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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29

        철컥! 철컥!

       

        위이잉!

       

        – 캬! 이 맛이지!

        – 드래곤에 메카를 더했다고요?

        – 그건 못 참지.

        – 그건 맞지

        – 맞지맞지

        – ㅋㅋㅋㅋㅋㅋ

        – 어우. 저 때깔 보소

        – ㄹㅇㅋㅋ

       

        잠시 내 본체의 몸에 장착되어 있는 여러 무장들과 장치들이 작동되는 것을 보던 시청자들의 채팅이었다.

        그것을 옆에서 보고 있는 내 기분은…….

       

        ‘저런 게 좋은 건가?’

       

        딱 이거였다.

       

        이젠 완전히 드래곤이 되어서일까?

        아니면 아이 넷을 둔 어머니가 되어서일까?

        인간들이 왜 저것을 보며 기분이 좋은지를 모르겠다.

       

        ‘뭐, 본인들이 좋다는데…… 상관없겠지.’

       

        저것 좀 보여 준다고 닳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대충 보여 준 후 카메라를 돌렸다.

       

        – 아!

        – 좀만 더! 좀만 더!

        – 더 보여주세요!

       

        “아이들아. 떼쓰면 못쓴단다.”

       

        이거 내 게이트 구경하는 콘텐츠인 거 잘 알지?

        그런 느낌을 팍팍 담아서 말하니, 그제야 좀 정신을 차린다.

        도대체 기계 장치가 움직이는 부분에서 어떤 재미가 있다는 것인지 원…….

       

        “좀 전에도 말했지만, 이곳은 내 침실이 있는 최하층이란다.”

       

        총 5층으로 이루어진 내 게이트의 최하층이자, 내 게이트 곳곳으로 흘러 들어가는 황금의 원류.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심장에 해당하는 곳이다.

       

        나는 황금빛으로 빛나는, 내 본체가 몸을 담그고 있는 마그마를 보여 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내가 몸을 담그는 이 온탕엔 내 몸에서 흘러나온 황금이 섞인단다.”

       

        그리고 이곳에 고인 마그마는 지맥을 따라 내 게이트 곳곳으로 흘러 들어가고, 그것은 고스란히 내 게이트에 살고 있는 생물들의 에너지원이 된다.

        그렇기에 나는 이 게이트를 유지하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며, 동시에 이 게이트의 태양과도 같은 존재가 된다.

       

        – 황금 마그마!

        – ㅎㄷㄷ

        – 와씨! 저기에 몸담그면 어떤 기분일까?

        – 황금으로 만든 마그마라니…… 그건 귀하네요.

        – ㄹㅇㅋㅋ

       

        “내 침실을 벗어나면, 바로 위층이 나온단다.”

       

        인간식으로 말하자면, 지하 4층이라고 할까?

        일단 내 침실의 바로 위에 존재하는 층이기에, 내 황금의 영역에서 나온 정예들이 지키고 있는 층이라고 할 수 있다.

       

        – 황금의 영역?

        – 그게 뭔가요?

        – 게이트가 끝 아닌가요?

       

        “음? 아! 그러고 보니 너희들은 잘 모르겠구나.”

       

        지금 내가 머무는 이 게이트는, 말하자면 일종의 완충제와 같은 것이다.

        다른 차원에서 수많은 존재들이 이쪽 차원으로 흘러들어온다는 것은, 쉽게 말해서 외래종이 잔뜩 들어온다는 것과 같은 소리다.

       

        “한 마리나 두 마리 정도의 소수가 들어오는 것 정도는 기존의 생태계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지.”

       

        하지만 다양한 외래종이 수백 수천 마리나 들어온다면? 기존의 생태계가 이 외래종들을 버텨 낼 수 있을 리가 없다.

        기존의 생태계를 이루던 생물들은 전부 멸종하거나 소수만 생존할 것이고, 그들도 극적인 진화를 겪지 않는 이상 언젠가는 멸종하고 말 것이다.

        심할 경우엔 아예 생태계 자체가 붕괴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 세계는 스스로 보호 조치를 취한 것이지.”

       

        말하자면 일종의 적응 시간을 벌었다고 할 수 있겠다.

       

        이 세계로 들어오려는 외래종들을 잠시 격리시키는 차원의 조각.

        그것이 바로 인간들이 ‘게이트’라 부르는 것이다.

       

        “이 게이트 덕분에 너희 인간들이 대비할 시간을 벌 수 있었고, 동시에 마나에 적응할 시간 역시 벌 수 있었을 것이다.”

       

        비록 게이트 속 존재들은 일정 시간 동안 게이트를 벗어날 수 없지만, 그 안에 들어 있던 마나는 얼마든지 게이트 밖으로 나올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세계의 존재들은 남는 시간 동안 그 마나를 받아들이며 마나에 적응, 진화할 수 있었다.

       

        “너희들이 ‘헌터’, 그리고 ‘영수’라고 부르는 존재가 바로 그것이다.”

