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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41

       741화 – 302호, 저주의 방 – ‘멋진 신세계’ (15)

         

       – 이은솔

         

       “안타깝구나.”

         

       짐짓 날 위로하는 듯한 목소리.

       이처럼 가증스러운 말이 없다고 생각했다.

         

       야, 지금 손으로 내 배를 찌르고 할 말이니?

         

       “으으…”

       “곧 편해질 거란다.”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피.

       싸늘하게 식어가는 몸.

         

       상대의 말대로 곧 통증이 사라질 것 같긴 해.

       죽은 사람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법이니까.

         

       …

         

       아프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아파.

       

       그리고 황당했다.

         

       그러니까…

         

       침대에서 막 깨어났더니, 10대 시절로 어려진 상태였지.

       밖으로 나가니 이곳이 천사들의 도시라는 사실을 알았다.

         

       신기함을 느낄 무렵, 이목구비가 또렷하니 제법 잘생긴 소년이 빙그레 웃으면서 말했어.

         

       ‘너, 혹시 첫 번째 삶이야? 마을 중앙의 나무로 가봐.’

         

       시키는 대로 하는 게 맞나? 싶었지만, 따르지 않으면 강제로라도 보내는 분위기였다.

         

       그렇게 도착한 장소.

       문을 열자,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아름다운 아가씨가 있었다.

         

       그녀는 빙그레 웃으면서 날 보더니, 머리를 쓰다듬으려는 것처럼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 손이 갑자기 내 배에 들어와서 내장을 뽑기 시작함.

       

       …

       

       아니, 이게 뭐야?

       죽일 때 죽이더라도 무슨 신호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야?

         

       진짜 이렇게 허무하게 끝난다고? 실화야?

       나, 명색이 위대한 자의 딸인데 대접 좀 해 달라고!

         

       이게 내 마지막 기억이었다.

         

       「당신은 실패했습니다!」

         

       *

       「사용자 : 한가인(지혜)

        날짜 : 40일 차

        현재 위치 : 302호, 저주의 방 – ‘멋진 신세계’

        현자의 조언 : 2」

         

       – 한가인

       

         

       「동료 위치정보

         

         이은솔 : —」

       

         

       “… 흐읍!”

         

       몇 걸음 걸어가기가 무섭게 또 한 명의 동료가 죽었다.

       이제, 살아있는 사람은 나, 아리, 엘레나, 진철 형 네 명뿐이다.

         

       이쯤 되자 화가 난다기보다 헛웃음이 나오네.

       

       죽은 동료들은 마지막에 뭐라고 생각했을까?

       시작하자마자 당해서 허무하다?

         

       한 사람이 허무하게 죽었다면 그 사람의 실수일 수 있지.

       여러 사람이 허무하게 당했다면, 상황 자체가 지옥 같다는 의미다.

         

       마치, 알 수 없는 조화가 썩은 사과를 도려내듯 우리를 죽이는 것 같았다.

         

       아무리 봐도 마을 중앙의 나무로 가면 죽는 모양인데, 가는 게 맞나?

         

       하지만, 예리한 감각이 내게 속삭였다.

       평화롭기 그지없는 분위기 속에서 최소 10개체 이상의 천사가 나를 보고 있음을 말이다.

         

       시키는 대로 들어가지 않으면, 강제로라도 집어넣으리라.

         

       그러면, 아예 여기서 한판 싸워?

         

       “…”

         

       상식적으로 판단하자.

       내게 힘으로 일대의 천사들을 압도할 능력이 있다면, 굳이 지금 승부를 볼 필요가 없다.

         

       조금 더 상황을 보고 칼을 빼 들어도 충분하다.

       

       무엇보다, 아직 위기 알림이 동작하지 않고 있다.

         

       — 딱!

         

       “들어갑니다.”

         

       마을 중앙의 나무로 된 집.

       가볍게 노크하며 문을 열었다.

         

       일종의 사무실 같은 공간이었는데, 중앙에는 네 장의 날개를 자랑하는 여성형 천사가 있었다.

