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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7

        현재 세계 뉴스는 전세계적으로 떠들썩한 상태였다.

        원인은 대한민국의 인터넷 방송계에 출현한 한 존재.

       

        세계적으로 공략을 반쯤 포기하다시피 한 7개의 EX등급 게이트.

        그런 게이트들 중에서도 동아시아의 백두산 칼데라에 생성된…… 일명 ‘백두산 게이트’라는 곳의 보스 몬스터가 인방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 미친. 하다 하다 이젠 인방까지 하냨ㅋㅋ

        – 저거 위험하지 않나?

        – 가짜 뉴스 아님?

       

        당연히 대부분의 의견은 부정.

        약 오만 명의 시청자들이 직접 그녀를 보았지만, 정작 그 오만 명의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멸천룡 그랑 라그나에 대한 이야기가 엇갈리는 상황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게이트에서 출현하는 대부분의 몬스터들은 인간에게 적대적인 이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가끔 적대적이지 않은 몬스터들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그런 몬스터들은 대부분이 약한 몬스터다. 아니면 애초에 초식이라서 흉폭할 이유가 없거나.

       

        물론 보스 몬스터가 인방했다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적었다.

        애초에 게이트의 정체가 다른 차원의 조각이라는 정보 자체는 제법 풀린 지 오래다.

        게이트에서 나와 이 세계에 섞여 든 이 종족들도 존재하는 마당에, 인방을 할 정도로 지성이 있는 보스 몬스터가 있어도 이상할 일은 아니지.

       

        “하지만 이건 심하게 예상 밖이지 않습니까!”

       

        쾅!

       

        ‘진홍의 마도사’ 김재홍이 양손으로 탁자를 내려쳤다.

       

        “보스 몬스터라니…… 그것도 드래곤 계열! 그런 녀석이 민간인들에게 접촉하도록 그냥 두고만 봤단 말입니까?!”

       

        “재홍아. 진정하자?”

       

        잔뜩 화가 난 김재홍을, 그의 건너편에 앉아 있던 여자가 말렸다.

       

        그들이 모여 있는 곳은 서울에 위치한 대한민국 헌터 협회 본부.

        그중에서도 최상층 바로 아래층에 존재하는 기밀 회의실이다.

        이곳에 모여 있는 이들은 대한민국에 3명밖에 없는 S랭크 헌터들. 그리고 주요 협력 회사를 운영하는 2명의 헌터 출신 회장, 2명의 일반인 출신 회장.

        마지막으로 현재 이 건물의 대표로 정해져 있는 대한민국 헌터 협회의 회장이다.

       

        “그래. 조령 여사의 말이 맞네. 재홍이 자네는 좀 진정할 필요가 있어 보이.”

       

        “여사라니. 나이 들어 보이는 말은 하지 말자?”

       

        “……쳇.”

       

        같은 S랭크 헌터인 ‘박수 무당’ 황조령과 헌터 전용 의류 회사를 운영하는 일반인 회장의 말에 김재홍이 혀를 차며 자리에 앉았다.

        김재홍을 말려 준 둘에게 눈짓으로 감사 인사를 한 대한민국 헌터 협회의 회장인 김두식이 입을 열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이번 사태는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일입니다.”

       

        몬스터들 중에서 인간들과 소통을 한 사례가 없지는 않았다.

        악마계 몬스터가 게이트에서 빠져나온 후 인간들을 속여 타락시켰다던가, 뱀파이어가 인간들 사이에 숨어들어 암흑계를 지배했다던가, 리치가 나타나 인간들을 굴복시켰다던가 같은 일화 말이다.

        ……소통이 좀 일방적으로 보인다는 게 문제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게이트가 나타난 이후 인간들은 다양한 몬스터들을 겪었고, 당연히 다양한 사례들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인간들에게도 이번 사례는 굉장히 특수했다.

        일단 EX급 게이트 중 최초로 보스 몬스터가 모습을 드러냈고, 그 보스 몬스터가 생각보다 인간들에게 우호적이었으며, 소통의 방식이 인간들의 문물인…… 그것도 신문이나 뉴스가 아니라 ‘인터넷 방송’이라는 수단을 고른 것까지.

