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itch Mode

EP.4

        댓글에 대한 규칙이 너무 쉽게 정해져서일까?

        아니면 인간이라는 존재의 막장성을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일까?

       

        – 진짜인지 내가 실험해 본다! 이 삐-(독자분들의 심신의 안정을 위하여 검열처리 되었습니다)…….

        – 시발. 용자냐?

        –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먹네. ㅋㅋㅋ

        – 미친ㅋㅋㅋㅋ

       

        사실 이미 인간이 아니게 된 내 처지에서는 그다지 욕설로 느껴지지 않는 말들이었다.

        실제로 저런 욕설을 한 시청자에게서 느껴지는 감정에도 악의는 없었다.

        아니…… 조금은 느껴졌지만, 악의 보다는 호기심이 더 컸다.

       

        하지만 의도가 어쨌든 간에 상대는 이미 나와 ‘약속’을 한 상태였고, 그는 약속을 어겼다.

        따라서 내가 정해 놓은 페널티가 발동된다.

       

        “참고로 말하자면, 진실만을 말해야 한다는 벌칙은 입으로 뱉는 언어, 손으로 쓰는 문자, 그리고 몸으로 표현하는 것 모두를 포함한단다.”

       

        – 드래곤님 당장 저랑 호텔가서……(이 이상은 연령상 부적절함으로 검열처리 되었습니다.)

        [부적절한 언어가 감지되었습니다.]

        – 미친?!

        – 효과 확실하네!

        – 와씨…….

       

        아마도 나에게 선처를 구하려던 시청자가 강제로 퇴장당했다.

        퇴장당한 시청자는 안타깝지만, 저렇게 된 것도 결국에는 본인의 선택이다.

       

        어쨌든 이것으로 규칙은 정했고…… 다른 규칙도 정해야 하나 잠깐 고민이 들었지만 이내 털어 버렸다.

        나는 이 방송이라는 것을 처음 해 본다.

        아무리 인터넷 방송이라는 것에 대해서 조사하고 공부 하였다고 하더라도 나는 방송이 난생처음이다. 이 이상은 경험으로 채워가는 수밖에 없겠지.

       

        ‘그래도 채팅이라는 것을 틀어막았으니 당장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터.’

       

        인간들의 명언 중에서 말을 조심하라는 말들이 많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 만큼, 시청자들이 말을 할 수 있는 공간인 채팅창을 맹약으로 묶어두었으니 당장은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흠~ 그럼 이제 무엇을 할꼬…….”

       

        – 용 님. 컨텐츠 준비 안하셨나요?

        – 방송 키면서 컨텐츠 준비 안 하는 방송인이 있다고?

        – 아! 우리 용 님은 존재 자체가 컨텐츠시라고!

        – ㄹㅇㅋㅋ

       

        시청자들이 곧바로 놀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들의 말이 맞다. 인간들과 소통을 하겠다고 우격다짐으로 방송을 켰을 뿐이지, 방송을 꾸준히 이어 나갈 컨텐츠라는 것을 깊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물론 변명거리라면 있다.

       

        “컨텐츠라는 것을 생각해 보았으나…… 안타깝게도 내가 인간들의 감정을 잘 이해할 수가 없어서 정하지는 못했구나.”

       

        드래곤과 인간의 정체성은 확연히 다르다.

        인간보다 오랜 시간을 살아가는 드래곤은, 인간보다 감정의 동요나 욕구가 상당히 적다. 때문에 재미를 찾는 부분도 많은 부분이 다르다.

        가령 나의 경우에는, 마그마속에 들어가 몸을 따뜻하게 하면서 늘어지게 자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 외에 먹는 것을 즐기기도 하지만…… 정말 맛 없는 것이 아니면 그럭저럭 먹기 때문에 미식을 즐기지는 않는다.

       

        다른 드래곤들의 경우에는…… 보석처럼 반짝이는 것을 모으는 이도 있었고, 살육을 즐거움으로 삼는 이도 있었다.

        내가 비록 인간이었던 시절이 있었다지만…… 오히려 그러므로 컨텐츠를 정하기가 힘들었다. 인간과 드래곤의 차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 아니…… 마그마에 몸 담그신다고요?

        – 그거 어르신이 뜨뜻한 온천에 몸담그시는 거 아닌가?

