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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16

        딸아이의 말이 다소 거칠긴 했지만, 그래도 종족이 다르다는 점을 시청자들이 이해해준 덕분에 분위기는 무난하게 흘러갔다.

        드래곤이나 되어서 인간들의 눈치를 살피는 거냐고 할 수도 있는데, 지금 내가 하는 인터넷 방송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인간들의 문물이다.

       

        내가 같은 드래곤들에게 인터넷 방송을 하겠는가? 아니면 다른 괴이들에게 할까?

        내가 방송하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인간들 때문이고, 내 방송을 보는 이들도 인간들이다.

        당연히 방송하면서 인간들인 시청자들을 아주 무시할 수는 없다.

       

        물론 내가 그어놓은 선을 넘는 이들은 가차 없이 쳐 내겠지만…… 그런 이들이 아닌 이들은 어디까지나 내 방송에 놀러 온 손님이다.

        나는 주인 된 처지에서, 손님들에게 어느 정도의 대접을 해야만 하는 이유가 있다는 소리다.

       

        – 라나님은 피자 맛 어떠셨나요?

        – 치킨과 비교했을 때 어떤가요?

        – 뭐가 더 맛있나요?

        – 콜라는 진짜 맛 없나요?

        – 빨리하고 뒷이야기 계속해주세요!

       

        딸아이의 소감 같지 않았던 소감이 지나가고, 이번엔 내 차례가 돌아왔다.

        피자와 치킨을 비교했을 때라…….

       

        “개인적으로는 둘 다 맛있었다만…….”

       

        – 에이…….

        – ㄵ

        – 딱 하나만 고르라면요?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나는 피자를 고를 것 같구나.”

       

        딱히 내가 치킨파라던지, 피자파라던지 같은 호불호 때문이 아니다.

        드래곤으로서의 입맛도 영향이 아주 없지는 않지만…….

       

        “고기는 매일 먹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치킨보다 피자가 더 신선한 맛이었기 때문이니라.”

       

        드래곤도 진화 방향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의 드래곤들은 육식을 한다.

        왜냐하면 그 강력한 육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고열량의 먹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단 덩치가 크기 때문에, 그 거체를 지탱하기 위해서 강력한 근육이 필요하고, 그 근육이 사용할 열량이 필요하다.

        거체를 돌고 있는 피를 펌프질하는 심장이 사용하는 열량도 필요하고, 뇌가 사용할 열량도 필요하지.

        게다가 숨결을 사용할 열량에, 지배력을 사용할 열량도 필요하고…… 아무튼 드래곤이라는 생물은 생각보다 연비가 나쁜 생물이다.

       

        물론 그 열량의 일부분은 마나로 치환하기는 했으나…… 그걸 감안하고 보더라도 드래곤이라는 생물은 많이 먹어야 하는 생물이다.

        괜히 드래곤들의 미각이 둔하고, 소화 능력도 뛰어난 것이 아니다.

        약간 상한 음식이나 독이 든 음식도 가리지 않고 먹어야 할 정도로 열량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물론 초식을 하는 드래곤도 없지는 않단다. 여기, 내 딸인 헤니시아가 초식을 주로 하는 아이이니까.”

       

        하지만 초식을 하는 드래곤은, 초식을 하는 만큼 다른 방법으로 에너지를 확보하는 방법이 존재한다.

        식물처럼 광합성을 한다던가, 혹은 활동 자체를 줄여서 에너지 소모율을 줄인다던가…….

       

        “그 외에는 전부 육식이니라.”

       

        참고로 나 역시 육식이다.

        뭐…… 나는 먹어야만 하는 단계를 지나치긴 했지만, 지금도 출출하면 고기를 먹고는 한다.

       

        “아무튼 그렇다 보니…… 어쨌든 고기인 치킨보다는 빵과 치즈라는 것을 조합한 피자라는 음식이 더 신기할 수밖에 없더구나.”

       

        빵과 치즈를 먹어 본 게 얼마만이더라…….

        입맛을 다시며 피자의 맛을 떠올려본다.

        지금 양껏 피자를 먹었지만, 내일이 되면 또 생각날 것 같은 맛이었다.

       

        – 그렇지! 역시 피밑치!

        – 그럴 수가!!