       

        마나에 의해 능력을 얻은 인간이 헌터.

        마나에 의해 능력을 얻은 동물이 영수.

        다른 차원의 외래종으로부터 이 세계가 자신을 지키기 위한 선택의 결과, 탄생하게 된 새로운 진화다.

       

        – ㅎㄷㄷ

        – 다큐멘터리에서 나온 것이랑 비슷한데?

        – 나도 인터넷에서 본 것 같음.

        – TV에서 어떤 박사가 나와서 비슷한 말 한 것 같음.

        – ㄹㅇㅋㅋ

       

        “그래. 너희들도 아마 짐작하고 있었을 것이다.”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이들인 만큼, 아마 이 정도는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겠지.

       

        “그런데 어떤 이들은, 자신만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단다.”

       

        게이트라고 불리는 차원의 조각이 아닌,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 소유한 자신만의 세계.

       

        “가벼운 개념으로는 마법사들이 만드는 ‘아공간 가방’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

       

        – 그게 그렇게 되나?

        – ㅋㅋㅋㅋㅋㅋㅋ

        – ㅋㅋㅋㅋㅋ

        – ㄹㅇㅋㅋ

       

        뭔가가 웃겼나?

        갑자기 웃음으로 가득 찬 채팅창.

        그것을 의아하게 바라보다 설명을 이어 나갔다.

       

        “황금의 영역은, 내가 개인적으로 소유하는 작은 세상이란다.”

       

        내 하나뿐인 짝이었던 남편의 유품으로 이루어진, 그가 나에게 남겨 준 세상.

        오로지 나와 내가 허락한 이들만이 존재하는, 황금으로 이루어진 작은 세상.

       

        “이 게이트는, 말하자면 내 황금의 영역을 바탕으로 비슷하게 꾸민 것에 불과하단다.”

       

        – 아하

        – 그렇구나

        – 또 하나 배워갑니다

        – 황금의 영역…… 이름만 들어도 뭔가 으리으리할 것 같다.

        – ㅎㄷㄷ

        – ㄹㅇㅋㅋ

        – 전부 황금이네요.ㅋㅋㅋㅋ

       

        잡담을 하다 보니 어느새 4층에 도착했다.

        도화에게 신호를 보내, 카메라를 천천히 돌려 4층의 전경을 보이도록 했다.

       

        – 와씨!

        – 와! 캬! 퍄!

        – 우와!!

        – 홀리 싯!

       

        그리고 쏟아지는 격찬.

        마치 밤하늘을 보는 것 같은, 별처럼 보이는 보석들이 반짝거리는 어두운 하늘.

        그와 반대로, 스스로 빛을 뿜는 황금의 대지.

        그리고 그 위에 존재하는 황금빛을 띠고 있는 오색찬란한 동식물들의 향연.

       

        “이곳이 내 게이트란다.”

       

        별로 볼 것 없지?

        그렇게 뒷말을 이으려 했으나…….

       

        – 스바! 당첨자들 죽이러 갑니다!

        – 부럽다!!

        – 나도! 나도 갈래!

        – 저도 갈래요!!!

       

        “으응?!”

       

        내 예상과는 달리 격하게 터져 나오는 반응에 나는 방송 처음으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것들 왜 이래?

       

       

        *            *            *

       

       

        멸천룡의 방송을 모니터링 중이던 대한민국 헌터 협회 일동은 입을 쩍 벌렸다.

       

        “허미~!”

       

        “미쳤네.”

       

        어두운 밤하늘의 은하수를 보는 것 같은, 별이 빼곡하게 박힌 하늘.

        스스로 빛을 내기에, 전혀 어둡지 않은 황금의 대지.

        황금빛을 띠고 있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푸르른 빛을 잃지 않은 수많은 나무와 풀.

        마치 보석처럼 반짝거리는 꽃과 열매.

       

        “무슨 에덴동산인가?”

       

        “엘도라도 아닐까?”

       

        홀린 듯 방송을 보던 일행의 시선이 한쪽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인물을 바라보며 남몰래 혀를 찼다.

       

        “젠장. 부러워 죽겠네.”

       

        “그렇다고 짜증 낼 수도 없고…….”

       

        이들이 왜 이러냐고?

        그야 그들이 바라보는 이는 바로 한국에 3명밖에 존재하지 않는 S랭크 헌터 중 하나.

        ‘박수무당’ 황조령이니까.

       

        이제 50대가 다 되어가는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30대로 보이는 여인.

        비록 옷은 무당들이 입을 법한 옷이었지만, 저 자신만만한 태도는 그녀의 옷차림 정도는 상관하지 않게 하는 힘이 존재했다.

       

        “에이 씨.”

       

        “진짜 대놓고 짜증 내고 싶다.”

       

        그들이 박수무당 황조령에게 짜증을 내는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S랭크 헌터들과는 달리, 대한민국 헌터 협회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유일한 S랭크 헌터.

        한국에 소속된 진짜배기 공무원.