       용모만 보면 정말 그럴듯했는데, 104호의 아우렐리아와 미묘하게 닮은 느낌도 들었다.

         

       여성형 천사가 자애롭게 웃으며 손짓했다.

         

       “이리 오렴. 이름은 정했니?”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래? 내가 너라면… 초원의 까마귀는 어때? 네게 어울리는 이름 같아.”

       “어, 음, 조금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긴장하지 말라는 듯, 상대는 스몰 토크부터 시작했다.

         

       … 아무리 그래도 초원의 까마귀?

       건성으로 지어도 정도가 있어야지!

         

       “이리 오렴. 형식적인 일이니까, 걱정할 필요 없어. 참, 내 이름은 밀레니아라고 해.”

       “네.”

         

       가까이 다가가니 밀레니아가 다소곳이 웃으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분위기만 보면, 평화로운 천사 마을의 한때와 같았다.

         

       밀레니아의 눈에 숨겨진 예리함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곧이어 들려오는 저주 섞인 목소리!

         

       “너는 뱀이로구나! 그러므로 구원받을 자격이 없다.”

       

         

       「현자의 조언 : 2 -> 1」

       「뒤로 한 걸음!」

         

       즉각 한 걸음 물러서는 순간, 벼락같이 날아든 손이 내 목이 있던 곳을 스쳤다.

       네 장의 천사는 눈살을 찌푸리며 즉각 다음 공격을 이어갔지만 – 그녀에게 다음 기회는 없었다.

         

       이미 내 손에 화신의 서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강렬한 위기감을 느꼈는지, 즉시 입을 크게 벌리는 밀레니아.

       분명 일대의 다른 천사를 부르려는 속셈이리라.

       

       그녀의 뜻은 실현될 수 없었다.

         

       — 펄럭!

         

       마도서가 뿜어낸 검푸른 마력이 천사의 몸을 짓누른다.

       곧, 화신의 힘이 네 장의 날개를 결박해 소리 한번 내지 못하게 했다.

         

       자연스럽게 내가 둔 다음 수는 빙의.

       밀레니아의 몸을 빼앗아 더 많은 정보를 얻고 싶었다.

         

       줄다리기의 시간은 길지 않았다.

         

       덕분에 깨달았는데, 내 힘으로 네 장 천사까지는 어렵지 않게 제압할 수 있었다.

       숫자가 많아지면 다른 문제겠지만 말이다.

         

       …

         

       어느새 평온해진 주변.

         

       — 털썩!

         

       열대여섯 정도 되어 보이는 내 몸은 의자에 기대듯 풀썩 쓰러졌고, 내 의식은 밀레니아의 몸에서 깨어났다.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 싶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려던 시점.

         

       — 탁! 탁탁!

         

       노크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

         

       “밀레니아님, 괜찮으십니까?”

         

       — 끼익!

         

       노크는 형식이라는 듯, 상대는 내 답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들어왔다.

       이미 이상한 소리를 듣고 위화감 혹은 경계심을 느낀 듯한 태도.

         

       곧, 훤칠한 키의 남성형 천사가 예리한 눈빛을 드러내며 들어왔다.

         

       밀레니아의 몸을 강탈한 나.

       문을 열고 들어온 남성형 천사.

         

       상대가 대답을 바라는 듯 내 쪽을 보았을 때, 나는 간신히 적절한 답을 떠올릴 수 있었다.

         

       밀레니아의 기억 속에서 상대의 이름을 찾아낸 것이다.

         

       “라크리모, 들어오라 하지 않았는데도 거침없이 들어오는구나.”

         

       상대가 안심한 듯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하핫!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혹시나 했습니다. 참, 이 녀석은 어떻습니까? 이번이 첫 번째 삶인 것 같던데.”

         

       일단 입이 트이니, 자연스럽게 밀레니아의 화법이 튀어나온다.

         

       “문제가 있다고도, 없다고도 볼 수 있지.”

       “예?”

