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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5

        – 드래곤이니까 용눈나 어떰?

        – 백발 미소녀니까 시로땅?

        – 시로땅이라는 방송인 일본에 이미 있지 않음?

        – 그냥 본명 줄여서 라나라고 부르는 것은 어떠시나요?

        – 아 그냥 ㄹㅇㅋㅋ만 쳐야지.

        – ㄹㅇㅋㅋ

       

        수많은 이들이 나의 애칭을 짓겠다고 분주히 글을 쓴다.

        다양한 인간들이 자기 생각을 말하고, 동시에 상대의 의견을 반박하거나 옹호하기도 한다.

        그런 시청자들의 갑론을박을 가만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의견이 좁혀지지 않는 것이냐?”

       

        – 아무래도 사람이 많다 보니…….

        – 그냥 용 님이 원하시는 거 하나 고르세요.

        – 그게 나을 듯.

       

        “음…… 마음에 드는 거라…….”

       

        이런 말 하면 싫어할 것 같지만, 안타깝게도 나에겐 어떤 애칭이든 괜찮아 보였다.

        드래곤인 나에겐 내 이름만이 중요하고, 그 외에 다른 호칭은 모두 비슷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흠…….”

       

        지금까지 나왔던 애칭들을 천천히 떠올려본다.

        수많은 애칭들이 나왔고, 내 시청자들은 그 애칭 중에서 내가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라고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모든 애칭들이 비슷하게 느껴지니…….

       

        ‘차라리 기억되기 쉬운 것이 좋겠지.’

       

        나보다는 인간들이 기억하기 쉬운 이름이 나을 것 같다.

       

        “그렇다면 그냥 라그나라 부르도록 하거라.”

       

        – 돌고 돌아서 도르마무 ㅋㅋㅋㅋ

        – 그냥 자기 이름으로 할 거면 애칭은 왜 정하라곸ㅋㅋㅋ

        – ㅋㅋㅋㅋㅋㅋ

        – 아! ㄹㅇㅋㅋ만 치라고!

        – ㄹㅇㅋㅋ

       

        “……정 싫다면 라나라 불러도 좋다.”

       

        내 허락에 채팅창이 ‘라그나’ 혹은 ‘라나’로 도배되기 시작한다.

       

        가만히 인간들이 내 이름을 부르는 것을 바라보다 다른 질문자를 골랐다.

        잠깐 내 애칭을 고르는 문제로 빠져들기는 했지만, 애초에 오늘 하루 동안은 인간들의 질문에 대답해주기로 했으니까.

        할 일은 해야 하겠지.

       

        – 와! 이게 되네?

       

        “그래. 아이야. 질문할 것은 있느냐?”

       

        – 라나님. 혹시 라나님은 부자신가요?

       

        “부자라…….”

       

        시청자의 질문에 잠시 고민을 해 본다.

        내가…… 부자라고?

       

        “질문의 의도를 잘 모르겠구나.”

       

        – ?

        – ?

        – 부자가 부자인데?

        – 뭐가요?

       

        “부자라는 말은, 다른 이보다 무언가를 더 많이 소유한 이를 뜻하는 단어가 아니냐. 그런데 아이야. 너는 무엇을 보고 나에게 그런 질문을 한 것이냐?”

       

        나의 역질문에 질문자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20초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서야 질문자의 글이 올라왔다.

       

        – 홍대 거리에 금덩어리 놓고 가신거 보았습니다. 그거 보고 질문을 드렸습니다.

       

        “그래. 그렇구나. 너는 내가 평균적인 인간들보다 더 많은 부와 재물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 물은 것이로구나.”

       

        – 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 질문에 대한 답이라면…… 나는 부자가 맞겠구나.”

       

        – 와!

        – 드래곤인데 부자다?

        – 그 정도의 황금 덩어리를 턱턱 내놓는 드래곤인데 당연히 부자겠지.

        – 와씨. 개 부럽네…….

        – ㄹㅇㅋㅋ

       

        채팅창에서부터 수많은 부러움과 질시의 감정이 보여졌다.

       

        “오해가 있는 것 같구나. 재물을 내가 모은 것이 아니다.”

       

        손을 들어 황금을 흘리기 시작했다.