       

        “특히 전 세계에서 3번째로 모습을 드러낸 드래곤 계열 몬스터라는 점이 그것입니다.”

       

        지금까지 지구에 알려진 드래곤 계열 몬스터는 2마리.

       

        최초로 모습을 드러낸 드래곤은, 현재 대서양을 점거한 채 인간들의 발길을 조금도 허락하지 않고 있는 드래곤이다.

        인간들과는 단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대서양에 인간들의 배나 비행기가 조금이라도 접근했다간 바로 지랄 발광을 하는 무시무시한 드래곤.

        심해룡(深海龍) 에나 벨제투스.

       

        2번째로 모습을 드러낸 드래곤은 심해룡과는 달리 인간과 어울리는 것도 꺼리지 않는 존재다.

        새하얀 날개를 가진, 우아한 비늘을 찰랑거리는 아름다운 드래곤.

        현재 한 명의 인간과 계약을 맺고, 그 인간과 함께 인류의 안위를 위해 싸우는 드래곤.

        백익룡(白翼龍) 스카투야 블레이즈.

       

        “그런 의미에서…… 이현씨. 혹시 백익룡에게 무언가 들은 이야기는 없으십니까?”

       

        “…….”

       

        회의실에 모인 모든 이들의 시선이, 협회장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청년에게 향했다.

       

        대한민국의 3명밖에 없는 S랭크 헌터이자, 세계 헌터 랭킹 1위에 앉은 최강의 헌터.

        그 강력한 백익룡의 계약자인 드래곤 마스터.

        이현은 팔짱을 낀 채 조용히 입을 열었다.

       

        “딱히 들은 이야기는 없습니다.”

       

        “흠…….”

       

        “그렇다면 물어보실 수는 없으십니까? 적어도 심해룡 때처럼 무언가 정보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지요…….”

       

        인간은 물론이고, 인간의 문물 모든 것들을 배척하는 심해룡의 정보를 얻은 것 역시 백익룡 덕분이었다.

        그래도 같은 드래곤이라는 것인지, 심해룡의 이름과 성격, 조언 등을 몇 가지 던져 주었던 것이다.

        덕분에 인간들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고, 대서양에 대한 접근을 금지하는 것으로 그럭저럭 마무리된 상태다.

       

        그리고 이번에 등장한 3번째 드래곤.

        멸천룡 그랑 라그나에 대한 정보도 던져 주지 않을까 기대되었지만…….

       

        “이미 물어보았습니다.”

       

        “??”

       

        “그럼…….”

       

        “말해 줄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하더군요.”

       

        이현의 얼굴에 허탈한 감정이 서렸다.

        백익룡 스카투야 블레이즈와 계약을 맺은 이후, 파트너에게 부끄럽지 않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수련에 몰두하길 오래.

        다른 사람들이 술을 마시거나 게임을 하는 등의 취미생활을 즐길 때도 수련에 몰두하는 수련광인 그는 세상 물정에 좀 어두운 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세상 물정에 어두운 그라고 하더라도 뉴스 정도는 챙겨보는 편이었고, 그 때문에 멸천룡에 대한 정보를 파트너에게 물어보았었다.

       

        = 멸천룡 그랑 라그나?

       

        난감하다는 듯이 앞발로 머리를 긁적거리는 파트너.

        심해룡에 대해 말해 줄 때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무슨 문제가 있냐고 물었더니…….

       

        =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아니…… 정확히는 내가 설명하기 어려운 분이라는 것 정도랄까…….

       

        뭔가 말 못 할 사정이 있는 것 같은 모습.

        심지어 심해룡을 말할 때는 ‘하! 그놈, 아직도 그 꼬락서니인가?’라며 신랄하게 비꼬았었는데, 멸천룡을 말할 때는 안 쓰던 존칭까지 쓰지 않던가?

       

        = 내가 말해 줄 수 있는 것은 사실 별로 없다 파트너.

