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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6

        나는 이번에 뽑힌 닉네임을 바라보며 미간을 좁혔다.

       

        – 대한민국헌터 협회 : 안녕하십니까 멸천룡 그랑 라그나님.

       

        “……하아~”

       

        아니 뭐……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스스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자화자찬밖에 되지 않겠지만, 이 몸은 엘더 드래곤인 멸천룡 그랑 라그나다.

        오래전 일이기는 하지만 이래 봬도 자신을 신이라고 자칭하는 이들과 직접 싸워 본 적도 있는 몸이다.

       

        그리고 그런 나를 약한 인간들이 경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은 수많은 차원들을 돌아다녔던 내 경험상으로도 그렇고, 이젠 기억도 거의 안 나는 내 인간 시절의 전생을 떠올려도 그렇다.

        이곳보다 훨씬 기술이 발전했던 차원에서도 그랬는데 뭐…….

       

        ‘그걸 뭐라고 하더라……. 사이버펑크라고 하던가?’

       

        거기서는 나를 사냥하겠다고 덤벼들기는 했지.

        ……전부 밟아줬지만.

       

        어쨌든 이런 상황 자체는 예상했다. 나 역시 이런 상황을 대비했고.

        문제는 이들이 나에게 접근한 방법이다.

       

        “질문에 답하기 이전에, 먼저 물을 것이 있단다.”

       

        – 말씀하시면 됩니다.

       

        “자네들…… 이능을 사용해 확률에 조작을 가했구나. 그렇지?”

       

        내 말에 대답글이 올라오지 않는다.

        본체의 천룡안으로 살펴보니, 수많은 사람이 모인 채 우왕좌왕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위치는…… 그래. 대한민국의 서울이 맞구나.

       

        “그래. 너희들이 나에게 접근할 것은 알고 있었단다. 아무렴. 무리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 그것은 탓하지 않으마.”

       

        – 감사합니다.

       

        “허나…… 나에게 질문을 하기 위해서, 너희들은 다른 이의 기회를 빼앗았다.”

       

        만약 이들이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공정하게 자기 행운을 걸고 확률 경쟁했다면 아무렇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이 뽑기라는 확률 경쟁을 통해 내 방송을 봐주는 시청자들에게 각자 질문에 대한 답을 해주기로 했고, 그것은 일개 개인이든 헌터 협회라는 단체든 상관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이능을 사용해 인위적으로 자신들이 뽑힐 확률을 높였다.

        그것은 정당하게 경쟁하고 있던 다른 시청자들을 기만하는 행위이며, 이 뽑기라는 행동을 행하는 나를 모욕하는 행위다.

       

        “시청자들은 오로지 날 믿고 이 뽑기라는 행위를 나에게 맡긴 것이다. 헌데 그것을 너희들이 망쳤구나.”

       

        – 멸천룡 그랑 라그나님. 실례했습니다.

        – 하지만 이런 방법이 아니고서는 연락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 부디 당신께서 인간들과 소통할 의도가 있으시다면

       

        다급하게 글이 올라온다.

        이 대한민국 헌터 협회라는 이들뿐만이 아니라, 다른 시청자들의 채팅에서도 불안한 감정이 커지기 시작한다.

        그런데도 나는 인상을 조금 찌푸렸다.

       

        “나와 대화하고 싶었다면 이런 부정한 방법을 제외하고도 많았을 것이다. 직접 내가 있는 게이트로 들어오는 방법도 있었을 테고, 그럴 용기가 없었다면 그저 이 채팅창이라는 곳에 글을 올려도 되었겠지.”

       

        – 채팅창이 너무 빨리 올라가서 확인하시지 못할까 걱정되었습니다.

       

        “드래곤의 능력을 우습게 보지 마라. 지금도 채팅창에 올라오는 댓글들은 전부 확인하고 있으니.”

       

        – 헐?

        – 진짜인가?

        – 거짓말인가 진짜인가.

        – ㄹㅇㅋㅋ

        – 헌터 협회가 이렇게 깨지는 것은 처음 보는 듯?

        – 지금 제가 쓴 글도 보여요?

        – 글 하나하나를 다 읽는다고? 와 씨.

       

        채팅창에 놀라움이 한가득 담긴다.

        아무렴. 이 정도 동체 시력과 기억력도 없으면 드래곤이라고 할 수 없지.

       

        “내 명예를 모욕하고, 내가 보장한 공정한 기회를 더럽힌 너희의 말을 내가 들어 줘야 할 이유가 있느냐?”

       

        – 잘못했습니다 멸천룡 그랑 라그나님.

        – 멸천룡 그랑 라그나님의 명예를 모욕할 의도는 결코 없었습니다.

        – 허락하신다면 보상을 하겠습니다.

       

        사과하고 있으나, 나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는다.

        나는 양손에 턱을 괸 채 물었다.

