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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1

        나의 몸이 구름을 뚫고 허공으로 날아오른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지만, 이렇게 하늘을 나는 기분은 정말로 좋다.

       

        =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이렇게 하늘을 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구나.

       

        인간들이 무서워할까 봐 조금 자제했는데, 방송하면서 얼굴을 조금 알렸으니 이제는 괜찮겠지?

        그렇게 생각하며 고도를 높이고 있는 나의 투명한 속 눈꺼풀 위로 글자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system loading……]

       

        [프로그램 자체 체크.]

       

        [스타쉽 보조 AI 에코. 작동 시작합니다]

       

        = 그래. 깼느냐 에코.

       

        [마스터 라그나. 안녕하십니까.]

       

        언제였더라?

        워낙 수많은 차원들을 오가다 보니 기억이 나지 않는데, 언젠가 과학 문명이 엄청나게 진보하여 우주까지 진출한…… 이름하여 SF 세계관의 지구에 도달한 적이 있었다.

        아마 그때가 처음으로 SF 차원에 방문했던 날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신기한 기분으로 지구를 구경했는데, 지구의 몰골을 보게 된 나는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쓰레기, 쓰레기, 쓰레기의 향연.

        환경은 오염되었고, 동식물도 제대로 살기 힘들어졌으며, 대다수 인간들이 그런 지구를 버리고 외계 행성이나 외우주로 떠난 상태였다.

       

        그런 지구에서는 기괴하게 진화한 동식물과, 그런 동식물 사이에서 살아남은 소수의 인류만이 살아가고 있었다.

        결국 보다 못한 내가 손수 나서서 100여 년에 걸쳐 지구를 좀 손봤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구에 남겨져 있던 과학 지식을 몇몇 습득해 내 몸, 정확히는 내 몸에 두르고 있는 용금에 적용했다.

       

        안 그런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인류 문명은 ‘금속’과 ‘불’로 이루어진다.

        그리고 나는 ‘금속’을 지배할 수 있는 드래곤. 당연히 인간들의 문명과 기술을 지배할 수 있는 몸이다.

       

        그런 나의 생각은 들어맞았고, 나는 이렇게 인류의 기술마저 나의 것으로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어떤 인간은 이런 날 보며 로망이라느니, 제트 드래곤이라느니 같은 말을 했지.’

       

        사실 이런 제트기 같은 추진기관은, 해츨링일 적의 나도 생각해봤던 것이다.

        로망도 로망이지만, 제트기의 엔진은 드래곤으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속도를 보장해 주기 때문이다.

       

        그 당시 내 사냥감들은 하나 같이 재빨랐고, ‘그런 놈들을 사냥하려던 나’를 사냥하려고 벼르던 포식자도 빠르게 날아다니는 놈이었기에 정말로 진지하게 고민하긴 했었다.

        정말로 운이 좋게 해당 변이 인자를 얻기도 했었기에 한 번 진화를 한 적도 있었고.

        하지만 가성비와 효율 문제로 결국 포기했던 진화 방향인데, 이렇게 기계 장치를 몸에 다는 것으로 이루어 낼 줄이야.

       

        참고로 이건 진짜 제트 엔진은 아니다.

        정확히는 우주선에 사용되는 것으로, ‘반중력 엔진’이나 ‘강척력 엔진’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실제로 다른 SF 차원에 갔을 때 우주선으로 위장해서 지냈던 적도 있었는데 말이지…….

       

        [목표 고도에 도달했습니다.]

       

        [탐색을 시작합니다.]

       

        생각을 정리하던 와중 에코의 메시지가 나타났다.

       

        본래는 우주선의 보조 AI로서 만들어진 인공 지능이지만, 지금은 내 용금에 장착된 기계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은 아이다.

        그러고 보니 이 아이와도 참 오래 지냈지…….

       

        시선을 내려 ‘지구’를 바라본다.

        푸르게 빛나고 있는 지구의 모습은 정말이지…… 언제 보아도 참으로 아름답다.

        차원에 따라 대륙의 모습은 조금씩 다르지만, 지금 나의 발밑에는 평양이라는 땅이 위치해 있다.

