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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3

        – 뉴스 속보 뭐임?

        – 우리 집 마당에 나무가 갑자기 두 배는 커짐.

        – 어라?

        – ㅎㄷㄷ

        – ㄹㅇㅋㅋ

       

        채팅창이 활발하게 올라간다.

        어찌나 활발한지, 컴퓨터가 버벅거릴 정도였다.

        나름 현재 인간들 사이에서도 최고 사양이라는 것으로 맞춘 컴퓨터인데…… 그것만으로도 버티기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몰려온 것인가?

       

        사고를 쳤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인지하지 못하는 귀여운 딸아이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 준다.

        에휴……. 귀여우니까 봐주마.

       

        “소개만으로 시간을 조금 보내버렸구나. 슬슬 오늘의 콘텐츠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 은근슬쩍 넘어가려고 하는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

        – 라나님. 지금 뭔가 해명할게 있지 않으신가요?

        – ㄹㅇㅋㅋ

        – 엌ㅋㅋㅋ

        – 해.

        – 명

        – 명

        – 해

       

        “오늘 딸아이와 해볼 것은 이것이란다.”

       

        시청자들의 말을 애써 무시하며 준비한 것을 꺼내 든다.

       

        – 피자?

        – 피자네.

        – 피자라니…….

        – 오늘도 먹방인가요?

        – 윽! 머, 머리가…….

        – ㄹㅇㅋㅋ

        – 아, 오늘은 뼈 없는 음식이라고!

       

        안타깝게도 새로운 콘텐츠를 준비하지는 못했다.

        일단 내가 인간들 사회를 아직 완벽하게 파악하는 것이 아니었고, 그렇다고 내가 잘하는 짓을 하자니…… 자칫하면 방금 딸아이가 한 것과 같은 사고를 쳐 버릴 위험이 있다.

       

        거인의 간단한 손짓은, 작은 인간들에겐 거대한 폭풍이 되어 휘몰아치는 법이다.

        그렇다 보니 나는 언제나 나의 행동이 인간들에게 폭풍이 되지 않을까 고민해야 하고, 그 때문에 아직 적절한 새로운 콘텐츠를 준비하지 못한 것이다.

       

        새로운 콘텐츠를 구하지 못했으니 어쩌겠는가? 그냥 하던 거나 해야지.

       

        “어젠 치킨을 먹어보았으니, 오늘은 피자라는 것을 먹어보려고 한단다.”

       

        그리고 솔직히…… 고향 차원의 음식은 맛있다.

        먹방이라는 거 굉장히 마음에 든다.

       

        “어머. 이것이 이 차원의 인간들이 먹는 음식인가요?”

       

        “그래. 피자라고 부르는 음식이란다.”

       

        신기하다는 듯이 피자 박스를 바라보는 딸아이의 앞으로 피자를 옮겨 주었다.

        그 후 카메라 각도를 조정하고, 천천히 박스를 오픈했다.

       

        “처음 먹어볼 것은 치즈피자란다.”

       

        드러난 것은 토핑이 없는, 그저 하얀 치즈만이 넓게 펼쳐진 원형의 음식이었다.

        10개의 조각으로 나눠진 상태로, 한가운데에 피자 세이버가 올려진 모습이 딸아이와 카메라에 잡혔다.

       

        “어머. 하얀 음식이군요!”

       

        – 아!

        – 츄릅!

        – 오늘 저녁은 피자다.

        – 갑자기 배고파지네…….

        – 오늘은 제발…… 제발 정상적인 먹방을…….

       

        시청자들이 술렁대기 시작한다.

        ……그렇게 뼈 먹는 것이 이상해 보였나?

       

        ‘이 차원의 육식동물 중에서도 뼈 먹는 종류가 많지 않던가?’

       

        심지어 인간도 뼈 먹지 않던가?

        오돌뼈라던가…… 생선 뼈라던가…….

       

        스스로 부끄러운 변명을 생각하고 있을 때, 피자에 얼굴을 가까이 가져다 대고 킁킁 냄새를 맡던 딸아이가 피자 위에 올려진 치즈를 핥았다.

       

        할짝!

       

        “……그렇군요. 이것은 생물의 젖으로 만든 음식인 건가요?”

       

        “그것도 포함되어 있단다.”

       

        요리라는 기술은 인간의 욕망에 의해 탄생한 기술이다.

       

        좀 더 뛰어난 맛.

        좀 더 달콤한 맛.

        좀 더…… 좀 더…….