       

        “무엇으로 나에게 보상을 할 셈이냐.”

       

        힘?

       

        “너희의 나약한 힘으로 나에게 보상을 할 수 있겠느냐?”

       

        지혜?

       

        “너희 인간들이 쌓아온 지혜가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차원을 여행해온 나보다 뛰어난가?”

       

        재물?

       

        “황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나에게 재물로 보상을 하겠느냐?”

       

        그 무엇도 이들은 나보다 나은 것이 없다.

        나는 마음만 먹는다면 이 지구라는 행성 자체를 초토화할 수도 있는 존재다.

        그런 나에게 이들이 무엇으로 보상을 하겠다는 것인지…….

       

        – 이거 분위기 좀 이상한데?

        – 진짜로 한국 초토화 되는 거 아님?

        – 지금 주식 쫙쫙 떨어지고 있는데?

        – 미친…….

        – 잘못했습니다잘못했습니다잘못했습니다잘못했습니다잘못했습니다잘못했……

       

        내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지니 댓글에서 흘러나오는 두려움의 감정도 점점 더 커진다.

        뭐…… 아무리 그래도 인간들의 나라를 초토화할 생각은 없다.

       

        분명히 내가 모욕을 받은 것도 맞고, 드래곤적으로 이런 모욕을 받았을 때 분노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이들은 이것이 나의 명예에 흠집을 내는 행위인지 모르고 일을 진행했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위정자의 자리에 있어서, 이 정도 반칙 행위를 아주 당연하게 해왔기 때문이겠지.

       

        일반적인 인간들이었다면 조금 불합리하더라도 힘과 지위가 없어서 그냥 넘어갔겠지만, 나는 인간이 아닌 드래곤이다.

        이들과 같은 무리에 속한 이가 아니며, 이들보다 약한 이도 아니다.

        그것을 생각 못 하고 하던 대로 한 것이 이들의 실수인 것이다.

       

        하지만 겨우 그런 실수 한 번으로, 그것도 모르고 한 실수로 내 분노를 표출할 일은 없다.

        그러기에는 내가 너무 자비로운 드래곤이고, 이들과 소통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 어떤 보상을 원하십니까? 멸천룡 그랑 라그나님의 분노를 푸실수만 있다면,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보상이라…….”

       

        글에서 절박한 감정이 보인다.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해 본다. 과연 어떤 보상을 받아야 내 분노가 잠잠해질까?

       

        “……그래. 그렇다면 지금, 이 방송을 보고 있는 시청자들에게 보상을 해주거라.”

       

        – ?

        – ?

        – 어?

        – 라나님?

        – 여기서 우릴 판다고?

       

        내 선언에 시청자들이 깜짝 놀란다.

        나는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

       

        “나에겐 너희 인간들의 보상이라는 것이 필요가 없다. 그러니…… 너희들로 인해 피해를 본 이들에게 보상을 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

       

        – 알겠습니다.

        – 다시 한번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이들에게 보상을 해주거라. 대화는 그 이후에 들어 주겠다.”

       

        이들이 원했던 것은 나와의 대화다.

        아무리 이들이 부정한 방법으로 나와의 질의 문답의 기회를 얻었다고 한들…… 어쨌든 이들이 기회를 얻었다는 것은 달라지지 않는다.

        뭐, 생각해 보면 부정한 방법을 사용하지 말라고 사전에 말하지도 않았으니까.

       

        “보상을 제대로 한 이후, 내 방송에 와서 댓글을 쓰거라. 그렇다면 나 역시 너희의 질문에 대한 답을 하나 내려주마.

       

        – 알겠습니다.

       

        “이것은 너희와 나의 맹약이니, 너희가 먼저 약속을 이행한다면 나 역시 약속을 이행할 것이니라.”

       

        – WA! 맹약!

        – 오늘 맹약 몇 번이나 나오는 거냐

        – 과연 공무원들이 약속을 지킬까?

        – 못 지키면 헌터 협회 폭파되는 거 구경하는 거 아님?

        – ㄹㅇㅋㅋ

        – 공무원이 약속 지키는 거 구경하겠네. ㅋㅋㅋ

       

        어쩐지 공무원이라는 이들에게 향하는 시청자들의 시선이 싸늘하다.

        위정자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못한 것은 이쪽 세상도 똑같구나…….

        나는 시청자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번 기회에 말을 해 두겠다.”

       

        어떤 인간은 말한다.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숫자의 폭력은 어떻게 할 수가 없다고 말이다.

        뭐……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이다.

       

        개미가 인간을 이기기에는 약하지만, 수많은 개미들이 모인다면 인간을 이길 수가 있다.

        그만큼 숫자라는 힘은 강력하다.

       

        “하지만 아무리 개미가 모인다고 하더라도, 태풍을 이길 수는 없는 법이지.”