       “순수한 천사란다. 다만, 순수한 천사답게 장난이 과하더구나. 살짝 훈계하는 중이니, 신경 쓰지 말아라.”

         

       한 문장에 담긴 두 가지 의미.

       ‘나’는 뱀이 아니며, 기절해 있는 건 장난이 과해서 훈계했기 때문이다.

         

       곧, 라크리모가 피식 웃으며 답했다.

         

       “하하! 용서하시지요. 여명의 아들께서 우리에게 자유를 허락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위아래는 가릴 줄 알아야지.”

       “그 말도 맞군요. 그러면, 다시 순찰 구역으로 돌아가겠습니다.”

         

       — 딱!

         

       라크리모가 나간 후에야 슬며시 가슴을 쓸어내렸 – 이 천사 가슴 엄청 크네 – 다.

         

       1차 위기는 넘긴 건가?

       물론, 밀레니아의 몸에 영원히 빙의해 있을 수는 없으니 다음 대책은 필요하지만 말이지.

         

       “…”

         

       약간의 여유를 찾은 후, 침착하게 밀레니아의 기억을 뒤지기 시작했다.

         

       가장 궁금한 점.

       밀레니아가 날 공격할 때, ‘너는 뱀이로구나. 그러므로 구원받을 자격이 없다.’라고 했었지?

         

       또, 상태창의 시나리오 이해에는 이런 문구가 나와 있다.

         

       ‘시나리오 : 에덴동산의 뱀’

         

       뱀이라는 건 대체 뭘까?

       천사들은 왜 우리를 뱀이라고 판단하고 죽이려는 거지?

         

       밀레니아의 기억 속에 그 답이 있었다.

         

       “… 이런!”

         

       종말 전 여명의 아들은 302호 전체의 인류에게 자신의 힘을 퍼트리는 데 성공했으며, 모든 천사는 종말 전 인간이었다.

       따라서, 모든 천사의 영혼에는 여명의 아들이 남긴 흔적이 있다.

       

       이것을 천사들은 구원의 약속, 구원의 자격이라 부른다.

         

       영혼에 여명의 아들이 남긴 흔적 혹은 낙인이 없는 존재를 ‘뱀’이라고 한다.

         

       이들은 태어나는 즉시 죽여야 한다.

       이들은 사후에 부활할 권리도 없다.

         

       구원받을 자격도, 낙원에서 살아갈 권리도 없는 존재이니 당연한 일이다.

         

       밀레니아와 같은 천사들이 나와 죽은 동료들을 ‘뱀’이라 판단한 이유는 명쾌하다.

       영혼을 관찰하니 여명의 아들이 남긴 흔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

         

       우리의 영혼에 여명의 아들이 남긴 흔적이 없는 이유는?

         

       없는 게 당연하지.

       여명의 아들이 전 인류의 혼에 낙인을 찍은 건 종말 전 시점인데, 나와 동료들은 종말 전에 302호에 간 적이 없으니까!

         

       여기까지 깨달았을 때, 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섬뜩함을 느끼며 즉각 마지막 조언을 사용했다.

         

       「현자의 조언 : 1 -> 0」

         

       ‘설마, 뱀이라는 건 우리를 찾아내려는 덫입니까?’

         

       「여명의 아들은 천상에서 떨어진 존재. 이것의 의미를 되새겨라.」

         

       — 꿀꺽!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서늘한 냉기가 방 전체를 가득 채운 것 같았다.

         

       여명의 아들은 천상에서 떨어진 자.

       천상이란 곧 호텔 3층이 속한 위대한 영역을 뜻하니, 여명의 아들은 호텔에 대해 아주 잘 안다.

         

       종말의 위기에 처한 루프가 호텔에 의해 수집 당하면, 언젠가 참가자가 나타남을 알고 있다.

         

       그러므로 뱀이란 곧 참가자를 말한다.

         

       “…”

         

       종말 이후 세계가 시작하자마자 돌아간 공정은 다음과 같다.