        내 손끝에서부터 흘러나오기 시작하는 금이 마치 점액처럼 흘러내리며 카메라의 앞에서 뭉쳤다.

       

        “내 몸에 두른 것은 용금(龍金)이라고 부르는 금속이란다. 그리고 용금은 에너지가 주어졌을 때, 그것을 이용해 금을 만들어내지.”

       

        즉, 나에게 있어서 황금이라는 것은 언제든 만들어 낼 수 있는 물질에 불과하다.

        다른 금속을 못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용금이 되기 이전의 금속의 대부분이 황금이었던 탓에, 다른 금속을 만드는 것보다 황금을 만드는 것이 압도적으로 쉬웠다.

        특히 황금은 어느 차원에서든 부를 상징하는 금속으로 사용되었던 터라, 나 역시 황금을 이용해 다른 종족과 교류하는 데 자주 사용했다.

       

        “그러니 그렇게 부럽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단다. 말하자면…… 그래. 너희들이 땀을 흘리는 것만큼 자연스러운 일이니까.”

       

        – ?

        – ?

        – ?

        – 지금 싸우자는 건가?

        – 이거 기만 맞죠?

       

        그리고 채팅창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어째서지?

       

       

        *            *            *

       

       

        이규인은 빨갛게 물든 얼굴로 중얼거렸다.

       

        “와씨……. 개 부럽네.”

       

        그가 보고 있는 인터넷 방송은 바로 멸천룡 그랑 라그나의 방송이었다.

        그리고 라그나가 아주 자연스럽게 부자임을 자랑하는 모습을 보며 부러워하는 중이다.

       

        “와! 나도 황금 만들고 싶다. 퇴사하고 싶다. 시발…….”

       

        황금을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니…….

        그야말로 페널티 없는 미다스의 손이 아니던가?

       

        “에휴……. 부럽긴 한데, 상대가 상대라서 막상 화내기도 그러네.”

       

        이규인이 한숨과 함께 분노를 가라앉혔다.

       

        어제 그렇게 무서운 꼴을 본 그가 왜 또 라그나의 방송을 보는지 알기 위해서는, 시간을 조금 뒤로 돌려야 한다.

       

        바로 어제 아침.

        잠에서 깨어난 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씻고 밖으로 나섰다.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냥 밖으로 나가고 싶은 기분이었고, 그 기분대로 밖으로 나왔을 뿐이니까.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현실 공약을 했던 기억은 없었다.

        그야 그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그저 한 방송인의 허언이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현실공약 역시 다른 시청자들과 함께 반쯤 술에 취한 채로 아무렇게 던진 말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아무런 생각 없이 밖을 돌아다니던 그는 자연스럽게 꽃집에 들러 꽃다발을 샀다.

       

        “……응?”

       

        ……여기서부터 슬슬 위화감이 들기 시작했다.

        밖으로 나온 것쯤이야 뭐…… 그래. 그런 기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꽃다발을 산다? 그것도 쓸 일이 없는데? 이렇게 자연스럽게?

       

        “뭐가 이상한데?”

       

        이상한 기분에 즉시 몸을 돌려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

        하지만 어쩐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기분이 나지 않았다.

        분명히 이상한 기분인데, 동시에 집으로도 돌아가고 싶지 않은 모순된 기분이 그의 마음속에 동시에 존재하고 있었다.

       

        알 수 없는 기분에 따라 그의 발걸음이 점점 홍대 거리에 가까워질 때쯤.

        그의 스마트폰으로 긴급 메시지가 떴다.

       

        “몬스터 출현?!”

       

        드래곤형 몬스터가 홍대 거리에 출현했으니, 근처에 있는 시민들은 대피하라는 메시지였다.

       

        “……미친?”

       

        그리고 깨달았다. 이 몬스터가 바로 어제 보았던 그 방송인이라는 것을 말이다.

        동시에 그 무시무시한 몬스터와 현실공약을 해 버리고 말았다는 것을…….

       

        “도, 도망가야 해!”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서둘러 몸을 돌려 집으로 돌아가려 한 그였지만…….

       

        멈칫!

       

        “어?”

       

        뚜벅뚜벅!

       

        “어어어?!”

       

        그의 몸은 그의 의지를 벗어난 채 홍대 광장을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그가 아무리 소리 지르고, 힘을 주고, 발버둥을 쳐보아도 그의 몸은 그의 명령을 듣지 않았다.