       

        엘더 드래곤이라는 존재가 바로 그렇다.

        자연재해, 불합리한 재앙, 범접할 수 없는 존재.

        엘더 드래곤인 내가 자신을 자화자찬하는 꼴이 되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사실을 말하는 것일 뿐이다.

       

        숫자의 폭력이라는 수단으로도 어찌하지 못하는…… 진정한 재해. 힘. 폭력.

        그것이 바로 나다.

       

        “그런 내가 너희 인간들과 이렇게 평화로운 방법으로 소통을 하고, 너희의 거리를 부순 보상으로 황금을 지급한 것은 어디까지나 내가 이방인이기 때문이다.”

       

        전생을 제외하고 생각해 보면, 나는 어디까지나 다른 차원에서 건너온 존재다.

        이 세계는 이 세계에 속한 존재들의 것이고, 어제 내가 갔었던 홍대 거리라는 곳은 그곳에 속한 인간들의 것.

       

        이들보다 강한 나는 아무리 그 도시를 부수고 인간들을 죽여도 상관이 없는 존재지만…… 나는 굳이 보상했다.

        왜냐고?

       

        “너희를 배려하고, 너희의 존재를 존중했기 때문이다.”

       

        힘을 쓴다면 손쉽게 이들에게서 빼앗을 수 있지만, 이 세계에 속한 인간들을 존중하여 그들에게 보상을 해주었다.

        그것은 내가 인간들을 이 세계의 주민이라고 인정했다는 뜻이고, 그들을 나와 같은 인격체로 인정했다는 뜻이다.

       

        “그러니 나를 두려워하거나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 너희가 날 존중하고 배려하는 한, 나 역시 너희를 존중하고 배려할 테니 말이다.”

       

        – 라그나님…….

        – 그저 빛…….

        – 믿습니다!

        – 오오오…….

       

        채팅창이 올라가는 속도가 줄어들었다. 어쩐지 신앙심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잠시 채팅창을 바라보다 대화창을 닫았다.

        다시 룰렛이 나타났지만 더 이상 질의 문답을 할 분위기는 아닌듯싶었다.

       

        “안타깝게도 오늘은 여기까지 해야 할 듯싶구나.”

       

        – 안 돼!!

        – 가지 말아주세요!

        – 안 돼! 나 라나님 못 잃어!

        – ㅃㅃ

        – 또 오시는 거죠?

       

        채팅창이 빠르게 올라가며 글들을 나에게 보여 준다.

        나를 보고 있을 시청자들을 바라보며 나는 미소를 지어 주었다.

       

        “걱정 말거라. 내일도 올 터이니.”

       

        내가 공부한 대로라면, 방송 시각은 일정한 것이 좋다고 하였다.

        방송인은 몸 건강도 챙겨야 하니 휴일도 챙기는 게 좋다고 했지만…… 드래곤인 내가 휴식을 취할 필요는 없다. 애초에 방송하고 있는 이 몸도 아바타에 불과하니 더더욱.

       

        “그래. 그렇다면 내일 한국 서울의 시간으로 13시에 다시 방송을 켜겠다.”

       

        – 아! 회사에 있을 시간인데…….

        – 저녁 방송 하실 생각은 없나요?

        – 일하면서 듣방 한다!

        – ㄹㅇㅋㅋ

        – ㅃㅃ

        – 용바! (드래곤님 바이라는 뜻!)

       

        “내일 13시부터 22시까지 방송을 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내 말에 곧바로 환호하는 시청자들.

        사실은 24시간 방송도 가능하긴 하지만…….

       

        [현재 시청자 : 54,612]

       

        무려 5만 명에 다다른 시청자의 숫자.

        아직 인터넷 방송이라는 것에 익숙하지 않지만, 이 시청자들의 숫자가 심상치 않은 숫자라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다.

       

        “내가 너희를 계속 붙잡게 된다면, 인터넷 방송이라는 것으로 생활하는 이들이 굶게 되지 않겠느냐?”

       

        – 그건 맞지ㅋㅋㅋ

        – 인간들 밥벌이 생각마저 해주시는 드래곤님ㅋㅋㅋㅋ

        – 아! 황금 복사하시는 분이라고ㅋㅋㅋㅋ

        – 그저 빛ㅋㅋㅋㅋ

       

        “그래.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노라. 내일 보자꾸나 아이들아.”

       

        – 잘 가여!

        – 빠이

        – 벌써 가써…… ㅠㅠ

        – 가지 마!

       

        수많은 댓글들이 올라오지만, 나는 방송을 종료했다.

        자…… 그럼 난 내일 콘텐츠나 고민을 해볼까?

       

        [방송이 종료되었습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아 조금 늦었네요.

    인방쪽은 잘 몰라서 글 쓰는게 조금 늦어집니다.

    비축분 쌓아볼게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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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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