        지금, 이곳에서 멸천룡의 방송을 모니터링 하는 이들의 상사.

        그리고…….

       

        “뭐라고? 게이트 초대 당첨되지 않은 찐따들의 소리는 안 들리는데에에~?”

       

        빠드득!

       

        빠득!

       

        멸천룡의 게이트에 초대된 10명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멸천룡의 방송을 시청하는 데는 귀천이 따로 없었고, 당연히 술 뽑기의 신청자 조건도 없었다.

        그리고 이들은 헌터 협회의 공무원이지만, 그 이전에 당당한 대한민국의 시민이다.

        당연히 이들도 신청을 했고, 멸천룡의 술을 받을 수 있게 된 이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그들 중에서도 멸천룡의 게이트에 초대된 이는 단 하나.

        능력도 S급인 주제에, 행운도 S급인 그녀.

        황조령 혼자였다.

       

        차마 상사에게 뭐라 할 수 없는 부하직원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멸천룡의 정보를 따로 기록하고, 황조령은 그것을 보며 낄낄거렸다.

       

        이것이 바로 당첨된 자의 여유!

        이것이 바로 당첨된 자의 비틱!

       

        “진짜 부럽다.”

       

        “부러워하면 진 거다…… 부러워하면 진 거다…….”

       

        “원래 남자였으면서…….”

       

        텁!

       

        부러움을 견디다 못해 금지어를 내뱉으려던 공무원 하나의 입이 턱 막혔다.

        그가 고개를 돌리자, 진지한 얼굴이 된 동료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고맙다.”

       

        “뭐.”

       

        그렇다.

        ‘박수무당’이라는 별칭에서 알 수 있듯이, 본래 황조령은 ‘남자 무당’이었다.

        하지만 20년 전 능력을 각성하며 여자가 되었고, 지금은 그냥 여자로 잘 살아가는 중이다.

        말하자면 현실판 TS랄까?

       

        그래도 이미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러서 여자로서의 삶을 잘 즐기고 있긴 하다.

        다만, 그녀의 과거를 들쑤실 수 있는 단어는 금지어가 되었다.

        만약 그 금지어를 어겼다가는…….

       

        “저 쪼잔한 상사의 보복이 시작되는 거, 잊지 않았지?”

       

        “그래.”

       

        업무상 불이익은 없는데, 진짜 쪼잔하게 괴롭히기 시작한다.

        아이스크림 사 와서 혼자만 안 준다던가, 돈 주면서 빵 사 오라고 해 놓고 사라진다던가, 소금과 설탕의 위치를 바꿔놓는다던가…….

       

        한숨을 내쉰 공무원들이 다시 방송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어쨌든 지금 그들은 근무 시간이었고, 그들에게 주어진 일은 멸천룡의 방송을 보며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다.

        먹고 살려면 일해야 한다.

       

        “쯧쯧쯧.”

       

        사축이 되어 버린 불쌍한 중생들을 바라보며, 박수무당 황조령이 혀를 찼다.

       

        “그러게 S랭크 능력을 각성하지 그랬냐.”

       

        빠드득!

       

        콰득!

       

        바로 옆에 앉아서 노트북을 두드리던 이들로부터 뭔가가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물론 황조령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아~ 놀러 가서 뭘 할까?”

       

        그녀가 신경 쓰는 것은 딱 하나.

        멸천룡의 게이트에 가서 뭐 하고 놀까, 딱 그거 하나만 신경 쓸 따름이었다.

       

        어차피 그녀가 이곳에 있는 이유는, 일반인들인 공무원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멸천룡의 방송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이유다.

        지금까지 방송을 보면서 그런 것은 존재하지 않았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녀는 단순히 본 것만 이야기해주면 된다.

        나머지는 전부 부하직원들이 알아서 기록할 것이다.

       

        “아~ 이 맛에 S랭크 헌터 하지.”

       

        이래서 ‘사람은 능력이 있어야 한다’라는 말이 있는 것일까?

        편안하게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다리는 책상 위에 올려놓은 그녀가 낄낄거렸다.

       

        방송에서 하나둘 흘러나오는 멸천룡의 정보를 기록하고, 분석하는 사람들.

        그런 부하직원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황조령이 커피를 한 모금 마셨을 때였다.

       

        [= 끼요오오오오오오옷!!]

       

        [= 좀 더 달려라 이현! 깔깔깔!!!]

       

        “푸웁!”

       

        갑자기 방송에서 이현과 그의 파트너인 백익룡의 모습이 튀어나왔다.

       

    작가의 한마디 (작가후기)
    오늘 연참이……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한 번 해보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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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agon’s Internet Broadcast

Dragon’s Internet Broadcast

드래곤님의 인터넷 방송
Status: Ongoing Author:
Fantasy, martial arts, sci-fi... Those things are usually products of imagination, or even if they do exist, no one can confirm their reality. But what if they were true? The broadcast of Dragon, who has crossed numerous dimensions, is open again today. To tell us his old sto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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