        오히려 평소의 그가 내보일 수 없는 놀라운 몸놀림으로 사람들을 피하더니, 순식간에 그를 드래곤의 앞에 데려다 놓았다.

       

        크르르르르…….

       

        “…….”

       

        드래곤의 첫인상은…… 솔직히 말하면 드래곤이 아닌 줄 알았다.

        일반적으로 드래곤이라면 떠올리는 날렵한 모습이 아닌, 거대한 황금의 동산이 서 있는 것처럼 보였다.

        만약 드래곤처럼 보이는 머리가 아니었다면 황금으로 만든 동산이나, 혹은 거북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 드래곤에게서 느껴지는 기세는 확실하게 드래곤이라고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평생 동안 그가 본 몬스터는 대부분이 죽은 몬스터들뿐이었고, 살아 있는 몬스터도 가끔 보였던 F등급이나 E등급의 허접한 몬스터들뿐이었다.

        그 때문에 그는 헌터들이 말하는 ‘고랭크 몬스터는 기세부터가 다르더라…….’라는 말을 믿지 않았다.

        ……적어도 그 이전까지는.

       

        ‘이게…… 기세?’

       

        드래곤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무언가가 그의 심장을 꽉 움켜쥐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아무튼 그 때문에 그는 드래곤의 앞까지 걸어간 이후로부터는 기억이 거의 없었다.

        그나마 기억나는 것이라고는 드래곤의 목소리라고 생각되는 것과, 어느 순간 그가 기절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그가 본 것은 하얀 천장이었다.

       

        “……모르는 천장이다.”

       

        병원 천장이다 인마.

       

        어쨌든 병원에서 깨어난 그는, 정부 관계자에 의해 사정을 들을 수 있었다.

        당시 드래곤과 현실 공약을 했던 이들이 전부 드래곤 앞으로 나왔고, 각자가 했던 공약대로 행동했다는 것.

        그 후 드래곤은 홍대 거리에 거대한 황금 덩어리를 놓고, 그 일부를 기절한 이들에게 나누어 준 후 돌아갔다는 것이다.

       

        “……잠깐만요. 황금을 줬다고요?”

       

        “네.”

       

        그리고 이것이 그가 라그나의 방송을 다시 보고 있는 이유였다.

       

        “드래곤이 준 황금은 어떤 위험성이 있는지 몰라 수거했지만…… 대신 그에 해당하는 보상금을 드릴 예정입니다.”

       

        “……양은 어느 정도죠?”

       

        “……이 정도요.”

       

        “……끼얏호우!”

       

        자고로 돈 주면 상대가 악마라도 절할 수 있는 것이 자본주의 인간인 것이었다.

       

        “라그나님! 충성충성!”

       

        라그나의 1호 팬이 되어 버린 이규인이 기분 좋게 비싼 양주를 마시며 방송을 보고 있을 때였다.

       

        [= 자! 다음 질문자를 뽑아보겠다.]

       

        “제발제발제발…… 나 뽑혀라……!!”

       

        또다시 돌아가기 시작한 룰렛에 이규인이 양손을 모아 기도하기 시작했다.

        이미 많은 이들이 뽑혔고, 또한 많은 이들이 대기하고 있지만…… 그렇기에 그가 뽑힐 확률은 극히 낮았지만, 그는 자신이 뽑히기를 기도했다.

        그리고 결과가 나오고…….

       

        “아!”

       

        안타깝지만 이번에도 그가 뽑히는 일은 없었다.

       

        “아이 씨.”

       

        답답한 마음에 양주를 벌컥벌컥 마시는 그.

        한 병에 몇십만원이나 하는 비싼 양주였지만, 이번에 드래곤이 하사해주신 황금 덕분에 잔뜩 벌은 덕분에 큰 부담은 되지 않았다.

        한층 더 붉어진 얼굴로 이번에 뽑힌 부러운 질문자의 닉네임을 쏘아 보았고…….

       

        – 대한민국헌터 협회 : 안녕하십니까 멸천룡 그랑 라그나님.

       

        “……어라?”

       

        상상 이상의 닉네임에 얼어붙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황금이 복사가 된다고? (진짜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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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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