       

        결국 한참 후에 나온 말은 이것이었다.

        그래도 파트너라고 몇 가지 충고도 해 주었지만…….

       

        “자신조차도 감히 어쩌지 못하는 강대한 존재라고 하더군요.”

       

        “허어…….”

       

        “큼…….”

       

        이현의 입을 빌려 나온 백익룡의 말에 회의실의 분위기가 한층 더 무거워졌다.

       

        “그리고 만약 대적하게 된다면 자기는 싸울 수 없다고…….”

       

        “…….”

       

        “만약 싸울 거라면 하늘에서 싸우지 말고 땅으로 끌어 내리라고 하더군요. 그래야 미생물 눈곱만큼의 가능성이라도 생길 거라고…….”

       

        “…….”

       

        점점 내려가다 못해 지층을 뚫고 내핵까지 들어가 버리는 분위기.

        싸늘하다 못해 이미 죽은 게 아닐까 의심될 정도로 축 처진 분위기에 김재홍이 중얼거렸다.

       

        “하긴…… 그 정도의 기세기는 했지.”

       

        “…….”

       

        너까지 그럴 거냐?!

        남은 S랭크 헌터인 황조령이 자기 이마를 탁 때렸다.

        이 어린놈들을 어찌할꼬…….

       

        “……회장. 대책은 있겠지?”

       

        결국 총대를 멘 황조령이 분위기 쇄신을 위해 나섰다.

        협회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저쪽에서 대화를 원해 오고 있으니, 저희 역시 대화로 나서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어제 그 사달을 낸 거고?”

       

        “크흠!”

       

        아니 누님…… 도와주시려던 거 아니었습니까?

        주름살이 가득한 중년의 협회장이 원망스러운 얼굴로 30대 여성의 모습을 한 황조령을 노려보았다.

        겉모습에 속으면 안 된다. 30대처럼 보이지만, 저래봐도 환갑이 넘은 사람이다.

       

        게다가 어제 일은 그들로서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설마 그들이 이능을 사용해 확률을 조작한 것을 어떻게 알고 추궁할 거라 예상했겠는가?

        그것도 바로 앞이나 옆도 아니고…… 인터넷망 너머에서 말이다.

       

        게다가 설사 걸린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화를 낼 줄은 몰랐다.

        그저 질의 문답을 할 수 있는 기회 한 번뿐이지 않던가? 그게 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그래도 다행히 잘 해결되었습니다. 멸천룡이 한 번 기회를 주기도 했고, 그 존재와의 약속대로 사람들에게 보상도 해주었으니까요.”

       

        “피자 한 판씩 돌린 거?”

       

        “……나름 브랜드 피자라서 비쌌습니다.”

       

        요즘 피자 가격이 얼마나 비싼데…….

        나름 공공기관인 탓에 세금으로 운영되는 헌터 협회로서는 참으로 뼈아픈 지출이었다.

        3만 원이 넘어가는 피자를 5만 명에게 돌려야 했으니 뭐…….

       

        “피자 돌린 거로 되냐?”

       

        “괜찮을 겁니다. 백익룡이 보장했으니까요.”

       

        황조령이 이현에게 고개를 돌리자, 이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드래곤이 보장을 해줬다면 뭐…… 괜찮겠지?

       

        “그러면 슬슬 시작하자고. 이제 시간 다 되었잖아?”

       

        “알겠습니다.”

       

        협회장의 시선을 받은 협회 직원이 노트북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빔프로젝터가 작동하며 이번 문제의 원인을 비추기 시작했으니…….

       

        [= 반갑구나 아이들아. 간밤에 잘 잤느냐?]

       

        – 용하용하!

        – 용하 (용할머니 하이라는 뜻!)

        – 용할머니는 뭐냨ㅋㅋㅋㅋ

        – 안녕하세요 할머니!

       

        멸천룡의 오늘 자 방송이 시작되고 있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본 소설의 인방계 설정은 어디까지나 작가의 망상에 기반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요즘 피자 너무 비쌈. 흙흙……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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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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