       

        그런 다양한 맛을 향한 인간의 욕망이 요리를 만들었고, 그것은 편향된 욕망을 가진 드래곤에게는 참으로 생소한 개념일 것이다.

        나 역시 인간이었던 전생의 기억이 없었다면 신기하게 바라보았을 테지.

       

        “한 번 먹어보자꾸나.”

       

        쩍!

       

        피자 세이버를 치운 후 피자 한 조각을 집어 딸아이의 손에 쥐여 준다.

       

        보통 인간이라면 뜨거워할 온도였지만, 지금 이곳에 있는 이들은 강대한 엘더 드래곤의 아바타들이다.

        아무렇지 않게 자기 손에 쥐어진 피자 조각을 살피던 딸아이가 다시 코를 가져다 댄다.

       

        킁킁…….

       

        – 생긴 것은 눈나인데, 하는 행동은 어째선지 우리 집 강아지가 생각나네.

        – 이걸 보면 확실히 종족이 다르다는 게 느껴짐.

        – 엘프나 드워프들도 요리는 하던데, 드래곤은 요리라는 개념이 없나요?

       

        “드래곤들에게 요리라는 개념이 없는 것은 아니다만, 굳이 필요로 하지는 않기에 잘 알려지진 않았단다.”

       

        드래곤 본체의 경우, 진화 방향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드래곤들은 대체로 미각이 둔하다.

        애초에 어지간한 독은 잘 듣지 않을 정도로 튼튼한 몸인데다, 미각도 둔하므로 조금 상한 먹이도 잘 먹고, 소화도 잘 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드래곤들은 굳이 요리할 이유가 없는 것이란다. 어차피 뭘 먹어도 맛이 잘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지.”

       

        – 아하!

        – 유익한 드래곤 상식!

        – 그럼 라나님하고 눈나님도?

       

        “다만. 우리 같은 엘더 드래곤은 조금 사정이 다르단다.”

       

        엘더 드래곤은 지배력을 사용해, 자신이 지배하는 원소로 아바타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그리고 그 아바타와 감각을 연결하면, 아바타가 느끼는 것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즉, 지금 인간형의 아바타를 사용하는 나와 딸아이는 인간과 비슷한 미각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먹방이라는 것이 가능한 것이지.”

       

        – 와!

        – 빨리 피자 드셔보세요!

        – 츄라이! 츄라이!

        – ㄹㅇㅋㅋ

        – 이거시 코리안 피자다!

       

        내가 시청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확인이 다 끝난 것인지 딸아이가 조심스럽게 피자 끝부분을 베어 물었다.

       

        냠!

       

        우물우물…….

       

        “……어머.”

       

        그리고 두 눈을 휘둥그레 뜬다.

        그래……. 아마 딸아이에게는 획기적인 감각일 것이다.

       

        일단 큰아들을 제외하고, 다른 아이들은 인간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다.

        인간만 보면 다 죽이려고 하는 둘째 아들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인간을 좋게 보지도 않는 쪽이라고 할까?

        그렇다 보니 큰아들을 제외하면 다른 아이들은 굳이 아바타를 사용할 일이 없었다.

        즉, 인간과 같은 미각을 느낀 적이 거의 없었다는 소리다.

       

        게다가 내 고향 차원의 지구는 음식의 맛이 제법 발전된 상태다.

        각종 조미료는 물론이고, MSG라는 합성 조미료까지 일반적인 음식에 사용되는 세상인 것이다.

       

        인간과 같은 미각을 거의 느낀 적이 없는 아이가, MSG 같은 자극적인 맛을 경험한 것이니 뭐…….

       

        냠냠!

       

        “굉장해요 어머니! 이런 감각은 처음이에요!”

       

        허겁지겁 치즈피자를 먹기 시작하는 딸아이.

        아바타로부터 전해지는 강렬한 미각의 감각에 푹 빠진 모습이다.

       

        – 그렇지! ㅋㅋㅋ

        – 헤으응! 눈나! 먹는 모습도 너무 귀여워!

        – 아! 뽕찬다!

        – 주모! 여기 피자 한판이오!

       

        “천천히 먹거라.”

       

        딸아이의 머리를 쓱쓱 쓰다듬어 준다.

        어휴. 뭘 이렇게 흘리고 먹나…….

       

        딸아이의 아바타 가슴에 묻은 음식 찌꺼기들을 닦아준 후 내 몫의 피자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피자를 한입 물었다.

       

        “?!”

       

        맙소사…… 딸아이가 정신 못 차릴 만했구나.