        – 치느님은 위대하시다!

        – ㅠㅠㅠㅠ

        – 아! 드래곤도 피자가 짱이라고!

       

        웃는 이들과 우는 이들로 양분된 채팅창.

        나는 피자파와 치킨파로 나뉘어 아옹다옹하는 채팅창을 바라보다 화면 옆으로 시선을 옮겼다.

       

        “흠…… 이제 천 명을 뽑았는가…….”

       

        딸깍! 딸깍!

       

        내 아바타에서 뽑혀 나온 금속 덩어리가 알아서 버튼을 누르고, 그럴 때마다 신청자들 중 랜덤한 1인이 선정되는 과정.

        총 오천여 명을 뽑는 과정에서 이제야 천 명이 뽑혔다니……. 역시 내 생각대로, 피자 먹방을 다 끝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많이 남아버렸다.

       

        “그래. 그럼 먹방도 끝났으니…….”

       

        – 뒷이야기! 뒷이야기!

        – 빨리빨리빨리빨리……

        – 할모니! 빨리 이야기해주새오! 현기증 난단 말이예요!

        – 와! 할머니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 WA! 동화구연(진짜)이야기!

       

        “그래그래. 해 줄 터이니 재촉하지 말거라.”

       

        나는 시청자들의 채팅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            *            *

       

       

        내가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그래. 철검적가라 불리는, 인간들의 무리에서 온 이들이 나에게 덤벼들었다는 것까지 이야기했었구나.

       

        “죽이지 마라! 반드시 사로잡아야 한다!”

       

        “예!”

       

        그들은 나를 둘러싼 채 적의를 드러내는 인간들이었고.

        나를 사로잡아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겠다는 속셈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인간들이었으며.

        무엇보다도…….

       

        “흐흐흐! 순순히 항복한다면 험한 꼴은 보지 않을 것이다 영물이여!”

       

        = …….

       

        자신들과 나의 수준을 짐작하지도 못한 채 나를 깔보는 인간들이었다.

       

        [- 화가 나지는 않으셨나요?]

       

        음…… 너희들은 개미가 너희에게 가소롭다느니, 항복하라느니 같은 말들을 들으면 무슨 생각이 드느냐?

        누군가는 화를 낼 수도 있겠고, 누군가는 가소롭다는 생각도 들겠지. 혹은 재미있다는 감정이 들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그때 나는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았단다.

       

        솔직히 말해서, 그때는 잠을 자다가 깬 상황이었기 때문이지.

        그 인간들에게 어떠한 감정을 품기엔, 그 당시의 나는 잠에서 덜 깬 상태였단다.

       

        “흐하하하! 겁이 나는가 영물이여!”

       

        = ……zzz

       

        사실 이때 상황도 잘 기억나지 않는단다. 반쯤 졸고 있었기 때문이지.

        인간들의 대화나 상황도 전후 상황을 통해 내가 비슷하게 짜 맞춘 것으로 생각하려무나.

       

        [- 아…… 무슨 기분인지 알 것 같네요]

        [- 잘 때 옆에서 날파리가 앵앵거리면 좀 짜증 나지]

        [- 상병님. 야간 점호 시간입니다!]

        [- 갸아아악!! PTSD 멈춰!]

       

        아무튼 반쯤 졸고 있던 나를, 단순히 겁을 집어먹은 것이라고 판단한 가주라 불린 인간이 소리친 것이 아마 그때쯤이었을 거다.

       

        “주술사들이여! 포박진을 펼쳐라!”

       

        “급급여율령! 축생은 인간의 말을 들어라!”

       

        “급급여율령! 미물은 인간에게 복종할지니!”

       

        그리고 그들이 주술이라고 부르던 마나가 나에게 날아왔…… 던가? 아니었던가?

       

        팅! 팅!

       

        “……응?”

       

        “……어?”

       

        “어?”

       

        사실 기억은 잘 안 나는구나.

        드래곤의 비늘은 마나 흡수율과 전도율이 굉장히 뛰어나기 때문에, 어지간한 마나를 이용한 이능은 그대로 튕겨 버리거나 흡수하기 때문이지.