        –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 게임 방송 어떠신가요?

        – 좋아하시는 이상형은?

        – 오늘은 그냥 질의문답 하시는 건 어떤가요?

        – ㅋㅋㅋㅋㅋ

       

        위의 사항을 잘 설명하니, 다양한 의견들이 채팅창에 올라온다.

        그중에서 눈에 띄는 댓글 하나를 골랐다.

       

        “‘빙어먹방’의 의견이 좋아 보이는구나. 그래. 그렇다면 오늘은 질의문답을 해볼까?”

       

        – 저요! 저!

        – 나이는 어떻게 되시나요?

        – 이게 되네? ㅋㅋㅋ

        – 평소에 뭐 드시나요?

        – 게이트의 정체는 무엇인가요?

        – 손!

        – 인간들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빨리 대답해 주세요! 현기증 난단 말이예요!

       

        내 선언과 함께 수많은 질문들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보통의 인간들이었다면 제대로 된 확인이 불가능할 만큼 빠르게 올라가는 채팅창.

        슬쩍 시선을 돌려 현재 시청자 수를 확인한다.

       

        [현재 시청자 : 36,392명]

       

        방송을 막 시작했을 때보다 족히 10배는 늘어난 숫자다.

        채팅창이 너무 과열되는 것을 막고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질의문답을 해준다고 하였으니 너무 재촉하지 말거라. 원한다면 하루 종일도 대답해 줄 수 있으니 말이다.”

       

        지금 사용 중인 이 몸은 어디까지나 아바타다. 내가 원한다면 1년 365일 내내 이곳에 앉아 방송을 할 수 있다는 소리다.

       

        “물론 진짜로 그랬다가는 너희들이 힘들 테니…… 어찌하면 좋을까…….”

       

        – 뽑기!

        – 뽑기요!

        – 뽑기 기능 사용하시죠.

        – 손!

        – !투표

       

        “뽑기 기능?”

       

        시청자들의 말에 찾아보니 그런 기능이 있었다.

        신청한 시청자들 중, 방송인이 원하는 조건으로 시청자 한 명을 무작위로 뽑아 1 대 1 채팅을 할 수 있는 기능.

       

        “딱 필요한 기능이구나. 잘했다.”

       

        시청자들을 칭찬해주며 그 기능을 사용한다.

        그렇게 수많은 시청자들 중 한 명이 뽑혔다.

       

        [espapa님 당첨!]

       

        – 와!

        – 이게 되네

       

        “그래 아이야. 나에게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느냐?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이라면, 그것이 어떤 것이든 하나만 대답해 주마.”

       

        – 아

        – 방송 닉네임이 진짜 이름이신 건가요?

       

        “그래. 그것이 궁금한 것이로구나.”

       

        시청자의 질문에 내 이름을 바라본다.

       

        멸천룡(滅天龍) 그랑 라그나.

       

        자기 한계를 깨고, 드래곤의 강대한 능력으로도 이루기 힘든 업적을 이루었을 때…… 그 순간 용의 신이 지어 준 신명. 멸천룡.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운명을 깨부수고 세상에 자신을 알린 드래곤에게, 세상이 주시하며 준 칭호. 그랑.

        그리고…… 자아를 자각하며 세상에 나 자신을 알리고자 스스로 지은 자기 이름. 라그나.

       

        “때문에 나의 본래 이름은 ‘라그나’가 맞다. 내가 아직 어리고 힘이 없을 때, 나 스스로 지어낸 나만의 이름이지.”

       

        하지만 앞의 신명과 칭호 역시 결국에는 나를 상징하는 단 하나의 이름이다.

        때문에 나의 이름은 멸천룡 그랑 라그나이다.

       

        “내가 다른 인간들의 방송처럼 유희를 목적으로 했다면, 그랬다면 가명을 사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온전히 나로서 너희 인간들과 소통을 해 보고자 했다.”

       

        그러니 가명을 사용할 수는 없었다.

        소통을 하기 위해서는 온전히 진실된 모습으로 다가가야만 하는 법.