       

        만약 마음만 먹는다면 이곳에서 바로 브레스를 쏘아 ‘대기권 외 사격’ 전술을 수행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너무 멋없는 짓이겠지. 민간인 피해도 나올 것이고.

        그러니 나는 다른 작전을 사용할 것이다.

       

        [목표물 포착 완료.]

       

        [위치를 표시합니다.]

       

        투명한 속 눈꺼풀의 표면 위로 에코가 표시해 준 정보들이 떠오른다.

        그것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중날개의 엔진 각도를 조절한다.

        그리고 나의 몸에 지구 주위를 날아다니던 각종 우주 쓰레기들이 부딪치고…….

       

        꿀렁꿀렁!

       

        슈르륵!

       

        나의 지배력에 붙들려 형태를 잃고, 액체가 되어 내 주위를 휘돌기 시작한다.

        나의 지배력에 포함되지 않는 도자기 같은 부분은 먼지로 만들어 지구 대기권으로 날려 버리고, 금속은 액체 형태가 되어 내 주위를 돌게 만든다.

        그리고 그렇게 모은 금속이 일정 질량이 된 것을 확인한 후, 그것들을 나의 겉날개 위에 씌우기 시작했다.

       

        [레일건 형성 완료. 장착되었습니다.]

       

        철컥!

       

        = 흠. 나쁘지는 않구나.

       

        급조한 것이긴 하지만 우주선에 사용되었던 금속이라서인지 무게도 적당하고 전도성도 나쁘지 않다.

        이 정도라면 장난감으로 사용할 정도는 되겠지.

       

        남은 금속 덩어리들을 한데 모은다.

        그리고 천룡안으로 평양이라는 도시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보호막을 바라본다.

       

        = 우선 저 보호막부터 깨부수어야 하겠군.

       

        용금이 가장 두텁게 둘러져 있으며, 동시에 내 취미로 만들어진 각종 무장들이 장착되어 있는 ‘전투형 날개’, 겉날개를 들…… 려다가 레일건이 장착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만두었다.

        이 레일건은 급조한 것이라서 내구성이 너무 약하다. 충격이 좀 강하게 들어가면 망가질 위험이 있다.

        어차피 좀 사용하다가 버릴 예정이었지만, 사용해 보지도 못하고 망가뜨릴 수는 없지 않은가?

       

        뭐? 다시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귀찮다.

       

        대신 나의 주 기동을 담당하는 날개, 중날개를 들어 가장 바깥쪽에 장착된 강척력 엔진의 끝부분을 금속 덩어리에 가져다 댄다.

        자칫 너무 강하게 날아갈 수 있으니…… 아주 살살…….

       

        [강척력 엔진 출력 0.005%]

       

        [가동!]

       

        퍼어어어엉!!

       

        강력한 척력에 가격당한 금속 덩어리가 붉게 타오르며 대기권 아래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한다.

        그 목표는 당연히 평양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방어막이다.

       

        = 그럼 지켜볼까?

       

       

        *            *            *

       

       

        [멸천룡이 하늘 위로 사라진 지금, 저기 보이시는 평양에서는…….]

       

        이현은 TV에서 흘러나오는 아나운서의 목소리를 들으며 고민에 잠겼다.

        그 고민은 하나.

       

        “도대체 드래곤이라는 것은 뭘까?”

       

        “갑자기 왜 그래 파트너?”

       

        와그작! 와그작!

       

        팝콘을 씹어먹던 백익룡이 이상한 것을 본다는 얼굴로 이현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런 백익룡의 얼굴에 이현이 무심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어머니 말이야. 왜 제트기이신 거냐?”

       

        “……뭔 소리야?”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는 파트너의 모습에 백익룡이 팝콘을 손에서 놓았다.

        이놈이 드디어 미쳐 버린 것인가?

       

        “아니, 생각해 보니까 너부터가 문제였네.”

       

        ‘빛’을 지배하는 백익룡 스카투야 블레이즈.

        그는 빛을 산란시켜 환영을 만들어 내는 것은 물론, 자기 몸 자체를 광자화시키는 것까지 가능하다.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하늘을 날아다니는 그는…… 그야말로 백익룡이라는 신명에 걸맞은 드래곤이다.