        게다가 내 몸에 두르고 있는 용금 또한 방어력이 뛰어난 금속인 데다, 그때 나는 반쯤 졸고 있었기에 그들의 주술에 맞았는지 아니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구나.

        ……뭐, 맞았어도 별 느낌은 없었겠지만 말이다.

       

        [- 진짠가?]

        [- 보통 저런 이야기는 허세가 들어가는데, 말하는 사람이 EX급 게이트 보스 몬스터다 보니까 허세 같지가 않음.]

        [- 진짜든 아니든 그 인간들 X된 듯?]

       

        주술이 통하지 않음을 알게 된 인간들은 당황했단다.

        하지만 이내 그들의 가주라는 인간이 소리쳤지.

       

        “당황하지 마라! 적검대는 나와 함께 저 요물을 제압한다!”

       

        “충!”

       

        채채챙!

       

        “야아아압!”

       

        “와아아아!!”

       

        = zzz…….

       

        그들은 마그마 밖으로 나온 내 몸을 두드렸단다.

        ……아, 검을 휘둘렀는데 왜 두드렸냐고?

        으음. 그들이 검을 휘두른 것은 잘 안다만, 사실 드래곤이 인간들의 검에 베이는 일은 어지간해서는 일어나지 않는단다. 좀 전에 말했듯이 드래곤의 비늘은 아주 단단하기 때문이지.

        그러므로 그 당시의 내가 느꼈던 감각은, 무언가가 내 몸을 툭툭 건드리는…… 큼큼! 두드리는 감각만이 느껴졌을 뿐이지.

       

        [- ……방금 건드렸다고요?]

        [- 방금 진심이 슬쩍 나온……wwww]

        [- 아! 라나님 크기라면 인간은 개미 수준이 맞다곸ㅋㅋㅋ]

       

        어찌 됐든, 무언가가 나를 두드리니 그제야 잠이 좀 깨더구나.

        반쯤 감고 있던 눈을 뜨자, 마그마 밖으로 꺼내놓았던 내 머리와 앞발을 향해 검을 휘두르던 인간들과 눈이 마주쳤단다.

       

        = …….

       

        “……히끅!”

       

        “가, 가주님! 검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에잇! 비켜라!”

       

        부하들의 검이 나에게 통하지 않자, 그 가주라 불린 인간이 직접 나섰지.

       

        “보아랏 요물아! 이것이 300년 역사를 가진 철검적가의 비전!”

       

        우우우웅!!

       

        “백검낙화(百劍落花)!!”

       

        나도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었지만, 그 가주라 불린 인간은 그 세상에서 제법 경지에 다다른 인간이라고 하더구나.

       

        [- 정확히 어느 정도 실력이었나요?]

       

        글쎄…… 너희들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B랭크 헌터 정도랄까?

       

        [- 와! 개고수였네!]

        [- B급이면 어지간한 연예인 정도 벌지 않나?]

        [- 경우에 따라서는 더 벌기도 함.]

        [- ㄹㅇㅋㅋ]

       

        그래. 이해가 된 듯싶구나.

        그때 가주라 불린 인간이 사용한 이능은 참 특이했단다.

        오러, 혹은 검기라 불리는 방식으로 뽑아낸 마나가 허공에 모여 98자루의 검의 형태를 형성하고, 그것이 꽃잎을 흩뿌리듯 흩어지며 나에게 쇄도해왔기 때문이지.

        아마 같은 인간이 그 기술을 정면에서 받았다면, 아마 살아남기 어려웠을 것이란다.

       

        [- 그런데 라나님은 아니라는 거죠?]

       

        ……그렇지.

       

        팅팅팅팅!

       

        “아닛?!”

       

        = …….

       

        ……그래도 다른 인간들과는 달리, 그제야 좀 몸을 두드리는 감각이 느껴질 정도로 강하기는 했단다.

       

        [- 아까 전에 건드렸다고 했다는 거 인정하시는 부분인가요?]

        [- 속보. B랭크 헌터의 공격은 자신에게 안마 수준 이상도 아니야 선언…….]

        [- ㅎㄷㄷ]

       

        하여간에. 건수를 잡으면 놀리지를 못 해 안달인 아이들이구나. 후훗.

       

        아무튼 그쯤 되니, 슬슬 인간들도 무언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지.

