잠 때리는 거시야~~
ㄴ?
ㄴ마제로스는 지금 저녁인데…?
ㄴ마왕쨩) 낮잠인거시야~~
ㄴ하늘조차 모욕하는 천재 ㅋㅋ
ㄴ걍 니가 하고 싶은 대로 해라 ㅋㅋㅋ
ㄴ평범한 개백수인데?
ㄴ평범한 갤붕이 ㅋㅋ
ㄴ시발 나는 왜 때리냐고
ㄴ나도 해 졌으니까 낮잠 자러 가야겠다
ㄴ?
ㄴ우린 그걸 낮잠이라 부르지 않아요
ㄴ뭔소리임 해가 지면 낮이지 ㅋㅋ
ㄴ여기 몇 번 대륙임?
ㄴ아 ㅋㅋ 실수로 57번 대륙으로 넘어왔구나 ㅋㅋ
ㄴ상식이 무너진 세계인가?
ㄴ해가 떴을 때 잠을 자는 건 상식이잖아?
ㄴㄹㅇㅋㅋ 어두울 때 활동해야 한다고 ㅋㅋ
ㄴ부모님 출근하고 난 뒤에 자야함 ㅋㅋ
ㄴ그래야 눈치 안 보인다고 ㅋㅋ
ㄴ개백수 갤붕이들아…
─용사
제목) 용사 파티원 구해요…!
(대충 어렵고 보상은 없다는 내용.txt)
용사파티는 언제나 열려있어요!
ㄴ신기한 게 이렇게 모집해도 아무도 얘기가 없음
ㄴ용사 찾아간 애들이 전부 사라진 거 아닐까?
ㄴ용사 어디 채굴 광산 악질 주인 아님?
ㄴㄹㅇㅋㅋ 용사를 만날 수만 있다…
ㄴ아무도 돌아오지 못 한 거임ㄷㄷ
ㄴ신체 멀쩡하고 지병 없는 사람만 모집 ㄷㄷ
ㄴ언제나 열려있으니까 그냥 들어왔다가 나간거 아님?
ㄴ?? : 아 여기 별로네 나갈게요
ㄴㅋㅋㅋ
ㄴ나가는 것도 자유였나보네 ㅋㅋ
평소의 갤러리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갤러리의 꾸준 글에 무언가가 있었을까.
갤러리를 지켜보던 누군가의 눈이 어둠 속에서 빛났다.
“아아─ 주딱. 찾았다─”
PAREED, 비공개, 빛바랜마틴, pinong님 후원응원감사합니다!!!!!!!!!!
더 힘내서 글써보겟슴니다!!!!!!!!!
글쓰다가 기절해버렸군요…
케에에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