        나는 입안 가득 차는 피자의 맛에 두 눈을 크게 떴다.

       

        어제 먹었던 치킨도 맛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치킨의 맛은 아무리 포장을 해도 닭고기의 맛이었다. 겉의 양념을 제외하면, 결국 닭을 익힌 음식이라는 소리다.

       

        치킨이 맛있는 이유는 아마도 튀김이라는 특유의 요리법과, 그로 인해 만들어진 독특한 식감이 닭고기의 맛을 한층 끌어올려 준 탓이라고 생각된다.

        즉, 식감과 같은 것들을 제외한 ‘맛’ 하나만 생각해 보면 특별할 것이 없다는 소리다.

       

        하지만 피자는 달랐다.

        피자의 전체적인 틀을 이루는 빵과, 그 위에 발라진 어떤 식물의 과실즙, 그리고 동물의 젖을 발효시킨 치즈의 맛. 마지막으로 어떤 식물의 잎을 말려 가루로 낸 것의 향.

        그 모든 것들이 전체적인 조화를 이루며 내 혀 위에서 춤을 추는 느낌이었다.

       

        “음! 맛있구나!”

       

        지금 먹어보니까 알겠다.

        드래곤들도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드래곤들은 치킨보다는 피자를 더 선호할 것 같다.

       

        – 어쩐지 라나님, 어제보다 더 맛있어 하시는 것 같네요?

       

        “그래. 드래곤들은 치킨보다는 피자를 더 좋아할 것 같구나.”

       

        – 맙소사!

        – 치킨이 피자 미만 잡이라고?!

        – 치느님은 무적이다!

        – 말도 안 돼!!

       

        치킨에 묘한 자부심이 있는 시청자들이 댓글을 올리기 시작한다.

        아니…… 치킨도 맛있다는 소리인데? 치킨이 맛이 없다는 소리가 아닌데…….

       

        “어머니. 그 치킨이라는 음식은 무엇인가요?”

       

        “닭이라는 날짐승을 뜨거운 기름에 튀긴 요리란다.”

       

        “그럼…… 결국 그냥 고기 아닌가요?”

       

        “음…… 그렇지.”

       

        – 끼에에에에에엑!

        – 이단이다!

        – 치킨단 출동!

        – 어디로?

        – 아!

        – 드래곤님들이 그렇다면 그런 거지.ㅋㅋㅋ

        – ㄹㅇㅋㅋ

       

        그렇게 딸아이와 오순도순 피자를 먹고 있을 때였다.

       

        똑똑똑!

       

        “음?”

       

        = 주인님. 전해드릴 물건이 있사옵니다.

       

        방송실 밖에서 도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지? 밖에는 내 본체가 있어서, 어지간한 보고사항은 본체에게 말하면 되는데?

       

        꿀렁꿀렁!

       

        내 지배력이 움직이고, 이어서 방송실의 벽을 형성하고 있던 아다만티움이 열린다.

        그리고 밖에서부터 황금빛 털을 가진 육미호 여우 수인이 다소곳한 움직임으로 방송실로 들어왔다.

       

        – 헐?

        – 여우 수인?!

        – 귀 쫑긋!

        – ㄱㅇㅇ!

        – 16살? 17살인가?

        – 헤으응!

       

        “무슨 일이냐 도화야.”

       

        “바쁘신 와중에 송구하옵니다 주인님. 잊은 물건이 있어 이렇게 급히 찾아뵈었습니다.”

       

        그렇게 말한 도화가, 천천히 무릎을 꿇으며 미스릴 실로 짠 천을 감은 받침대를 두 손으로 나에게 내밀었다.

       

        뭐라고 하더라…… 아! 그래.

        이 세상에서 ‘무협 판타지’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한 차원에 있을 때, 그곳의 인간들이 왕에게 무언가를 바치는 자세와 흡사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도화가 내민 받침대 위에 올려져 있는 것은…….

       

        – ……콜라?

        – 콜라?

        – 탄산?

        – 아! 피자 먹을 때 탄산은 필수지 ㅋㅋㅋ

        – 콜라를 무슨 저렇게 주냨ㅋㅋㅋ

       

        콜라였다.

        ……별생각은 없었는데, 슬슬 하인들의 태도도 손을 봐줘야 하는지 고민되는 순간이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드래곤들의 취향은 회나 통구이처럼 재료 하나를 사용한 것보다는 비빔밥 같이 여러 재료를 사용한 쪽이 취향인 것입니다.

    피자 세이버는 피자 한가운데 놓는 발 3개인 그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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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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