       

        “어머니가 메탈 드래곤이신데 왜 넌 샤이닝 드래곤인데? 동생은 왜 워터 드래곤이고? 유전 법칙 안 지키냐?!”

       

        “…….”

       

        도대체 얼마나 충격이 컸길래…….

        반쯤 맛이 가 버린 파트너를 측은하게 바라보던 백익룡이 한숨과 함께 다시 팝콘을 집었다.

       

        “파트너. 너는 드래곤이 어떤 생물이라고 생각하냐?”

       

        “날개 달린 거대 도마뱀?”

       

        “…….”

       

        이 개새…….

        백익룡의 손에 들려 있던 팝콘이 고열로 인해 탄화되었다.

       

        잠시 후.

        서로의 얼굴에 멍 자국을 만들어 준 둘이 다시 소파에 앉고.

        팝콘을 씹던 백익룡이 입을 열었다.

       

        “드래곤이라는 생물은, 진화의 정점과도 같은 생물이다.”

       

        모든 생물들은 진화한다.

        살아남기 위해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종을 보존하기 위해서 기타 등등…….

       

        하지만 아주 드물게, 극히 희박한 확률로 자연 발생한 돌연변이가 존재한다.

        자기 DNA를 근본부터 고칠 수 있는, 생물의 근본을 뒤흔드는 생물이 말이다.

       

        “그게 드래곤이다.”

       

        언제든 자기 DNA에 돌연변이를 일으켜 유전 형질을 바꿀 수 있는 생물.

        그리고 자신이 획득한 유효한 유전 형질을 후세에 물려줄 수 있으며, 그렇게 오랜 세월을 살아남는 데 성공한 생물.

        결국 생물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신이라 불리는 이들마저 거꾸러뜨릴 수 있게 되어 버린 생물.

       

        “그러므로 드래곤은 최강의 생물이라고 불리는 것이지.”

       

        언제든 환경에 유리한 진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어떠한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과 같은 소리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최고 포식자이기까지 하다고?

       

        이것이 드래곤이 최강의 생물이라고 불리는 이유이며, 진짜로 최강 생물인 이유이다.

        그리고 멸천룡과, 그녀 자식들의 특성이 전부 다른 이유이기도 하다.

       

        “나 역시 어머니의 유전 형질을 물려받았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어머니와 같은 특성을 발현할 수는 없다.”

       

        드래곤이라고 해서 마음에 드는 유전 형질을 마음대로 발현할 수는 없다.

        드래곤이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유전 형질은 어디까지나 인위적으로 일으킨 돌연변이뿐. 그리고 그 돌연변이 과정에서 유효한 유전 형질이 나오길 바라야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거 가챠 아니냐?”

       

        “그렇다. 돌연변이 가챠.”

       

        심지어 자식에게 자기 모든 유전 형질을 물려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아주 기본적인 유전 형질을 제외한, 다른 유전 형질은 어디까지나 스스로 개발을 해야 하는 것이다.

       

        “하! 내가 무슨 일들을 겪었는지 알면 놀랄걸?”

       

        “…….”

       

        어쩐지 하얗게 세어버린 얼굴이 된 백익룡을, 이현은 어쩌라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뭐랄까, 참으로 사이좋은 친구였다.

       

        “아무튼, 이게 나와 어머니의 특성이 다른 이유지. 이제 이해가 됐나?”

       

        “그래.”

       

        이현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TV 속에서 기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앗?! 하늘 위에서…….]

       

        카메라가 황급히 위로 올라가고, 이내 모든 시청자들의 시야에 ‘그것’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궁!!

       

        하늘 위에서부터 빠르게 떨어져 내리는 붉은 불꽃.

        하지만 그것은 별똥별도, 유성도 아니었다.

       

        그것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천벌.

        붉은 궤적을 남기며 평양을 향해 낙하하는 거대한 질량 병기.

       

        “미친?!”

       

        쿠과과-!

       

        하늘에서 떨어진 금속 덩어리가 평양의 주위를 감싼 보호막에 직격하며 거대한 폭풍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사냥 개시.

    그리고 제트 드래곤은 역시 로망이죠. 발파루크든, 푸른눈이든…….

    참고로 주인공 모티브는 몬헌 시리즈의 ‘맘타로트 + 발파루크’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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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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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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