        비록 내 본체의 모습으로 나설 수는 없기에 인간의 모습으로 나서야 했지만…… 이름 만큼은 진실된 이름을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혹시나 말하지만…… 드래곤에게 이름이란 긍지이자 쌓아온 격을 상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름이 있는 드래곤들은 자기 이름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

        싫어하는 상대가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한 명이 죽을 때까지 싸우는 경우도 있고, 마음에 드는 이름을 빼앗겠다고 싸우는 경우도 있을 정도다.

       

        “그러니 혹시라도 드래곤의 이름을 모욕되게 하거나, 혹은 이름으로 모욕하면 아니될 것이야.”

       

        – 충성충성!

        – ^^7

        – 넵!

        – 판사님! 이 채팅은 제 고양이가 썼습니다!

        – 난 고양이 손 잘 잡고 있음.

       

        이 정도면 첫 질문을 매끄럽게 잘 답한 것 같다.

        비록 하나의 답이 아닌, 3가지의 답을 해 버렸지만…… 이 정도는 그냥 넘겨도 무방한 수준이겠지.

        계속해서 다음 질문을 받았다.

       

        – 나이가 어떻게 되시나요?

       

        “흠…… 1만년 이후로는 세 보지 않았구나.”

       

        – 헉?! 할머니?

        – 이 정도면 할머니가 아니라 조상님 뻘 아님?

        – 할모니?

        – 1만년이면 유인원이 놀던 시절 아니냐?

        – 유인원도 결국 우리 조상이잖아.

        – 어쩐지…… 어르신 느낌이 나더라.

       

        다음 질문.

       

        – 지금 모습은 라추얼 아바타이신 건가요?

       

        “라추얼? 아… 지금 인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그것 말이냐.”

       

        마법을 사용해 특정 모습이나 종족으로 변하여서 방송을 진행하는 것을 말하는 것 같았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비슷하기는 하다.

        인간들은 인간에서 다른 종족으로 변하는 것이라면, 나는 드래곤에서 인간으로 변하는 것이니까 말이다.

       

        “허나 조금 다르구나.”

       

        – 어떻게 다른가요?

       

        “일단, 너희들이 말하는 라추얼 아바타라는 것은 변신하는 본인의 육체가 변형하는 것이지.”

       

        폴리모프 마법이라는 것을 사용해 외형, 종족, 질량등을 변경하는 것이라고 들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사용하는 이 아바타는, 내 본체와 완전히 별개의 존재란다.”

       

        나는 오른손을 들어 카메라 앞에 내밀었다.

        그리고 오른손 부분만 지배력을 조금 풀자, 내 오른손이 금속이 되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주르륵!

       

        – 헉?!

        – 악! 혐주의!

        – 모를 권리! 모를 권리!

        – 이런 거 보여 줄거면 좀 말해주세요!

       

        “음? 아아……. 인간들에게는 조금 자극적인 광경인 것이냐? 미안하구나.”

       

        재빨리 오른손을 원래대로 되돌렸다.

        음…… 인간들은 이 정도도 보기 힘들어 한다……. 머릿속에 메모해 둔다.

       

        “어쨌든……. 보다시피 이 몸은 내 몸에서 뽑아낸 용금으로 만든 별개의 육체이니라. 내 본체는 지금 마그마 속에 몸을 담그고 있지.”

       

        – 아이고 어르신…….

        – 와! 방송용 육체라고?

        – 누워서 방송한다니…… 부럽다.

       

        어쩐지 여기서 반응들이 격하다.

        어쨌든 다음 질문으로 넘어갔다.

       

        – 이름이 너무 길고 어려운데, 간단한 애칭이라도 있으신가요? 아니면 만들어도 되나요?

       

        “그렇구나. 음…….”

       

        아주 중요한 질문을 들은 것 같다.

        확실히…… 인간들은 내 이름을 말하기 어려워하는 분위기였다.

       

        비록 드래곤에게 이름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소통을 위해서라면 나 역시 다소 내어 줄 것은 내주어야 하는 법.

        나는 고개를 끄더였다.

       

        “좋다. 나에겐 애칭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으니…… 그래. 그렇다면 너희들이 한 번 지어 줘 보겠느냐?”

       

        – 오?

        – ㄹㅇㅋㅋ

        – 야! 모여!

        – 굴러라 내 짱구야!

       

        그리고 지금까지 중 가장 크게 채팅창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앗! 늦음. ㅠㅠ
    다음화 보기


           


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Options

not work with dark mode
Res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