        탐욕에 가려져 있던 공포심과 생존본능이 머리를 내밀기 시작하고, 동시에 반쯤 잠든 탓에 함께 잠들어 있던 나의 기세도 깨어나기 시작했단다.

       

        덜덜덜덜…….

       

        “이, 이게 무슨…….”

       

        = 그래. 하고 싶은 것들은 다 했느냐? 아이들아.

       

        점점 드러나기 시작하는 나의 기세에 인간들의 안색이 점점 새파랗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약한 이들은 거품을 문 채 기절하기도 했지.

       

        털썩! 털썩!

       

        꼴까닥!

       

        “가, 가주님…….”

       

        “큭…….”

       

        마나를 끌어올려 자신들을 보호하는 것으로 내 기세를 버텨 내는 인간들이 있었지만, 그때는 이미 몰려왔던 인간들 중 절반 정도가 기절한 이후였단다.

        나는 가주라 불린 인간을 보며 제안했단다.

       

        = 가주라 불린 인간아.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겠다.

       

        [- 기회?]

        [- 보통 거기서 참교육 들어가야 하지 않나?]

        [- 여기서 고구마 들어가나요?]

       

        아이들아.

        그때 그 인간들을 혼내주는 것은, 당장에는 속이 시원하게 보일 수가 있단다.

        하지만 나는 어디까지나 그 차원을 잠시 거쳐 가는 이방인에 불과하다.

       

        만약에 내가 거기서 그 인간들을 전부 죽여 버리거나, 혹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주게 된다면…… 그것은 그 차원을 살아가는 지성체들에게 큰 영향을 주는 것과 다르지 않지.

        나는 어디까지나 차원을 여행하는 여행자란다. 손님이 주인에게 행패를 부릴 수는 없지 않냐.

        게다가 너희 인간들의 인식으로는 그 인간들이 나에게 큰 잘못을 한 것처럼 보이겠으나, 드래곤의 시점에서는 그다지 잘못도 아니었단다.

       

        음…… 그래.

        너희들이 이해하기 쉽게 비유하자면, 어릿광대의 ‘재롱’을 구경한 느낌이라고 해야겠구나.

       

        [- B급 헌터 수준의 전력이…… 드래곤에겐 재롱?]

        [- 속보! B급 헌터 수준, 드래곤에겐 재롱 수준…….]

        [- 엄마! 다음생엔 나도 드래곤으로 태어날래요!]

        [- 언제나 느끼는데, 라나님 비유 개 찰짐.]

        [- 저런 비유 들을 때마다 라나님이 인간들을 얼마나 잘 이해하는지 확인됨]

       

        그래. 이해가 된 모양이구나.

       

        [“어머니. 그 무례한 인간들을 그냥 두셨습니까?”]

       

        ……헤니시아. 왜 네가 화를 내느냐?

        이미 지나간 일이란다. 벌써 400년도 더 지난 일이다.

        옳지. 화를 내었다가는 뱃속의 알에게도 좋지 않단다.

        착하지…….

       

        [- 모녀 사이가 아니라 야수와 맹수 조련사 느낌이 드는 건 나만임?]

        [- 야너도? 야나두.]

       

        큼큼! 잠깐 소란이 있었구나.

       

        아무튼, 나는 그 인간에게 물었단다.

       

        = 이곳에서 물러난 이후, 다른 인간들을 이곳으로 들여보내지 말거라. 그렇다면 너희를 살려주는 것은 물론이요, 이 근처에 금맥을 만들어 주마.

       

        “……그렇지 않는다면?”

       

        = 그렇다면…….

       

        그때 내가 무슨 표정을 지었는지는 모르겠다.

        왜냐니? 너희들도 거울을 보지 않으면 자신이 무슨 표정을 짓는지는 모르지 않느냐?

        드래곤이라고 해서 거울 없이 자기 얼굴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란다.

       

        그러므로 내 표정은 모르겠으나…….

       

        = 인간들이여. 그대들은 나, 멸천룡 그랑 라그나의 분노를 맛보게 될 것이니라…….

       

        ……그때 나를 바라보던 대다수 인간들의 표정이 더더욱 창백해지더구나.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드래곤들 중에선 진짜 보살급인 주인공.

    하지만 왕년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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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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