       

         

       1단계 : 참가자의 ‘세상에 익숙하지 않은 듯한’ 행동을 보고 첫 번째 삶임을 인지.

       2단계 : 영혼을 확인하고 사전에 죄수가 찍은 낙인이 없음을 인지.

       3단계 : 뱀(참가자)임이 확인되었으니, 즉각 살해.

       

         

       여기까지 깨달았을 때, 나는 진심으로 생각했다.

         

       죽은 동료가 이상한 게 아니다.

       아직도 살아있는 게 더 신기했다.

         

       할아버지, 송이, 은솔 누나가 죽은 게 이상한 게 아니야.

       아리와 엘레나, 진철 형은 대체 어떻게 아직도 살아있지?

         

       시작하자마자 함정에서 깨어나는 수준인데!

         

       기가 막힌 연기력으로 1단계에서 피했나?

       다른 천사들의 행동을 너무 잘 흉내 낸 결과, 다른 천사들이 첫 번째 삶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게 가능해?

       내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나도 실패했는데?

         

       나는 천사들을 속이는 데 성공한 게 아니야.

       함정에 빠졌고 밀레니아에게 들켰잖아?

         

       들켰지만, 마도서를 써서 밀레니아의 몸을 빼앗았을 뿐이지.

       가위바위보는 졌는데 내가 더 강해서 가위로 주먹을 쪼개서 버텼다.

         

       그런데, 동료들은 무슨 수로 버티고 있는 –

         

       바로 그 순간.

         

       — 디잉! 디잉!

       — 집합!

         

       사방에서 요란한 소리와 고함이 들려온다.

         

       슬며시 바깥 상황을 살피니, 흥분한 천사들이 죄다 전투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 집합!

       — 12번 구역에서 문제가 생겼다!

       — 17번 구역!

       — 43번 구역에서도 보고가 들어오고 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격렬한 고함.

       하나같이 살벌한 기세를 드러내며 날아오르는 천사들.

         

       …

         

       덕분에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살아남은 동료와 죽은 동료의 차이 또한 알 수 있었다.

         

       내 생각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네.

         

       예상대로, 그 어떤 동료도 위대한 자가 설계한 함정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날 포함해 전원이 예외 없이 참가자임을 들켰고, 척살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도 몇몇 동료가 살아있는 이유는 지극히 명쾌하다.

         

       아주 강하기 때문이다.

       

       본인을 죽이려는 천사 수백, 아니 수천을 상대로 싸울 수 있을 만큼!

         

       그게 불가능한 사람은 전원 죽었다.

         

       — 끼익!

         

       “밀레니아 님! 저는 17번 구역으로 갈 생각입니다! 당신은 -”

       “라크리모, 중요한 명령이 있다.”

       “예?”

       “죽어.”

         

       — 서걱!

         

       이미 다 들켰는데 숨바꼭질 따위에 뭔 의미가 있겠어?

       화끈하게 한판 붙을 수밖에 없다!

         

       *

       – 차진철

         

       피의 호수에 발을 담근 채 생각한다.

         

       “… 뭐지 대체.”

         

       아무것도 모르겠는데.

       그냥, 정신 차려보니 모두가 날 죽이려 하고 있었을 뿐.

         

       그래서 내가 먼저 다 죽였다.

         

       그뿐이다.

         

       — 찌걱!

         

       “씨발, 지원군이냐? 아직도 겁나 많잖아!”

       

       누가 나 좀 도와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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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caping the Mystery Hotel

Escaping the Mystery Hotel

EMH 괴담 호텔 탈출기
Score 4.5
Status: Ongoing Type: Author: Artist: Native Language: Korean

When Han Kain woke up, he and several other people were inside a mysterious hotel with different rules and different expectations.

Going into each hotel room threw them into other worlds and scenarios where they must brace death at times to escape or lift the curse of the individual rooms for a chance to bring everyone that died during the process back to life.

Using their blessings that were given at the time of entry, they have to weave their way through the rooms while sometimes sacrificing themselves for a higher likelihood of success.

* Very little horror; more of a thri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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